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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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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97화
그 시각, 도씨 가문 명의의 한 부동산 개발 현장에서 문제가 터졌다.시 당국이 그 사업에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다며 전면 조사에 착수한 것이었다.이 프로젝트는 도씨 가문이 최근 2년 동안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핵심 사업이었다.그런데 조사 명령이 내려오자 현장은 즉시 공사가 중단됐다.예정대로라면 한 달 뒤 분양을 시작해야 했지만 지금 상황으로선 그 일정은 물 건너간 셈이었다.더 큰 문제는 그 이후였다.시정 명령에 따라 구조 보강과 재시공을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고 그만큼 판매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분양 지연, 자금 회수 지연, 신규 투자 차질.이 연결고리가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결국 도씨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그 소식에 회의실 안은 순간 얼어붙은 듯 정적이 흘렀다.도씨 가문의 사람들 얼굴이 하나같이 창백해졌고 도여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떨었다.아마 그녀는 이 사안을 전혀 몰랐던 모양이었다.게다가 이사회에 들어올 때 모든 이의 휴대폰은 미리 회수된 상태였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는 아무에게도 연락할 수 없었다.“나도 오늘 아침에야 들었어요.”백연신의 목소리가 고요하게 울렸다.“도씨 가문을 살리고 싶다면 지금 당장 백선 그룹의 지분을 정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자금줄이 끊기면 이제는 백씨 가문 쪽 지분을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당신네 도씨 가문이 스스로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되겠죠.”그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도여진의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이 남자는 언제나 그랬다.예고도 없이 상대가 숨 쉴 틈조차 주지 않은 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그때 한쪽에서 차분하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울렸다.“도씨 그룹에서 내놓는다면 그 지분은 내가 사들이죠.”최혜연이 입을 열었다.백연신은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어머니, 현금은 충분하신가요? 아니면 또 도씨 그룹에게 ‘분할 상환’이라는 이름의 헛된 약속이라도 하시려는 건가요?”“너...!”최혜연의 눈이 불처럼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96화
지금, 상황은 또다시 반복되고 있었다.이번에는 도여진이 백연신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만약... 그가 정말 도여진을 선택한다면, 한지영은 그때도 백연신을 원망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그는 이미 자신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내어주었으니까.“보아하니, 당신도 두 번째 고은채가 되고 싶나 보네요.”백연신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고은채가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 벌써 잊은 건 아니겠죠?”그 말에 도여진의 얼굴이 굳어졌다.“나는 그 여자처럼 멍청하지 않아. 최소한 내 가문은 지킬 수 있으니까.”“아니요, 당신은 그 여자보다 더 어리석네요.”백연신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도씨 가문이 감히 나를 건드렸다면, 그 대가도 치러야겠죠. 아마 내년 이맘때쯤이면, S 시에서 ‘도씨’라는 이름은 사라질지도 모르겠군요.”“...!”도여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백연신 씨, 당신 너무 자만한 거 아니에요?”하지만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지영의 손을 잡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차 안으로 들어서자, 한지영이 조심스레 물었다.“연신 씨... 내일, 정말 괜찮을까요?”백연신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끝을 보기 전까진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어.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쳤어.”“만약... 정말 실패하면요?”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때는 이사회에서 쫓겨나겠지. 백선 그룹의 모든 권한을 잃고, 지분은 서서히 희석될 거야. 결국, 무일푼으로 내쫓기겠지.”“그럼...”한지영이 잠시 망설이는듯하더니, 갑자기 툭 내뱉었다.“그럼 제가 연신 씨를 먹여 살릴게요!”그 말이 떨어지자, 그녀는 스스로도 놀라며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아무리 그래도 백연신이 그런 처지에 놓일 리는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영이 네가 나를... 먹여 살리겠다고?”백연신은 피식 웃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아, 아니에요! 그냥... 장난이었어요!”한지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95화
