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는 여신이 강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옆에 있는 혜리를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유나의 눈에는 그저 혜리가 바로 최근 MZ 세대를 대표하는 연예인으로 보였고 이렇게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여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나는 혜리가 감히 자신의 남편을 사이에 두고 잠재적인 라이벌이 될 존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시후는 이제서야 마음을 놓았다. 그는 설아가 결승전을 치른 후에 몰래 은서의 아버지 고선우를 만날 작정이었다. 사실 이 만남은 바로 은서를 다시 만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고선우의 췌장암을 치료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의 절친이며, 오랫동안 묘소를 찾아 자신을 대신하여 부모님께 제사를 올려 주셨을 뿐만 아니라,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자신의 행방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 은혜는 자신이 직접,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후였다. 게다가 이 시간동안 중간중간 박상철을 만나 지금껏 자신과 얽힌 미스터리들을 풀 힌트를 얻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집을 떠나면 적어도 3~5일은 걸릴 것이다. 이 정도 시간 동안 집을 떠나 있으려면 유나에게 의심을 품게 만들 수도 있으니 가장 좋은 핑계는 바로 은서의 초대를 받아 그녀의 본가를 방문하고, 일을 처리해주는 것이다. 특히 은서가 아내 앞에서 직접 초청을 하면 은서가 톱스타 혜리라고 믿고 있는 아내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은서는 유나가 시원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웃음 지었다. "후훗~ 이렇게 사모님께서 시원~하게 대답하실 줄은 몰랐는데.. 혹시라도 동의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하하.. 혜리 씨, 제 남편의 능력을 인정해 주셔서 굉장히 기뻐요.. 그러니 제가 어떻게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만약 제 남편이 무엇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잘 이해해주시길 바라요..!”"어머~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후후훗!! 저는 은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은시후 씨의 능력을 매우 인정하거든요. 게다가 제 아버지와 우
은서는 싱긋 웃었다. "자, 그럼 제가 좀 앞에 있을게요. 그러면 사모님의 얼굴이 더 작고 예뻐 보일 거예요~”그리고 두 사람은 다정한 자매처럼 셀카를 한 장 찍었다. 촬영이 끝난 후 유나는 휴대폰을 들고 "혜리 씨.. 저.. 이 사진을 제 카톡 프로필 사진이나 인스타에 올려도 될까요?"라며 기뻐했다.유나는 허영심이 없는 여자였다. 시후가 처음에 BMW를 사줬는데도 그녀는 사진 한 장 올린 적이 없었고 스카이 가든에서 그녀의 결혼식을 한 번 더 해주었지만 결혼식 사진은 단 한 번도 SNS에 업로드 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후가 수십 억짜리 슈퍼카를 탈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여전히 친구들에게 사진 한 장 자랑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청년재와 같은 최고급 저택에 들어가서 살아도, 그녀는 친구들에게 자랑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유일하게 '자랑'이라고 한 번 업로드한 사진은 바로 얼마 전 남편 시후가 만들어준 채소밭이었다. 하지만 유나는 이번만큼은 정말 자신의 욕구를 억누를 수 없었다. 왜냐하면 ‘혜리’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이자 그녀의 우상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런 톱스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심지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이런 일이 과연 평생 몇 번이나 일어나겠는가..?정말 다행이도 유나는 혜리의 동의를 얻어냈다. "그럼요~ 물론이죠, 사모님 마음대로 하세요~"유나는 혜리의 동의를 얻어 기쁜 마음으로 감사를 표한 뒤, 자신의 인스타를 열어 사진을 업로드했다. 그녀는 인스타에 라고 게시물을 업로드 했다. 이 게시물을 업로드 되자 마자 수많은 사람들의 ‘좋아요’를 받았다... 유나가 지금껏 연을 맺고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교 친구들이었는데, 전국에서 모이는 친구들이다 보니 모두가 서울에 살고 있지는 않았다. 따라서 지방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이렇게 톱스타를 눈 앞에서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은서는 유나의 인스타 계정을 팔로우한 뒤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참, 은 선생님~ 그럼 우리 둘도 서로 팔로우 하죠? 후후훗?" 은서는 인스타 계정을 시후에게 보여주었다.시후는 휴대전화를 꺼내 그녀의 계정을 찾아 팔로우 할 수밖에 없었다.은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고 나서야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언제쯤 저희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실 건가요? 계획을 알려주시면 저도 미리 준비해 두려고요~”시후는 살짝 당황하며 "음.. 다음 주 정도로 하시죠..? 하지만 구체적인 시간은 아직 정할 수 없어서요."라고 답했다.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후훗? 그럼 은 선생님, 그럼 저희 아버지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시후는 갑자기 은서가 조금 전 자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과연 시후가 은서의 아버지를 만나면 시후를 가만히 둘 것이라고 생각하냐고.. 하아.. 아무래도 이 일을 생각하면 할 수록 은서의 아버지 고선우를 만날 면목이 없어지는 것 같다.