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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5화

Author: 유진
소민영의 머리는 윤기가 흐르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많이 푸석해졌고 헤어스타일도 따로 없이 머리끈 하나로 질끈 묶기만 한 것이 다였다.

소씨 남매는 저택 바로 앞에 차량이 멈춰서자 곧바로 실랑이를 멈췄다.

임유진은 차에서 내린 후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소민영은 그 말에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

“넌 우리 오빠가 널 구해줬는데 달랑 치료비만 내주면 다야? 그게 생명의 은인을 대하는 태도야?”

그녀는 더는 무서울 게 없는지 이제는 최소한의 존댓말도 쓰지 않았다.

소민준은 한숨을 한번 쉬더니 이내 다치지 않은 손으로 소민영의 팔을 잡아당겼다.

“내가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어.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집으로 가자!”

“오빠, 우리 지금 돈 필요해! 그 손으로는 적어도 한 달은 일을 못 할 텐데 엄마 병원비는 어떻게 마련하려고? 내 수입만으로는 다음 달 월세 내는 것도 빠듯해!”

소민영의 말에 소민준은 난감한 기색을 표하며 이를 꽉 깨물었다.

“돈이 필요해서 찾아온 거야?”

임유진이 물었다.

“그래, 돈 때문에 왔다. 오빠가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떻게든 줬어야지. 치료비만 내주고 입 싹 닫아버리면 어떡해?!”

소민영은 질투심이 가득 어린 눈빛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인생사 참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의 처지는 상당히 많이 달라져 있었다.

소민영이 그렇게도 무시하고 조롱했던 임유진은 지금 강씨 가문의 안주인으로 들어가 온갖 호사를 다 누리고 있고 임유진을 늘 자기 아래라고 여겼던 소민영은 지금 제일 밑바닥에서 돈에 허덕이고 있으니 말이다.

당시 임유진이 출소하고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했을 때 소민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한껏 조롱하고 또 비웃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뀐 지금, 소민영은 식당에서 일하고 있고 한쪽 다리를 저는 것 때문에 홀이 아닌 작은 주방에 갇혀 설거지 담당만 하고 있다.

“알았어. 줄게.”

임유진은 순순히 알겠다고 했다.

