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소이연의 계획은 나머지 동료들과 함께 오사카로 간 다음 개인 비행기를 몰아 오사카에서 모두 함께 김해 공항으로 들어간 뒤, 창원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재 도쿄 경찰청에서는 자신을 비롯한 다른 엘에이치 그룹 관련자들을 잡지 못하고 있었고 기간이 길어진다면, 분명히 출국 기록들을 샅샅이 뒤지며 조사할 것이었다. 결국 그렇게 되면 오사카에서 김해로 가는 직항 노선은 도쿄 경찰청의 눈에 가장 의심스러운 대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소이연은 함께 한 동료들과 모두 도쿄에서 오사카 공항으로 간 다음 먼저 울릉도 공항으로 잠시 경유하기로 결정했다.일본 정부는 자국 관련 항공편만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론상 일본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들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울릉도에 도착한 후에 김해로 간다면, 이 항공편은 국내선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일본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따라서 일본에서도 자신들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사라지게 될 것이었다.소이연은 전화가 도청당할 만한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VIP 라운지에서 주변 5미터 이내에 아무도 없는 구석을 택해서 전화를 하고 있었고, 일부러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었다. 그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방금 자신이 말한 음량으로는 3미터 이내에 있는 사람이라도 들을 수 없을 것이었다. 그 사람과 불과 1미터 거리에 있지 않는 한.. 게다가 소이연은 너무 민감한 정보는 노출시키지 않았다. 그저 먼저 울릉도로 간 뒤, 나중에 창원으로 가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낮은 목소리로 전화했지만,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시후가 이것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은 예상하지 못했다.시후는 그녀의 말을 듣고 바로 이 여성이 분명 엘에이치 그룹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도쿄 전체가 출국 통제를 엄격하게 하고 있는 것은 엘에이치 그룹이 마츠모토 요시토의 집안을 멸족 시켜버린 일 때문이었다. 그러니 지금 일본을 떠나려고
항공 정보 자체는 기밀이 아니고, 심지어 개인 항공기의 항로 역시도 공항 직원과 공항의 운항 시스템으로부터 숨길 수 없다. 그래서 안세진은 빠르게 정보를 찾아 시후에게 보냈다. 안세진이 시후에게 보낸 정보에 따르면, 오늘 밤 오사카에서 울릉도로 가는 개인 비행기는 모두 4대라고 했다. 이 중 두 대는 승객을 태울 수 없는 소형 관용기이고 10명 안팎의 승객을 실어 나른다고 했다. 엘에이치 그룹의 무술 고수들의 수가 많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이 이런 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시후는 이 두 항공기는 걸러 내기로 했다. 나머지 두 대는 모두 에어버스를 개조한 개인 비행기인데, 개조된 좌석의 수는 모두 40~50개였다. 그래서 시후는 오늘 밤 엘에이치 그룹 인원들이 탄 비행기가 이 두 개의 비행기 중 하나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래서 그는 안세진에게 두 비행기의 자료를 자세히 조사하도록 요청했다. 이 두 비행기는 모두 울릉도에 등록되어 있었는데, 그 중 한 대는 국내의 한 개인 항공사의 명의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한 고급 여행사를 위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비행기는 어제, 김포 공항에서 40명의 여행객들을 태워왔으며, 오늘은 다른 여행객들을 태우고 다시 김포로 들어가는 스케쥴이었다. 또 다른 한 대는 경남에 있는 대형 부동산 업체의 명의로 되어 있었으며, 항공기는 오늘 다른 스케쥴이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운항 스케쥴이 변경되었고, 오사카에서 울릉도로 가는 항로로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시후는 이 변경사항을 보자마자, 마지막 비행기가 바로 엘에이치 그룹에서 준비한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 때, 시후는 갑자기 입꼬리에 차가운 웃음을 한 웃음을 머금고 잔인한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그는 안세진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린 뒤 입가에 계속해서 웃음을 머금고 자신의 자리에서 눈을 살짝 감고 잠이 들었다. 20분 뒤, 그의 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등석 승객들의, 우선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해당 승
