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장비로 뒤덮인 이들은 검은 모자, 검은 가운, 검은 신발에 심지어 손에도 검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이 검은색의 장비들은 일반적인 검은 옷감과 매우 달라 보였는데, 평범한 옷감은 그저 검은 색으로 염색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옷감은 마치 어두운 밤하늘처럼 굉장히 어두컴컴했다. 사실 이 장비들은 빛의 굴절률이 극히 낮은 암흑 소재를 사용한 것이었다. 리뎀션 오브 베니티라는 전시품에 사용된 이 어두운 색은 MIT 공대 연구진이 발명한 것으로 지구에서 가장 어두운 색인 ‘만타블랙’보다 더 어둡다. 게다가 가시광선을 99.995% 흡수하는 물질로 인류가 지금까지 만든 물질 중 가장 검은 물질이었다.옷이 이 재료로 코팅되어 있으니 지금처럼 깊은 밤에는 육안으로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에, 은닉에 능한 닌자들에게 이런 첨단 소재는 그야말로 축복이며 이런 옷을 입으면 그들의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었다.한 남자가 "리더, 아까 그 자식이 차에 오르기 전에 1초 동안 멈췄잖아요.. 망원경으로 보니 우리 쪽을 살짝 보던 것 같은데.. 혹시 들키진 않았겠죠?"라고 입을 열었다.형이라고 불린 검은 옷의 남자는 냉소하며 물었다. "뭔 개소리야!? 직선거리는 800m가 넘고, 심지어 대부분 저격총의 유효사거리도 넘었어. 그리고 우리 위치가 저 자식보다 30m 정도 높은데 어떻게 발견할 수 있겠어?”"그래!" 맨 왼쪽에 있던 사내도 입을 열었다. “그 자식은 싸움 좀 한다는 놈일 뿐, 한국에서는 고수라고 불릴 지 몰라도 기껏해야 전투력이 강한 것이니 이렇게 멀리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 없을 거다.”그러자 처음 질문한 사내가 다시 물었다. "형, 그런데 대표님께서는 우리 더러 손을 대라고 하지 않았는데.. 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하는 거지?”"둘째와 내가 동력 패러글라이딩으로 차량 행렬을 따라갈 테니, 너희 둘은 차를 끌고 무전기로 내 이야기를 들어.”그러자 나머지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동의했다. 곧이어 리더와
검은 무음 패러글라이딩 2개가 200m 상공에서 빠르게 비행하고 있었다. 이 무음 패러글라이딩은 리튬이온 배터리로 전기엔진을 구동하기 때문에 연료 엔진이 작동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 없다. 패러글라이딩의 팬 리프 면은 매우 세심하게 설계되어 고속주행 시 공기소음도 적었다. 인간의 능력에서 부족한 실력을, 장비로 보완하는 것도 일본 닌자의 일관된 발전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일찍이 일본 닌자들은 온갖 종류의 장비들을 만들었는데, 분신술을 연마할 뿐만 아니라 화학에도 정통했다. TV에서 닌자가 땅바닥에 뭔가를 던지면 순식간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연기가 자취를 감추면 사람도 사라지는 건 허구의 장면이 아니라 역사에 실재한 것이었다. 고대 닌자들이 사용했던 그런 공은 사실 재래식 방법으로 만든 연막탄과 섬광탄이 혼합된 도구라고 할 수 있었다. 폭발할 때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강한 빛은 상대의 시각을 잠시 실명하게 하고, 연기는 퇴각할 때 완벽한 엄호 도구이기 때문에 상대의 시각이 회복되고 연기가 다 흩어질 때쯤이면 닌자는 이미 사라지는 것이다.사실, 그들은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닌자는 카멜레온처럼 주변 환경에 따라 자신의 행적을 가장 잘 숨기기 때문이다. 표적이 도망갔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 그들은 들보에 숨어 있거나 표적의 뒤, 물 속에 숨어있기도 한다. 그들은 평소에 독침을 불 때 사용하는 가느다란 대나무 막대기로 물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 현대 닌자는 과학기술적 성과를 인술에 접목시켜 더 좋은 은닉 능력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그들이 착용한 복장에 있는 암흑 물질, 패러글라이딩은 모두 그들의 현대적 도구이기 때문이다.패러글라이더에 타고 있던 두 사람은 무선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말했다. "리더, 거리를 좀 조절해 볼까요? 상대방이 우리를 눈치채지 못하도록."“말도 안 돼. 지금 우리의 고도는 200m이니 직선거리에서 거의 1km나 된다. 이 정도 거리에서는 그들은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고 단서도 알아차리
