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는 정말 좋은 해결책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김혜빈은 뭔가 좋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할머니, 그럼 우리 WS 그룹의 힘으로 김유나의 회사를 압박해보면 어때요?”"의미 없을 거다.” 신 회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유나는 엠그란드, 로이드, 천진 그룹과 모두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압박할 수 있겠어?”"그건 그렇네요.." 김혜빈은 속으로 화가 났다. 그녀는 줄곧 김유나와 비교되어 왔는데, 이건 늘 그녀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유나를 증오하도록 만든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은시후와의 이혼은커녕 이렇게 오랫동안 잘 살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것은 혜빈의 마음을 너무나도 힘들게 했다. 게다가 조금 전 은시후의 집 차고에 임현우도 사지 못했던 최고급 슈퍼카가 두 대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녀는 김유나가 더욱 더 소름 끼치도록 싫었다. 대체 왜 가난한 김유나는 자신보다 훨씬 더 좋은 삶을, 그리고 더 풍요로운 삶을 사는 걸까? 처음에는 그룹의 생사가 걸려 있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김익수와 결혼하라는 의견을 들었지만, 김익수는 자신을 이장명에게 팔았다... 그리고 이장명과 사귀게 되었을 때, 그녀는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와 함께 완전히 체면을 구기기만 했다. 이제 자신은 온통 웃음거리로 전락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욕을 해대며 비웃었는지 모른다.문제는 김혜빈이 이 모든 것이 바로 자신의 사촌 김유나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유나에 대해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누구보다 유나의 패배를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혜빈은 문득 신 회장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해주었다. "할머니! 제가 좋은 생각이 있어요! 우리가 할 수만 있다면 아마도 최 대표님이 매우 기뻐하실 걸요? 심지어 우리를 크게 칭찬하며 상을 줄지도 몰라요!”"뭐?? 무슨 계획이냐? 빨리 말해 봐라!!" 신 회장은 흥분한 표정으로 혜빈에게 물었다.김혜빈은 냉담한 표정으
김창곤이 지금 가장 극혐하는 건 자신을 두고 바람을 피운 아내 홍라연이 아니라, 바로 자신을 여러 번 모욕한 윤우선이었다! 윤우선의 테라스에 펼쳐진 수많은 종이들에 자신을 모욕하던 내용들을 생각하면 김창곤은 윤우선을 토막 내어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 종이들이 바람에 날릴 때마다 그는 마치 종이들이 자신의 뺨을 때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는 복수를 하려면 당연히 윤우선을 공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윤우선에게 복수를 하면 시후의 원한은 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잘못해서 은시후의 역린을 건드리는 셈이 될 것이고,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다! 최 대표 조차도 은시후에게 쉽게 손을 대지 못하니, 그들은 더더욱 쉽게 은시후를 건드릴 수 없다. 그래서 창곤의 제의는 단번에 온 가족의 찬성을 얻었다! 그동안 윤우선은 자신들을 조롱하고 비웃는데 온 힘을 다했다. 그래서 이 망할 여자는 이미 모든 가족들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윤우선을 잡아 자신들이 당했던 모욕을 고스란히 갚아준다면 한은 풀릴 것이다.그러자 김혜준이 물었다. "아버지,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으세요?”김창곤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윤우선을 패가망신 시키고 전 국민의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아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그년의 몸을 혜빈이 말한 것처럼 더럽히는 거야!”그러자 아들 혜준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버지!! 설마 직접.. 하시려는 건 아니겠죠?“김창곤은 이 말을 듣자 대로하여 아들의 뺨을 후려 갈겼다. "뭔 개소리야 이 자식아?!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내가 직접 해? 윤우선이랑? 미친 거 아니냐?” 사실 윤우선과 홍라연은 모두 원래는 꽤 반반하게 생긴 여성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둘 다 참담했다. 홍라연은 막 낙태를 한 터라 아직 건강이 다 낫지도 않았고, 그 전에는 남편에게 기절할 정도로 맞은 터라 몸이 정상이라고 할 수