소이연은 시후의 행동을 비웃었지만, 시후의 이런 모습으로 인해 그에 대한 경계심을 살짝 완화했다. 이어 그녀는 시후에게 다가왔고,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소이연은 내색하지 않고 시후를 곁눈질로 살짝 훑어보았다. 이건 시후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조심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딜 가나, 가장 먼저 주변을 탐색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래야 더 많은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먼저 시후를 관찰한 결과, 그가 정말 잘 생겼고 외모도 매우 마음에 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저 가끔 자기 자신을 쳐다볼 때 그 직접적인 눈빛이 좀 보기 불편할 뿐.. 그러자 소이연은 얼굴을 돌려 시후를 바라보며 웃으며 물었다. "혹시 서울에 사세요?”소이연은 엘에이치 그룹의 이 여성 킬러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말을 걸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기에, 마침 일부러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 제가 서울에 사는 건 어떻게 아셨죠..? 제가 인천으로 바로 가는 것도 아닌데..?”그러자 소이연은 빙긋 웃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음.. 일본 남성들과 한국 남성들이 꽤 차이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일본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눈썹을 다듬고, 헤어스타일과 스타일도 한국인들과는 좀 다르니까요. 그런데 당신은.. 뭐랄까.. 서울에 사는 젊은 남자들에게서 나는 특유의 세련됨이 있네요.”그러자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아가씨는 관찰력이 꽤 뛰어나시네요..?”그러자 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다시 질문했다. “혹시 한남동 주변에 살고 계신가요?”“주변에 살기는 하죠..?”"오? 그래요??" 소이연은 눈썹을 살짝 치켜 뜨더니 웃으며 말했다. "한남동.. 정말 좋은 곳이죠.. 돈 많은 사람들도 많이 살고.. 참, 그럼 오송 그룹도 잘 알고 계시겠네요?” 소이연은 오랜 실전 경험이 있는 숙련된 전문가이고, 시후가 자신을 소개하는 것을 듣고,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려고 했다. 그녀는 만약 옆에
그러나 소이연은 시후가 알고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 정말 알고 싶었다..! 그래서 소이연은 대체 무엇이 더 놀라운 사실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에, 마음속의 혐오감을 억누르고 몸을 그에게로 살짝 다가가서는 차갑게 말했다. “얼른 말해봐요!”그러자 시후도 일부러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귀에 대고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말했다. "얼마 전, 최우식 대표의 처남이요.. 남두산이라고.. 그리고 그와 함께 죽임을 당한 그의 아내, 그리고 그 인간의 패거리들이 깡패 집단들과 연루되어 있던 모양인데.. 그들이 다 살해당했다고 하더라고요?!”소이연은 즉시 시후 쪽에서 몸을 거둬들였고, 시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 일이요?! 그건 예전에 영상으로 인터넷에서 돌아다녔잖아요? 그걸 모르는 사람이 또 있나?”그러자 시후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 그래요? 나는 모르는 줄 알았지..?”소이연은 불쾌한 눈으로 시후를 노려보았다. 그녀가 보기에 시후가 조금 전 이 일을 핑계로 자신에게 뭔가 다가와 이익을 얻으려고 한 것 같아 보이는데.. 하지만 다행히 시후는 딱히 큰 이득을 얻지 못한 것 같았고, 그래서 소이연도 화를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을 통해 소이연은 시후에 대한 경계심이 더 낮아졌다.시후는 소이연이 말을 멈추자 먼저 다시 물었다. "그럼 그 쪽은 어디서 오셨어요? 나는 어디 출신인지 추측까지 당하고 다 이야기했는데.. 그럼 당신도 말해줘야죠!”소이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이 말했다고 나도 말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에이~~ 너무 그렇게 차갑게 굴지 말아요~ 당신처럼 아름다운 여성은 많이 웃어야죠~ 웃으면 훨씬 예뻐 보일 텐데..”그러자 소이연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약간의 불쾌함을 느꼈다. "죄송하지만 난 좀 쉬어야겠어요.” 그리고는 눈을 감아 버렸다.시후는 또 옆에서 물었다. "당신은, 오사카에 왜 왔어요? 오사카로 놀러 온 거예요? 아니면.. 오사카에서 집으로 귀국하는 건가..?”그러자 다시 눈을
