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웨어슬러는 배유현이 이렇게 나이가 어린데도 안예선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게다가, 그녀의 모습을 보니 배유현은 안예선을 굉장히 존경하는 것 같았다. 이로 인해 켈리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기억하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급히 물었다. "켈리 선생님, 그럼 안예선 씨와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켈리 웨어슬러는 얼굴에 추억이 깃든 채 말했다. "내가 막 디자인계에 들어섰을 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죠. 나는 고급 주택 디자인을 했지만, 고급 고객들은 신출내기 디자이너인 나를 매우 무시했죠.. 게다가 그 시절 미국 사회에서는 많은 직장에서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었는데, 디자인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여기까지 말하며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고, 얼굴에 감사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때 나는 돈을 아끼며 5000달러를 들여 브루클린에서 첫 개인 디자인 전시회를 열었지만, 그 전시회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어요. 간혹 들어오는 손님들도 대개 고개를 저으며 나갔지.. 그러던 중 우연히 지나가던 안예선 씨가 내 전시회에 들어왔어요...""그리고는요?" 배유현은 다급히 물었다. "그녀가 기회를 준 건가요?"켈리 웨어슬러는 진심으로 웃으며 계속 말했다. "내 생각엔 그녀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 같아요... 그 후 그녀는 맨해튼에 있는 자신의 최고급 주택을 나에게 맡겨 전체 디자인을 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나를 맨해튼 상류사회로 데려가 그녀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나를 추천했어요.. 그 이후로 나는 갑자기 인기를 끌기 시작했지.. 첫 번째 전체 디자인이 완성되기도 전에, 나는 이미 맨해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택 디자이너가 되었고요..."배유현은 감탄하며 말했다. "이렇게 최고급 자원을 낯선 사람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사람이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요. 그래서 실리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자마자, 유나는 온몸이 피곤하고 아파오는 것 같았다. 시후는 아내가 양말을 벗을 때, 발에 물집이 몇 개나 생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마음 아파하며 말했다. "여보, 오늘 하루 종일 뭘 했길래 이렇게 발에 물집이 생겼어요?"유나는 부끄러워하며 웃음지었다. "오늘 내가 바보같이 운동화를 신는 걸 깜빡하고, 두 사람과 함께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2만 보 이상 걸었거든요..." 그러면서 그녀는 바보같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내일 운동화를 신고 나가면 훨씬 나을 테니까요!"시후는 바로 물었다. "발이 이렇게 됐는데, 내일도 또 돌아다닌다고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당연히 가야죠! 여보, 당신은 모를 거예요... 제니퍼와 웨어슬러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걸요.. 두 사람과 함께 있을 때면 그들이 이야기하는 많은 것들은 내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들이 많아요."시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여보, 지금은 정보 시대라서 모든 것이 매우 빠르게 퍼지잖아요. 돼지고기를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어도, 돼지가 뛰는 건 본 적 있지 않겠어요?"유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여보.. 하지만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많은 미국 상류층에 관한 이야기들은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었어요.. 나는 예전부터 미국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이 빌 게이츠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부자들은 일반인들의 눈에는 전혀 띄지 않아서, 빌 게이츠의 자산이 미국에서 10위 안에도 못 들 수도 있대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예요? 상류층 부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큰아버님과 큰어머님도 자신들이 가지고 계신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할머니께 말하지 않으려고 하잖아요. 재산을 숨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재산을 최대한 숨기려고 할 걸요. 포브스 순위에 오른 사람들은 대부분 상장기업의 대표이거나, 심지어 여러 상장 회
