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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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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者: 달콤열매

제1화

作者: 달콤열매
“여보, 형님 뱃속 아이... 그 아이... 당신 아이야?”

송유희는 새하얗게 질린 채 자신이 들은 말을 믿지 못했다.

7개월 전, 최동찬의 친형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을 잃은 데다 임신까지 한 형님 강혜미가 안쓰러워서, 송유희는 날마다 몸보신 음식을 챙겼고, 산부인과 검진에도 빠짐없이 동행했다.

그렇게 정성을 다했는데 돌아온 것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배신이었다.

손에 쥔 보물처럼 아끼고 목숨보다 사랑한다던 최동찬이 자신을 배신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 본 적 없었다.

“제대로 설명해.”

유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파에 앉은 동찬을 똑바로 바라봤다.

조명 아래 짙게 찌푸린 동찬의 눈썹에 그늘이 졌다. 평소의 여유롭고 고고한 분위기 대신 숨이 막힐 듯 무거운 기색만 내려앉아 있었다.

동찬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정해.”

“우리 집안에는... 후계자가 필요해.”

그 한마디가 날카로운 칼처럼 유희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3년 전, 유희는 동찬을 구하다 자궁을 크게 다쳐서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동찬은 병상 곁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난 너만 있으면 돼. 아이가 뭐가 중요해? 아이는 평생 없어도 상관없어.”

“...”

“후계자가 필요해?”

유희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고, 참아 온 눈물이 끝내 뺨을 타고 떨어졌다.

“그래서 네 형수랑 아이를 만든 거야? 최동찬, 어떻게 이렇게까지 역겨울 수 있어?”

짝!

거센 손바닥이 유희의 뺨을 후려쳤다.

시어머니 유정란은 혐오와 독기를 숨기지 않았다.

“버릇없는 것! 네 남편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우리 큰애가 죽었으니 동생이 집안의 대를 잇는 게 당연하지. 네가 여기서 소리칠 일이 아니야.”

“애도 못 낳는 주제에 무슨 낯으로 따져? 네 남편이 널 내쫓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살아야지!”

‘애도 못 낳는 여자?’

유희는 화끈거리는 뺨을 감싼 채 동찬을 바라봤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동찬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감사하게 살라고?’

‘최동찬이 날 버리지 않은 게 그렇게 대단한 은혜였어?’

‘내가 먼저 결혼하자고 매달렸어? 아홉 번이나 청혼한 건 최동찬이었어.’

‘아이가 없어도 된다고 몇 번이고 약속한 사람도 최동찬이었고.’

‘수술 동의서까지 들고 와서 눈시울을 붉히며 기회를 달라고 했잖아.’

‘그 서류는 아직도 내 금고 안에 있는데...’

유희의 흰 뺨에 선명하게 남은 손자국을 보면서, 동찬은 안쓰러움과 짜증이 뒤섞인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결국 입을 열었다.

“형이 없으니 우리 집안의 책임이 나한테 넘어왔어. 내가 짊어져야 해. 넌... 아이를 가질 수 없고. 그게 현실이야. 우리 둘 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너도 아이 좋아하잖아. 아기가 태어나면 네 아이로 올릴게. 널 엄마라고 부르게 할 거야. 그러면 우리 셋이 가족으로 살 수 있어. 더는 아쉬울 것도 없잖아.”

“하...”

속이 뒤집힐 만큼 역겨웠다. 유희가 비웃듯 말했다.

“그럼 내가 네 앞에 절이라도 해야 하나? 고생 한 번 안 하고 엄마가 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송유희, 나 지금 좋게 얘기하고 있어. 꼭 그렇게 비꼬아야겠어?”

동찬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눈가에는 짜증이 역력했다.

“좋게 말할 때 듣지 못하고! 가만히 있어도 아들이 생기는데 뭐가 억울해? 분수를 알아야지!”

유정란이 거칠게 다가와서 유희를 떠밀었다.

