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후, 제이크 한은 명함 한 장을 꺼내 배한빈에게 건네며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생각이 정리되고 저와 협력할 마음이 생기면 연락하세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당신도 48시간이 지난 후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싶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곧 은퇴할 예정이라.. 은퇴 전에 이런 미해결 사건을 남기고 싶지 않아요.”배한빈은 놀란 표정으로 명함을 받아 들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제이크 한은 “그럼 이만 가보지요!”라고 말하며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제이크 한이 떠나자, 배한빈은 불안에 휩싸인 채 아버지 배해산에게 다급히 말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이 사건은 정말 이상한 것 같습니다!”배해산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지만, 그 안에 약간의 공포가 엿보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물었다. “그가 말한 천문학적 스캔들이 대체 뭐지? 아버지와 관련된 일인가? 그런데 내가 회장직을 차지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합법적이었어. 법정에서 다퉈도 질 일이 없다고. 문제는 내가 아버지를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고, 몰래 그의 행방을 추적하며 기회를 봐서 완전히 처리하려 한 건데.. 이 일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어! 설사 들통난다 해도 전부 부인할 수 있고, 큰 영향을 끼칠 만한 건 없을 텐데? 그게 어떻게 천문학적 스캔들일 수 있겠어?”배한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할아버지를 우리가 정말 처리했다면, 그 얘기가 나왔을 때 당연히 불편하겠지만, 우리는 아직 그 일을 성공하지 못했어요. 할아버지의 그림자조차 찾지 못했으니까요....”배해산은 의자에 앉으며 다소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제이크 한의 말은 무슨 뜻이지.... 한빈아, 혹시 내가 모르는 스캔들이라도 있나?”“저요?” 배한빈은 순간 긴장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 그저 할리우드 몇몇 여배우들과 약간의 관계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중 한 명은 유명한 감독의 아내였어요....” 그러더니 급히
“송재봉?” 배해산이 약간 의아한 듯 물었다. “송재봉이 누구지?”집사가 급히 설명했다. “송재봉 씨는 비즈니스 팀의 한 관리자입니다. 어제 회장님께서 콩코드 여객기를 구매하라고 하셨는데, 그 거래를 중개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배해산은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무슨 단서를 보고하려는 거야? 콩코드 여객기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담당자에게 직접 가격을 협상하라고 하면 될 텐데, 굳이 나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잖아.”집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회장님, 송재봉 씨가 호영 도련님과 관련된 단서가 있다고 했습니다!”“뭐라고?!” 배해산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어디 있지? 당장 데려오게!”집사가 급히 말했다. “바로 문 앞에 있습니다. 지금 바로 데리고 오겠습니다!”잠시 후, 비즈니스 담당자인 송재봉이 허둥지둥 서재로 뛰어들어왔다. 그는 배해산과 배한빈을 보자마자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회장님, 대표님, 저는 비즈니스 팀에서 일하는 송재봉이라고 합니다....”배해산은 그의 말을 바로 끊으며 차갑게 물었다. “호영이와 관련된 단서가 있다고 들었네. 어서 말해보게!”송재봉은 급히 말했다. “회장님, 도련님 곁에서 일하는 가정부 중 제시라는 여자가 조금 수상한 것 같습니다!”배해산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소리인가?”송재봉은 설명했다. “어젯밤 회장님께서 콩코드 여객기를 찾으라고 하셨을 때, 저는 프랑스 쪽과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러다 제시를 우연히 만났는데, 주말에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죠. 그때 그녀는 제가 밤 늦게까지 뭘 하고 있는지 물어봤고, 제가 회장님을 위해 콩코드 여객기를 구하고 있다고 대답했더니, 그녀는 콩코드 여객기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송재봉은 갑자기 자신을 한 대 때리며 다급히 말했다. “회장님, 모두 제 입이 문제입니다! 당시 저는 그녀가 페이셔스 그룹의 가정부라는 생각에 보안 의식이 조금 느슨해졌고, 회장님께서 일본으로 사람을 보