어머니 이름이 아내 유나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들었을 때, 시후는 마치 몸이 바닥에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그 순간, 시후의 의식은 몸과 연결이 끊어진 듯했고, 마음속에는 거센 파도가 일었으며, 감정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렸다. 시후는 아내에게 급하게 물었다. "두 사람이 당신에게 뭐라고 했어요?!"유나는 시후가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자 놀라며 물었다. "여보, 왜 그렇게 흥분하는 거예요... 혹시 당신도 안예선이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요?"유나의 질문은 시후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사실 유나는 이전에 몇 번이나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시후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사건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신이 여덟 살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시후는 이 사건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일부 사실은 숨기고 있었는데, 예를 들어 부모님의 이름이나 생애에 대해 유나에게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유나는 시후가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부모님에 대한 많은 기억과 정보를 잊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나는 배유현과 달랐다. 그녀는 배유현만큼 똑똑하지도 않고, 그 정도의 능력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시후가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려준 후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그 이상 깊이 묻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전 시후가 안예선이라는 이름에 보인 반응은 유나를 조금 놀라게 했다.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시후 씨가 안예선이라는 분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면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일 리가 없어.. 그런데 이 이름은 인터넷에 검색해도 찾아볼 수 없는 정보인데, 시후 씨는 도대체 어떤 경로로 이 사람을 알게 된 거지?’시후는 그제야 자신이 조금 전 보인 반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유나에게 설명했다. "내가 이전에 Koreana 그룹의 풍수를 봐줄 때, 이 분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
시후는 부모님의 죽음이 분명 로스차일드 가문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했지만, 아직까지도 유의미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유나가 이야기해준 것들은 모두 시후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는 배유현의 할아버지를 만나 어떻게든 그의 입을 열게 할 수 있다면, 이 사건이 드디어 해결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속으로 결심했다. 배원중이 한국에 오게 되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의 입을 열게 만들어야 한다! 그의 정신을 빼앗거나 강력한 최면을 걸더라도, 반드시 그가 알고 있는 모든 내막을 말하게 할 것이다..! 동시에, 시후의 마음속에는 회춘단 경매에 대한 기대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배유현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이제 시후가 관심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시후가 오직 신경을 쓰는 것은 그녀의 할아버지 배원중이 빨리 한국에 입국하는 것뿐이었다!며칠 뒤.며칠 동안의 교류를 통해, 유나는 배유현과 켈리 웨어슬러와 점점 더 친해졌고, 세 사람 사이에는 우정이 싹트기 시작했다.배유현은 자신의 진짜 신분을 숨기고 유나를 이용한 것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경매가 끝나고 할아버지가 회춘단을 받게 된다면 바로 유나에게 자신과 관련된 진실을 고백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비록 참회를 하더라도, 시후까지 팔아 넘기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시후와의 관계는 끝장날 것이기 때문이다.그와 동시에, 회춘단 경매의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버킹엄 호텔은 이제 모든 투숙객이 퇴실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오늘 정오 12시까지 모든 투숙객은 퇴실을 완료해야 하며, 이후로 버킹엄 호텔은 공식적으로 폐쇄되어 외부 손님을 받지 않을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버킹엄 호텔은 회춘단 경매와 관련된 준비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었다.이 시점이 되자, 안세진은 더욱 긴장감을 느꼈다. 이번 경매에 참석할 부호들의 자산을 합치면 수조 달러에 달할 것이며, 그들이
