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제임스는 텍사스에 도착해서 멕시코로 밀입국할 방법을 찾을 계획이었다. 제임스는 오랜 기간 인신매매를 해왔기에, 캐나다, 미국, 멕시코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캐나다로 돌아갈 수 없고, 미국에서도 더는 머물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멕시코였다. 멕시코는 강력한 마약 카르텔들이 세력을 장악한 곳으로, 마치 군벌들이 할거하는 혼란스러운 시대와 같았다. 그곳에서는 신분을 숨기고 이름을 감추기가 쉬울 것이다. 제임스는 한 번 마약 카르텔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가면, 페이셔스 그룹조차 자신을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택시 운전사가 백미러를 통해 그를 한 번 힐끗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손님.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세요.” 제임스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뒷자리에 앉았는데 무슨 안전벨트야, 그냥 운전이나 해!” 운전사는 매우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제 차량은 어디에 앉으시든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합니다. 거부하신다면 차량에서 내려 주시죠.” 제임스는 택시 운전사가 자신에게 이렇게 반기를 드는 것을 보고 화를 내려 했으나, 아직 페이셔스 그룹 저택 근처인 것을 떠올리고는 큰 소란을 피울 수 없었다. 결국, “젠장!”이라고 욕하며 억지로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운전사는 그가 안전벨트를 착용한 것을 확인하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곧이어 차를 출발시키며 현장을 벗어났다. 택시는 길을 돌아 고속도로로 들어섰고, 롱 비치를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제임스는 한숨을 돌린 뒤 스마트폰을 꺼내 밤 늦게 출발하는 장거리 버스의 시간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차가 얼마 멀리 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도로 옆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더니, 길가의 한 저택으로 들어섰다. 제임스는 충격으로 인해 손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졌고, 차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정신을 차릴 수 없었
제임스는 페이셔스 그룹에서 도망쳐 나올 때, 자신의 뛰어난 예측을 통해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는 페이셔스 그룹 저택을 벗어난 지 고작 5분도 안 되어, 자신이 페이셔스 그룹 저택의 옆집에 포로로 갇히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그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엉키고 있었다. 아직 누가 자신을 납치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미 하나의 답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납치한 범인들이 자신의 동생을 죽이고, 이탈리아 그룹 전체를 사라지게 만든 배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이어 그는 지하실로 끌려갔다. 지하실의 문이 열리자, 제임스는 깜짝 놀라 숨이 멎을 뻔했다. 방 안에는 자신처럼 삼각 팬티만 입은 채 매달려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배호영이었다. 이 순간, 배호영은 더 이상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벌거벗겨진 채, 그의 두 손은 공중에 매달려 있었고, 마치 도살될 돼지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의 몸 곳곳은 상처투성이였고, 두 귀는 이미 잘려 나가, 자국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자국 위에는 검붉게 굳은 피딱지가 빼곡히 뒤덮여 있었다. 배호영 역시 이곳에서 제임스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제임스가 끌려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곧이어 얼굴에는 약간의 흥분한 기색까지 떠올랐다. 배호영은 이곳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절망에 빠져 있었기에, 제임스처럼 동고동락을 함께한 아는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며 약간 흥분한 것이다. 무엇보다 죽음을 앞두고 함께 갈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혼자 죽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었다.하지만 제임스는 그런 배호영을 보며 전혀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사실 그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바로 이곳에서 배호영을 마주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상대가 감히 배호영마저 이렇게 만든 상황에서, 자신은 그야말로 탈출할 기회도 없을 것이다.이때, 블랙 드래곤 대원 중 한
