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찬은 의사들의 질문을 듣고 더욱 화가 났다. 그는 또 당시 은시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떠올리며, 즉시 그를 찔러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안세진 그 자식은 자신이 그렇게 체면이 깎이고 있는 와중에 영상까지 찍어서 진주 목걸이를 삼키라고 협박했다... 사실 그 놈의 위협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굳이 이 목걸이를 삼킬 정도의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개자식은 자신을 은시후를 도와주려고 했던 거 아닌가? 그리고 자신이 LCS 그룹에 있다고 해서 천하무적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 어이가 없군.. 그러자 공은찬은 화가 나서 의사들에게 소리쳤다. "물어야 하는 게 있고 묻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헛소리를 해댄다면 내가 당신들 다 죽여 버리겠습니다.”의사들은 그저 눈알만 굴리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공심 그룹의 공은찬은 공심 그룹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서열 2위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구급차는 쏜살같이 공심 병원으로 달려갔고,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공은찬을 CT실로 밀어 넣었다. CT를 통해 그들은 공은찬의 복부를 전방위로 촬영했고, 의사들은 그의 뱃속에 있는 진주 목걸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관건은 목걸이가 이미 장의 휘어진 부분에 걸려 버렸고, 이런 상황이라면 배변으로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진주 목걸이는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장에서 이미 많은 면적이 막혀 있는데 시간이 지나 음식물들이 장으로 들어왔을 때, 장폐색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의사들은 긴 상의 끝에 진주 목걸이를 즉시 수술해서 꺼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공은찬은 CT 결과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는 이럴 때 절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왕 이렇게 된 거면 빨리 수술을 준비하시죠?”라고 말했다.한 의사가 말했다. "도련님, 회장님하고 대표님 그리고 어머님께서 오고 계십니다. 조금 있으면 도착한
공심 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공심 그룹의 세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기회가 날 때마다 공심 그룹 가족에게 최대한 잘 보이기 위해 애썼다. 이 간호사 역시도 같은 족속이었는데, 오늘 공은찬의 눈에 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좋은 기회라니.. 아마 다른 건 몰라도 공은찬은 절대 자신을 푸대접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운이 좋아서 만약 공은찬의 아이를 임신하기라도 한다면..? 그 아이가 공심 병원이 주인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많은 연예인들이 부자들과 결혼하거나, 결혼 전에 아이를 가져서 결혼하는 건 다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위치를 더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것 아니겠는가..? 간호사는 이 말을 듣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애교를 부렸다. “아아~ 도련님~ 도련님이 무슨 생각을 하시던 간에.. 저는 도련님만 있으면 돼요~!”공은찬은 이 말을 듣자 갑자기 정욕이 강해졌고, 여자 간호사를 끌어당겨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그 진주 목걸이는 아직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별안간 병실 문이 열렸다..! 깜짝 놀란 공은찬은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다가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부모님을 포함한 공상연 회장, 그리고 할머니께서 문 앞에 서서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공은찬의 할머니는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곧이어 ‘아이고, 아이고!!’ 하는 할머니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공은찬은 황급히 옷을 입고 몸을 감싸며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ㄹ..