현대, 기아차의 등급은 롤스로이스의 판매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후의 눈에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두 브랜드였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것이었다.안세진은 시후의 말에 따르며 곧바로 입을 열어 말했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제가 조정하여 차량을 전부 변경하여 준비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부했다. "그리고 객실 비용을 올리는 것도 잊지 마세요. 회춘단 경매 기간 동안, 버킹엄 호텔의 객실 이용료는 최소 100배 이상 가격을 올려야 하고, 절대 할인을 해주지 않도록 하고요.”"알겠습니다." 안세진은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건 이미 다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번 호텔 객실 이용료는 100배 이상 올랐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 요금 20%, 보안 요금 20%, 그리고 행사 요금 20%도 추가로 부과될 예정입니다. 어쨌든 이건 모두 고의로 계획된 것이니까요.”시후는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참고로, 우리는 그들에게 회차 당 100만 원 상당의 교통비도 청구할 겁니다. 결국, 우리도 차량 대여에 돈이 드니까요."안세진은 사실, 국산 차량을 렌트하는 것은 그다지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차량이라고 해도 월 렌탈료는 많아도 100만 원보다 적을 것이며, 5대 정도의 차량으로 구성된 한 그룹은 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이다. 하지만, 시후의 말 대로 공항에서 한 번 교통편을 제공할 때마다 100만 원을 받는다면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거래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이 회춘단 경매에 참석할 200명 중 대부분은 그런 추가 비용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회춘단을 낙찰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현장에서 직접 그 약효를 경험해 보고 싶어할 뿐이며, 이를 위해 수천만 원을 쓰는 것쯤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닐 것이었다. 기껏해야 여행을 하는 셈 치면 그만이기 때문이
게다가 이 가격은 정말 어마어마해서, 이익이 대단했다.이때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장님, 평소에 이들은 루이비통을 입고 다니고 에르메스 가방을 들면서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LV라는 로고가 박힌 옷 한 벌은 기본적으로 저렴해도 수백 만 원에 팔리고, 에르메스 가방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비싼 금액입니다. 이렇게 모두가 체면을 중시하니, 이 회춘단 트레이닝 복은 최고의 럭셔리 제품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운동복 한 벌이 2000만 원에 팔리면, 그래도 새로운 명품 브랜드 치고는 꽤나 강력하지 않겠어요?”안세진은 갑자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도련님이 때로는 매우 무자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만약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사람들은 버킹엄 호텔이 너무 뻔뻔하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시후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기에, 비록 속으로 크게 놀랐지만, 여전히 매우 쿨하게 말했다. "도련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시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매년 회춘단 경매에서 이 비용을 참석자들에게 계속 징수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매년 옷 판매로 얻은 이 돈은 모두 빈곤 지역의 학교에 기부하여 아이들에게 교복을 무료로 제작하는데 지원하도록 하세요. 더불어 매년 얻게 되는 교통비는 시골에 있는 초등학교에 기부해서 학생들에게 스쿨버스와 운전기사를 제공해 주고요." 그러면서 시후는 다시 말했다. "부장님께서는 이 두 곳에서 벌어들이는 자금을 반드시 잘 추적하셔야 합니다. 교복의 경우 우리가 할 일은 공장에서 최저가로 물건을 확보한 다음,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고, 스쿨버스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시골 지역에 있는 학교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인 수요를 조사한 다음, 그 수요에 맞춰 차량을 구매해야 하니까요. 그때가 되면 차량을 관리할 회사를 하나 설립하고, 모든 운전기사의 급여와 사회보험금을 해당 회사에서
