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노르웨이 왕실의 별장은 링엔 북쪽 언덕 정상의 완만한 비탈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작은 길 하나가 산기슭까지 이어져 있었고, 그 앞은 철제 대문이 가로막고 있었다.시후는 노르웨이 왕실 집사에게 받은 열쇠를 꺼내 차에서 내려 철문을 열었고, 다시 차를 몰아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정상으로 올라갔다.이곳의 산은 그리 높지도 가파르지도 않았다. 오히려 엎어 놓은 밥공기처럼 둥글고 완만한 형태를 띠고 있어 지형이 부드러웠고, 산의 능선마저도 유려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노르웨이 왕실의 이 별장은 매우 고풍스럽고 우아한 목조 건물이었다. 규모도 상당해서 침실만 아홉 개였고, 거실과 서재, 식당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스무 명에서 서른 명 정도가 함께 머물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시후와 릴리는 별장 앞에 차를 세우고 열쇠로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사람이 머물지 않은 곳이었지만 왕실에서 정기적으로 환기와 청소를 해 온 덕분에 집 안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고, 이곳 특유의 건조한 기후 덕분인지 오래 비워 둔 집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도 전혀 없었다.넓은 거실 한가운데에는 장작을 태우는 벽난로가 놓여 있었다. 도시에서는 벽난로를 단순한 인테리어 장식으로 두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의 벽난로는 집 전체를 데우는 실제 난방 시설이었다.겨울이 되면 산 전체가 눈으로 뒤덮이고 북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오기 때문에 이곳의 날씨는 무척 추웠다. 시후는 벽난로 옆에 잘 패 놓은 장작을 몇 개 집어 불을 붙였다.장작불이 점점 활활 타오르자 별장 안의 냉기가 서서히 사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내는 따뜻하고 아늑한 온도로 변했다.별장 구조를 한 바퀴 둘러본 릴리가 돌아와 말했다.“선비님, 방이 모두 정말 좋네요. 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층마다 안방처럼 넓은 스위트룸이 하나씩 있어요. 선비님만 괜찮으시다면 1층에서 가장 큰 방을 쓰세요. 저는 선비님 옆방을 쓰면 될 것 같아요.”시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제일 큰 방은 릴리가 써. 나는 옆방이
릴리의 말은 시후에게도 적잖은 영감을 주었다.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혼잣말처럼 조용히 입을 열었다.“맹장생은 평생 불멸만을 추구한 사람이었지만, 인간으로서의 감정까지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던 것 같아. 도를 깨닫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뒤에는 일부러 돌아가 장남교 집안의 선조와의 약속을 지키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분은 복이 부족해 며칠 차이로 맹장생을 만나지 못했지.”“그 후 지리산에서 은거하며 수행할 때도 세상사를 완전히 끊어 낸 것은 아니었어. 아버지와 오시연이 군대에게 쫓기는 모습을 보았을 때, 한민족이라는 이유로 두 사람을 구해 주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해 보면 아버지께 그 반지를 주며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라고 했던 말도 결코 빈말은 아니었을 거야. 어쩌면 당시 맹장생은 정말 그 반지에 그런 힘이 있다고 믿었을 수도 있어. 만약 위급할 때 사람을 순간이동시키는 기능만 있었다면, 그걸로는 당시 외세의 군대를 어떻게 상대할 수 있었겠어.”그는 릴리를 바라보며 물었다.“릴리는 그 반지에 어떤 숨겨진 능력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해?”릴리가 대답했다.“다른 것은 장담할 수 없지만, 백회단의 행방은 분명 그 반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시연이 그 반지를 손에 넣으려 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백회단의 행방을 얻어 자신의 다음 오백 년을 열기 위해서일 테니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쩌면 공격 진법이 깃든 법보일 수도 있어. 다만 내 실력이 부족해서 아직 그 능력을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그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채 다른 손으로 주머니 속 반지를 꺼내 손가락 끝에 올려놓고 천천히 바라보았다.“맹장생이 이 반지를 아버님에게 건넸을 당시에는 이미 군대가 휩쓸고 있었어. 그 사람이 정말 이 반지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 반지에는 엄청난 수의 대군조차 막아 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해.”그 말을 하며 시후의 마음속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릴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선비님은 신이 아니세요. 그러니 너무 많은 짐을 홀로 짊어지려 하지 마세요. 죽음의 전사들의 운명이 비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손에 목숨을 잃은 무고한 사람들은 더 비참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죽음의 전사들은 오시연에게 얽매여 살아왔지만, 동시에 그 여자의 악행을 도우며 수많은 죄를 저질러 왔죠. 마을 하나를 몰살시키고 성 하나를 초토화한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요. 자신들은 온갖 고통을 겪으면서도 무고한 사람들을 마주하면 오히려 더욱 잔혹하고 포악해졌어요. 그들이 저지른 죄는 제가 직접 두 눈으로 본 것만 해도 차마 다 기록할 수 없을 정도였거든요. 설령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해도 많은 이들이 극형을 면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선비님께 간청드려요. 