다음 날 유나의 고등학교 동창 결혼식이 되었다. 시후와 유나 부부는 날이 밝자마자 한 사람씩 슈퍼카를 몰고 별장을 출발해 수원으로 향했다. 수원은 서울에서 40km 정도 떨어져 약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유나의 고등학교 동창 박나래는 결혼한 뒤 수원에서 살 예정이었기에 결혼식도 이곳에서 하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친구가 사는 곳에 도착했는데, 그녀의 본가가 적어도 20~30년은 되어 보이는 오래된 단층 아파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아파트는 6층을 넘지 않았고, 복도식으로 만들어져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페인트는 얼룩덜룩하고, 건물의 외벽에 생긴 균열도 한 눈에 보일 정도로 낡은 곳이었다. 아파트로 들어가는 골목은 너무 좁았고,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등이 불법주차 되어 있어 차를 타고 들어가기 힘들었다.시후는 부가티를 몰고 가다가 단지 입구를 한 번 살펴보더니 뒤에서 람보르기니를 타고 있는 아내 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여기 도로 상황이 너무 열악한데요? 이 차들이 차폭이 넓어서 아마 들어 가다가는 엄청난 스크래치가 생길지도 몰라요. 그러니 그냥 차를 주변에 넓은 공터에다 대놓고 들어갈까요?”"그래요. 그럼 먼저 차를 주차하면 제가 따라 갈게요.”시후는 차를 길가에 주차했고, 유나도 그의 뒤를 따라 차를 세웠다. 두 사람이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을 때, 사람들이 두 대의 최고급 슈퍼카를 보고는 잇달아 멈춰 서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대는 것이 보였다. 시후는 사실 자신의 차를 사람들에게 자랑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유나를 끌고 재빨리 건물을 향해 걸어 갔다. 다행히 두 사람이 준비를 위해 일찍 도착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사람들에 둘러 싸여 구경거리로 전락할 뻔했다.지금은 아침 7시 40분이었는데, 유나는 시후와 함께 걸으며 말했다. "고등학교 때 나래의 집에 한 번 왔었는데.. 그 때도 이곳에 살았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을 줄은 몰
이 말을 들은 시후는 유나에게 물었다. "왜요? 혹시 오늘 결혼식 하는 걸.. 설마.. 그냥 친한 친구들 몇몇에게만 알린 거예요?”"맞아요.. 먼저 저에게 도와 달라고 했고요, 아니면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다고.. 그래서 옛날 고등하교 친구들을 몇 명 더 찾아서 도와주고 싶었는데.. 그건 또 나래가 싫다고 해서..”시후는 "그 많은 친구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기 싫을 수도 있죠.. 이해할 수 있어요.."라며 안타까워 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렇게 슬픈 결혼식을 지금껏 본 적이 없어요.. 결혼식이라는 중요한 날에 친정과 시댁 양측 모두 신부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 말이에요..” 그러면서 유나는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사실 난.. 시후 씨와 결혼해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만약 내가 정말 부잣집 도련님과 결혼했다면 분명 시댁에서 날 못 살게 굴었을지도 몰라..”시후는 아내의 말에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유나는 아직 모른다, 자신이 결혼한 남자가 한국의 최고 재벌가 도련님이라는 것을...유나는 시후의 표정이 좀 안 좋아 보이자, 화가 난 줄 알고 급히 변명을 했다. "아~~ 아니에요! 시후 씨! 내 말은 다른 뜻은 없고, 그냥 시후 씨와 결혼한 것이 좋은 거라고 말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만약 내가 언젠가 부잣집 도련님이 된다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하하!!”"에이~ 그건 절대 불가능이죠~ 시후 씨는 고아니까, 부잣집 도련님일 리가 없어! 후훗!!”"아니,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말이에요~ 내가 진짜 부잣집 도련님이라면 어떻게 할 거예요?”“시후 씨가 정말 부잣집 도련님이라면 이혼할 거예요!! 후후후!!”시후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설마!!! 진심은 아니죠????”"꺄르륵!! 그냥 놀린 거죠~ 어서 가요. 이 건물이에요~ 그럼 올라가 볼까요?”시후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유나의 뒤를 따라 낡은 계단을 올랐다. 부부가 함께 계단을 올라 3층으로