지수연은 배유현의 말을 듣고 약간 긴장하며 말했다. "아가씨, 만약 회장님과 함께 은시후 씨와 식사를 하게 된다면, 아가씨의 신분이 드러나지는 않을까요..?""그렇지는 않을 거야." 배유현은 말했다. "나는 먼저 유나 씨를 초대하고, 그 후 유나 씨에게 은시후 씨를 초대해 달라고 부탁할 거야. 그때 나는 할아버지를 데리고 가서 식사 자리에서 그들을 소개할 계획이고.."지수연은 참을 수 없어 물었다. "그렇다면 은시후 씨에게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어떻게 소개하실 건가요?"배유현은 말했다. "그건 간단하지. 그냥 할아버지가 내 먼 친척이라고 말할 거야. 어차피 페이셔스 그룹과는 원래 친척 관계라고 되어 있으니까, 딱히 문제가 없겠지."지수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아가씨, 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아요. 왜 회장님과 은시후 씨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려 하시는 거죠? 원래 이 일은 두 가지 계획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이 두 계획은 서로 독립적으로 진행되도록 되어 있었잖아요. 왜 일부러 그 경계를 없애려고 하시죠..?"배유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일이 진행되는데 어려움이 많아 보여서.. 두 가지 계획이 있다고 해도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잖아.. 그래서 경매 전에 할아버지와 은시후 씨가 만날 수 있게 해서, 또 다른 가능성을 추가하려는 거야.. 어쩌면 우리가 세웠던 두 계획이 모두 실패하더라도, 할아버지가 직접 은시후 씨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알겠습니다......" 지수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배유현이 이 일을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현재 배유현은 아직 그룹 내에서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룹 내에서도 별다른 지위를 얻지 못했다. 배유현이 현재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할아버지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회춘단에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이때, 한 수행원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가씨, 호텔 측
시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배유현 씨가 묵으실 곳은 이미 정하셨나요?"배유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인터네셔널 호텔에 객실을 잡았답니다."시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행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시간을 확인한 뒤, 시후가 말했다. "배유현 씨, 제가 지금 좀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네요."배유현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선생님, 일이 있으시면 먼저 가보세요." 그러고 나서 그녀는 갑자기 화제를 돌려 말했다. "저 선생님.. 혹시 시간이 되시면 사모님과 함께 식사라도 하시죠..? 사실 서로 알게 된 지 꽤 되었는데,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도 제대로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요.."시후가 이 말을 듣자마자 배유현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음을 눈치챘다. 그래서 시후는 그녀의 제안을 바로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좋아요. 다만 제가 요즘 좀 바빠서 다음 주까지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은데요?" 회춘단 경매는 이번 주 일요일에 열릴 예정이다. 시후는 일부러 다음 주를 언급하며 배유현의 반응을 보고자 했다. 역시나, 배유현은 이 말을 듣자 마음이 다급해졌고, 곧바로 시후에게 물었다. "선생님, 다음 주에는 제가 한국을 떠나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번 주에는 여유가 안 되시나요..?"시후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흔들고는 미안한 듯 말했다. "죄송해요, 배유현 씨. 이번 주는 정말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음에 한국에 오실 때 제가 시간을 내보도록 하죠."배유현은 이 말을 듣고, 경매 전에는 시후와 식사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희망을 유나에게 걸기로 결심했다. 나중에 유나를 통해 한 번 더 시도를 해보고, 상황의 개선이 있을지 확인해보려는 생각이었다. 만약 그래도 안 된다면, 유나와 할아버지를 먼저 만나게 하여 최소한의 인연이라도 만들어 놓고 싶었다. 그리하여 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선생님,