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이 망나니 같은 놈!" 공은찬의 아버지 공영룡 대표는 욕설을 퍼 부으며 할머니를 부축했다.할머니를 부축할 때, 그녀는 고통스럽게 소리쳤다. "아이고! 나 꼬리뼈를 다친 것 같다! 의사 좀 불러 와라..”공 회장도 이 꼴을 보고 화가 나서 공은찬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그 간호사는 몸을 가린 채 억울한 듯 소리쳤다. "도련님!!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세요? 저는 제 남자친구를 배신하는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에요! 제 남자친구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데요..!”공은찬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너!! 남자친구가 있었어?!!”간호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남자친구와 몇 년을 사귄 사이예요.. 원래 올해 결혼할 예정이었는데, 이 일을 밝힌다면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 이 일은 제발 비밀로 해주세요..”공은찬은 이를 악물었고, 공영룡 대표는 어두운 얼굴로 간호사에게 말했다. "내가 몇 달치 월급은 주겠어. 하지만, 당장 여기서!!! 그리고 이 병원에서 나가!!”간호사는 자신에게 돈이 주어지자 감격에 겨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밖으로 뛰어나갔다. 조금 뒤, 의사 한 명이 달려와 바닥에 쓰러진 할머니를 진찰하기 시작했다.공 회장과 공 대표는 할머니를 모시고 나갔고, 공은찬의 엄마 권순화만을 공은찬의 병실에 남겨뒀다. 권순화는 화가 난 듯 아들을 바라보며 꾸짖었다. "너는 왜 이렇게 철이 없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어디서 그런 더러운 짓을.. 그것도 병원에서 하고 있어?! 지금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화가 나셨는지 알기나 하니?""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공은찬은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권순화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니.. 너는 네 할아버지가 혈통을 가장 중시한다는 걸 모르는 멍청이도 아니고.. 너희 공심 그룹의 남자 자식들 중 누가 아무 여자랑 침대에서 굴러먹다가 아이를 임신이라도 시킨다면, 영영 회장님의 용서를 받을 수 없을 거다. 너 셋째 삼촌의 막내 아들이랑 넷째 삼촌의 둘째 아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잖아!”공은찬은 그들이 밖에서 함부로 여자들을 임신시키는 바람에 공 회장에 의해 한국에서 쫓겨났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 두 사람은 모두 각자 해외에서 살고 있었고, 공심 그룹에 돌아올 자격이 없는 걸로 알고
그러자 공은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할머니를 만나보라는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권순화는 “빨리 못 일어나!? 서둘러라!”라며 아들을 다그쳤다.공은찬은 그제서야 서둘러 옷을 정리하고 일어섰다."그건 그렇고, 이번에 서울에는 왜 간 거야? 그리고 왜 바로 돌아왔어? 게다가 목걸이까지 삼켰다고 들었는데, 내가 이룸 그룹 송민정 대표에게 주라고 한 목걸이니? 대체 무슨 일이야?!”어머니의 질문에 공은찬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어머니.. 진짜.. 말도 마세요.. 이번에 이룸 그룹에 갔다가 은 선생이라고 불리는 병신을 만나는 바람에 내기에서 져서 이 꼴을 당했어요..”권순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은 선생?? 설마 LCS 그룹 사람이야? LCS 그룹은 우리가 건드릴 수 없는 거 잘 알고 있잖아!!”"LCS 그룹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굿 같은 거 하는 무당 같은 새끼였는데.. 이상한 약을 연마할 줄 아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룸 그룹 사람들이 다 미쳐서.. 그 약에 말이에요..”"그럼 이룸 그룹에게 혼사에 대해 말했어? 네 아버지는 네가 이 결혼을 통해서 할아버지께 깊은 인상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어머니.. 이룸 그룹은 사리분별도 못하고, 송민정 대표는 그 은 선생인가 뭔가를 계속 따라다니고 있어요! 그러니까 분명 둘이 한통속이 아닌지 심각하게 의심해봐야 할 정도라니까요..?!”“말도 안 돼!” 권순화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룸 그룹의 그 아가씨를 내가 뒷조사했는데, 아주 괜찮은 아가씨였어! 그리고 이렇게 많은 아가씨들이 있는데, 모두 그녀를 이길 수 없다고 난 자신할 수 있어. 그리고 어릴 때부터 연애를 하지 않았다고 했어.” 그러자 권순화는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솔직히 말하면, 얼마 전에 사립병원의 건강검진 기록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기록상으로는 아직 처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예?!" 공은찬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빛이 사나운 늑대 같아지며 번쩍였다.권순화는 낮은 목소리