시후가 은서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가톨릭 대학병원의 병실에는 이토 나나코와 그의 보좌관 다나카 고이치, 고바야시 그룹의 고바야시 지로가 꼼짝 않고 이토 나나코의 코치 야마모토 가즈키의 병상 양쪽에 서 있었다.병상에 누워 있는 야마모토 가즈키는 초췌해 보였다.의사는 조금 전 가즈키의 세 번째 전신 검사를 실시했지만, 그의 신경계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앞으로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가즈키의 이마에 피범벅으로 새겨진 글씨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나나코는 의사가 자신의 선생님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도록 가즈키의 이마를 덮어두기를 바랐지만, 가즈키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이화룡이 그의 이마에 남긴 이 추한 글자는 그의 생애 최대의 치욕이라 할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그의 생애에서 가장 깊은 교훈의 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은시후가 그를 때려눕히기 전까지 가즈키는 자신이 세계적인 무술 고수라고
"아니, 난 일본으로 갈 생각이 없다!!!" 가즈키는 머리를 살짝 흔드는 것 외에는 전신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고개는 저을 수 있었다. 그때 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내 상처와 부상은 아마도 의사의 실력으로는 고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곳보다 나을 거라는 확신도 없는 것이다! 나는 너의 스승으로서 너를 혼자 둘 수 없기도 하고 말이야. 나는 너와 함께 경기를 끝까지 마무리한 후 너와 함께 일본으로 돌아갈 거다! 알아 들었니?!”이토 나나코는 다급히 말했다. "스승님!!! 저는 어차피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할 겁니다! 오늘 시합이 끝난 후 진설아의 경기 비디오를 보았는데 그녀의 실력은 지난 번보다 훨씬 뛰어났어요. 심지어 저는 조안나를 만났어도 꽤 오래 싸워야 간신히 이길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진설아가 조안나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단 한 수 만에 그녀를 물리쳤어요! 즉 이런 실력이면 저는.. 이길 자신이 없어요..!”가즈키 역시 한숨을 쉬었다. "하아.. 나도 병원에서 진설아의 경기 생중계 영상을 봤다..! 확실히 실력이 매우 강해졌더군.. 마지막 경기 때보다 몇 배 이상 강해졌다고 할 수 있을 거다.. 나는 누군가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발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이건 내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이야..”나나코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은시후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요.. 지난 경기부터 코치를 했으니까요..”가즈키는 시후를 떠올렸다. "이 은시후라는 젊은이는 내가 봤을 때 정말 이 시대의 엄청난 무술 실력자야! 내면의 힘까지 수련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는 것이지..! 이런 무술 고수는 전설 속의 인물인 줄만 알았고, 사실 현대인들이 지어낸 거짓인 줄 알았는데..! 그를 보니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알겠다!”그러자 옆에서 고바야시 지로가 입을 열었다. "음.. 한국은 예로부터 체내에서 그 기운을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지, 어떻게 해야 폭발적으로 힘을 발산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나는 여전히 흥분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인스타 계정은 오늘 완전히 폭발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람들은 유나가 요즘 대세 여배우 혜리와 함께 사적인 자리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유나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흥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몇몇 친구들의 댓글에 답한 후, 그녀는 시후를 감탄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여보.. 오늘에서야 당신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혜리 같은 톱스타도 시후 씨의 능력을 좋아할 줄이야.. 사람들을 속이는 것 말고도 다른 기술이 있는 건 아니죠?”"유나 씨, 난 풍수를 보고 사람을 속인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다만 당신과 장인 장모님은 항상 내가 사람을 속인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풍수지리, 그리고 사주팔자 같은 건 우리 선조들이 남긴 지혜라고 생각하는데요 난..? 하하!”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요, 나도 풍수지리와 사주팔자가 우리 선조들이 남긴 하나의 문화 같은 것이라고 생각은 해요. 나도 풍수를 믿으니까요.. 다만 시후 씨가 그 풍수를 볼 줄 안다고 하는 걸 믿지 않을 뿐이죠...”시후는 입술을 살짝 내밀고 물었다. "아니~~ 왜 내가 풍수를 잘 볼 줄 안다고 하면 믿지 않는 거죠?”"내가 시후 씨를 아니까요! 시후 씨 말대로 당신은 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는데, 그런 곳에서 풍수 보는 법을 가르쳐주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보육원에서 나온 후부터 공사장에서 알바를 했고, 할아버지가 장가가라고 하셔서 바로 저와 결혼한 거잖아요? 그리고 나서도 몇 년 동안 집에서 집안일만 했지 풍수지리를 공부한 적도 없는 걸..?”시후는 웃음 지었다. "하하하.. 이건 연구의 문제죠~ 예전에 당신이 출근하고 집에 별 일이 없으면 난 풍수지라와 관련된 서적들을 찾아보고 연구를 많이 했어요. 원래 공부하는 게 다 그렇잖아요? 깊이 하면 할수록 보는 눈