돈을 주는 것으로 소민준에게 진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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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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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숙
강지혁이 오해할까 걱정되내요 이제 유진이가행복해지려나 했는대... 작품을길게 끌려다보면 다른작품들처럼 끝이 흐지부지하여지고 밑도끝도 없이 끝 나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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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은 율이가 컴퓨터 쪽으로 재능을 보인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강지혁에게서도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 못지않은 컴퓨터 조작 실력을 갖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기도 했고 말이다.하지만 설마 김승수의 녹음 파일까지 입수하고 전시회장 모니터를 해킹해 그걸 틀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인 건 몰랐다.율이는 고개를 들며 강지혁과 똑 닮은 눈빛으로 마치 칭찬을 기다리듯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이에 임유진은 놀란 마음을 잠시 잠재우고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제대로 된 칭찬을 해줬다.그리고 율이는 그녀의 칭찬에 기분이 좋은 듯 슬며시 입꼬리를 위로 말아 올렸다.임유진은 소민아가 김승수를 이용해 이런 짓을 벌인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소민아는 그녀가 강지혁의 죽은 아내라는 걸 알고 나서도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냈었으니까.경찰들은 소민아와 김승수 두 사람 다 경찰차에 실어 서에 연행해갔다.임유진도 당사자라 당연히 서로 가서 진술서 작성에 협조해야 했고 강지혁은 임유진이 가는 곳이라면 무조건 따라가는 사람이라 자연스럽게 함께 가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임유진은 가기 전에 현이와 율이, 그리고 소안나를 경호원에게 부탁하며 저택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소안나는 소민아가 연행된 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치마 밑단을 꽉 말아쥔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경찰 아저씨가 엄마를 데리고 가버렸어... 엄마가 한 나쁜 짓을 사람들이 다 알아버렸어. 이제 어떡하지...? 회장님이 엄마를 엄청 미워할 텐데 그럼 나도 미워하게 되는 건가? 나는 더 이상 회장님 딸을 할 수 없게 되는 건가...?’소안나는 지금 걱정으로 머리가 꽉 차 있었다.한편 현이는 경호원을 따라 전시회장 밖으로 나가다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안으로 들어와 사람들 틈을 두리번거렸다.“현아, 왜?”임유진이 다가와 물었다.“뭐 찾아?”“아까 피아노 쳤던 남자애가 없어졌어.”현이가 속상한 듯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아직 못 나눈 얘기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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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을 때까지 비밀에 부쳐야 할 얘기가 만천하에 드러나 버렸다.소민아는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싸늘하다 못해 눈빛 하나로 살인까지 저지를 것 같은 누군가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그녀를 무섭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강지혁이었다.평소에 그렇게도 강지혁의 시선을 받고 싶어 했던 그녀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강지혁의 시선을 다시 임유진에게로 돌리고 싶었다.이렇게도 살 떨리고 몸이 절로 얼어붙어 버리는 차가운 시선은 처음이었으니까.그때 소민아의 바로 옆에서 김승수를 찍고 있던 스태프들이 카메라를 돌려 이번에는 소민아의 얼굴을 찍었다.이에 소민아는 그제야 지금은 라이브 방송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그렇다는 건 그녀의 팬들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다 들었다는 뜻이었다.“소민아 씨, 방금 그 목소리... 소민아 씨 목소리 맞죠?”카메라를 소민아에게 고정한 스태프가 물었다.사실 재차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소민아와 한 번이라도 얘기를 나눠본 사람들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그녀가 녹음 파일 속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것을 눈치챘으니까.라이브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소민아의 팬들도 그녀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댓글을 미친 듯이 써댔다.“아... 아니에요. 오해예요. 나는, 나는 저런 사람 몰라요. 나는 절대 아니에요!”소민아가 다급하게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그러자 그 말에 발끈한 김승수가 그녀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당신이 날 모르긴 왜 몰라? 이게 다 소민아 씨 당신이 꾸민 일인데! 경찰 양반, 잡으려거든 나 말고 저 여자를 잡아요. 나는 저 여자가 시키는 대로 한 죄밖에 없어요. 나도 저 여자한테 당한 거라고요!”“어디서 헛소리야?! 하, 함부로 모함하지 마!”소민아의 얼굴은 당황함에 어느새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누가 할 소리를! 당신이 나한테 그랬잖아. 임유진 저 여자를 모두가 욕하고 비난하는 파렴치한으로 만들어 버리면 강지혁 회장이 얼마 안 가 바로 임유진을 쫓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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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된 이상 결과는 뻔했다. 사진은 합성이었다는 게 바로 밝혀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제는 아무도 김승수의 말은 믿지 않게 된다.잠시 후, 경찰과 경찰 측 감정 인원들이 전시회장에 도착했다. 강지혁의 경호원들은 사람들에게서 거두어들인 사진들을 한 장도 빠짐없이 경찰 측에 건넸다.그리고 또 5분 후, 이번에는 사진분석전문가들이 대거 안으로 들어왔다.사람들은 기껏해야 한두 명이 올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한 무리가 들어오자 다들 깜짝 놀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전문가들 중에는 범죄 채널에서 사진과 영상 분석 전문가로 자주 얼굴을 내비치던 유명한 사람들도 있었다.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렇게도 많은 전문가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강지혁밖에 없을 것이다.만약 전문가가 한둘이었다면 강지혁이 매수한 사람이라고 김승수가 뭐라 대꾸라도 할 기회가 있었겠지만 한 무리의 사람이 들어온 탓에 그런 발언은 이제 소용이 없게 되어버렸다.경찰들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상황을 전해 듣고는 벙쪄 있는 김승수에게로 다가가 바로 사진들을 어디에서 구했는지에 대해 추궁했다. 또한 이런 사진들을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유포하는 건 법에 걸리는 일이라며 엄한 말투로 차근차근 얘기해주기도 했다.그리고 경찰 측 감정 인원들과 강지혁이 부른 전문가들은 설비를 꺼내고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아주 자세히 합성 여부를 분석했다.소민아는 그 광경에 김승수라는 패는 이제 쓸모없는 패라는 것을 빠르게 직감하고는 얼른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했다.그런데 그때 갑자기 전시회장 안의 거대 스크린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스피커에서 김승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민아 씨, 이 정도 돈으로는 턱도 없어요. 임유진 그 여자의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것에 내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얼만데. 알만한 분이 왜 이러실까?”사람들은 그 말에 바로 김승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김승수의 얼굴은 지금 창백하기 그지없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 녹음은 내가 분명히 다른 휴대폰에 옮겨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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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의 말에 김승수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며 외쳤다.“입으로 먹고사는 변호사를 내가 말발로 이길 수는 없겠지. 그래서 당신이 빼도 박도 못 할 증거를 가지고 왔어. 당신이랑 권건우 변호사가 붙어먹었다는 증거를 말이야!”그는 말을 마친 후 안쪽 주머니에서 사진을 한가득 꺼내 공중에 흩뿌렸다. 김승수가 뿌린 사진은 다름 아닌 권건우와 임유진이 찰싹 붙어 있는 사진이었다.사진을 주워 본 사람들은 하나둘 미간을 찌푸리며 임유진에게 비난의 눈길을 보내더니 이내 자기들끼리 수군대기 시작했다.