"이럴 줄 알았으면 외국에서 공부할 때 송민정 대표와 확 사귀어 버리는 건데..” 공은찬은 짜증스럽게 말했다.“왜 그 때 안 사귄 건데?”"아휴.. 외국인 여자애가 절 좋다고 따라다니니까 어쩔 수 없었고, 저도 외국 여자애들이 한국 애들보다 훨씬 오픈 마인드이기도 하고, 나은 것 같아서 몇 년 동안 걔네들만 사귄 거죠 뭐.. 아 그런데 엄마, 제가 이번에 송민정 대표 앞에서 이렇게 크게 체면을 구겼는데.. 그래서 아마 저에 대한 인상이 별로 안 좋을 것 같아요 어쩌죠??”권순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번에 인상이 안 좋아졌다면 어떻게 만회할지 방법을 잘 생각해봐. 어차피 여자의 마음을 얻는 건 짧은 시간 안에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장기전을 각오해야 해. 그리고 10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고, 네가 계속 두드리면 안 넘어오겠어?”"아.. 그런데 의사가 수술 후에 15일 정도는 누워있어야 한다고 해서 당분간은 서울에 갈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어머니..?”"아들, 15일이 뭐가 그렇게 대수겠어? 송민정 양은 지금 20년 넘는 기간동안 싱글이었어~”공은찬은 그 말을 듣고 활짝 웃음 지었다. "역시~ 제 맘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건 어머니 밖에 없어요~ 어머니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네요~”권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참, 이번에 서울에 가서 여빈이는 만났니?”"어머니, 제가 여빈을 볼 겨를이 있었겠어요..? 진짜 서울 도착하자마자 이룸 그룹으로 갔다가 다시 곧바로 평택으로 내려왔는데요..”권순화는 "그럼 다음에 서울에 갈 때는 꼭 여빈이랑 만나 봐. 서울에 간 지 꽤 오래 되었는데도 아직 집에 안 들렀거든.”공은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엄마, 여빈이 왜 서울에 가서는 집에 오지도 않았어요?”"내가 듣기로는 얼마 전에 LCS 그룹이 서울에 있는 엠그란드 그룹이라는 회사를 사들였다고 하더라. LCS 그룹의 손자에게 경영을 맡긴 모양이던데, 네 외할아버지가 여빈에게 가서 LCS 그룹 도련님
재벌가들 간의 관계는 매우 복잡했다. 그들은 고대 시대의 귀족들처럼 서로 혼인을 맺을 정도로 자신들끼리의 친목과 교류를 중시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집안마다 아들과 딸이 있으면 결혼할 나이가 되면 혼인을 해야 했다. 그래야 더 많은 재산을 그들이 관리할 수 있을 테니까.. 재벌가의 눈높이가 워낙 높아 평범한 집안에서 사위나 며느리감을 고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벌가들은 레벨이 비슷한 상대를 물색했다. 그래서 다른 재벌가와 혼인하지 않는 재벌들은 거의 없었으며, 어떤 재벌가는 여러 재벌가들과 사돈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건 유럽의 왕실들과 비슷한데, 과거 유럽에서 왕과 여왕들은 서로 친인척 관계에 있었는데, 유럽 황실 전체가 오랜 기간 동안 결혼으로 형성된 거대한 대가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공은찬의 어머니 권순화는 네오플램 그룹의 딸이자 권여빈의 고모였다. 그녀는 35년 전 공은찬의 아버지 공영룡과 결혼했다. 처음에 공심 그룹과 네오플램 그룹이 혼담이 오갈 때, 네오플램 그룹은 심지어 공심 그룹보다 더 재산이 많았다. 하지만 근 몇 년 동안 네오플램 그룹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공심 그룹이 점점 성장세를 보이다 보니 두 집안 사이의 격차는 점차 벌어졌다. 하지만 공심 그룹의 공 회장과 노부인은 늘 권순화를 매우 아끼고 마음에 들어했는데, 이는 당시 권순화가 시집온 후 네오플램 그룹이 공심 그룹을 확실히 밀어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권순화는 공영룡에게 시집온 뒤, 세 딸을 낳고 네 번째에야 아들인 공은찬을 낳았다. 그 때문인지 공심 그룹 어르신들은 공은찬을 매우 좋아했다. 공은찬도 올해 28세로 30살이 가까워지자 권순화는 아들의 결혼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먼저 평택을 비롯한 경기도 내에 있는 재벌가들을 물색했지만, 만족할 만한 며느리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LH 그룹, LCS 그룹 등의 딸들을 며느리로 맞자니 그들의 몸값과 지위는 너무나도 높으며, 괜찮은 재벌가들에서는 모두 그들과 사돈을 맺기를 갈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심
