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김상곤이 이미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 버렸다는 것을 깨닫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침실로 돌아갔다.침실로 들어갔을 때, 유나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연보라색으로 끈 나시 원피스로 갈아입었다.그녀에게서는 온 몸을 나른하게 만드는 향긋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고, 어깨와 팔목은 보드랍고 매끄러워 보였다. 그녀의 몸은 끈 민소매로는 모두 가려지지 않았기에, 뽀얗고 아름다운 등도 살짝 살짝 드러났다. 그녀를 본 시후는 목구멍으로 침을 꼴딱 삼키며, 시선을 유나에게서 떼지 못했다.유나가 침대에 옆으로 눕자, 매미 날개처럼 얇은 잠옷 때문에 아름다운 몸매가 드러났다. 치맛자락은 허벅지를 덮고 있었고, 두 다리는 살짝 엇갈린 채로 가지런히 놓여있었다.유나는 남편의 뜨거운 눈빛 때문에 볼이 살짝 붉어지며, 급히 말했다. "흠흠.. 여보 왜 그렇게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예요? 매일 보는 얼굴이고.. 별로 예쁜 것도 없는데…”시후는 무슨 소리냐는 듯 웃으며 답했다. "이렇게 예쁘게 생겨가지고.. 하하.. 나는 당신 얼굴을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다고요!!”유나는 귀여운 표정으로 시후를 살짝 째려보았지만, 아름다운 눈동자는 이전까지 시후를 보던 눈빛과는 살짝 다른 빛깔로 반짝였다.사실 오늘 그녀는 시후의 싸움 실력에 놀랐다. 그냥 시후는 풍수지리를 좀 볼 줄 알아서 사람들에게서 조금 인정을 받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오늘 남편의 모습은 정말 평소에 보지 못하던 모습이었던 것이다. 남편이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게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절친의 목숨까지 구할 수 있다니.. 이건 정말 보통이 아닌 일이었다!그리고 유나는 참지 못하고 "시후 씨, 나에게 말해 봐요. 어떻게 이렇게 강해진 거예요?? 그 무섭고 유명하다는 신사쌍파조차 당신의 상대가 안 되었잖아요!"라고 물었다."이건 비밀이라서.. 당신이 내 입술에 뽀뽀 한 번만 해주면, 바로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유나는 “흥!! 무슨 소리예요??”라며 얼
다음 날 아침 일찍 유나는 서둘러 작업실로 향했고, 그녀와 함께 집을 나선 시후는 자가용을 몰고 시장에 장을 보러 나갔다.유나는 요즘에 작업실 일에 전념하고 있어 고생이 심했다. 그 때문에 시후는 특별히 고영양 메뉴를 준비해 유나가 몸보신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장보기가 끝나자, 시후는 채소 시장에서 나왔다. 그 때 저 멀리서 여빈의 모습이 보였다."시후 씨!!" 여빈은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표정으로 시후를 불렀다. 시후는 그를 보고 놀라며 말했다. “어? 여빈 씨가 왜 여기에 있는 거죠??!!”여빈은 시후를 보며 우물우물 말했다"아...... 글쎄요..? 그게.. 아....아니에요. 나...나는..."시후는 어리둥절해하며, "천천히 말해요, 혹시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죠???"여빈은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었지만, 사실 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유나의 집 앞에서 기다리며, 줄곧 시후를 따라다니고 있었다.여빈은 용기를 내어 붉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저... 그게 어제 절 살려 주셔서 감사하다고요.. 그래서.. 용기 내서 여기까지 찾아온 거예요..”"아.. 제가 당신을 구한 건 유나 씨 친구니까 당연히 그런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까지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그는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놀랐지만, 알고 보니 바로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여빈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용기를 내어 계속 말했다. "음.. 그게요 시후 씨.. 사실…사실 저 알게 되었어요!! 어제도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지난 번에 제가 조폭들에게 다리를 다쳤을 때에도 절 구해주신 분이 당신이었다는 걸요!!”시후는 여빈의 말을 듣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여빈이 어떻게 지난 번에 있었던 일을 알게 된 거지?? 자신이 지난 번에 복면까지 쓰고 있었는데..그는 황급히 부인하며 변명을 해댔다. "음..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은데요..? 난 여빈 씨가 다친 걸 본 적도 없는데.. 아마 당신을 구해준 건 분명 다른 사
어쩐지 그 날 이후, 도저히 이 돌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이게 여빈을 구하면서 떨어뜨렸다니!! 그리고 때마침 여빈이 이것을 주워 갔던 것이다...젠장.. 이건 내가 정말 어떻게 변명을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이런.. 씨..시후는 이 생각을 하자 "무슨 소리예요? 이건 깨진 돌멩이가 아닌가요?"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여빈은 열심히 시후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절 속이려고 하지 마세요.. 장 사장이 이미 나에게 알려준 바로는 이 돌멩이는 당신의 거예요. 귀한 것이라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다고 했단 말이에요!!”시후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장 사장을 마구 욕했다. 이 인간..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이미 여빈의 손에 들어온 결정적인 증거 때문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인정해요... 당신을 구해준 그 사람이 바로 접니다.. 