오랜 시간 동안 다리가 없이 생활했던 이토 유키히코는, 사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이미 다리가 없는 상태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럽게 다리가 생겼기에, 이토 유키히코의 의식이나 신경 체계는 아직 새로 생겨난 다리들과 제대로 연결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진흙탕 속에 손을 넣고 다리를 만졌을 때,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자신의 의족이라 단정지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누군가 자신의 의족을 욕조에 넣어두었다고 생각했고, 이토 유키히코의 첫 반응은 당연히 분노였다.그는 평소 의족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의족을 진흙탕에 던져 놓은 처사는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 장난처럼 느껴져 더욱 불쾌함이 느껴졌던 것이다.그런데 그때, 집사는 억울하다는 듯 얘기했다. “전 회장님, 의족은 저기 탈의 구역의 벤치에 놓아 두었습니다!”이토 유키히코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정말로 자신의 의족이 벤치 위에 접혀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그는 당황하며 욕조의 진흙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여기 있는 다리는 대체 뭐야?!” 이렇게 말한 그는 손으로 그 다리들 중 하나를 감싸 쥐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럼 대체 이게 뭔지 한 번 보자고!” 그는 두 손으로 그 다리를 꽉 움켜잡고 위로 번쩍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중심을 잃고 욕조 안에서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욕조 안은 곡선형으로 되어 있어 가만히 누워있을 땐 안정적이었지만, 다리를 잡고 몸을 돌리자 이토 유키히코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뒤로 넘어간 것이다.집사도 호기심이 생겨 욕조 안에 뭐가 있는지 보려던 찰나, 이토 유키히코가 순식간에 뒤로 넘어지며 상반신이 미끄러져 그대로 진흙 속으로 쑥 빠져버렸다. 이토 유키히코는 머리가 진흙에 잠기기 직전, 본능적으로 또 한마디 욕설을 내뱉었다. “아! 바카야로!”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머리는 진흙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이윽고, 점성이 짙은 진흙 표면 위로 몇 개의 기포가 둥둥 떠올랐고,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시후가 무슨 놀라운 일을 벌이더라도 그건 딱히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말이다. 그래서 이화룡은 오늘 이 상황에도 별로 놀라워하지도 않고, 느긋하게 담배를 한 개피 꺼내 물었다. 이화룡은 혼수상태에 빠진 다나카 코이치를 바라보며, 연기를 내뿜다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 이 일본인도 참 기가 막히게 운이 좋군. 두 다리가 잘려 나갔는데도 다시 자랄 기회를 얻다니, 이건 전부 도련님 덕이잖아. 나나코 아가씨가 아니었으면 이런 호사는 꿈도 못 꿨을 거다.”이렇게 말한 뒤 이화룡은 담배 연기를 다나카 코이치의 얼굴에 훅 내뿜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알아 둬, 도련님께서는 원래 일본인한텐 그다지 호의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고바야시 놈들만 봐도 알지. 그 놈들은 내 사육장에 상주하면서 고생을 제대로 하고 있거든. 너희 이토 그룹도 나나코 아가씨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그 사육장의 VIP였을 걸?” 그런 뒤 이화룡은 감탄하듯 말했다. “딴 건 몰라도 말이야, 나나코 아가씨랑 도련님은 진짜 천생연분이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 또 없을 걸... 앞으로 두 사람이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건 진짜 세상에서 제일 안타까운 일이 될 거야...”이화룡이 담배를 다 피울 무렵, 욕조 안의 진흙 수위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게 되었다.이때까지도 욕조 안에 누워 있는 다나카 코이치는 깨어날 기미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옆 욕실에 있는 이토 유키히코는 갑자기 미세하게 몸을 움찔거리기 시작했다.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집사는 이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곧장 다가가 상황을 살펴보려 했다. 바로 그때, 이토 유키히코가 눈꺼풀을 떨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마치 잠에서 푹 자고 난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집사가 보였고, 무의식적으로 기지개를 켜며 그 바람에 진흙이 사방으로 튀었다.집사는 진흙을 온몸에 뒤집어썼지만 그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다급하게 물었다. “전 회장님, 몸 상태는 어떠십니까?”
이토 나나코는 소이연처럼 많은 것을 깨달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제이크 한의 몸에 일어난 기적을 보지 못했기에, 지금 시후가 왜 자신에게 아버지와 다나카 코이치를 데리고 뉴욕으로 오라고 한 것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때 시후가 밖으로 나오자, 이토 나나코는 급히 물었다. “은 선생님, 아버지랑 다나카 씨는 괜찮으신가요?”시후는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 다 방금 약을 복용했어요. 지금은 자고 있고, 대략 20분 정도면 깨어날 겁니다.”이토 나나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두 분께 드린 약이 대체 어떤 약인지 여쭤봐도 될까요?”시후는 웃으며 답했다. “곧 두 분이 나올 겁니다. 