제시가 머릿속에서 온갖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집사가 여러 명의 관리자와 건장한 보디가드 몇 명을 데리고 방으로 들이닥쳤다. 집사는 배한빈의 아내에게 말했다. “사모님, 가정부 중 한 명에게 볼일이 있어 왔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배한빈의 아내는 집사가 페이셔스 그룹에서 꽤나 큰 권력을 가진 사람임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자신의 가정부를 찾아온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세요.”집사가 인사를 하고 나서, 옆에 있던 관리자가 제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여자입니다! 저 여자가 제시입니다!”이때 방 안에 있던 다른 가정부들은 모두 긴장해서 온몸을 떨었다. 그들 눈에는 집사가 이렇게 사람을 직접 찾으러 온 것은 분명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제시만은 다르게 생각했다. 그녀는 분명 자신의 백마 탄 왕자가 자신을 데리러 온 것이라고 믿었다! 제시는 아마도 이 방을 나서기만 하면 머지않아 자신이 제임스의 아내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다음 번에 자신은 제임스 아내의 신분으로 페이셔스 그룹에 돌아올 것이고, 그 때가 되면 페이셔스 그룹의 가정부들 심지어 집사조차도 자신에게 공손히 예를 갖출 것이라 상상했다. 이 생각에 흥분한 제시는 말했다. “제가 제시입니다. 집사님, 무슨 일로 절 찾으셨나요?”집사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옆의 보디가드들에게 말했다. “데리고 가!”두 명의 보디가드가 즉시 앞으로 나와 제시의 두 팔을 거칠게 붙잡고 그녀를 끌고 나갔다.제시는 분노하며 몸부림쳤다. “뭐 하는 거예요? 아프잖아요! 다치면 책임질 거예요?”집사는 그녀에게 다가가 갑자기 뺨을 후려치며 화를 냈다. “집안의 은혜를 배신한 주제에 두려운 줄도 모르고, 오히려 여기에 대고 대놓고 떠들다니! 회장님이 널 어떻게 하실 지 두고 보자!”제시는 이 말을 듣자 온몸이 얼어붙었고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왜 회장님이 자신에게 이렇게 하시는 지
제시는 이 손목시계를 너무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하지만 자신이 아직 가정부의 신분이기에 리차드 밀 같은 고급 시계를 차고 다닐 엄두는 내지 못했다. 그래서 주머니에 넣어 다녔는데, 이렇게 넘어지면서 바닥에 떨어질 줄은 상상하지 못 했다.배한빈이 이를 발견하자, 그녀는 급히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이... 이 시계는 제 친구가 저에게 잠시 맡겨둔 거예요...”“친구?” 배한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친구야? 이름이 뭐지?”제시는 긴장한 나머지 대답했다. “저... 저... 이름을 말하기는 곤란해요...” 그러고는 급히 덧붙였다. “하지만 이건 저와 그 사람 간의 사적인 일이예요. 다른 사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배한빈은 계속 추궁하려 했지만, 배해산은 이미 인내심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냉랭하게 말했다. “이렇게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바로 귀를 잘라버려!”배한빈은 아버지의 명령을 듣자마자 자신의 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가정부가 자신의 아들이 납치된 사건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자, 마음속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는 즉시 보디가드 중 한 명에게 명령했다. “어서! 양쪽 귀를 잘라버려!” 그리고 나서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다시 덧붙였다. “아니! 코까지 잘라버려!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보자고!!”페이셔스 그룹의 보디가드들은 모두 죽을 각오로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전투용 칼을 꺼내 제시를 향해 다가갔다.제시는 두려움에 질려 와와 울며 울부짖었다. 이 순간, 그녀는 제임스도, 제임스의 아내가 될 꿈도 잊어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목숨을 보호하고 싶어 큰 소리로 울며 소리쳤다. “말할게요! 제가 말씀드릴게요!” 제시는 자신이 죽어도 버티겠다고 하다가 귀와 코가 없어지면 제임스가 결혼상대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제임스가 정말 배호영의 납치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페이셔스 그룹은 절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배한빈은 급히 배해산을 바라보며 외쳤다. “아버지! 이거 제임스가 한 짓 아니겠습니까?!”