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곧이어 김창곤은 신 회장을 모시고 먼저 들어왔다. 그리고 뒤이어 김혜준과 김혜빈이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신 회장은 비싼 밍크 가죽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온 얼굴이 반질반질 윤기가 흘렀고, 말할 수 없이 기쁜 표정이었다. WS 그룹이 다시 태어난 이후로 신 회장은 매일 신바람이 나서 얼굴이 점점 좋아졌고, 마치 회춘단을 먹은 것 같이 혈색도 좋아졌다. 집에 들어선 신 회장은 입을 열었다. "오호호호, 오송 그룹이 요즘 사업이 잘 안 된다고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 전에 받은 프로젝트가 있으니, 앞으로 1년에 적어도 2천만 달러 정도 이윤을 낼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다. 호호호홋!"김창곤은 옆에서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엄마, 이게 다 보는 눈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어머니께서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셨다면, 우리 그룹도 다시 태어날 기회가 없었을 거예요.”신 회장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늘 나르시시스트였고, 권력욕도 강해서 남에게 아부 받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있던 홍라연은 이 말을 듣고 언짢아져서 구시렁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 망할 노친네가 저렇게 뻔뻔하기는..?! WS 그룹이 이렇게 된 것이 자기 공로라고..? 그건 다 최우식 대표가 도와줘서 그런 거지. 그리고 애초에 최우식 대표가 먼저 사람을 보내 나를 구해주었고, 그 뒤에 내가 너희들을 구치소에서 꺼내 줬는데!”홍라연의 말을 듣지 못한 신 회장은 싱글벙글 웃으며 거실로 와서는 홍라연이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홍라연!! 지금 하라는 요리는 안 하고 소파에 앉아서 뭐하고 있는 거니..? 여기가 네가 앉을 자리야?!”그러자 홍라연은 일어서서 화를 내며 소리쳤다. "어머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이 집안 사람인데, 소파에 앉을 자격도 없는 거예요?”"그래 맞아! 너는 소파에 앉을 자격도 없어! 이 집에서, 너는 그냥 하
홍라연은 신 회장에 대한 분노를 가득 품은 채, 가족들의 뒤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신 회장은 식탁의 상석에 앉아 홍라연이 만든 음식들을 보고 불만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음식이야??! 제대로 된 음식이 하나도 없잖아!! 이렇게 나이가 많은 내가 이런 걸 먹고 어떻게 몸보신을 하겠니?”그러자 홍라연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머님, 저를 탓하시면 안 되죠. 집의 돈은 모두 어머님이 가지고 계시잖아요? 제가 돈이 어디에 있다고 고기 반찬을 만들어요?”"어휴!! 며느리라는 게 맨날 말대답이나 하고 변명이나 찾지!!! 내가 주는 돈이면 삼계탕이나 오리고기도 할 수 있어!! 마트에 가면 얼마 하지도 않는데 그게 뭐가 돈이 들어?! 쯧쯧..!!”홍라연은 화가 나서 열심히 말대꾸를 해댔다. "어머님, 다섯 식구가 밥을 먹는데 생활비를 안 주시면 어쩔 수 없죠!! 저도 웬만큼 오랫동안 살림을 한 사람이라 어느 정도는 아껴서 쓸 수 있어요! 그래도 어머님께서 꼭 오늘 고기 반찬이 있어야 한다면 다음 번 식사에는 아무것도 못 먹고 굶는 거죠! 흥!!”그러자 신 회장은 홍라연을 노려보았다. "생활비를 주는 건 문제없지만, 정확하게 나에게 청구해야 할 거다! 앞으로 장을 볼 때마다 영수증을 가지고 와서 청구하도록 해!"홍라연은 신 회장이 정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 얼마 되지도 않는 채소값을 시어머니와 정산해야 할 것을 생각하자 홍라연은 약간 혐오감까지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래요, 어머님이 귀찮지 않으시다면 앞으로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영수증을 보여드릴게요.”신 회장은 비꼬며 웃었다. "호호! 그런 게 어떻게 귀찮냐? 나는 요즘 혈기 왕성하다!”홍라연은 그녀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고, 그릇에 음식을 덜어 온 듯 밥을 먹었다.옆에 있던 김혜빈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음식을 먹다가 신 회장에게 말했다. "할머니,