그들에게 지나친 자비를 베풀지 마세요. 그리고 그 자비 때문에 선비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더더욱 하지 마세요.”그렇게 말하면서도 릴리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선비님은 너무 인정이 많으셔. 끝내 결단을 내리지 못하신다면… 그 악역은 내가 맡을 수밖에 없어.’시후는 릴리의 말을 오래도록 곱씹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입을 열었다.“릴리, 만약 좌위대 사령부를 내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 총사령 휘하의 죽음의 전사들도 모두 내 지휘를 받게 되는 것 아니야? 그렇게 되면 당장 이들에게 해독제를 줄 필요도 없겠지. 오시연이 계속 해독제를 공급할 테니까.”릴리의 맑은 눈동자가 순간 빛났다.“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오시연은 원래 신출귀몰한 사람이라 오방대의 총사령들조차 그 여자를 직접 만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선비님께서 정말 좌위대 사령부 총사령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오시연도 그 사실을 쉽게 알아채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그러나 곧 그녀의 표정에는 걱정이 스쳤다.“다만 오시연 집안 사람들은 오시연의 진정한 직계 세력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들 대부분이 어느 정도 수련을 쌓았고,
릴리의 말에 시후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는 릴리의 말이 지극히 객관적이며 현실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은 기습으로 허를 찔렀고, 또 한 번은 동쪽에서 소란을 피워 서쪽을 치는 작전으로 오시연을 속였다. 하지만 이 두 번이 지나고 나면 오시연은 다시는 자신에게 무사히 빠져나갈 기회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죽음의 전사 거점을 공격하더라도 남아 있는 죽음의 전사들까지 모두 데리고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다.결국 그는 하나의 선택을 해야만 했다. 폴른 오더의 거점을 공격해 전력을 약화시키면서 죽음의 전사들의 생사는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죽음의 전사들과 그 가족들에게 화가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점 공격 자체를 포기할 것인가?어느 쪽을 선택해도 선뜻 옳다고 말하기 어려웠다.그때 시후가 릴리에게 물었다.“해독제를 주고 각자 도망치게 하면 어때?”릴리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 죽음의 전사들은 거의 평생을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왔어요. 합법적인 신분도 없고, 생계를 이어 갈 기반도 전혀 없지요. 선비님께서 해독제를 주고 도망치게 하신다 해도 폴른 오더의 추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현금을 나눠 주자니 수천 명분의 현금만 해도 여행 가방 몇 개에 담아야 할 정도라 현실적이지 않죠. 물론 폴른 오더도 그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겠지만, 자유를 얻는 사람이 생긴다 해도 열 명 가운데 두세 명이나 살아남으면 다행일 거예요.”시후가 다시 물었다.“해독제를 준 뒤 해당 문제를 거점이 있는 나라의 정부에 맡기면 어떻겠어? 현지 정부라면 이들의 안전을 보호해 줄 수 있지 않을까?”릴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이런 일은 어느 나라에서든 국가 안보 차원의 엄청난 스캔들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부든 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려 할 것이고, 무엇보다 죽음의 전사들은 그 나라의 국민도 아닙니다. 저도 그 나라들이 과연 그들을 보호해 줄지 확신할 수
깊은 밤, 시후와 릴리는 북극권을 향하는 도로를 따라 빠른 속도로 차를 달리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던 릴리가 문득 시후를 향해 입을 열었다.“선비님, 이번에 AI가 아프리카에 있는 폴른 오더의 다른 거점까지 찾아낸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시후는 잠시 생각한 뒤 담담하게 대답했다.“예전과 같지. 조용히 잠입해서 그곳의 절도사를 제거하고, 가능하다면 그곳의 특수 전사와 죽음의 전사들을 우리 편으로 받아들여. 모두 철수한 뒤에는 거점을 폭파할 생각이고.”릴리는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선비님, 제 생각에는 폴른 오더의 죽음의 전사 거점은 전 세계에 적어도 열댓 곳, 많게는 스무 곳 이상은 있을 겁니다. 키프로스에서는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습에 성공하셨고, 이번에는 나이지리아로 시선을 돌려 놓은 뒤 다른 곳을 치려는 작전이지만, 이런 방법도 두 번까지나 통하는 법이지 세 번째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도 오시연이 삼대 장로를 나이지리아에 미리 매복시켜 두고도 또 다른 거점을 선비님에게 빼앗긴다면, 앞으로는 분명 모든 거점의 경계를 대폭 강화할 것입니다. 우리도 감시망을 넓히고 원격탐사 위성까지 활용하려 하는데, 오시연 역시 같은 생각을 하지 않겠어요?”잠시 말을 멈춘 릴리는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선비님의 실력이라면 오시연 수하 가운데 선비님보다 강한 사람은 삼대 장로와 오시연 본인뿐이예요. 모두 합쳐도 네 명뿐이니 그들이 모든 거점을 동시에 지킬 수는 없겠죠. 선비님이 그 네 사람이 없는 거점을 선택한다면 드나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죽음의 전사들과 특수 전사를 모두 데리고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렇게 큰 규모의 이동은 반드시 흔적을 남기게 되고, 결국 그 사람들은 블랙 드래곤의 거점으로 옮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오시연은 그 흔적을 따라 블랙 드래곤의 위치를 찾아낼 것이고요.”