닌자 리더는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불가리 호텔이 바로 시후가 묵고 있는 펜트하우스 건물 맞은편에 있는 것을 보고 조직원들에게 명령했다. "우리는 불가리 호텔의 옥상에 내려와 상대방을 감시할 것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아래층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 몸을 숨긴다. 먼저 목표를 철저히 감시해!"무전기에서 곧바로 "네, 리더!"이라는 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커먼 패러글라이딩 두 개가 천천히 고도를 낮추더니 불가리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착지하자마자 리더는 다카하시 히데요시의 아버지 다카하시 마모치에게 전화를 걸었다.다카하시 마모치는 병원에 있었고, 장남 다카하시 히데요시는 양팔 강판 삽입 수술을 받고 수술을 마친 뒤 석고 깁스를 하고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마모치는 상대방의 전화를 받고 "덴바야시 선생,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덴바야시 선생으로 불린 이는 바로 이 네 명의 닌자 중 리더를 맡고 있다. 그의 이름은 덴바야시 마사테츠(腾林正哲)이며, 덴바야시 가문은 일본 닌자술의 4대 명문 중의 하나이다. 일본 닌자술의 발전 과정에서 덴바야시 야츠타케(腾林保武)라는 이름을 가진 이는 이 닌자술이라고 불리는 인술을 집대성한 사람이었다. 이 덴바야시 야츠타케는 한때 일본 최고 가문이었던 도쿠가와 가문의 명사(名士)였다. 그는 서기 1676년 《만천집해(萬川集海)》라는 저서를 썼는데, 여기에는 한중일의 역대 명장 고수의 무학의 정수가 배합되어 있고, 한국의 《안국병법》, 중국의 《손자병법》, 《태공병법》 등이 참고되어 후에 닌자의 백과사전으로 추앙되었다. 그 이후로 덴바야시 가문은 일본 최고의 닌자술 가문으로 거듭났다.그리고 덴바야시 마사테츠는 덴바야시 가문의 후계자이다. 일본에서 닌자는 항상 최고의 가문과 함께 살아왔고, 전국시대 일본의 대가족과 막부 밑에서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 닌자가 많이 있었다. 현대에 들어 닌자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지만, 진정한 닌자 고수들은 모두 최고의 대가족, 재벌가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는 닌자
지금 이 시각 도쿄 불가리 호텔.이곳은 도쿄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 중 하나이다. 소민지와 소지빈은 이 호텔에 묵고 있다. 두 사람은 여기서 가장 비싼 방에 숙박하고 있었고, 두 사람의 객실은 바로 옆 호실로 붙어 있으며 통창으로 되어 아름다운 도쿄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소민지는 샤워를 마친 후 짧은 단발 머리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기에 머리를 빗으로 빗어 넘겼다. 사실 이런 올백머리 스타일을 했지만, 그녀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남다른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소민지는 자신의 몸에 남은 물기를 깨끗하게 닦은 뒤 집에서 가져온 실크 가운으로 갈아입고, 와인 한 잔을 들고 커다란 통창으로 향했다.그녀는 유리창 옆에 놓인 리클라이너에 살짝 누워 창밖의 야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시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의 오만하고 안하무인한 모습을 생각하니 또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가 한 모든 일이 무고한 한국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소민지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올랐다. 사실 이국에 있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능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을 원했다. 그렇기에 만약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이 괴롭힘을 당할 때 남을 위해 나서는 것은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짐작해볼 때 그는 확실히 깡이 있는 사람이기는 했지만 미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실력이 좋으니, 미쳐도 나쁠 것은 없지만..생각에 잠겨 있던 중, 그녀의 핸드폰에 갑자기 카톡 메시지가 한 통 도착했다. 열어보니 오빠가 보낸 링크였다. 이어서 그는 민지는 링크를 열었고, 시후의 영상이 이미 천만 뷰를 돌파하고 2천만 뷰를 향해 가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일본만 해도 인구 수가 1억2000여만 명이 넘는데, 이미 15%가 넘는 일본인이 이 동영상을 본 것이 아닌가..