배해산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턱을 괴고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한빈은 초조함을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 “아버지! 말씀 좀 해보세요!”그제야 배해산이 입을 열었다. “나는 이 제임스이라는 친구는 모르지만, 기억나는 게 있다.. 몇 년 전부터 페이셔스 그룹의 재무 보고서에서 시애틀에 있는 엑스피드라는 그룹과의 협력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더군.. 협력 금액이 매년 수십 억에서 시작해 점점 올라가더니 이제는 수백 억까지 올랐어. 이 협력 덕분에 엑스피드의 주가는 몇 년 만에 거의 열 배로 뛰었고...”배한빈은 소리쳤다. “그렇다면 제임스가 배신을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배해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가 한 짓은 아닐 것 같다.”배한빈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아버지, 이렇게 많은 단서가 그를 가리키고 있는데 그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했다는 겁니까?”배해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생각해봐라.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은 굳이 목숨을 걸고 납치와 협박 같은 일을 할 이유가 있겠느냐 말이다? 더구나 납치의 대상이 자신의 주 수입원이었던 사람이라면, 그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 배한빈은 서둘러 말했다. “재산이 수 백억, 수 천억이라 해도 대부분은 주식의 시장 가치로 환산된 것이잖아요. 대주주는 함부로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니, 대부분의 주식은 현금화할 수 없을 겁니다. 만약 제임스가 금전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면, 이런 위험한 일을 저질렀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래도 말이 안 돼.” 배해산은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생각해봐라. 만약 제임스가 정말로 호영이를 납치하려고 했다면, 왜 굳이 페이셔스 그룹에 와서 지냈겠어? 호영이가 이미 납치되었는데도 계속해서 머물며, 심지어는 이 가정부에게 정보를 알아보라고 했다는 건 이상하지 않니?”배한빈
“두려워서 그랬다고요?!” 배한빈은 아버지의 추측을 듣고 놀라며 물었다. “아버지, 그 말은 제임스가 호영이에게 손을 댄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고, 동시에 그 사람들이 자신에게도 해를 끼칠까 봐 두려워한다는 뜻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지!” 배해산은 매우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아까 제임스 한이 했던 말을 다시 생각해 보니, 뭔가 단서가 잡히는 것 같구나...”배한빈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듯 물었다. “아버지, 뭔가 분석해 내신 겁니까?”배해산은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집사에게 명령했다. “가정부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라.” 사람들이 모두 나간 후에야 배해산은 심각한 표정으로 배한빈에게 말했다. “우리는 제임스 한이 말했던 스캔들이 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 스캔들이 호영이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동시에 제임스와도 깊은 연관이 있을 것 같구나..” 그는 배한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에는 호영이와 제임스가 함께 뭔가 감출만한 일을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걸로 호영이가 제임스를 몰래 집으로 데려온 것이고, 매일 그 빈 별장에서 몰래 만나고 음모를 꾸몄던 이유가 설명되지 않겠어..?”배한빈은 급히 물었다. “아버지, 스무 살 남짓한 젊은 애들이 무슨 음모를 꾸밀 수 있겠어요?”배해산은 냉정하게 말했다. “아니, 그 둘은 분명히 어떤 계획에 대해 논의했을 거다. 그리고 그 계획은 이미 실행 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그는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물었다. “호영이가 사라졌을 때, 자선 만찬을 하고 있었다고?”“네.” 배한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한인회를 연합해 동양인 고아들에게 기부금을 마련하는 행사였다고 들었습니다.”배해산은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너도 잘 알지 않니. 평소에 자선이라고는 전혀 관심도 없던 애가 갑자기 자선 활동을 시작했다면, 이게 이상하지 않니?”배한빈은 솔직