소민아는 자기 발아래에 떨어진 사진을 보고 올라가려 하는 입꼬리를 간신히 참았다.이 사진들이 사실은 합성이었다는 게 나중에 밝혀진다고 한들 그때는 이미 소문이 다 퍼지고 난 뒤이기에 아무리 아니라고 얘기해봤자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강씨 가문의 거짓말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게 뻔했다.소안나는 작은 몸을 구부려 사진을 집어 들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소민아에게 물었다.“엄마, 강선현의 엄마는 나쁜 사람인 거죠? 그쵸?”아직 아이라 그런지 소안나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굴과 말투에 드러냈다.소안나는 현이의 엄마가 나쁜 사람이면 그 딸인 현이도 나쁜 아이인 것이 되니 그렇게 되면 강지혁은 그 둘을 싫어하게 되고 자신과 엄마를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한편 임유진은 사진을 본 순간 김승수가 이곳에 나타난 목적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챘다.이런 상황은 지금 이곳에서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유언비어가 점점 더 심해질 테니까.그렇게 임유진이 입을 열어 뭐라 얘기를 하려는데 강지혁이 먼저 김승수의 앞으로 다가가 말을 내뱉었다.“내가 당신을 너무 쉽게 봤던 것 같네.”그러고는 이내 다시 근처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당장 이 인간을 제압하고 경찰에 신고해. 그리고 S 시에서 제일 실력 좋은 사진분석전문가한테 연락해서 이 인간이 뿌린 사진들을 한 장도 빠짐없이 다 합성인지 아닌지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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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민아는 방송용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취한 후 곧바로 라이브를 시작했다.뭔가 기다리는 것이 있는지 그녀는 인사말을 하면서도 연신 시계가 있는 곳을 힐끔거렸다.그때 웬 남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결백 돌려내! 이 양심 없는 변호사야!”갑작스러운 한마디에 슬슬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려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우뚝 멈추며 한 곳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한 가정을 파탄 낸 임유진 변호사는 당장 사죄하라!]라는 피켓을 높이 든 채로 서 있는 평범한 옷차림의 한 남성이 있었다.“임유진 씨, 당신은 스승인 권건우 변호사와 합심해 나를 죄인으로 몰로 이윽고 우리 가정까지 파탄 냈어! 유명한 변호사의 애제자고 또 GH 그룹의 강지혁 회장이 남편이라 세상이 우습지? 권력과 돈을 손에 넣으니 세상이 다 당신 것 같지? 아니! 정의는 언제나 승리하는 법이야. 당신이 나를 아무리 밑바닥으로 끌어내도 나는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서서 내 결백을 증명해 보일 거야!”김승수는 결의에 가득 찬 얼굴로 강지혁과 임유진 쪽으로 걸어왔다.소란이 꽤 컸던 터라 멀리에서 악기를 구경 중이던 사람까지 눈을 반짝이며 이쪽으로 다가왔다.강지혁은 김승수의 등장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임유진과 두 아이를 자기 뒤편으로 보냈다.그리고 사람들 틈에서 몰래 네 사람의 안전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도 경계태세를 갖추며 하나둘 앞으로 나와 강지혁의 지시를 기다렸다.하지만 과격한 행동을 할 거라는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김승수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한껏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저는 아무런 권력도 없고 자산도 없는 그냥 일반 시민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왜 저 같은 조무래기에게 이런 잔혹한 짓을 하세요. 저는 지금 당신들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이고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룹니다. 대체 제가 뭘 잘못했다고... 흑... 뭘 잘못했다고 저한테 이러십니까...”김승수는 콧물에 눈물까지 흘려대며 읍소했다.사람들은 김승수의 말에 그제야 임유진과 강지혁이 그 유명한 강씨 가문 사람들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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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소안나가 다가오더니 현이를 향해 외쳤다.“방금 그거 네가 친 거 아니지? 몰래 휴대폰으로 다른 사람이 연주한 걸 틀어놓은 거지? 그렇지?!”소안나는 일전에 티비에서 웬 여자가 다른 사람이 녹음해둔 음성을 틀고 자기가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하는 것을 봤었기에 현이도 분명히 그런 수를 쓴 거라고 생각했다.그게 아니라면 현이가 이렇게도 피아노를 잘 치는 게 말이 안 됐으니까.남자아이는 그 말에 소안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이내 싸늘한 목소리로 네 글자를 내뱉었다.“멍청하긴.”소안나는 남자아이의 말에 창피했는지 얼굴이 다 빨개졌다.한편 현이는 소안나는 안중에도 없는 듯 다시금 남자아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네가 진심으로 연주하는 걸 듣고 싶어. 분명히 엄청 근사할 테니까. 나중에 나랑 같이 연주할래? 수염 선생님 같은 어른들이랑 연주하는 건 이제 질렸어. 우리는 나이도 비슷하니까 분명히 더 재밌게 피아노를 칠 수 있을 거야!”남자아이는 다시 시선을 현이에게로 돌렸다.‘피아노를 같이 치자고...?’소안나는 자기가 낄 자리가 아닌 걸 이제야 알았는지 발걸음을 돌려 그대로 소민아의 품에 안겼다.“엄마, 우리 이만 돌아가요. 네? 나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여기에 계속 있으면 창피한 감정밖에 안 들게 분명했기에 소안나는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소민아는 그런 딸의 머리를 어루만져주며 임유진과 강지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임유진은 그 시각 현이의 곁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인 채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강지혁은 율이와 함께 몇 걸음 뒤에 서서 따뜻한 미소로 임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소민아는 그 미소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강지혁의 미소가 향하는 곳은 원래 임유진이 아닌 자기 쪽이어야 했으니까.2년 전 그날, 딸과 함께 길거리에서 괴롭힘을 당했을 때 소민아는 율이의 손을 잡고 다가오는 강지혁의 모습을 보고 마치 신이라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하늘이 그녀를 불쌍하게 여겨 진정으로 그녀와 딸을 지켜줄 수 있는 히어로를 내려준 것만 같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85화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모르는 거죠 뭐.”“그런데 정말 저렇게 치게 내버려 둬도 되는 거예요? 저 피아노 엄청 비싼 피아노인데 애가 망가트려 놓기라도 하면 어떡해요.”아니나 다를까 현이가 피아노 의자에 앉으려 하자마자 남자 스태프가 다가와 제지했다.“쟤는 되는데 왜 나는 안 돼요?”현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저 아이는 너랑은 다르니까.”“뭐가 다른데요?”현이가 되물은 그때 한 여자 스텝이 헐레벌떡 다가오더니 이내 현이를 제지한 남자 스태프에게 뭐라고 속삭였다.그러자 남자 스태프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얼른 공손한 태도로 아이에게 길을 터줬다.“...실례했습니다. 마음껏 치세요.”현이는 스태프의 태도 변화가 몹시도 이상했지만 금세 생각을 떨쳐버리고 의자에 살포시 앉았다.“뭐가 어떻게 된 거야? 혹시 주최측에서 네가 누군지 알아본 건가?”임유진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강지혁에게 물었다.그러자 강지혁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아마도.”사람들은 현이가 잘 칠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을 못 하는지 다들 큰 기대는 없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피아노에 막 입문한 아이가 자신감을 잃고 낙담할까 봐 걱정하기도 했다.하지만 그건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그 방증으로 임유진과 강지혁 모두 매우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두 사람은 현이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이미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즉 딸의 피아노 실력에는 자신이 있다는 소리였다.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소민아와 소안나는 가소롭다는 얼굴로 현이가 창피를 당하기만을 기다렸다.현이는 천천히 건반 위로 손을 올리더니 이내 부드럽게 움직이며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해냈다.음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것이 감탄이 절로 흘러나올 정도였다.이에 소민아의 얼굴은 바로 굳어버렸고 소안나도 눈이 커져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뭐, 뭐야. 왜 잘 치는 거야...? 왜... 왜 선생님이 치는 거랑 똑같아?’소안나에게 있어 피아노를 제일 잘 치는 사람은 레슨을 해주는 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84화