대원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잔인하고 무자비한 제임스가, 어쩌다가 이렇게 목숨을 살려달라고 자비를 구하는 성격이 된 거야? 지금 고작 몇 대 밖에 안 맞았을 뿐인데.. 아직 본격적인 재미는 시작도 안 했다고. 이렇게 빨리 빌면, 앞으로는 어떻게 견디려고?” 제임스는 이 말을 듣자 상대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목숨까지 위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울며 애원했다. “형님...! 저는 아무런 원한도 없는 사이인데, 왜 이런 짓을 하시는 겁니까?” 배호영은 제임스가 죽을죄를 지은 개처럼 울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즉시 고개를 들어 천장의 감시 카메라를 보며 크게 외쳤다. “성도민 씨, 성도민 씨, 제 말 들리십니까? 혜리를 납치하라는 아이디어는 전부 제임스가 낸 것입니다! 세부적인 계획도 다 그가 짰고, 그는 이 일의 주모자입니다! 제발 이 말을 은 선생님께 전해주시고, 제게 관용을 좀 베풀어 달라고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제임스는 그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는 배호영이 입을 열자마자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길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말의 의미로 보아, 자신을 납치한 배후는 혜리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자신의 동생을 죽인 자들과는 다른 세력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생각이 들자 제임스는 망설임 없이 외쳤다. “배호영!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이 일은 전적으로 네가 낸 아이디어야! 네가 제정신이 아니어서 혜리를 손에 넣으려 한 거잖아. 나랑은 아무 상관없다고!” 그러자 배호영은 분노에 차 욕설을 퍼부었다. “평소에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아첨이나 하더니, 막상 일이 터지니까 다 내 책임이라고? 혜리 납치 계획도 네가 짠 것이고, 일본에서 닌자를 부른 것도 네 짓이야. 심지어 그 닌자들을 죽이기 위해 폭파시키려 한 배도 네가 마련한 거잖아! 아마 그 배는 지금도 항구에 정박해 있을 테니, 은
핫토리 카즈오가 단도를 들고 지하실로 달려갔을 때, 제임스는 이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손이 묶인 채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배호영과 계속해서 서로 욕을 퍼부으며 서로 간의 증오를 드러냈고, 동시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카즈오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두 사람은 즉시 싸움을 멈추고 몸을 잔뜩 웅크리며 긴장한 채 초조하게 온몸을 떨고 있었다. 배호영은 카즈오가 단도로 자신에게 다가와 또 다시 신체의 일부를 잘라낼까 봐 두려웠다. 제임스는 자신도 배호영처럼 귀가 잘리는 대우를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핫토리 카즈오는 들어오자마자 공중에 매달려 있는 제임스를 발견했다. 그의 표정은 즉시 분노와 복수심으로 일그러졌고,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제임스의 배를 힘껏 걷어차 그를 마치 샌드백처럼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 개 같은 자식! 나를 미국으로 속여 데려와 은 선생님 앞에서 큰 잘못을 저지를 뻔하게 만들다니! 너를 죽여도 분이 안 풀릴 것 같다!!”제임스는 계속 공중에서 회전하며 다급하게 외쳤다. “핫토리 카즈오 씨! 저도 선생님과 같은 피해자입니다! 이 모든 건 옆에 있는 배호영의 명령에 따른 것이지, 진짜 주범은 제가 아니고 저 놈이라고요!” 배호영은 이 말을 듣고 즉시 반박하며 소리쳤다. “핫토리 카즈오 씨, 저 놈의 말에 속지 마세요! 이 놈은 아주 많은 나쁜 짓을 저질렀고, 이번에 저희 이가 닌자를 이용하자고 한 것도 저 놈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제임스는 서둘러 변명했다. “핫토리 카즈오 씨, 저 놈이 하는 말은 다 헛소리입니다! 저 놈이 혜리를 손에 넣으려고 미쳐 있었어요! 제가 여러분을 모셔온 건 전부 저 놈의 지시에 따른 겁니다! 그러니 잘잘못은 분명히 가려야죠. 저 놈의 말에 속지 마십시오!” 핫토리 카즈오는 냉소를 띤 목소리로 말했다. “제임스, 네 정체를 내가 모를 줄 아냐? 배호영도 제대로 된 놈은 아니지만, 너는 더더욱 쓰레기 같은 놈