“뭐라고요, 아버지? 뭐가 ‘그랬던 것’이라는 겁니까?” 배한빈이 급히 물었다.배해산은 말했다. “호영이가 그렇게 애를 써서 그녀를 기쁘게 하고, 심지어 그녀를 위해 자선 만찬까지 준비한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지...” 그러면서 그는 문득 제임스 한이 했던 말을 떠올렸고, 그 즉시 그는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외쳤다. “젠장! 호영이 이 망나니 자식이 혹시 그 혜리라는 연예인에게 뭔가 나쁜 생각이라도 품은 거 아니냐?!”배한빈은 난감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는 건 남자라면 당연한 거 아닙니까? 호영이가 마음에 들어 한들 큰 문제는 아니잖아요.”배해산은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말하는 나쁜 생각이랑 네가 말하는 건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그 연예인을 꼬셔 하룻밤을 보내려는 것도 나쁜 생각이고, 억지로 그 연예인을 강제로 잠들게 만들어 그녀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도 나쁜 생각이다. 심지어 억지로 차지하고 나서 그녀를 없애 버리려는 것도 나쁜 생각이지!”배한빈은 표정이 굳어지며 급히 말했다. “아버지... 사실 저도 그때 호영이의 행동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긴 했습니다.. 그런데 설마 호영이가 그렇게 멍청하게 굴었을 리는 없지 않을까요?”“나도 모르겠다...” 배해산은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구나!” 그러면서 그는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그건 그렇고, 당장 사람들을 시켜 제임스와 그가 관련된 모든 회사의 자금 흐름을 조사해 봐라. 그리고 일본 이가 닌자의 자금 수령 내역도 조사해보고. 닌자들의 의뢰비가 누구로부터 지급되었는지 알아봐야 해! 내 생각엔, 이 닌자들을 고용한 사람이 제임스일 가능성이 크다!”배한빈이 말했다. “만약 제임스가 고용했다면, 그럼 문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죠. 혹시 제임스가 호영이를 노린 게 아닐까요?”“아니!” 배해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의심은, 제임스가 그 닌자들을
제임스가 블랙 드래곤에게 잡힌 이후, 시후는 서두르지 않고 뉴욕으로 갈 계획을 차분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그의 계획에 따르면, 그는 먼저 핫토리 카즈오에게 제임스의 귀를 자르고 그를 배호영과 같은 곳에 가두게 한 뒤, 두 사람이 공포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도록 했다. 그런 뒤, 자신이 뉴욕에 도착하면 그들을 하나씩 처리할 계획이었다.한편, 고은서는 이미 많은 사건들을 겪어왔기에, 배호영의 사건이 그녀에게 특별히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카즈오가 배호영을 납치하라고 요청한 다음 날, 그녀는 이 일을 완전히 잊고 곧 있을 콘서트를 준비하는 데 온전히 집중했다.오늘 하루 종일 고은서는 혜리로 활동하고 있기에 콘서트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그녀의 소속사는 뉴욕의 한 댄스 센터를 임대해 그녀와 댄서들이 안무를 맞추고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저녁에 호텔로 돌아온 고은서는 씻고 난 뒤 휴식을 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비서 김지우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와 말했다. “은서야, 페이셔스 그룹의 배한빈 대표가 전화를 걸어왔어. 내일 점심에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배한빈 대표?” 고은서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배호영의 아버지 말이야?”“응, 맞아.” 김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그 사람이야. 그의 말로는 배호영의 할아버지가 널 보고 싶어 한대.”고은서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안 갈래! 그냥 거절해줘!”김지우는 서둘러 말했다. “은서야, 페이셔스 그룹은 뉴욕에서 영향력이 엄청난 집안이야. 제안을 바로 거절하면 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뭐가 문제라는 거야?” 늘 겸손했던 고은서는 드물게 불쾌하고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그들이 얼마나 영향력이 크든 나와는 아무 상관없어. 나는 그들에게 돈을 빌린 것도 아니고, 도움을 구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들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이라 해도, 굳이 그들에게 체면을 세워줄 필요는 없어!” 이어 고은서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들이 날 초대한 이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