그 날도 우연히 지나가다가 당신이 위험에 처한 걸 봤어요.. 그런데 내가 꼭 부탁드리는데.. 절대 유나에게는 알리지 말아줘요!”시후가 결국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서 잠시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분위기만이 흘렀다.시후는 여빈의 앞에서 신분을 감추려고 하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렇게 여빈에게 신분이 노출되어 버리자 어떻게 그녀를 대해야 할 지 몰랐다.여빈은 마치 휘몰아치는 파도에 휩쓸린 듯 마음이 복잡해졌다.여빈은 시후를 바라보며 몇 번이고 입을 열려고 하다가 멈추었다. 하지만 결국 용기를 내어 시후의 앞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두 사람은 이제 주먹 정도의 거리만을 남겨두고 있었다."시후 씨, 나...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어요!"그러자 시후의 입꼬리가 떨려왔다. 그러자 시후는 뒷걸음질 치며 여빈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어.. 여빈 씨?!! 그러니까.. 나는 당신의 베프라고 하는 사람의 남편이에요.. 음..."여빈은 이를 악물며 "그래도 그게 어때서요?? 난 당신이 유나와 별 다른 관계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때 결혼한
집에 돌아온 시후는 여빈과 나눴던 대화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빠르게 잊어버렸다.그러나 그는 마음을 가라앉힌 후, 문득 자신이 최 선생과 이룸 그룹에 전해주기로 한 환약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이 약은 그들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가장 귀한 약이었다.하지만 시후에게 이 약은 그저 『구현보감』에 나오는 가장 흔한 약재들로 만든 것일 뿐이었다.그렇다면.. 『구현보감』에 기재된 구하기 어려운 귀한 약재들을 써서 환약을 조금 더 완전하게 만들었을 때.. 혹시 죽은 사람도 살리고, 심지어는 영원히 늙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그와 같은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급 재료들이 필요할 것인데, 그렇다면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이 뻔했다. 아마 일반인들은 듣도 보도 못한 진기한.. 그런 약재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약재를 완전하게 만드는 데에는 영기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약을 조제해주려는 이유는, 시후가 이와 같은 환약을 조제할 기회를 통해 앞으로 더 확실하고 완전한 환약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가지고 있는 약재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기왕 이룸 그룹에 전할 약을 조제하기로 했으니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럼없이 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지난 번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민정은 어떻게 하면 시후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할아버지는 시후 같은 사위를 데려오게 된다면, 그룹이 분명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후는 지금 WS 그룹 같은 어중이떠중이 집안에서 그저 무시만 당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그래서 송 회장은 모든 방법을 써서라도 시후를 사위로 맞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즉 힘과 능력을 가진 그룹만이 그런 사위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어찌 시후 같은 범상치 않은 인물이 별 것 아닌 사람들의 사위로 들어가 무시를 받아야 하는가?그렇게 생각할수
"고맙습니다." 시후는 웃으며 "음.. 그리고 혹시 양을 조금 넉넉하게 준비해줄 수 있나요? 남은 약재를 제가 좀 따로 쓰고 싶어서요..”라고 말했다.시후는 약재를 살 돈이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믿을 만한 약재를 얻을 수 있는 루트와 좋은 약재가 필요했다. 좋은 약재는 마치 값비싼 골동품 유물과 같았다. 그러니 쉽게 만날 수도 없을 뿐더러 만약 만나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시후는 현재 이룸 그룹만큼 정보력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그들의 힘을 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민정은 전화를 끊고 시후로부터 약재 리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진원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원호가 대표로 있는 천진 그룹은, 이룸 그룹보다는 잘 나가지 않았지만 골동품과 한약재 등을 유통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심지어 시후 조차도 진원호가 한국에서 가장 큰 약재 공급 업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이것은 주로, 진원호의 약재 유통 사업이 민간이 아니라 한약 공장과 약국 체인점에 공급되고 있었고, 소매가 아닌 도매만 취급하기 때문이었다.민정은 전화로 시후가 보내준 리스트를 이야기한 뒤 "진 대표님! 이 약재들을 우리가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그룹에서는 이런 약재들을 구할 수 없어서요.. 그리고 품질이 가장 좋은 걸로, 그것도 양이 좀 많아야 할 것 같아요!"진원호는 민정이 이런 약재를 구한다는 말을 듣자, 갑자기 뭔가를 깨닫고 서둘러 “송 대표, 혹시 이 약재.. 은 선생님이 준비해 달라고 하던가?”라고 물었다."네. 맞아요.."민정은 그와 친분이 있는 터라 숨기지 않고 알려 주었다. “대표님께서도 은 선생님께서 할아버지를 살리고, 얼마 전 큰 은혜를 베풀어 그룹에 환약을 주겠다고 한 소문.. 들으셨죠? 이번에 그 환약을 만들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약재를 준비하기 위해 연락드렸어요.”진원호는 대뜸 "아.. 그 일 때문이군요.. 송 대표님은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약재들은 내가