시후는 난처한 듯 말했다. 그러자 은서는 화가 난 듯했다. 은서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화가 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원래 시후가 자신을 실망시켰다고 말하면서 이런 이야기로 따지고 싶지 않았는데.. 그저 몸이 안 좋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그저 관심을 바란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후가 자신에게 시후와 아내의 사이에 끼어들었다고 할 줄은 몰랐다. 이것은 정말 단번에 그녀의 마음속에서 분노를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오늘 유나와 같이 앉아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녀를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은서는 이미 굉장히 우울했다. 사실 시후와의 사이에 끼어든 건 자신이 아니라 시후의 아내 김유나야! 그런데 지금 시후는 본말을 전도하고 오히려 자신을 제3자라고 지칭하고 있기에 은서는 억울하고 화가 났던 것이다.그리고 은서는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그래서 화가 나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 오빠가 우리 집에 오면 나와 아버지가 지금까지 해 온 수십 권의 일기를 보여 줄게! 오빠가 실종된 날 이후로 한 편 한 편씩 우리가 썼던 거야! 만약 하루라도 일기가 빠져 있다면, 내가
시후는 유나에게 은서를 진찰하러 간다는 말을 하기 어려워서, 잠시 일이 있어서 도와주러 오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유나는 별 생각 없이 그에게 너무 늦게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당부하고 혼자 방으로 올라가 샤워를 했다.시후는 다시 차를 몰고 집을 나서 버킹엄 호텔로 갔다.이때 은서는 자신의 최고급 럭셔리 스위트룸에서 잔뜩 긴장한 채 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묵은 이 방은 버킹엄 호텔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당초 최우식 대표와 그의 아들 우신이 함께 이 방을 썼었다. 이곳은 버킹엄 호텔에서 규격이 가장 크고, 가장 비싸며 가장 호화로운 방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스위트룸에는 은서가 혼자 지내고 있었다. 그녀의 매니저 지우는 그녀의 옆방에서 지내고 있다.시후가 초인종을 울리자 얇은 가운을 입은 은서가 황급히 객실 문을 열어주었다. 은서는 시후가 문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생각 같지 않았다. "어머?! 아내를 두고 어린 시절 약혼녀를 돌봐 주러 올 의향이 있었어?”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속이 불편하다며? 내가 봐줄게.""흥!!!" 은서는 중얼거렸다. "그래 오빠도 양심은 좀 있구나? 어서 들어와~" 그리고 그녀는 몸을 옆으로 비켜 입구를 내줬다.시후는 내부로 걸음을 내디뎠는데, 그녀가 묵고 있는 객실이 놀라울 정도로 큰 것을 보고 물었다. "아니.. 이렇게 큰 방에 혼자 사는 게 무섭지 않아?”"무서워~ 그러니까 오빠~ 가지 말고 나와 함께 있어줘~”시후는 두어 번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아니.. 흠흠.. 크흠..! 결혼도 안 했고, 연예인이자 공인이니까 너도 행동을 조심해야지.. 만약 팬들이 네의 방에서 밤을 새운 남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매우 실망하지 않겠어?”“실망?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은서는 손사래를 쳤다. "사람들은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 온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내가 그를 찾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러니 만약 팬들이 오빠가 내 방에서 자고
결국 Koreana 엔터와 같은 수천억을 움직이는 대기업 엔터테인먼트 그룹은 그들이 원한다면 연예계의 절반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시후는 감탄하며 말했다. "오케이 오케이~ 그럼 이제 소파에 앉아. 내가 맥을 짚어 볼게..”은서는 그를 보고 놀라며 "정말.. 오빠가 병을 치료해 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물론이지! 내가 널 속인 줄 알아?"은서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아니.. 난 오빠가 나를 진찰해 준다는 핑계로 한밤중에 날 보러 달려온 줄 알았지!!!”"뭐어..?" 시후는 놀라 침을 잘못 삼키고 켈록켈록 기침을 해댔다. “나는 그렇게 개방적이지 않다 은서야!”은서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흥! 또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내가 하나 말해줄까? 나 이렇게 컸지만, 오빠 외에 다른 남자 아이돌이나 배우들의 손 한 번 잡아본 적이 없어! 아마도 오빠가 지금 솔로였다면.. 만약 오빠가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해도, 꼭 허락할 거라고는 말할 수 없어. 적어도 최소한의 수습 기간이 필요해. 오빠가 내 시험을 무사히 통과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오빠가 쓰레기가 되었을 수도 있잖아? 그러니 결혼하기 싫을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왜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 하는 거야..?”"오빠!! 내가 하려는 시험이 어떤 것일지 알기나 해?? 예를 들어 줄게~? 오빠가 택시 운전기사야. 나는 어플로 예약을 했어. 그럼 오빠는 나를 기다려야 하잖아? 절대로 다른 예약을 받을 수 없는 거지~ 하지만 비록 나는 오빠의 택시를 예약했지만, 꼭 오빠의 차를 타야 할 필요는 없는 거야. 나는 다른 차로 바꿀 수 있다는 거지!"시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어휴.. 됐어 됐어.. 자 일단 네 위경련부터 처리하자~ 속이 안 좋다며? 자, 어서 치료하고 나는 빨리 집에 가련다. 아내가 집에서 자라고 했거든.”은서는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오빠~!!!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려는 거지?”"아니야~~ 나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