“나가! 당장 나가! 밖에 나가서 최씨 집안 며느리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똑똑히 생각해. 집안 체면도 모르고 어른 말도 못 알아들으면 들어올 생각 하지 마!”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눈발이 거세게 흩날렸고 기온은 이미 영하로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도 얇은 실내복 차림인 유희를 그대로 집 밖으로 내쫓으려고 했다.

유희는 자신도 모르게 동찬을 바라봤다. 적어도 자신을 막아 주길 바랐지만, 마주친 것은 무겁고 복잡한 동찬의 시선뿐이었다.

동찬은 미간을 찌푸린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잠시 망설이던 끝에 그는 몸을 돌리면서 유희의 눈을 피했다.

동찬은 묵인했다. 어머니가 이런 방식으로 유희를 굴복시키는 것을 그대로 두었다.

쾅!

묵직한 장식의 대문이 유희의 눈앞에서 거칠게 닫혔다.

철컥-

잠금장치가 걸리는 소리가 유난히 차갑고 날카로웠다.

살을 파고드는 추위가 온몸을 감쌌다.

유희는 차가운 계단 위에서 굳은 채 닫힌 문만 바라봤다. 넋을 잃은 사람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3년을 함께 살았는데...’

동찬이 잘해 준 날들이 거짓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유희는 잠버릇이 심해 이불을 자주 걷어찼다. 동찬은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밤마다 몇 번이고 다시 덮어줬다.

잡지에서 새로 나온 디자이너 의상을 잠시 더 바라본 날이면, 이튿날 그 옷과 같은 시즌 신상품이 통째로 드레스룸에 걸려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동찬이지만, 유희가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면 모든 일정을 미루고 그날 바로 함께 떠났다.

유희는 자신이 제대로 된 사람을 선택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동찬의 사랑은 집안 어른들이 말하는 ‘책임’과 ‘현실’ 앞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졌다.

유희와 집안의 책임이 충돌하자, 동찬은 의논조차 하지 않은 채 유희를 희생시키는 쪽을 선택했다.

동찬은 가족과 멀리 떨어진 북천시에서 울남시로 온 유희가 의지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유희가 떠나지 못할 거라 믿었고, 이를 악물고서라도 역겨움을 삼키며 그 아이를 받아들일 거라고 여겼다.

이미 부부처럼 살아왔으니, 자신이 놓아주지 않으면 유희는 영원히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찬이 잊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당시 유정란이 죽겠다며 결혼을 완강히 반대하는 바람에, 유희와 동찬은 조촐하게 식만 올렸을 뿐 지금까지 혼인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법적으로 유희는 동찬의 아내가 아니었다.

유희의 입가에 싸늘하고 허무한 미소가 번졌다. 모든 미련이 타 버린 뒤에야 찾아온 맑은 결심이 눈에 담겼다.

‘최동찬...’

‘난 이제 네가 필요 없어.’

유희는 핸드폰을 꺼냈다.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오랫동안 묻어 둔 번호를 눌렀다.

입술을 천천히 떼었다.

“그때 했던 말... 아직 유효해요? 최세호 씨.”

...

“여사님, 대표님. 작은 사모님께서 차를 타고 나가셨어요...”

가사도우미 박순영의 목소리에는 당황과 불안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나갔다고?”

유정란의 표정에는 어이없다는 기색과 멸시가 동시에 떠올랐다.

“용서해 달라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삐쳐서 나가? 제정신이야?”

“아무래도... 이번 일은 작은 사모님께 너무 큰 충격이었어요. 제가 보기엔 정말 마음을 다치신 것 같아서...”

박순영이 한숨을 쉬었다.

“대표님, 지금이라도 따라가 보시는 게 어떨까요? 바로 나가시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예요.”

동찬은 창밖을 바라보며 속을 삭일 뿐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았다.

“됐어요.”