진설아는 시후 때문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걸 처절하게 깨달은 바 있었다.시후에게 엄청난 힘과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 그녀는 마음 속으로 시후를 동경해왔고, 그의 이름만 들려오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십상이었다.물론 그와의 첫 만남에서는 자신이 너무 자만했고, 부끄럽게도 분수를 모르고 은 선생님께 달려들었다.하지만 화끈한 성격을 가진 설아는 자신보다 훨씬 강한 남자를 좋아했다. 그렇기에 시후 같은 그런 남자야 말로 자신의 남친이 되기에 적합한 것 같았다.그래서 설아는 마음속으로 시후를 가장 큰 우상으로 꼽아왔다.시후가 환약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말요? 은 선생님께서 환약까지 만드시는 줄은 몰랐네요??!"진원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은 선생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른다.. 우린 그저 빙산의 일각만 보았던 거야!! 내가 전해듣기로는 며칠 전에 그 유명하다는 한의사 최 선생조차도 은 선생님의 실력에 감탄을 하면서 돌아갔다고 하더구나.. 그 최 선생이 오랫동안 앓은 상처가 있었는데, 은 선생님이 직접 만든 약을 살짝 잘라먹었더니 대부분 나았다는 것이 아니냐?"“어머나 세상에..”그 이야기는 설아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그녀의 가족들은 대대로 약재 유통을 해왔기에 한의학계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매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최 선생은 국내 스타 한의사 중의 하나로, 경력으로 따지면 아마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거물이라도 그의 실력을 따라잡거나, 넘어서기 어려웠는데.. 어찌 최 선생보다 어린 은 선생님이 그를 넘어설 수 있다는 거야?!진설아는 마음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더더욱 시후에게 마음이 쏠리기 시작했다.이런 능력을 가진 남자를, 그녀는 탐낼 수밖에 없었다.특히 그녀는 얼마나 기뻤는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진원호는 갑자기 딸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 살짝 의아해하더니 곧 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를 챘
진원호는 이때 설아에게 강력하게 이야기를 했다. "얘야.. 아마 저 정도 실력이면 은 선생이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르기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을 거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서울에 있는 모든 대기업 자제들.. 심지어 전국의 내로라하는 집안들의 자제들까지도 그를 사위로 맞기 위해 목숨을 걸 거다! 전국 방방 곡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딸아이를 골라 그의 품에 안겨줄 생각을 하겠지.. 그러니 우리는 지금 이 기회를 틈타 은 선생님과 교류를 하며 점점 더 가까워져야 하지 않겠느냐!!!""아...음...?" 아버지의 말을 들은 설아는 얼굴을 확 붉혔다. "아버지 그런데.. 무슨 소리예요...? 저는 잘 못 알아듣겠어요. 무슨 기회를 잡아서... 가까워..진다고요...?""에이! 요 녀석!! 지금 나에게 모른 척을 해? 이 아비는 네가 은 선생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어!! 너 은 선생님을 사모하고 있는 거 아니냐? 그렇지 않느냐?"설아는 부끄러워 한참을 우물쭈물하다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진원호는 "내 예감으로는.. 은 선생님은 WS 그룹이라는 작은 곳에서 오래 머물지 못한다. 언젠가 반드시 WS 그룹을 떠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은 선생과는 일찍부터 좋은 관계, 나아가 감정적인 토대를 쌓아야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후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천진 그룹이 은 선생님 같은 사위를 얻게 되면 우리는 아마 꽤 성장할 수 있을 거다! 그러니 그 때 우리는 선조들의 큰 뜻을 이루고 우리 집안을 한국 최고의 재벌가로 만들 것이야! 그렇다면 우리 선조들도, 후세의 자손들도 더없이 뿌듯할 거야.설아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숙연해지더니, 갑자기 조금 전까지 부끄러워했던 자신의 모습을 싹 지워버렸다.‘아버지께서 하신 말이 맞아.. 이건 단순히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야.. 한 가족의 앞으로 운명이 달린 일이라고! 만약
다음 날 아침 일찍, 시후는 장을 보러 나가려고 하는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진설아였다.진설아는 "은 선생님, 혹시 지금 집에 계세요?"시후는 “네, 지금 집에 있습니다만.. 저에게 볼일이 있나요?"라고 물었다.진설아는 "아, 다름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한약재를 좀 전해 달라고 하셨거든요.. 얼마 전에 송 대표님께서 주문하신 약재라고.. 언제 여유가 되실 지 몰라서 제가 이렇게 먼저 확인하려 연락드렸어요."유나는 지금 작업실 일 때문에 외출을 했고, 장인 어른은 장모와 함께 별장의 리모델링과 인테리어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러 나갔기 때문에 시후는 지금 혼자 집에 있었기에 괜찮았다."지금 괜찮습니다. 집으로 오시겠어요?"진설아는 다급하게 "아! 그럼 은 선생님, 곧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얼마 뒤 시후는 벨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그가 문을 열자, 길게 늘어뜨린 웨이브 헤어 스타일에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아리따운 외모의 진설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현관문 앞에 커다란 트렁크를 둔 채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 은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진설아예요, 절 기억하고 계실지는 잘 모르겠지만..."