한지영의 산전 검진에는 이제 항상 전담 인력이 따라붙었고, 백연신 역시 매번 그녀 곁을 지켰다.그녀의 부모는 그의 개인 별장에 머물고 있었기에 기자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었고, 불필요한 소문을 막기 위해 요즘은 영상 통화로만 딸과 안부를 나누고 있었다.그날도 변함없이, 백연신은 한지영을 병원까지 동행했다.초음파 검사실에는 간호사가 함께 들어갔고, 그는 밖에서 조용히 기다렸다.검사 결과는 무난했다. 아기는 건강했고, 한지영은 가벼운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그러나 검사실 문을 열고 나오자, 그녀의 시선이 곧장 멈췄다.VIP 대기실 한편, 낯선 여인이 서 있었다.세련된 정장 차림, 화려한 메이크업.한눈에 봐도 상류층 여인임이 분명했다.그리고 그 여인은 지금, 백연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백연신은 곧장 한지영을 향해 걸어와 물었다.“검사는 괜찮아? 의사 뭐라고 했어?”“이상 없대요.”한지영은 담담히 대답했지만, 시선은 이미 낯선 여인에게로 향했다.그리고 그 여인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다가왔다.“한지영 씨 맞으시죠? 저는 도씨 그룹 대표, 도여진입니다.”그것은 자기소개였지만, 그 눈빛은 분명 노골적인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마치 한지영은 발끝에 밟힌 먼지일 뿐이라는 듯.그 시선을 느낀 순간, 한지영의 마음속에서 불편함이 스멀스멀 치밀어 올랐다.“맞아요. 제가 한지영이에요. 연신 씨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 그리고 백씨 가문의 후계자를 품은 아이의 엄마예요.”그녀는 단호히 받아쳤다.도여진의 눈빛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감히 이런 당당한 태도로 말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그녀의 시선 속에는 이런 평범한 외모에 배경도 없는 여자가 대체 어떻게 백연신을 사로잡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경멸이 뚜렷하게 드러났다.“연신 씨와 단둘이 몇 마디 이야기하고 싶은데. 잠깐 비켜줄래요?”도여진의 말투는 오만했고, 태도는 여전히 위압적이었다.그러나 대답은 한지영이 아닌 백연신이 먼저 내놨다.“내가 당신과 이야기할 게 뭐가 있습니까?”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94화
만약 진세령이 아직 살아 있고, 그걸 조건으로 삼아 자신에게 강씨 가문을 상대하라고 했다면, 그는 아마 정말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신정우 씨는 언제 진해원을 데리고 녹원시로 돌아가실 생각입니까?”강지혁이 물었다.신정우는 잠시 미소를 띠더니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때가 아니죠. 그 아이는 당분간 강씨 가문에 머무를 겁니다. 아이 스스로 저와 함께 가고 싶다고 말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 데려갈 겁니다. 생활비 문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곧 수표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에, 강지혁은 눈썹을 스치듯 들어 올렸다. 상대가 양육비를 내겠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짧은 대화가 끝나자, 두 사람은 각자의 차로 향했고, 두 차량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그날 밤.임유진은 강지혁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눈을 크게 뜨며 숨을 삼켰다.“뭐라고요? 해원이... 신정우의 아들이라고요? 정말 확실해요?”녹원시 신씨 가문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였다. 하지만 그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피를 말리는 내부 분쟁으로 악명 높은 집안.게다가 신정우는 지금 그 신씨 가문의 수장. 서른다섯의 나이에 아직까지 연애 찌라시 한 번 나지 않은, 철저하고 냉정한 싱글남이었다.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늘 세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었다.“오늘 그 사람이 직접 말했어. 진해원이 자기 아들이라고. 이미 DNA 검사 결과까지 확인했겠지. 다만... 진해원이 가기를 원치 않는 것 같더군. 그래서 스스로 원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더라.”강지혁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깊은 말투 속엔 의미심장한 무게가 깔려 있었다.임유진은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불안스레 물었다.“혹시... 해원이가 떠나기 싫은 건, 현이 때문이 아닐까?”두 아이는 떨어질 줄 모르는 사이였다. 특히 현이는 매일 밤 진해원의 방으로 찾아가 함께 잠들곤 했고, 그래서 아침마다 딸을 찾으러 가면 늘 진해원의 방에서 발견되곤 했다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93화