공은찬의 할머니는 그 짧은 순간에 꼬리뼈를 다쳐서,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침대에 누워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녀가 계속 아픔을 호소하자, 주치의는 미네랄 주사와 진통제를 놓아주었다.공은찬은 부끄러워하며 어머니를 따라 할머니의 병실로 향했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아버지 공영룡이 다가와 손을 들어 매섭게 뺨을 한 대 때리며 소리쳤다. "이 망나니 같은 놈아!! 할머니께서 별일이 없으셔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넌 죽었어!”공은찬은 어려서부터 아버지께 매를 맞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갑자기 아빠에게 뺨을 맞자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할머니는 손자가 맞는 것을 보고 안쓰러워하며 입을 뗐다. "어휴~ 영룡아!! 아직 은찬이 어려서 그런 거겠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라도, 이해할 수는 있잖아?! 왜 애를 때리고 그래~”공 회장은 할머니만큼 이해심이 넓지 않았기에 공은찬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무리 젊어도 말이야.. 크흠.. 이미 다 큰 놈이, 자기 아랫도리 하나 제대로 간수 못하면 어디에 쓰겠어?”공은찬은 이 말을 듣자 두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는 아버지가 자신을 때리는 건 그렇게 두렵지 않았지만, 할아버지가 자신을 부정하는 말은 너무나도 두려웠다.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반대한다면, 그건 앞으로 그룹 내에서 자신의 지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공영룡은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하자 속으로 더욱 화가 나 아들의 뺨을 다시 한 번 더 후려갈기며 꾸짖었다. "아니, 이 머저리 같은 놈!!! 다시 한 번만 더 내 눈에 그런 꼴 띄어 봐라!!! 내가 다리를 분질러 버릴 거다!”공은찬은 양쪽 얼굴을 감쌌다. "할아버지, 아버지, 정말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게요..! 흑.."공 회장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나는 네 할머니와 같지 않다! 네 할머니는 손자들을 가장 사랑하지..! 하지만 나는 항상 원칙 대로 일한다. 만약 네가 다음에 또 이런 꼴을 보이면.. 그 때는 네 다른 삼촌들처럼
공은찬은 결국 수술 끝에 진주 목걸이를 장에서 꺼냈다. 15일 동안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 그이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병실에 얌전히 누워 있어야만 했다. 진통 수액은 계속 맞으면 속이 메스껍고 몸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수술 다음 날 이미 제거되었다. 그래서 그는 침대에서 계속되는 고통을 견디고 있었고, 고통이 심하면 심할수록 시후를 향한 원망과 분노가 커져갔다. 어서 하루라도 빨리 건강을 회복해서 서울로 가 시후를 찾아 결판을 내고, 시신을 토막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심 그룹 공은찬의 이름 석자에 먹칠하는 꼴이 아니겠는가?그러나 시후는 그를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내 유나의 고등학교 동창이 주말에 결혼하는데, 시후는 아내가 친구에게 웨딩카로 쓸 수 있도록 차를 빌려 달라는 부탁을 승낙했었다. 유나는 자신들이 가진 BMW를 빌려주자고 했지만, 시후는 생각해보니 차라리 다른 대표들에게 부탁하여 최고급 외제차를 빌려 달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후는 금요일에 진원호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난 번 킨텍스에서 구매한 부가티 에르메스와 람보르기니 베네노를 별장으로 좀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진원호 대표는 시후가 마침내 이 차 두 대를 사용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전담자를 배치하여 트레일러를 몰고 이 두 대의 차를 시후의 별장으로 보내주었다.한정판인 에르메스형 부가티와 람보르기니 베네노는 어디에 내놓아도 효율이 좋고 국내 보유 물량도 적어 서울 전체에서 웨딩카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차가 도착한 후, 청년재 같은 최고급 빌라에 주차해도 이 차는 쉽게 볼 수 없었기에 수많은 부자들이 군침을 흘리게 만들었다.윤우선은 갑자기 이 차 두 대가 자기 집 마당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 멍해졌다. 그녀는 차를 여러 번 둘러보고, 감탄하며 유나에게 물었다. “어휴~~~ 유나야~~ 이 차는 또 어떻게 된 거야? 대단하다 우리 딸~”“엄마, 이 차들은 시후 씨가 아는 대표님께 빌린 거예요. 제가 마침 내일 동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