설아는 지금 시후의 앞에서 매우 긴장한 채 서 있었다.어제 아버지와의 대화 중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은 선생을 사위로 맞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말한 후부터, 그녀는 밤새 뒤척이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머릿속은 온통 시후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도 이성에 많은 관심이 생길 나이였기에 그녀의 마음은 더욱 불타올랐다.어느 누가 잘생기고, 재력 있고, 능력도 좋은 남자를 남친이나 남편으로 삼고 싶지 않겠는가?그녀가 주위를 보아도 시후와 수준이 비슷한 남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는 정말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사실 그녀의 아버지는 시후와 썸이 있기를 바라셨지만, 그런 압박이 아니더라도 설아는 그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다.시후는 설아가 왜 이
배유현이 자신에게 1천만 달러짜리 수표를 주겠다는 말에, 제이크 한은 본능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당황한 채로 급히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신 것도 모자라 돈까지 주신다니, 그건 절대 안 됩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안산 회장은 무릎을 치며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배유현 회장의 이 방법은 정말 기가 막히는군요! 빈틈이 없어! 완벽해!” 그러고는 제이크 한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말했다. “자네,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배유현 회장이 자네에게 이 돈을 주는 이유는, 자네가 가족들 앞에서 이번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겠나. 그 덕분에 자네의 아내와 딸도 자네를 원망하기보다는, 자네가 얼마나 그들을 소중히 여기는지 느낄 수 있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모든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고!” 그는 말을 이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네. 배유현 회장이 자네 뿐만 아니라 우리 Samson 그룹까지 도와줬으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 배유현 회장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러니 이 돈은 내가 내도록 하겠네!”제이크 한은 급히 말했다. “회장님... 그건 더더욱 안 됩니다! 저는 회장님의 돈도 받을 수 없어요! 게다가, 제가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가족 생계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제 아내와 딸도 돈을 크게 밝히지 않는 성격이라...”안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누가 자네 아내랑 딸이 돈을 밝힌다고 했나? 이 돈은 그저 자네가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상징일 뿐이야. 그러니 수표를 들고 돌아가서, 아까 배유현 회장이 말한 것처럼 하나하나 다 설명하는 걸로 하게. 그러면 자네가 걱정하던 일은 단번에 해결될 거야. 그리고 이 1천만 달러는 아이의 미래에도 든든한 자산이 될 거다! 자네는 우리를 위해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어. 그러니 고마움을 표현할 기회를 우리한테도 줘야지.”이때 옆에 있던 시후의 외할머니가 얼른 말했다. “여보, 당신이 전에 말했었죠? 제이크 한 저 친구의 사위에
제이크 한은 난처한 듯 말했다. “사모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아이에게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딸아이가 얼마 전에 임신 소식을 전했는데, 그 직후에 제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거든요...” 이 말을 하면서 그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안충주에게 물었다. “충주, 내 아내가 자네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뭐라고 말했나?”안충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뭘 어떻게 말하겠어... 나도 그냥 모르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지... 은인은 자네가 죽었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셨고, 실종됐거나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고 하라고 했지만,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제이크 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든 잘 생각해 봐야네. 집에 가서 제대로 설명을 못 한다면, 아내와 딸은 날 계속 의심할 테니까...”안충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니면 그냥 이렇게 말해. 강제 퇴직을 당한 게 마음에 걸려서 기분 전환 겸 여행을 다녀왔다고?”그러자 제이크 한은 민망한 듯 말했다. “그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딸아이가 임신했다고 연락한 시점인데, 그 기쁜 소식을 듣고도 내가 퇴직을 당해 기분이 나쁘다고 여행을 갔다? 그건 너무 머저리 같잖아...”안충주는 혀를 찼다. “하아... 자네가 이런 중요한 시점에 실종된 후에 아무 소식도 없었으니, 게다가 딸이 임신한 중요한 시기에 말이야...