동찬은 유희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했다. 아무리 상처를 받아도 두 사람의 관계를 포기하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

지금은 화가 나서 고집을 부리는 것뿐이었다. 생각이 정리되면 알아서 돌아올 터였다.

“그러게, 뭘 따라가겠다는 거야? 유희가 동찬이 없이 살 수나 있겠어? 내일이면 기가 팍 죽어서 돌아와 잘못했다고 싹싹 빌걸!”

유정란은 말할수록 신이 났다. 벌써 유희가 고개를 숙이고 비는 모습을 보고 있는 듯했다.

“돌아와 봐. 그땐 사과 한마디로 끝낼 생각 없어. 아주 호되게 가르쳐서 뼈에 새기게 해야지.”

“최씨 집안 며느리로 살고 싶으면, 어른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법부터 배워야 해!”

“동찬아, 이번엔 절대 마음 약해지면 안 돼. 네가 평소에 너무 받아 줘서 저 애가 겁도 없이 구는 거야.”

“돌아오면 산후도우미 교육부터 받으라고 해. 혜미는 몸이 약해서 애 돌보는 고생 못 해.”

“아이도 못 낳는 유희한테 옆에서 시중들게 하면 딱이네. 쓸모라도 있어야 최씨 집안에 보탬이 되지.”

박순영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가슴이 턱 막히는 듯했다.

‘사람을 저렇게까지 모욕해 놓고도, 사모님이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실까?’

‘모르지... 여태껏 늘 참고 사셨으니까.’

...

다음 날에도 폭설은 그치지 않았다.

최고급 세단 한 대가 두껍게 쌓인 눈을 가르며 최씨 저택 앞에 멈췄다.

유희가 차문을 열고 내렸다. 손에는 새로 발급받은 혼인관계증명서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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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제30화

    동찬이 예식장 밖으로 밀려났을 때, 마침 유정란과 혜미가 달려왔다.유정란은 넋이 빠진 사람처럼 창백한 동찬을 보자 속이 상하면서도 화가 치밀었다. 닫힌 예식장 문을 향해 거침없이 욕을 퍼부었다.“송유희 저 못된 것! 어떻게 감히 이럴 수가 있어?” “네가 최세호하고 원수처럼 지내는 걸 뻔히 알면서 그 사람과 결혼해? 일부러 네 가슴에 칼을 꽂으려는 거잖아.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독해!”혜미는 속으로는 샴페인이라도 터뜨리고 싶을 만큼 기뻤다.겉으로는 걱정과 불안을 가득 담은 표정을 만들고 동찬의 멀쩡한 쪽 팔을 부드럽게 붙잡았다.“진정해요.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요... 우리 쪽도 시작 시간이 다 돼 가요. 하객들도 전부 기다리고 있는데, 이대로 늦으면 아이를 두고도 뒷말이 나올 거예요.”“그러니까 일단 돌아가서 급한 일부터 마무리해요.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해도 되잖아요.”혜미는 동찬을 데리고 돌아가려 했다.동찬은 팔을 거칠게 빼냈다.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던 혜미가, 상처받고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동찬을 바라봤다.동찬은 혜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텅 빈 눈이 혜미 품의 아이에게 내려갔다.예전의 다정함과 기대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잘못의 시작이 된 성가신 존재를 보는 듯 차갑고 낯선 눈이었다.“형수님, 제가 잘못했어요.”잔뜩 갈라진 동찬의 목소리는 후회로 거칠었다. “제가... 형수님하고 아이를 만들면 안 됐어요.”그는 이제야 유희가 아이의 존재를 얼마나 견디기 힘들어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혜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를 급히 품에 더 세게 안고 울먹였다.“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당신 친아들이에요!”“지금 마음이 무너진 건 알아요. 그래도 정신 차려야 해요. 우리 아이 앞날부터 생각해야 하잖아요!”유정란도 상황을 알아차리고 급히 거들었다. “맞아. 아이가 최씨 집안의 대를 이을 사람이고 제일 중요해. 다른 일은 다 뒤로 미뤄야지.”“송유희 때문에 정해 둔 발표 시간까지 놓쳐서, 아이한테 평생 말이 나오게