    연주가 끝난 후 사람들은 모두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오직 현이만이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남자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현이는 앞으로 다가가 남자아이에게 말을 걸었다.“더 잘 칠 수 있으면서 왜 일부러 못 쳤어?”그 말에 옆에 있던 어른들이 현이를 말렸다.“무슨 소리야. 얼마나 잘 쳤는데.”“그래. 꼬마야, 이 어려운 곡을 이 정도로 치는 아이들은 얼마 없어.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곡인데.”“아니에요. 진짜로 못 쳤어요. 분명히 더 잘 칠 수 있는데.”현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아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서든지 꼭 그 이유를 알고야 말겠다는 듯한 얼굴이었다.하지만 남자아이는 현이와 말을 섞고 싶지 않은지 의자에서 내려와 발걸음을 돌렸다.그러자 현이가 얼른 남자아이의 손을 덥석 잡았다.“다시 한번 쳐봐. 이번에는 제대로!”남자아이는 귀찮다는 얼굴로 현이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나 현이의 악력이 더 셌던 탓에 쉽게 뿌리칠 수 없었다.임유진은 남자아이의 얼굴에 불편감이 감도는 걸 보고 얼른 한 걸음 다가가 딸을 말리려고 했다.그런데 그때 아이 한 명이 빠르게 다가와 현이와 남자아이 앞에 멈춰 섰다.달려온 아이는 다름 아닌 소안나였다.“왜 자꾸 못 쳤다고 하는 거야. 다들 잘 쳤다는데! 사람들 말 안 들려? 아니면 뭐든 네가 제일 잘해야 속이 시원해?”소안나도 현재 피아노 레슨을 듣고 있고 어제도 선생님께 피아노를 잘 친다고 칭찬을 들었던 터라 현이가 나대는 모습이 상당히 거슬렸다.게다가 일전에 선생님에게서 남자아이가 친 곡이 꽤 어려운 곡이라 잘 치려면 몇 년을 연습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기에 소안나로서는 할 말이 있는 셈이었다.소안나가 고개를 쳐들며 현이에게 창피를 주려던 그때 소민아가 옆으로 다가왔다.“안나야, 현이한테 그렇게 얘기하면 어떡해.”소민아는 소안나에게 한마디 하고는 얼른 고개를 돌려 임유진과 강지혁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현이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텐데 미안해요...”“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83화