그녀의 가운은 브이넥의 민소매로 혼자 있을 때는 방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지만 노출이 좀 있어서 가려야 했기 때문이다.화상회의가 연결되자 소수도는 영상에서 "지빈아, 민지야, 호텔에 도착했니?”라고 물었다."네." 소민지와 소지빈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다카하시 그룹과는 어떻게 되었어? 미팅은 했고?”"아직이요. 오늘 저녁 호텔 회의실에서 협력 의사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다카하시 그룹에 작은 사고가 생겨서요. 아들인 다카하시 히데요시 씨가 다치는 바람에 아버지 다카하시 마모치 회장이 함께 병원에 간 걸로 알고 있어요.”소수도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그럼 협력에는 영향이 없고?”"다카하시 히데요시 씨가 행인에게 맞았어요. 하지만, 이번 사건은 우연한 해프닝이어서 협력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아요.”"그럼 다행이고.. 일단 두 사람 모두 두 그룹의 배경을 잘 알아본 다음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골라야 할 거다.” 그러자 소수도는 잔혹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반드시 실력이 가장 강하고, 늑대 같은 본성을 가진 그룹을 찾아 협력해야 해. 다카하시 그룹이든 이토 그룹이든 우리가 그 중 한 곳을 선택하면, 우리는 그들과 손을 잡고 남은 그룹은 없애 버릴 거다!”그러자 소민지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빠, 우리가 어느 한 곳을 택하면 협력에만 집중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굳이 남은 그룹과 맞서 싸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오늘 너희 할아버지를 만나러 다녀왔다. 그런데 들어보니 LCS 그룹 역시도 해상 운송과 관련된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하더구나.. 그러니 만약 우리가 다카하시 그룹을 선택한다면, 그들은 분명 남아 있는 이토 그룹과 연합하겠지.. 만약 우리의 선택이 반대라도 마찬가지일 거다. 할아버지는 만약 우리가 다카하시 그룹을 선택한다면 다카하시 그룹과 손을 잡고 이토 그룹을 제거할 것이고, 만약 우리가 이토 그룹을 선택했다면 이토 그룹과 연합하여 다카하시 그룹을 하라는 뜻이었어.. 결국 L
소 회장의 생각은 그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소 회장의 아버지는 당시 전쟁에 참전했다. 전쟁터는 쇼핑몰과 달리 늘 필사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그의 비즈니스 철학은 매우 간단했다. 라는 것!이토 그룹과 다카하시 그룹에서 하나를 고르면, 남은 하나를 해치우자는 것은 소 회장의 눈에는 이런 상황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바다로 나갈 때 두 척의 배가 있지만 한 척만 있으면 될 때.. 보통 사람은 마음에 드는 한 척을 골라 배에 올라 출항할 것이다.총명한 사람은 상세한 연구를 거쳐 종합 성능이 가장 강한 배를 선택할 것이고, 총명하지만 독한 사람은 종합적으로 성능이 가장 뛰어난 한 척을 선택한 다음, 출항하기 전에 남은 한 척을 가라앉힐 것이다. 단순히 한 척만 골라 탈 경우 남은 한 척은 자신에게 큰 복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경쟁자가 그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 자신에게 숨은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니, 한 척을 골라 타면 남은 한 척을 가라앉혀야 상대가 자신을 따라잡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그때가 되면 상대는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탄식할 수밖에 없고, 자신들에게 한참 뒤처질 것이다. 이런 사고 방식은 단순하고 거칠지만 매우 효과적이기는 했다.소수도, 심지어 소지빈과 소민지까지.. 아이들은 모두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났으며, 평화로운 시대에서 적응하고 살다 보면, 점차 기성세대의 패기를 잃게 된다. 하지만, 소수도가 소 회장의 생각을 말하자 딸 민지는 가장 먼저 반응을 해왔다. "아버지, 할아버지의 이 전략은 정말 훌륭한 것 같아요! 이것은 LCS 그룹이 나아갈 길을 미리 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우리의 영향력도 증대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다카하시 그룹과 이토 그룹은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을 선택하든 다른 하나를 포기하면 굉장히 아까울 텐데.. 만약 그 중 하나를 포섭하고 합세하여 다른 하나를 삼키면, 더할 나