  • 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제29화

    세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주변 공기를 단숨에 바꿨다.유희 앞으로 다가간 동찬이 팔을 잡으려고 했다. 흥분한 탓에 목소리까지 달라져 있었다.“장난이 너무 지나쳤어! 유희야, 이건 선을 넘었어. 당장 나랑 돌아가!”유희는 한 걸음 물러나면서 동찬의 손을 피했다. 눈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장난? 여기까지 와서도 내가 너 상대로 장난치는 것 같아?”“이게 장난이 아니면 뭔데? 결혼은 장난감이 아니야. 형도 네가 나를 자극하려고 이용할 사람이 아니고. 정신 차려.”동찬은 견디기 힘들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넌 내 아내야. 우리 이미 결혼식도 했잖아!”“법적으로는 아무 관계도 아니야.”유희는 차분하지만 잔인할 만큼 분명하게 짚었다. “그 눈 오던 밤, 네 어머니가 나를 집 밖으로 내쫓는 걸 네가 가만히 보고 있던 때부터 우리 사이는 끝났어.”“그건...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나는 널 사랑해. 내 입장도 이해해 줘야 하잖아.”동찬은 다급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스스로 듣기에도 힘이 없었다.“미안하지만.”유희는 더 이상 동찬을 보지 않았다. 세호 쪽으로 몸을 돌려 팔짱을 살며시 끼었다. “나는 이미 세호 씨의 아내야.”“유희야, 여보... 그러지 마.”동찬이 또 손을 뻗었지만 최세호가 앞으로 나서며 가볍게 쳐냈다.세호의 시선이 서늘한 칼날처럼 동찬의 얼굴을 훑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동찬아. 내 결혼식에 들어와서 내 아내를 데려가겠다고? 예의가 너무 없네.”세호는 짧게 말을 멈췄다가 한 글자씩 또렷하게 덧붙였다. “호칭도 고쳐. 이제 유희한테는 형수님이라고 불러.”“최세호!”동찬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 “유희가 내 아내였다는 걸 알면서 왜 결혼해? 사촌동생의 여자였던 사람을 형이 데려가 놓고 울남시 사람들이 비웃는 게 두렵지도 않아?”“사촌동생의 여자를 빼앗았다고?” 세호가 짧게 비웃었다. “그 말은 네가 할 처지가 아닌 것

  • 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제28화

    동찬은 바로 고개를 세게 흔들어 터무니없는 생각을 밀어냈다.‘아니야. 그럴 리 없어. 저 사람은 지예라야.’‘오늘은 최세호와 지예라의 결혼식이잖아.’자신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저 신부를 유희로 착각할 수 있을까?’“동찬아! 시작 시간 다 됐는데 문 앞에서 뭐 하고 있어?”유정란이 연회장 안에서 나와 못마땅하게 재촉했다. “애도 못 낳는 게 자존심 세우고 안 오겠다는데 잘됐지. 누가 그런 애한테 내 귀한 손자의 엄마 노릇 시키고 싶대? 재수 없어.”동찬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집스럽게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요. 올 거예요.”유희는 마음이 약했다. 자신이 알던 유희이라면 정말 끝까지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아이를 안고 넋이 나간 동찬을 바라보면서 혜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아이의 여린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세게 꼬집었다.“으앙!”아기는 갑자기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놀란 유정란이 아이를 얼른 받아 안았다. “아이고, 우리 귀한 손자가 왜 이렇게 울어? 괜찮아, 괜찮아. 할머니가 여기 있잖아.”유정란이 동찬을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봐, 아이도 울잖아. 정해 둔 시간에 아버지와 후계자 발표를 해야 좋은 뜻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데, 시간을 놓치면 애한테 좋을 게 뭐가 있어.”“동찬아, 유희 하나 때문에 네 아들 앞날까지 망칠 거야?”동찬은 유정란 품에서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우는 아이와 여전히 아무 답도 없는 핸드폰을 번갈아 봤다. 마음속에서 심한 갈등이 일었다.결국 힘없이 한숨을 내쉬고 마지막 메시지를 적어 보냈다. ‘유희야, 이번에는 네가 정말 너무했어.’동찬은 유정란에게 말했다. “가요. 들어가죠.”두 사람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말끔한 정장 차림의 여성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시원시원한 분위기의 여자는 고급스러운 선물 상자를 들고 있었다.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아직 시작 안 했지? 늦은 거 아니지? 동찬아, 미란 이모, 축하해요. 조카 선