어떤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때 보면 자연히 알게 되겠죠.”“네...” 시후가 더 상세한 것을 말해줄 생각이 없음을 느낀 이토 나나코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시후 군 의술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지난 번 제가 중상을 입었을 때나, 아버지가 수술 후 심하게 쇠약해지셨을 때도 시후 군이 치료해 주셔서 회복할 수 있었죠. 이번에도 분명히 아버지와 다나카 씨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그러자 곁에 있던 이토 나나코의 이모, 이토 에이미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오빠가 이제 좀 기운을 차렸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정말 사람이 생기라고는 하나도 없어서 보기가 안쓰러웠거든요... 오늘 고작 50살이 되었는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70을 넘었을 때보다도 더 나이 들어 보일 정도라고요.”이토 나나코는 자신이 어릴 적 조부가 살아 계셨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는 살아 계실 때 정말 긍정적이셨죠... 지금의 아버지보다는 훨씬 강하신 분이셨고요.” 그렇게 말한 뒤, 이토 나나코는 고모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고모, 제발 이런 말은 아버지 앞에서는 하지 마세요. 아버지는 명예와 체면을 정말 중시하시는 분이시잖아요...”이토 에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
이토 유키히코는 약을 삼키자마자, 마치 수술 전 전신 마취가 된 것처럼 머릿속이 어지러운 듯 현기증을 느꼈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 그가 의식을 잃은 것은 전적으로 중소단의 약효 때문이었다.『구현보감』에 실린 기록에 따르면, 중소단은 육체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약을 복용한 자에게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단순히 신체를 재건하는 약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고통은 현대 의학에서 이루어지는 외과 수술보다도 훨씬 더 극심한 것이다. 그래서 중소단은 약효가 본격적으로 작용하기 전에 사람을 먼저 기절시킨 뒤에 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이 원리는 마치 현대 의학에서 수술 전에 마취를 하는 것과 같다.이토 유키히코는 혼수상태에 빠져 완전히 의식을 잃었지만, 시후는 이토 유키히코의 몸속에서 솟아오르는 왕성한 영기가 그의 하반신을 향해 모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 시후는 이토 유키히코의 허벅지 뿌리 부분에서 두 갈래의 영기로 가득찬 싹이 움트기 시작한 것을 감지했다. 중소단이 이미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이에 시후는 그의 집사에게 말했다. “이토 유키히코 씨의 옆을 지켜 주세요. 깨어나기 전까지는 절대 건드리지 마시고요.” 그러자 집사는 매우 공손하게 대답했다. “걱정 마십시오, 은 선생님!”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욕실을 나와, 옆에 있는 또 다른 욕실로 향했다.그곳에서는 다나카 코이치가 이화룡의 도움을 받아 욕조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시후는 그에게 간단히 설명을 마친 뒤, 이화룡에게도 중소단 한 알을 먹이도록 했다. 그 후, 시후는 이화룡에게 다나카 코이치의 곁을 지키게 하고 시후 자신은 스위트룸의 거실로 돌아왔다.바로 그 시각, 이토 나나코는 소파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소이연은 이토 나나코의 곁에 서 있었고, 그녀는 속으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생각하고 있었다. ‘은 선생님의 약은 중상을 입은 제이크 한을 다시 살아나게 했어. 그리고 은 선생님은 엄마와 이토 그룹의 사람들까지 뉴욕으
시후의 말에 이토 유키히코는 자신이 괜히 망설이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어, 곧바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만약 정말 제 자신과 관련된 소원을 말하자면... 이 잘려 버린 두 다리가 다시 돌아오는 걸 바랄 수 밖에요... 하지만 불행하게도...”“됐습니다.” 시후가 손을 저으며 그의 말을 끊고는 웃으며 말했다. “소원을 빈다는 것의 논리는, 원하는 걸 있는 그대로 말씀하시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게 이뤄질 수 있는지는 고민할 문제가 아니에요.”이토 유키히코는 잠시 멍해졌다가 스스로를 자조하며 웃었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은 선생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소원이 이뤄질 수 있는지는 하늘의 뜻에 달린 것이겠지요.”시후는 손을 내저으며 담담히 말했다. “이런 일은, 신도 도와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그...” 이토 유키히코는 어이없으면서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뭐야, 소원을 말하라더니 이뤄질지는 걱정하지 말라고 해놓고, 신도 도울 수 없다니... 이건 뭐 양쪽 모두를 다 막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그는 감히 시후에게 그런 생각을 토로할 수 없었기에, 그저 쓴웃음만 지으며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그때, 안세진이 다가와 시후에게 말했다. “도련님, 연회 준비는 모두 완료됐습니다. 