그리고 이 그림자는 바로 다카하시 가문의 닌자 덴바야시 마사테츠였다.마사테츠가 마침 불가리 호텔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다카하시 마모치 회장은 소지빈을 감시해 달라고 요청했고, 협상을 앞둔 갑과 을의 위치에서 상대방의 카드와 저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비즈니스 협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이것은 포커 테이블 판과 같다. 다른 사람과 결탁할 때 상대방의 패를 알면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니, 그 패가 상대방을 이길 수 없어도 미리 빠져나갈 수 있다. 만약 상대방의 패를 안다면, 상대방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이고 상대방이 작은 패를 가지고 일부러 기세를 부리고 허세를 부린다고 해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 분명히 가장 큰 수의 카드를 가지고 있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상대방의 카드를 추측할 수 없고 심리적으로도 압박을 받기 때문에, 상대방의 허세에 놀라 일찍 게임을 그만두기 때문이다.그래서 다카하시 마사토시는 엘에이치 그룹의 비장의 카드를 보고 싶어 했다. 마사테츠가 녹음을 보내자 그는 이 녹취록을 듣고 놀라 진땀을 흘렸다. 엘에이치 그룹이 가진 비장의 카드는 좋은 카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소 회장의 전략이 바로 다카하시 그룹을 선택하면 이토 그룹을 죽이고, 이토 그룹을 선택하면 다카하시 그룹을 죽일 것이라니..? 다카하시 마모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의자에 혼자 앉아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엘에이치 그룹의 소 회장 그 늙은이, 그야말로 망할 짐승 같은 놈이었군..! 솔직히.. 나는 이토 그룹과 이렇게 오랫동안 싸웠지만, 상대방을 제거할 생각은 없었어. 그를 밟고 이길 수 있으면 충분하니까.. 그런데 이 소 회장 이 양반이 이렇게까지 모질게 굴다니.. 경쟁자의 퇴로를 끊기 위해 우리 그룹을, 혹은 이토 그룹을 제거 한다고..? 더 중요한 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다카하시 마모치가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을 때, 양팔에 깁스를 한 아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지켜보던 다카하시의 심장은 찢어질 것 같이 아파왔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아들을 다치게 한 상놈을 토막 내고 싶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엘에이치 그룹과 협력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가 엘에이치 그룹과 이토 그룹이 협력이라도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감히 이 시점에서 어떤 잘못된 선택도 하고 싶지 않았다.다행히도 덴바야시 마사테츠가 아들을 이렇게 만든 놈을 찾아냈고, 이제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을 것이고 그를 죽이는 건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었다.다카하시 히데요시는 양팔에 국소 마취를 해서 의식은 멀쩡했고, 아버지가 자신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자 가슴이 뭉클하고 억울해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제가 불효자입니다..! 이렇게 걱정을 하게 만들다니.. 정말 죄송합니다..!”그러자 마모치는 손사래를 치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번 일은 네 탓도 아니야. 이틀 동안 푹 쉬다가. 상태가 안정되면 집에 데려가마.”히데요시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자식은 늘 밖에서 다치고 나서야 가정의 따뜻함을 깨닫게 된다. 지금 히데요시는 집에 가서 아픈 상처를 치료하고 싶을 뿐이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마모치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 "회장님, 이토 유키히코 회장이 꽃과 과일 바구니를 보내와 위로를 드린다고 연락 왔습니다.""이토 유키히코?!" 다카하시 마모치는 이 이름을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그는 "이 개자식!! 내가 이토 유키히코 그 개놈에 대해 알고 있는데, 지금 꽃과 과일 바구니를 보내온 건 틀림없이 나를 비웃으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 번 한국에서 딸이 중상을 입고 귀국해 도쿄에서 치료를 받았을 때 내가 꽃과 과일바구니를 보내 그 자식을 비웃었는데.. 이렇게 빠르게 내가 비웃음 당할 줄이야!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