진해원의 작은 입술은 단단히 다물려 있었고,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정우는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그 위에 한 줄의 전화번호를 적었다.“언젠가 나와 함께 녹원시로 가고 싶다면, 이 번호로 전화해. 그리고 내가 한 말을 기억해. 녹원시에 가야 네가 원하는 모든 걸 가질 수 있어. 여기 강씨 가문에 있으면, 넌 영원히 남의 집 아이일 뿐,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범죄자의 아들일 뿐이야.”작은 몸은 점점 더 굳어졌다. 진해원은 받아 쥔 손으로 그 종이를 꽉 쥐고 놓지 않았다.그렇게 신정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돌아서 방을 나갔다.잠시 후, 유치원 선생님이 들어와 진해원을 교실로 데려갔다.작은 낮잠 침대에 눕혀지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평화가 찾아왔다.그러나 단 하나, 진해원의 손에 쥐어진 종이 한 장이, 조금 전의 일이 현실임을 조용히 상기시켜 주었다.신정우가 유치원을 나서는 순간, 그의 차 옆에 또 다른 차량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차에서 내리는 실루엣 하나.놀랍게도, 바로 S 시 최고 지배자, 강지혁이었다!순간, 신정우의 눈에 순간 놀라움이 스쳤지만,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냉정하게 가라앉혔다.그럴 만도 했다. 진해원이 지금 강씨 가문에 살고 있으니, 조심스럽게 조사하더라도 강지혁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늘 신정우라는 이름은 들어왔지만, 직접 뵐 기회는 없었는데... 이렇게 유치원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요. 혹시 신씨 가문에도 아이가 이 유치원에 다니나요?”강지혁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말에, 신정우는 강지혁이 이미 모든 상황을 알고 있음을 직감했다.그래서 더는 숨기지 않았다.“제 아들이 여기 있어요. 진해원이라고... 제 아들이에요. 요즘 강씨 가문에서 잘 돌봐주고 있다니, 감사하네요.”말이 끝나자, 두 남자는 서로를 날카롭게 응시했다.“돌봐준 건 뭐... 진해원이라는 아이가 내 딸과 인연이 있어서 그랬을 뿐이죠. 그런데 정말 궁금하네요. 신정우 씨와 진세령 씨는 도대체 어떤 관계였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92화
하지만... 그곳에 현이는 없겠지.진해원은 가만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생각이 또렷해질수록, 결심은 더 단단해졌다.그는 신정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어눌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아저씨가 제 아빠여도, 전 녹원시로 안 가고 싶어요.”신정우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조금은 놀란 기색도 감돌았다.“녹원시로 가고 싶지 않다고?”“네, 안 가고 싶어요.”다섯 살 아이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신정우는 잠깐 말을 고르며 말했다.“왜 여기 있으려는 거지? 내가 아는 한, 여기 있는 사람 중에는 널 ‘범죄자의 아들’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많을 거야. 강씨 가문에서도 네 입장은 불편했을 텐데, 여긴 또 뭐가 좋다고? 녹원시로 돌아가면, 넌 신씨 가문의 어린주인으로서 존중받을 거야. 지금은 어려서 잘 모를지 모르지만,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라.”“안 가요.”진해원은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눈앞에 떠오르는 건 화려한 생활이 아니라, 현이의 얼굴이었으니까.‘신씨 가문의 어린주인이라... 그럼 강씨 가문의 강선율처럼 대접받는 건가?’그는 잠깐 상상해 봤다. 원하면 무엇이든 갖게 되고, 주위엔 항상 사람들로 둘러싸인 삶.하지만 그런 삶은 현이와 멀어지기에 의미가 없었다.녹원시는 너무 멀었다.신정우는 아들의 단호함에 어쩐지 미소를 띠었다.마지막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이렇게 명확히 거절한 게 언제였을까.그런데 그 거절을 하는 이는 바로 그의 유일한 핏줄이었다.“왜 안 가고 싶은 거지? 이유를 말해줄래?”그가 물었다.하지만 진해원의 작은 입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분명 말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문득 신정우의 마음속에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혹시... 현이 때문이니?”최근 조사한 바로는, 진해원이 강씨 가문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현이였다.음악회에서 처음 만났고, 피아노로 서로 가까워졌다는 것도 알려진 바였다.그리고 둘 다 피아노 실력이 뛰어났다는 점도 공통점이었다.진해원의 눈이 순간 커졌다.아직 어린아이였기에, 솔직한 감정은 숨길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