  • 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제27화

    유희는 눈썹을 살짝 올리면서 전화를 받았다.혜미가 일부러 높인 목소리로 자랑하듯 말했다.[기사 봤어? 오늘 울남시 최고급 호텔인 리안호텔에서 우리 아들 장손 공식 발표 연회가 열려.][최동찬이 울남시에서 제일 크고 화려하게 하겠대. 이름 좀 있다는 사람은 전부 올 거야.][오늘부터 모두가 알게 되겠지. 내 아들이 최동찬의 정식 장남이고 앞으로 후계자가 될 아이라는 걸.] [나하고 최동찬 사이도 누구도 못 끊어. 우리는 앞으로도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 살 거야.]혜미의 도발을 들으며 유희는 거울 속 웨딩드레스 차림의 자신을 바라봤다. 어이없을 만큼 우스웠다.“오늘 같은 날 굳이 나를 건드리고 싶은 거야?”유희의 붉은 입술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최동찬은 내가 그 연회에 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내가 지금 바로 가면 행사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혜미가 발끈했다. [네가 감히!]유희는 조용히 웃었다.“네가 불편해지는 거라면 나는 기꺼이 갈 수 있는데...”“내가 안 가길 원하면 핸드폰에 대고 세 번 크게 말해. ‘나랑 최동찬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를 넘었다.’ 충분히 크게 말하면 생각해 볼게.”[송유희, 너!]혜미의 숨이 거칠어졌다. 이를 가는 소리까지 들릴 듯했다.유희는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셋 셀 동안 안 하면 바로 갈 거야. 하나, 둘, 셋...”[나랑 최동찬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를 넘었다! 나랑 최동찬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를 넘었다! 나랑 최동찬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를 넘었다!]전화기 너머 혜미의 목소리가 거의 무너졌다. [됐지?]유희가 웃었다. “녹음했어.”[송유희!!!]유희는 미련 없이 전화를 끊고 녹음 파일을 저장했다. 통쾌하고 차가운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옆에 있던 오성재가 웃으며 조용히 알렸다. “사모님, 결혼식 시작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이제 이동하셔야 합니다.”문이 열리고 같은 제복을 입은 직원 네 명이 공손하게 들어왔다. 무겁고 화려한 드레스 자락을 조심스럽게