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변명할 방법이 거의 없을 거야...”Samson 그룹의 다른 가족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제이크 한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크 한은 아내와 딸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고,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딸이 임신 소식을 알린 그 시기, 제이크 한이 갑자기 사라졌고 제이크 한은 실상을 밝힐 수 없으니 그야말로 처리하기에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따라서 제이크 한이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딸의 원망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안산 회장 역시도 미스터리한 은인의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한 이상, 아무도 감히 그 뜻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이에 안충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걱정 마십시오. 꼭 명심하겠습니다. 절대 선을 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지, 저도 형님 말대로 절대 선을 넘지 않겠습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제이크 한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후와의 약속대로 시후의 정체를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Samson 그룹 식구들이 하루라도 빨리 시후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전 그는 안충주 앞에서 의도적으로 회춘단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안충주가 단서를 연결하여 생각하도록 유도하려 했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 안충주가 그의 조카 시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정확한 힌트를 줄 수는 없었는데, 그건 시후와의 약속 때문이기도 했고 옆에 배유현이 있어 명확하게 힌트를 준다면 배유현이 그것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과 오래 인연을 맺고 있었기에, 이들이 지난 20년간 얼마나 간절히 시후를 찾아 헤맸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 일에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고, 전 세계를 뒤집다시피 하며 시후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인연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운명의 장난 같은 것이었다. Samson 그룹 일가는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들여 전 세계를 뒤졌지만, 정작 시후는 사건이 벌어졌던 한국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Samson 그룹은 한때 시후가 그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기적처럼 어딘가에서 그를 찾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후가 이미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기 위해서는 외가 식구들에게 일부 단서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을 구한 건 본인의 선택이었고, 마침 멕시코에서 중소단의 핵심 약재를 얻은 것은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는 방향을 택했던 것이다. 사실 시후는 단서가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그리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외가 식구들은 자신의 적이 아닌 가족이고, 현재까지 드러난 단서는 퍼즐 조각 하나를 더 주는 수준일 뿐, 자신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려면 아직도 외가 식구들은 많은 것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안충주의 추측은 Samson 그룹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그러자 안태풍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형님, 이렇게 보니 그 은인은 우리와 인연이 꽤나 깊은 것 같은데! 그 때 형님이 한국에서 회춘단 경매에 참여했을 때 쫓겨났지만, 그분은 그 일을 알고도 우리를 도와주신 거니까. 뉴욕에서 우리를 구해준 걸 보면 말이야.”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경매장에서 한국의 송민정 회장은 누가 봐도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였어. 현장의 중요한 결정들은 누군가가 이어폰으로 지시하고 있었고, 그래서 난 은인이 바로 경매장 무대 뒤 어딘가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내가 회춘단을 낙찰 받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내가 경매장에서 쫓겨났다는 건, 송민정 회장 같은 인물이 절대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 했어. 이룸 그룹의 자산 규모는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적을 테니까.”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정말 운이 좋았어. 그날 그 은인이 옆방에 안 계셨다면, 우리 모두 큰 화를 당했을 거다...”안충주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어머니, 그 은인이... 혜리의 팬인 것 같은데요!”시후의 외할머니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서는 그래도 케이팝 분야의 톱스타잖니. 은인이 동양인이라면 혜리 정도의 톱스타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