핫토리 카즈오는 마음이 급격히 불안해졌다.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만약 페이셔스 그룹이 정말로 일본으로 사람들을 보냈다면, 이가 닌자가 타겟이 되는 건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페이셔스 그룹의 고수들이 일본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들의 정보원들은 이미 이가 닌자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을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그는 이미 쇠락한 이가 닌자가 페이셔스 그룹의 고수들 앞에서는 전혀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페이셔스 그룹은 배호영을 납치하고 그의 귀를 자른 모든 책임을 카즈오에게 뒤집어씌울 것이다. 만약 그들이 이가 닌자를 찾아낸다면, 결코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이번 일로 인해 이가 닌자가 멸문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카즈오는 온몸이 긴장으로 얼어붙었고, 당장이라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위험을 알리고, 이가 닌자 전원을 숨기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이 저택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블랙 드래곤 대원들의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었고, 외부와 연락할 방법도 전혀 없었다. 답답한 상황 속에서 그는 급히 단도를 들어 배호영의 목에 들이대며 위협했다. “너희 가족의 연락처를 당장 말해! 지금 당장 방법을 찾아 그들에게 전화를 하겠어! 만약 내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험이 닥치면, 내가 널 죽여 복수할 것이다!” 배호영은 단도의 날이 자신의 피부를 찢는 것을 느끼며 온몸을 떨었다. 그리고 다급히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씨, 이건 전부 오해입니다! 저에게 전화기만 주신다면, 당장 아버지에게 연락해서 모든 고수들을 뉴욕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캐나다로 가서 제임스 일가를 몰살하라고 하겠습니다!” 제임스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핫토리 카즈오 역시 포로가 되어 외부와의 연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배호영을 비웃으며 말했다. “배호영, 넌 정말 멍청하구나. 이미 여기까지
핫토리 카즈오는 시후가 자신 가족의 안전까지 미리 고려할 줄은 몰랐다. 그는 페이셔스 그룹이 일본으로 사람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심장이 마치 목구멍까지 치솟는 것 같았지만, 시후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둔 것을 알고 나자 그는 마음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페이셔스 그룹이 보낸 고수들은 아직 비행 중이고, 그의 가족들이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비행기를 탈 수 있다면,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 고수들이라 해도 방법이 없을 것이다.이 사실에 핫토리 카즈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은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서 아버지와 연락하세요. 5시간 내에 모두 비행기에 타야 합니다. 사람들이 뉴욕에 도착하면 블랙 드래곤이 그들을 롱 비치에 안전하게 머물도록 한 뒤 보호할 것이고, 그 후의 일은 내 명령을 기다리면 됩니다.” 카즈오는 시후가 페이셔스 그룹의 큰 변혁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속으로 흥분하며 생각했다. ‘이번에 우리 이가 닌자가 은 선생님의 작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페이셔스 그룹의 전 회장이 다시 권력을 잡았을 때 우리는 반드시 중용될 것이다! 그리고 페이셔스 그룹 같은 재벌가는 이가 닌자 집안 하나를 부양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거야... 그렇게 된다면 아버지가 원하셨던 북미로의 이주 역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사실, 마츠모토 요시토를 도와 엘에이치 그룹의 일원을 납치한 이후, 이가 닌자는 일본에서 이미 많은 차별을 받고 있어. 일본에 계속 머문다면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질 뿐이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페이셔스 그룹에 의탁해 운명을 바꿀 절호의 기회야!’ 이러한 생각에 핫토리 카즈오는 시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가족들을 데리고 뉴욕으로 가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난 뒤 명령을 기다릴 것입니다