김혜빈은 "할머니, 그런 짝퉁으로 무슨 체면을 세워요..?"라며 울먹였다. “할머니.. 저 이제 총.괄.상.무. 라니까요? 밖에 나가서 사람들 만나는데 짝퉁을 들고 다니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얼마나 쪽팔려요??”신 회장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네가 뭘 알아! 네가 정말 귀티가 난다면 아무리 짝퉁을 메더라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모두 진품으로 보일 거야. 하지만, 네가 만약 천하다면, 아무리 진품을 들고 다닌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가짜로 보이는 거야! WS 그룹은 이제서야 재정비를 하여 다시 태어났다! 그러니 외부인의 눈에는 네가 굉장히 부유해 보일 것이고, 아무리 짝퉁을 메고 다니더라도, 아무도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다!”"할머니, 아무리 그래도 WS 그룹의 상무 이사인데, 손녀인 것을 봐서라도 그냥 천만 원만 지원해주시면 안 돼요?”신 회장은 콧방귀를 뀌었다. "수작 부리지 마! 천만 원이 어디 땅 파면 나오는 돈인 줄 아니? 내가 100만 원은 지원해주마!”김혜빈은 너무나도 우울했지만 백만 원이라도 할머니에게 달라고 하지 않는다면, 한 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알겠어요..”신 회장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엄숙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WS 그룹을 다시 정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심지어 WS 그룹을 예전의 전성기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거야! 그러니 너희들은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해! 절대 쾌락주의적인 생각을 하지도 말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 친아들, 친손자라도 집안에서 내쫓아버릴 것이다! 알겠어?”김창곤, 김혜준, 김혜빈은 그들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모두의 마음은 답답했지만 감히 반대 의사를 내비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이구동성으로 "알겠어요.."라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신 회장은 비로소 만족한 듯 손을 저었다. "그래 이제, 밥이나 어서 먹자! 나중에 또 회사에 가서 바쁘게 일해야 할 거니까!"모두들 속수무책으로 고개를
김창곤은 여전히 윤우선을 증오하고 있었다. 윤우선이 테라스에 걸어 둔 장식물들을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우선은 틈 날 때마다 계속해서 인터넷에서 새로운 장식품들을 샀고, 이제는 합쳐서 30여 개의 장식품들이 걸려 있었다..! 김창곤은 매일 테라스로 들락날락할 때마다 시후의 집이 보였기 때문에 바람에 펄럭이는 장식물들이 매번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윤우선의 비아냥거림을 생각하면 윤우선에 대한 증오가 사라지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는 기회를 봐서 윤우선을 처리하고, 시후에게도 많은 손해를 끼치게 만들어 최우식 대표가 만족하도록 하고 싶었지만, 윤우선이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있으며 나가지 않으니 손을 쓸 기회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윤우선의 다리의 석고를 뜯었으니 분명 성격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달려 나올 것이다. 윤우선이 밖으로 자주 외출하기만 하면, 그녀를 밖에서 상대할 기회는 분명히 생길 것이다!윤우선을 처리하겠다는 말에, 신 회장도 흥이 났는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망할 윤우선, 하루 종일 날뛰지!! 지난 번 구치소에서 두 다리를 다 부러뜨려 한을 풀었어야 했다!”옆에서 김혜빈이 다급하게 말했다. “할머니, 그럼 이번에 두 다리를 박살 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맞아요, 할머니!" 김혜준도 흥분해서 불쑥 끼어들었다. "두 다리를 부러뜨려 버려요! 나도 그 인간을 혐오한 지 오래라고요!”신 회장은 김창곤을 보고 입을 열었다. "창곤아, 요즘 윤우선이 계속 널 모욕하고, WS 그룹까지 모두 모욕 하고 있어.. 그러니 넌 확실한 계획을 세워서 저년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엄마! 걱정 마세요! 저도 그년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집에서 점심을 먹은 시후는 이화룡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몰고 그를 데리고 개 사육장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시후는 내일 일본으로 출국해 이치로 제약의 모든 일을 서둘러 정리할 계획이었다. 이치로 제약을 손에