곧 비행기는 도쿄공항에서 이륙했다. 한 시간 후, 비행기는 정확한 시각에 오사카 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관례에 따라 일등석 손님이 먼저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었다.소이연은 아무런 짐도 없었고,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좌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가 멈추자마자 바로 일어나 바로 해치로 갔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소이연은 걸음을 내디뎠고,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서둘렀다. 엘에이치 그룹에서 준비한 비행기는 30분 후에 이륙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서둘러 관용기 터미널로 가서 다시 보안 검사를 거쳐야 개인용 비행기 격납고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적 항공기와 일반 항공편의 운항 절차가 다른데, 일반 항공편을 위한 터미널은 일반 공항 여객 서비스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사적 항공기 또는 공무용 관용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일괄적으로 관용기 터미널에서 보안 절차를 거쳐 탑승하게 된다.시후가 캐리어를 들고 기내를 빠져나왔을 때, 긴 도착 통로에서는 이미 소이연의 그림자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후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흐음.. 이렇게 급하게 귀국하고 싶다고..? 그래.. 돌아가고 싶어 안달할수록 나는 널 돌려보내 줄 생각이 없어 지는 걸?’ 이 생각에 그는 관용기 터미널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안세진에게 카톡을 보냈다. 시후가 관용기 터미널에 도착해서 보안 검사를 무사히 통과했을 때, 안세진은 터미널에서 오래 전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를 보자 그는 곧장 다가와 속삭였다. "도련님, 다른 사람들은 이미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카톡에서 말씀하신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은 조금 전에 보았고요. 조금 전에 보안 검사를 통과하자마자 셔틀버스를 타고 12번 플랫폼으로 갔습니다. 그 안에 주차된 비행기가 바로 도련님께서 찾으시
그러자 기장은 곧바로 기내 안내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12번 플랫폼에서 출발한 비행기 뒤에 줄을 서라는 관제탑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지금 오사카 공항에는 줄을 서서 출발을 대기하는 비행기가 비교적 많이 있습니다. 40분 정도 뒤에 출발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시후는 자신이 탄 비행기가 엘에이치 그룹이 준비한 비행기 뒤에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안세진에게 말했다. "그럼 조종석으로 가시죠.”안세진은 서둘러 시후의 뒤를 따라 다소 좁은 조종석 안으로 함께 들어갔다.안세진이 들어오자 그는 기장에게 물었다. "울릉도행 비행기는 어디 있습니까?”기장은 옆 격납고에서 비행기가 막 나와 제자리에서 선회하고 있는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저 비행기입니다.”안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행기가 제자리에서 선회한 뒤 활주로 쪽으로 미끄러져 가는 것을 보고 기장에게 말했다. “그럼 저 비행기를 따라가 주십시오!”기장은 즉시 엔진 추력을 높였고, 비행기는 곧 엘에이치 그룹의 비행기를 뒤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앞쪽에 있는 비행기의 날개가 가벼운 진동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것을 보자, 시후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지금 엘에이치 그룹이 준비한 비행기 내부에는 50명 정도 되는 엘에이치 그룹의 무술 고수들이 앉아있었다. 한 중년 남성이 맨 앞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소이연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보스, 이번 작전은 보스의 지휘 아래 정말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것 같습니다! 마츠모토 요시토의 가족들을 모두 죽여버리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피해가 하나도 없었죠! 게다가 이번에 이렇게 성공적으로 철수하게 되었으니.. 우리 비행기가 이 땅에서 이륙하여 울릉도에 도착만 한다면, 일본 자식들은 우리를 더 이상 쫓을 수 없을 겁니다!”다른 사람들도 이 말을 듣고 급히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리더! 이번에 보스의 리더십이 굉장히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아마 창원으로 돌아가면, 대표님은 반드