“카즈오?!” 핫토리 한조는 크게 놀라며 급히 물었다. “카즈오, 지금 어디에 있는 거냐?! 뉴스에서는 너희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을 납치했다고 난리가 났어,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카즈오는 급히 설명했다. “아버지, 이건 말하자면 긴 이야기입니다.. 저희들이 고용주에게 속았습니다! 그는 우리를 뉴욕으로 끌어들여 은 선생님의 여자를 납치하려고 했던 거예요!” “뭐라고?!” 핫토리 한조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은 선생님이라면... 구름산에서 홀로 블랙 드래곤을 압도했던 은시후 선생님 말이냐...?” 핫토리 카즈오가 말했다. “맞습니다! 바로 그분이요!” “이런 멍청한 놈!” 한조는 절망에 차서 욕설을 내뱉으며 물었다. “이 멍청아! 은 선생님의 여자가 구름산에 나타났던 걸 몰랐더냐?! 말해봐라, 혹시라도 은 선생님의 여자를 모독한 건 아니겠지?!” 카즈오는 급히 대답했다. “아니에요, 아버지! 제가 어떻게 은 선생님의 여자에게 손을 댈 수 있겠습니까! 마침 은 선생님도 뉴욕에 계셨어요. 그래서 그분을 보자마자 바로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핫토리 한조는 초조하게 물었다. “은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던? 널 용서하셨냐?” “은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공을 세워 죄를 갚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배호영을 납치했던 겁니다...”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을 정말 너희가 납치한 거였냐?” 핫토리 한조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맞습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덧붙여 설명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공을 세워야만 했습니다.” 그는 이어 말했다. “아버지, 지금 페이셔스 그룹에서 이미 일본으로 사람을 보냈습니다. 아마도 10시간 후면 일본에 도착할 겁니다. 하지만 은 선생님께서 너그러이 이토 나나코 양을 통해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을 위한 전세기를 준비해 주셨어요. 지금 아버지께서는 모든 가족들을 소집해 곧바로 공항으로 향하는 겁니다. 페이셔스 그룹의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에 반드시 출발하셔야 합
이가 닌자 일족들은, 닌자든 가족 구성원이든 수백 년 동안 군사화 된 관리 체계를 실시하여 관리가 엄격했다. 그래서 핫토리 한조가 명령을 내리자마자, 일족 전체는 즉시 분주히 준비를 시작했다. 모든 닌자들은 즉시 손에 쥔 일을 내려놓고 학교로 달려가 수업 중이던 아이들을 모두 데려왔다. 병원에 입원 중인 노인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한 병원에서 퇴원시켰다. 여성들은 집에서 빠르게 짐을 싸기 시작했고, 모두 핫토리 한조의 명령을 엄격히 따르며, 필수품과 작은 귀중품들만 챙겼다. 나머지는 집에 두고, 평생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대량의 짐은 허용되지 않았다. 5시간으로 예정되었던 철수 시간이었지만, 이가 닌자 일족이 모두 준비를 마치는 데는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후, 이가 닌자 일족 수백 명은 10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이토 나나코가 준비한 세 대의 보잉 777 비행기가 대기 중이었다. 시후는 이토 나나코에게 비행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할 때, 의도적으로 리스크를 회피를 위해 신중을 기했다. 그래서 그는 세 대의 비행기 모두 핫토리 카즈오의 명의로 예약했으며, 비용은 시후가 성도민을 통해 미국에서 지급하도록 했다. 그래서 만약 페이셔스 그룹이 빠르게 일본으로 오더라도 이토 그룹까지 연루되지는 않게 한 것이다. 곧 이가 닌자 일족 전원은 비행기 탑승을 완료했고, 세 대의 비행기는 차례로 간사이 공항을 이륙했다. 이때, 페이셔스 그룹에서 파견한 고수들이 탑승한 비행기는 아직 오사카에 도착하려면 7시간 넘게 남아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체력을 비축하던 페이셔스 그룹의 고수들은, 자신들이 목표와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이 3시간 뒤, 베링해 상공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가까워진다고는 하지만, 항공 안전을 고려해 두 비행기의 거리는 최소 10km 이상 떨어져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그들 간의 물리적 거리에서 가장 짧은 순간이 될 것이다. 두 대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