  • 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제26화

    말을 마치자 동찬의 핸드폰이 연달아 진동했다.친한 지인들이 모인 단톡방이었다.[동찬아, 큰 소식! 최세호가 그렇게 못 잊던 첫사랑 지예라가 돌아왔대!][내가 뭐랬어. 예전에 최세호가 지예라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을 뻔했잖아.] [지예라가 떠난 뒤에는 여자라면 근처에 오는 것도 싫어하더니, 갑자기 결혼한다고 하면 신부는 뻔하지. 내가 장담하는데 지예라가 맞아.][오히려 잘됐네. 최세호는 몇 년 동안 약점 하나 없이 너를 누르고 최씨 집안에서 영향력도 계속 키웠잖아.] [이제 유일한 약점이 돌아왔으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 정신 바짝 차리고 기회 잡아.]동찬은 화면의 글자를 하나하나 뚫어지게 읽었다. 잔뜩 당겨 놓은 고무줄 같던 긴장감이 툭 끊어지듯 풀렸다.‘지예라였구나.’‘그래. 그 일을 왜 잊고 있었지.’‘최세호처럼 냉정한 사람이 결혼까지 받아들일 상대라면 지예라 말고 누가 있겠어?’‘유희는 역시 지예라 대신 드레스를 입어 본 것뿐이야.’동찬은 자신이 너무 흥분해 엉뚱한 생각까지 했다고 여겼다.길게 숨을 내쉬자 안도한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비서가 옆에서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대표님, 그럼 조사 건은...”“됐어.” 동찬이 손을 내저었다. 목소리도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오해한 거야. 더 알아볼 필요 없어.”혜미는 갑자기 편안해진 동찬을 보자, 속에서 질투가 더 짙어지는 것을 느꼈다.아이까지 낳았는데도 동찬은 여전히 유희에게 이렇게 흔들렸다. 이대로 두면 아들까지 동찬을 붙잡아 두지 못할 것 같았다.혜미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다시 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자기 문제를 치워 줄 사람은 김민뿐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번에도 들려온 것은 전원이 꺼져 있다는 기계적인 안내음이었다.“젠장.”혜미는 낮게 욕하며 손바닥에 손톱이 박히도록 주먹을 쥐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독사처럼 마음을 휘감았다....결혼식 당일.리안호텔 신부 대기실.커다란 통유리를 지난 햇빛이 방 안을 따뜻하고 환하게 채웠다.유희

  • 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제25화

    “너... 어떻게 내 다친 팔을...” 동찬의 목소리가 떨렸다.유희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만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내가 최세호와 결혼한다는 걸 못 믿겠어? 그럼 직접 물어봐.”동찬의 팔은 여전히 뼛속까지 쑤셨고 피가 손등을 타고 흘렀다.눈앞의 유희는 동찬이 알던 사람과 너무 달라져 있었다. 혼란과 상처가 뒤엉킨 채 동찬이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네가 대체 왜 이렇게 변했어? 형수가 내 아이 하나 낳아 준 게 전부잖아. 왜 끝도 없이 일을 키우는 거야? 언제까지 이럴 생각이야?”자기 말만 옳다고 믿는 동찬을 보고 있으니 유희는 지긋지긋했다.세호 쪽을 바라보니 통화가 끝난 듯 핸드폰을 내리고 있었다.‘잘됐네.’세호가 직접 말해 준다면 동찬도 더는 자기 멋대로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확실히 끝낼 수 있었다.따르릉-그때 동찬의 전화가 다급하게 울렸다.화면도 보지 않고 끊었지만 벨소리가 다시 이어졌다.동찬은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뭔데?”혜미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기가 이상해요. 설사하고 토하고 열이 41도까지 올랐어요! 왜 병원에 없는 거예요? 빨리 와요!]혜미의 목소리는 다급하게 떨리고 있었다.“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동찬은 습관처럼 유희에게 손을 뻗었다. “너도 일단 나랑 병원 가.”유희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한 번만 더 나한테 손을 대면, 이번에는 그 팔 진짜 다시 부러뜨려 줄 테니까.”동찬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깁스 안쪽의 통증이 유희가 빈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 줬다.동찬은 상처받았다는 표정으로 유희를 바라보다 결국 이를 악물었다.“유희야, 너 정말 너무 제멋대로야.”그 말을 남기고 동찬은 망설이지 않고 돌아섰다. 병원으로 가기 위해 빠르게 매장을 떠났다.유희는 다급하게 멀어지는 동찬의 뒷모습을 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바로 전까지 세호가 자신에게 화풀이할까 걱정된다고 떠들더니, 아이에게 일이 생겼다는 말 한마디에 유희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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