시후와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면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지분 90%를 넘겨줘야 하지만, 이 사육장에 남아 일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시후는 사육장에 도착한 뒤 이화룡에게 "고바야시 이치로와 고바야시 지로를 모두 데려와요."라고 분부했다."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이화룡이 즉시 대답한 뒤 분부를 내리자, 곧 부하 몇 명이 작업복을 입은 고바야시 이치로와 고바야시 지로 형제를 각각 데리고 왔다.두 사람은 입구에서 만나자마자, 이치로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동생 지로를 걷어차서 날려버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 나쁜 자식!! 또 감히 내 앞에 나타나?”지로는 발길질을 당하여 땅에 엎어지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형과 맞붙어 싸우려 했다. 그리고 "이 개자식아!! 내가 널 죽여 버릴 거야!!”라며 욕을 해댔다."그래 고바야시 지로! 누가 먼저 죽이는지 보자. 내가 한 주먹에 네 머리통을 때려 부숴버릴 거야!!”그러자 이화룡의 부하들은 급히 두 사람을 떼어놓으면서 제압했고, 그들 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무슨 짓이야!! 다들 얌전히 있어! 아니면 이따가 너희 둘 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만들어 버린다..?”그러자 두 사람은 갑자기 당황했고, 차례로 방으로 안내되었다.시후는 큰 의자에 앉아 두 형제를 즐겁게 바라보며 웃었다. "두 분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두 사람은 시후를 보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 무릎을 꿇었고, 이치로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 "드디어 오셨군요! 요 며칠 동안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일본에 가서 제가 우리 제약 회사의 지분 90%를 양도할 것입니다."그러자 지로는 황급히 "은 선생님, 이 망나니를 믿지 마십시오. 이 자식은 천성적으로 성격이 글러 먹어서 전혀 좋은 인간이 아닙니다! 그러니 저를 데려가 주세요! 일본으로 데려가 주시면 제가 지분의 95%를 드리겠습니다!"그러자 이치로는 "지로, 이 친형도 모해하는 짐승아, 내가 뭐라고??!"라며 미친듯이 욕설을 퍼부었다.지로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후
이치로는 시후가 내일 자신을 일본으로 데려간다는 이야기를 듣자 기쁨에 가슴이 뭉클해졌지만, 이내 긴장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시후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다들 제가 아버지를 죽인 줄 알고 있고, 또 제가 죽은 줄 알고 있는데.. 갑자기 돌아가면 이치로 제약의 상속이 어렵지 않을까요..?”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건 별 거 아닌데..? 그리고는 시후가 이화룡에게 말했다. "이화룡 씨, 카메라를 준비해서 아버지를 독살한 것은 지로 자신이고, 이걸 형에게 뒤집어 씌워 현상금을 걸었고 고바야시 제약의 독점을 노린 것이라고 영상을 찍어주세요.”지로는 이 말을 듣자 하늘이 무너진 듯 울부짖었다. "은 선생님!!!!!! 제발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제 형이 잘 못하면 저를 대신해서 데리고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제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고 밝히라니!! 그럼 제가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어요?”시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냉담하게 말했다. "뭐가 두려워서 그런 거죠? 어차피 형제가 각각 책임지고 죄를 인정하는 영상을 찍으면, 형이 권력을 잡으면 당신이 책임을 지는 것이고 당신이 권력을 잡으면 형이 책임지니, 완벽한 계획이 아닌가요?”고바야시 지로와 고바야시 이치로 모두 절망에 가득 차 있었다. 이건 정말 두 사람 모두를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의 생사는 모두 시후의 손에 달려 있고, 만약 그와 맞서 싸운다면, 아마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될 것이라는 걸.. 그래서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이화룡이 준비한 옆방으로 들어가서 영상을 촬영했다.시후는 그동안 한미정의 아들 폴에게 전화를 걸어 "폴, 요즘 바빠요?”라고 다짜고짜 물었다.폴은 "은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라고 바삐 말했다."전에 말했던 일 말인데요.. 저랑 같이 일본에 가서 고바야시 제약 주식 양도 문제를 처리하고 관련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러자 이화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문제없지요 은 선생님! 저 이화룡은 뭐든 은 선생님의 분부대로 할 겁니다!"