케이크는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제과점에 급히 주문했고, 한 시간 안에 도착할 예정입니다.”“좋습니다.” 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 그는 이토 유키히코와 다나카 코이치에게 말했다. “그럼, 두 분은 들어가서 약을 시험해보시죠.”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한 뒤, 동시에 시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곧이어 시후는 이화룡과 이토 그룹의 직원들에게 각각 두 사람을 다른 욕실로 부축하도록 했다. 이화룡은 이미 절차를 숙지하고 있었기에 다나카 코이치를 능숙하게 욕실로 인도했다.이토 그룹의 직원들은 아직 상황을 잘 몰랐기에, 시후는 이토 유키히코와 함께 그가 들어갈 욕실로 동행했다.욕실에 들어선 후
"없습니다."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욕조 안에는 이미 대량의 미용용 진흙이 준비되어 있으니, 두 분은 그냥 들어가 편히 눈을 감고 휴식만 취하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고요.""네 알겠습니다!" 이토 유키히코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은 선생님의 시간을 뺏지 않겠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시지요!"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아 참, 이토 유키히코 전 회장님. 오늘 생신이시니, 소원을 하나 빌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그건..." 이토 유키히코는 머쓱하게 말했다. "비행기에서 올 때, 나나코가 이미 소원을 빌라고 해서요..."시후는 웃으며 물었다. "혹시 어떤 소원을 비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이토 유키히코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대로 된 소원은 안 빌고 그냥 형식적으로 넘어갔습니다."곁에 있던 이토 나나코는 이 말을 듣고 살짝 화가 나서 말했다. "아버지! 어쩜 자기 자신을 그렇게 속일 수 있는 거예요!""내가 그랬나?" 이토 유키히코는 머쓱한 듯 웃으며 말했다. "소원 같은 건 원래 형식적인 거 아니냐?! 내가 세계 평화를 기원한다고 해도 중국이나 미국과 같은 여러 국가들이 동의를 하겠어?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질을 하는 중인데, 내가 그런 걸 빈다고 이루어질 일은 아니잖아..."이토 나나코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그건 억지죠... 누가 자기 생일날 그런 비현실적인 소원을 빌어요... 자기 건강이나 행복, 장수 같은 현실적인 걸 빌면 되잖아요..."이토 유키히코는 딸을 보다가 시후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네가 내일이라도 결혼식을 올렸으면 좋겠다. 근데 그건 은 선생님이 동의해야 가능한 일 아니겠어?"그 한마디에 이토 나나코와 시후는 동시에 당황해 말을 잃고 말았다. 특히 이토 나나코는 얼굴이 붉어져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당황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버지! 그... 그... 그게..."
시후의 지시에 안세진은 곧바로 말했다. “네, 도련님.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이토 유키히코는 다소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렇게까지 챙겨 주시다니 송구스럽습니다. 생일 축하 같은 건 굳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시 뭔가 시킬 일이 있으신 거라면 바로 말씀만 해주십시오.”옆에 있던 이토 나나코 역시 시후가 뉴욕으로 자신들을 부른 이유를 짐작하지 못했기에, 진지하게 말했다. “시후 군, 만약 저희 이토 그룹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절대 사양하지 마세요. 어떤 부탁이든, 저희는 최선을 다해 시후 군을 도울 테니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굳이 말하자면, 사실 이토 그룹이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는 건 아니네요.” 그렇게 말한 시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최근에 우연히,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약을 하나 얻었습니다. 그래서 이토 유키히코 전 회장과 다나카 코이치 씨에게 이 약을 시도해 보라고 부탁하려고 합니다.”이토 유키히코는 시후가 이렇게 멀리 미국까지 자신을 부른 이유가 바로 ‘약을 시험해보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물론 다른 일반인이었다면 '약을 시험해본다'는 말에 경계심이 생겼을 테지만, 이토 유키히코는 시후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과 다나카 코이치가 절단 수술 후 빠르게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시후가 준 신비한 약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주저 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 그 약을 지금 주시면 바로 먹겠습니다!”다나카 코이치도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 저도 기꺼이 시도해보겠습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두 분은 약의 효능이 뭔지도 안 물어보십니까?”그러자 이토 유키히코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께서 주시는 약이라면 어떤 것이든 주저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다나카 코이치도 바로 덧붙였다. “은 선생님, 저도 전 회장님과 같은 마