그때 또 한 중년 남자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신랑이라는 놈도 참! 대~단하다 대~단해!! 신부 집안을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 애까지 임신시켜 놓고 예물을 한 푼도 안 줘?!! 이거 애 낳으라는 말이야? 아니면 그냥 애를 지우라는 말이야?! 하 참!!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어!!" 뒤이어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자식이랑 그 집안은 누나가 차라리 애를 지우는 걸 더 좋아할 걸요? 바라고 있을 거예요! 왜냐면 우리 누나를 무시하니까요! 늘 우리 누나가 그 집안에 빌붙어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잖아요?!" 그러더니 그는 분노한 듯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것이었다. “누나!!! 제발 정신 좀 차려~!!!! 왜 그런 거지 같은 놈에게 홀려서 결혼을 하겠다는 거야!!! 꼭 그 손 뭐시기인가한테 시집을 가야 해? 그 자식이랑 식구들은 정말 못됐어! 주변에 한 번 물어봐!! 누가 시집을 갈 때 남자가 아무것도 안 해 오냐고!! 아무리 그래도 반 반은 해온다! 아니면 집을 해오던가! 내 절친은 평범한 여자랑 결혼했는데도, 집은 자기가 마련해 왔어! 그리고 차도 샀고!! 그래서 내 친구 와이프는 떵떵거리면서 잘 살아! 그리고 들어보니까, 집을 살 때 그 친구 누나가 돈을 좀 빌려줬대! 그러니까 누나도 돈 좀 있는 사람과 결혼하면 우리 모두에게 좀 좋냐고!!!”"그래!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들이 다들 부끄럽지 않은 신랑을 찾아야지! 네 동생도 좀 생각해?! 네 남동생은 올해 스물다섯이야! 조만간 여친도 만나고, 결혼 준비도 해야 하는데, 요즘 여자애들은 얼마나 따지냐? 집이 있는지 차는 있는지.. 돈은 얼마나 버는지..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으면 누가 결혼하려고 하겠어?!”이때 한 여자의 억울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전 흥진 씨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고, 전 그와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지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뭐?!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중년 여자는 비웃었다. "그 개 같은 놈이 널 정말 사랑한다면, 어떻게 너
이때 위층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중년 여자는 매우 화가 난 듯했다. "내가 왜 너 같은 걸 낳았는지 모르겠어!! 내가 널 얼마나 힘들게 돈 벌어서 대학에 보낸 줄 알아?!! 그런데 지금 대학 졸업하고 얼마나 되었다고 결혼 전에 임신이나 하고! 진작에 네가 이렇게 양심 없는 년인 줄 알았으면 네가 태어났을 때 벌써 갖다 버렸다!이윽고 박나래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난 대학 다닐 때 학자금 대출을 받고 학교에 다니느라, 지금까지도 대출금을 갚고 있다고요! 그리고 사실 고3 졸업할 때 그랬잖아요 나 대학 안 갈 거라고!!! 그런데 대학을 제대로 안 다니면 시집도 못 간다고 엄마가 억지로 날 대학에 보낸 거잖아요. 흑흑.. 그런데 그렇게 억지로 대학에 입학 시키고서는 생활비, 학비 한 번이라도 보태준 적 있어요? 한 푼도 안 주겠다고 협박했잖아요!? 그리고, 졸업하자마자 빨리 결혼하는 것이 좋다면서요!! 그래야 더 가치 있다고요!! 사실 엄마는 날 그냥 방임했던 거예요! 날 제대로 도와준 적이라도 있어요?!!”중년 여인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어이고~ 이런 기집애 좀 보게?!! 널 낳아 준 게 네가 가장 감사해야 할 일이야! 감사할 줄은 모를 망정, 감히 어디서 이렇게 소리를 질러 대?” 그러자 눈물 젖은 나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라, 시시비비를 따지고 싶을 뿐이에요 엄마! 대학 다닐 때 4년이란 시간 동안 모든 생활비를 제가 알바를 해서 벌었고, 매일 그렇게 돈을 벌면서 수업까지 따라가려고 하니, 몸도 별로 안 좋고, 자주 아프고.. 그런데 또 알바비로 모든 걸 해결할 수가 없었다고요! 그 때 흥진 씨가 날 도와주지 않았다면 대학 졸업은커녕 전 그냥 병에 걸려서 죽었거나 아님 벌써 자살했을 거예요!! 흥진 씨는 저의 집안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나를 무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니 난 그가 저와 결혼하기를 원한다면 기꺼이 결혼하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단 한 푼의 예물도 없이도 난 그와 평생 함께