시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안세진에게 말했다. "안세진 부장님, 이화룡 씨와 함께 스미스 로펌의 변호사 폴, 고바야시 제약의 고바야시 이치로 씨까지 함께 갈 겁니다. 그러니 비행기 좌석 등 서류 처리를 좀 부탁드려요.”"네 도련님! 잘 준비하겠습니다."이때, 이치로와 지로도 영상을 녹화한 뒤, 이화룡의 손에 끌려 돌아왔다.시후는 두 사람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치로 씨는 오늘 푹 쉬세요. 내일 이화룡 씨가 공항까지 데리고 갈 겁니다. 하지만 미리 경고해 두자면.. 일본에 도착했을 때, 당신의 홈구장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감히 제 말을 흘려듣고 딴 생각을 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이치로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은 선생님, 안심하세요. 그럴 일은 없습니다..!”시후는 다시 지로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고바야시 지로, 당신은 여기에서 가만히 지내세요. 이화룡 씨의 부하들이 잘 먹고 잘 마시게 해 줄 테니까요. 남은 시간 동안은 형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잘못이 일어나도록 기도하세요. 혹시 알아요? 일본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을지?”이치로는 이 말을 듣고 놀라서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은 선생님, 그럴 일 없습니다!! 저는 절대로 어떤 일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니까요! 지로 이 개자식아! 넌 이번 생에 이 개 농장을 떠날 기회가 없을 거야!”고바야시 지로는 화가 나서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하지만, 지금 이치로가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자신은 이제 스페어 타이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스페어 타이어는 무엇인가? 사용 중인 타이어에 문제가 없고, 공기가 새거나, 펑크가 나지 않으면 영원히 사용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는 형에 대한 분노와 미움이 더욱 커졌다. 여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만 없었다면, 그는 지금 당장 달려들어 이치로의 목을 졸라 죽여
고바야시 제약은 일본에 여러 곳에 생산 기지를 가지고 있었다. 본사는 도쿄에 있지만, 도쿄 외에도 요코하마, 오사카, 나고야 등 여러 도시에 약품 생산 라인이 있었던 것이다. 고바야시 제약은 얼마 전 오사카에 거액을 투자해서 아시아 최대 바이오 제약 생산기지를 건설한 바 있었다.시후가 이번에 일본에 갈 때, 고바야시 제약과 주식 양도 계약을 체결하고 주식 변경 양도를 완료하는 것 외에도 구현 제약의 이학수 대표를 데리고 생산 기지를 살펴볼 생각이었다. 이학수는 현재 구현제약의 사장이자 책임자이기 때문에, 시후가 고바야시 제약의 지분을 얻게 되면 당분간 이학수가 고바야시 제약의 전체 생산라인을 관리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후는 때가 되면, 박상철 집사에게 고바야시 제약을 넘겨주고 이학수 대표에게는 국내 사업만 집중하게 하여 구현제약의 규모를 계속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그래서 시후와 안세진은 여행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일행들과 함께 내일 아침에 먼저 도쿄로 비행기를 타고 갈 것이고 안세진은 도쿄에 있는 부하들에게 미리 연락하여 현지에서 일행들을 잘 접대하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행 내내 그들과 동행할 호송대가 준비될 것이다. 도쿄에서 일을 마무리 지으면 차를 몰고 도쿄를 출발해 서쪽에 있는 요코하마로 향할 것이다. 요코하마는 도쿄 근처에 있고, 거리가 멀지 않아 차로 가면 100km도 채 안되는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 요코하마를 돌아보고 나고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사카로 향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답사지인 오사카에서 일이 끝나면, 곧바로 오사카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갈 것이다.이 지역들을 모두 차를 타고 가는 이유는 각 도시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오사카까지는 500㎞ 남짓한 거리로 비행기로는 한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고, 중간에 요코하마와 나고야가 있기 때문에, 사실 비행기를 타면 훨씬 편하기는 하다. 그러나, 시후가 일본 지도를 한참동안 들여본 결과 일본의 나고야에서 오사카까지 고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