시후는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직접 이들을 맞이했다. 헬기의 문이 열리고, 기모노 차림의 이토 나나코가 모습을 드러내자 시후는 약간 놀랐다. 이토 나나코가 기모노를 입은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고, 일본 여성 특유의 온화한 분위기도 풍겼지만, 시후는 그녀가 왜 이런 차림으로 이곳으로 온 것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밤낮으로 떠오르던 시후가 눈앞에 나타나자, 이토 나나코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환한 미소로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시후 군!”시후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왜 이렇게 전통 복장을 입고 있는 건지...?”이때 이토 그룹의 직원들과 나나코의 고모도 헬기에서 내려 의족을 착용한 이토 유키히코가 헬기에서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헬기에서 내린 모두가 격식 있게 차려 입은 모습을 보자 시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토 나나코는 혀를 쏙 내밀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원래 오늘은 아빠의 생신이셔서, 일본 전통 복장을 입고 생신 파티를 하려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막 저녁 식사를 하려던 그 때, 시후 군에게서 전화가 왔죠. 그래서 모두가 급히 비행기를 탄 거예요!” 그러면서 나나코는 옆에 있던 이토 유키히코를 바라보며 웃음지었다. “아빠가 50번째 생신을 비행기에서 보내게 될 줄이야... 나름 색다른 경험이긴 해요...”이토 유키히코는 마치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나코를 흘겨보고는, 시후에게 허리를 숙이며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이토 유키히코 전 회장님, 오늘이 생신이신 줄은 몰랐네요. 생신을 맞은 날 이렇게 먼 길을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그러자 이토 유키히코는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은 선생님은 저희 이토 그룹의 은인이십니다. 그러니 언제든지 은 선생님께서 필요하시다면, 저희는 반드시 가장 먼저 달려올 것입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이크 한을 오래도록 늘 괴롭히던 가족 문제는 이제 배유현의 도움 덕분에 완벽하게 해결되었다. 제이크 한이 가지고 있던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적인 정신'은 그의 아내와 딸이 더 이상 그의 갑작스러운 잠적에 분노하지 않게 만들었고, 동시에 그동안 아내와 딸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제이크 한에 대한 ‘무능한 가장’이라는 인식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이로 인해, 제이크 한의 이미지는 단숨에 가족에게 있어 전례 없는 수준까지 올라서게 된 것이다.아내와 딸은 붉어진 눈으로 제이크 한을 둘러싸고 눈물을 흘렸다. 제이크 한은 벅찬 감동과 동시에 깊은 미안함을 느끼며 배유현을 향해 감사의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안산은 배유현을 더욱 깊이 신임하게 되었다. 그는 다른 이들의 관심이 모두 제이크 한 가족에게 쏠린 틈을 타, 안충주와 안태풍을 한쪽으로 불러 조용히 말했다. “배유현 회장은 분명히 앞으로 큰일을 해낼 인물이다... 그러니 우리 Samson 그룹은 그녀와의 협력을 반드시 강화하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초반에는 우리가 그녀에게 더 많은 지원과 도움을 주는 우산이 되어줘야 한다. 훗날 분명히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두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두 사람은 배유현이 비록 아직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지만, 문제를 처리하고 상황을 통제하는 능력은 이미 노련한 경지에 이르렀고, 이 나이에 벌써 페이셔스 그룹을 이끄는 회장이 된 것을 보면 장래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이때 안산은 못내 아쉬운 듯 말했다. “이렇게 뛰어난 아가씨가 있나... 다만 안타까운 건 우리 Samson 그룹에 저 아가씨와 맞는 나이 또래의 사내 녀석들이 없다는 거야... 만약 두 집안이 사돈을 맺을 수 있다면, 한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전설적인 인연이 될 텐데 말이지...”안충주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생각해보면, 우리 집은 여자아이들이 많고, 남자애들은 아직 나이가 너무 어리니 딱 맞는 짝이 없긴 하네요.”그러자 안태풍이 나지막이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