그러더니 은석에게 말했다. "아~ 은석아 이쪽은 내 남편 은시후 씨야.""예? 남편이요? 누나.. 결혼했어요?" 박은석은 놀라워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한 지 몇 년 됐어. 그런데 누나는? 집에 있어?”그러자 얼굴에 붉은 다섯 손가락 자국이 난 한 여성이 다가와 억지로 웃으며 "유나야, 왔구나!"라고 말했다.이 여성은 외모도 청순하고, 몸매도 좋았기에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스타일이었다. 다만 그녀의 표정은 오늘 결혼식을 하는 신부 같지 않게 어둡고 침울했다.그리고 안쪽 방에서는 또 중년 부부 한 쌍이 나왔다. 부부는 대략 50대 후반의 모습으로 보였고, 표정은 매우 냉혹했다. 두 사람은 유나를 보고 아들에게 물었다. "저 두 사람은 누구야? 뭐 하러 왔대?”그러자 나래는 "유나는 제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왔었는데, 아마 까먹으셨을 거예요.”라고 소개했다.유나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맞아요~ 그리고 이 분은 제 남편 은시후라고 합니다.”시후는 가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래의 어머니인 것으로 보이는 중년 부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두 사람이 왜 우리 집에 왔다는 거야?”나래는 "유나에게 식장까지 태워 달라고 부탁했어요."라고 말했다."뭐?!" 나래의 어머니는 이를 악물고 욕을 퍼부었다. "이 기집애가 정말?!! 진짜 그 개자식한테 시집갈 작정이야?!”나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완강하게 말했다. “결심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마음을 그렇게 쉽게 바꾸는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녀는 유나에게 말했다. "유나야~ 수고 많았지?! 이렇게 먼 길을 일부러 와줘서..”"에이~ 내가 뭘~ 친구가 부르면 언제든 올 수 있지~”나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리 지금 출발할까?”"좋아!"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잠깐!" 그 때, 사나운 얼굴을 한 나래의 아버지 박창남이 나래의 앞을 가로막으며 차갑게 말
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박창남이 밀대를 들고 유나의 친구를 협박하고 있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비아냥거림과 인신 공격, 욕설까지.. 왜 이런 것들을 자신이 듣고 있어야 하는 건지.. 유나와 자신은 어쨌든 친구를 도우러 온 것이지, 남의 가정사가 궁금해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시간을 끌기 싫어 바로 차를 몰고 결혼식장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상대의 부모와 동생 등 세 식구가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아내 유나와 나래를 모두 뒤에 두고 박창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버님, 지금 이렇게 하시는 게 모두 불법이라는 건 알고 계십니까? 자녀가 결혼하는 것에 대해 간섭하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옳지 않습니다. 도덕적으로는 인신공격을 하는 것이고, 딸을 돈 많은 집에 팔아 넘기려고 하는 건 형법에 어긋나겠죠.”박창남은 “넌 또 뭐야?? 우리 집안일이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널 내쫓기 전에 알아서 꺼져! 어디서 젊은 놈이 낄 곳 안 낄 곳 모르고 나대?!!”“하하.. 그럼 제가 오늘은 좀 힘들어서.. 먼저 가겠습니다?!” 시후는 웃으며 유나와 나래에게 말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어서 가죠. 그리고 만약 또 다시 누군가 길을 감히 가로막는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나래는 사실 지금 마음이 너무 급했다. 조금 더 지체하면 시댁이 준비한 호텔 결혼식에 늦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어머니께서 그나마 좋은 길일이라고 예약해 둔 것인데, 시간에 늦으면 분명 그녀를 더 못마땅해할 것이다! 사실 시어머니가 자신을 못마땅하게 보는 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나래는 더 이상 신랑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싫었다. 시어머니는 늘 자신을 무시하면서 신랑과 자신의 결혼을 필사적으로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남자친구는 계속 스트레스를 받자 나래에게 결혼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쉽게 결혼을 허락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