이 순간 비행기 안에 있던 50여 명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이 비행기는 곧 이륙할 예정이었고 모두들 일본을 떠난 뒤 국내로 돌아가 엄청난 보상을 받을 생각에 들떠 있었다. 소이연은 이미 전화로 소수도의 칭찬까지 연거푸 받지 않았던가..? 누가 이렇게 상황이 급변할 줄 알았겠는가..?!십여 대의 일본 자위대 헬기와, 30여 대의 바퀴식 장갑차가 소이연과 동료들이 탄 비행기를 겹겹이 에워쌌다.일본 자위대는 사실 일본 군대로, 일본이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패전한 나라는 군대를 가질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자위대라는 형태로 바뀌어 운영될 뿐이었다. 사실 이름은 자위대라고 하고 있지만, 그들의 장비와 훈련 기준은 정규군에 준할 정도이다. 엘에이치 그룹의 사람들은 매우 강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무술을 연마한 사람들일 뿐이고, 결국 그들의 주먹과 발놀림은 군인들의 총포 앞에서는 그야말로 어린아이들의 소꿉장난과 같을 것이었다. 더구나 지금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일본 자위대는 모두 특수 훈련을 거친 대테러 특전사일 뿐 아니라, 인원도 많기에 공중과 지상을 합치면 최소 수 백명은 될 것이었다. 이들은 거의 일본 자위대의 최정상인 존재였다..! 게다가 그들의 장비는 매우 훌륭해서, 미리 사전에 철저하게 포위망을 깔아 놓았으니, 엘에이치 그룹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쉽게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조금 전 까지만 해도 평온했던 소이연도 이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일본 자위대가 우리를 발견한 거지..?! 누가 정보를 흘린 거야..?!”그들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을 뿐, 누가 소문을 흘렸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끝장이라는 것을..! 가뜩이나 이번에 도쿄에서 벌어진 몇 차례의 잔혹한 범죄 때문에 일본 정부와 도쿄 경찰청은 엘에이치 그룹을 뼛속까지 극도로 혐오하고 있었고, 어떤
갑자기, 외부에서 다시 한 번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여기는 일본 자위대!! 당장 모든 해치를 열어! 그렇지 않으면 우리 특수대원들이 직접 공격하겠다!!”기장은 이때 조종석에서 뛰쳐나오며 초조하게 말했다. "밖에서 해치를 열라고 합니다! 열지 않으면 공격하겠다는데요?!”그러자 기내도 어수선해지며 혼란에 빠졌다..! 이 고수들은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당황했고, 어떤 이들은 당황해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파리처럼 왔다 갔다 하며 이곳을 탈출할 방법을 찾으려 했다..! 50여 명의 사람들이 마치 유리병 속에 갇힌 바퀴벌레처럼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소이연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녀는 일단 해치를 열면 항복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마츠모토 그룹의 참사로 인해 일본 전체가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니 만약 그녀가 모두를 데리고 투항한다면, 일본 정부는 분명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며, 가능한 가장 엄한 방법으로 그들을 벌할 것이다...! 하지만, 항복하지 않으면 결과는 더욱 참담할 것인데..왜냐하면 전 세계 특전사들은 반테러 작전을 시행할 때 거의 비슷한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먼저 방향성 폭탄으로 문과 창문을 폭파한 뒤, 섬광탄과 최루탄을 실내에 투하한다. 섬광탄은 순간적으로 강렬한 빛을 방출해 일시적으로 눈을 멀게 하고, 시력을 잃으면 자신을 방어할 수 없게 된다..! 최루탄은 더욱 강력한 타격 무기이다..! 일단 최루탄의 가스를 맡게 되면, 기침을 끊임없이 하며 전투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그 뿐만이 아니라 눈에도 굉장한 자극을 주고 눈물을 엄청나게 분비 시켜 시각을 더욱 파괴한다..! 섬광탄과 최루가스가 번갈아 몇 차례 사용된다면 아마도 특전사가 쳐들어오기도 전에 안에 있던 사람들은 스스로 버티지 못하고 기어나가 항복할 것이다! 절망에 사로잡힌 채 수화기 너머로 소이연은 소수도에게 물었다. "대표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어떡해야 하나..?” 소수도의 힘없는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소수도는 지금 가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