    현이는 다행히 더 묻지 않았고 금방 고개를 돌려 율이와 자기들끼리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귓속말을 나눴다.임유진은 요 며칠 현이와 율이가 서로 귓속말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그녀와 강지혁에게는 얘기하고 싶지 않은 비밀 얘기라도 있는 건가 싶어 몰래 들어보고도 싶었지만 두 아이가 서로 찰싹 달라붙어서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뻐 모른 척 하기로 했다.남매 사이가 어색하고 삭막한 것보다는 화기애애한 게 나으니까.사실 처음에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율이는 시크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는 아이라 현이와 상성이 안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으니까.하지만 지금 보니 그건 그녀의 기우였을 뿐 피를 나눈 친남매라 그런지 상당히 잘 지내고 있었다.“정말 안 더워?”임유진이 아이들 생각에 흐뭇해하고 있던 그때 강지혁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울려 퍼졌다.옆으로 고개를 홱 돌려보니 강지혁의 입술이 거의 그녀의 볼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와 있었다.“아, 안 더워!”임유진은 얼굴이 다시 화끈해 나는 기분이 들어 괜히 목소리를 높였다.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나도 가까웠던 탓에 임유진은 강지혁의 숨결까지 전부 다 선명하게 느껴졌다.“그래?”강지혁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피식 웃었다.그 모습이 또 너무 예뻐 임유진은 저도 모르게 말이 버벅거리며 나왔다.“다음에는 좀... 조심해. 사람들이 보면 어떡하려고...”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은 천천히 손을 올려 그녀의 목을 부드럽게 매만졌다.“부끄러워서 그래? 우리가 불륜도 아니고 사람들한테 보여지는 게 왜? 스킨십이 잦다는 건 우리 부부 금실이 그만큼 좋다는 증거 아니야?”사실 목에 자국을 남긴 건 일부러였다. 각인처럼 뭐라도 새겨놔야 임유진을 눈독 들이는 사람들이 줄어들 테니까.강지혁의 말이 일리가 있어 임유진은 뭐라고 반박을 하지 못했다.“하지만 네가 정 부끄럽다면 다음에는 자국 안 남게 조심할게.”“...”‘거짓말.’거짓말이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게 강지혁의 말투에 조금의 진심도 들어있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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