통신 사업을 스카이라인에 편입시키는 것은 시후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나훈구와는 우연한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고, 그를 구한 뒤에는 블랙 드래곤에서 일하게 하려는 생각뿐이었다. 한편으로는 블랙 드래곤만의 독자적인 위성 통신망을 구축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자신의 가치를 다시 찾고 과거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통신위성 역시 원격탐사 위성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했다. 이제는 중요한 사업으로 삼아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가 된 것이다.시후는 나훈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좋은 제안이네요. 스카이라인은 명실상부한 미국 기업이고, 지금은 겉으로도 로스차일드 가문의 지배를 받고 있죠. 이런 구조라면 위성 통신 사업을 추진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고요. 이 일은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습니다. 곧 스카이라인 명의로 새로운 통신사업부를 설립한다고 발표하고 채용 공고도 낼 겁니다. 그때 형님이 이력서를 제출하시죠. 일이 마무리되면 스카이라인에서 면접 초청장을 보내드릴 테니 미국으로 돌아가 정식 절차를 밟으시면 됩니다. 면접이 끝나면 바로 미국에서 업무를 시작하시면 되고요.”나훈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면접 절차만 끝나면 곧바로 예전 동료들에게 연락하겠습니다. 다들 중년이 되었지만 각종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을 겪어 와서 지금은 젊은 사람들보다도 더 절실하게 일하고 싶어 합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최고의 실력을 보여 줄 겁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익만 좇는 사업가들과는 다릅니다. 형님의 동료들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해 준다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연봉을 깎는 일은 없을 겁니다. 모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나훈구는 서둘러 말했다.“저는 누구도 못 믿어도 은 선생님만큼은 믿습니다. 그 말씀 한마디면 더는 걱정할 것이 없고요!”시후는 고개를 끄덕
셰이크가 블랙 드래곤과 협의에 이른 뒤 이 소식을 아덴만으로 가져오자, 아덴만의 해적 조직 전체는 완전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심지어 그들은 죽을 고비를 넘긴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지금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블랙 드래곤이 그들을 완전히 몰살시켜, 생계 수단을 완전히 없애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블랙 드래곤은 아덴만의 호위 사업을 완전히 독점할 생각이 없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자, 해적들은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해적들은 모두 기뻐하며 두 가지 합의점에 도달했다. 첫째, 블랙 드래곤의 보
은 회장의 포효는 입을 열려고 하던 모든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시후의 손에 맡길 수는 없었지만, 은 회장에게 아직 탈출구의 열쇠가 쥐어져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때 그들이 가장하면 안 되는 것은 바로 공개적으로 은 회장과 척을 지는 일일 것이다. 만약 은 회장이 정말로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돈을 써서 이 난리에서 벗어나기라도 한다면, 나중에 일이 처리된 후 대놓고 자신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을 찾아내어 정리할 것이다.그러자 은정공은 아버지의 말에 반기를 드는 것을 포기하고 앞장서서
시후는 전반적으로 적어도 5~6살은 어려진 듯한 세 사람을 보고 매우 행복함을 느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그는 혼자였으며 진정으로 가족이 있다는 느낌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나와 결혼한 후, 시후에게는 새로운 가족들이 생겼지만, 당시 WS 그룹 사람들은 그를 남보다 훨씬 더 못한 사람처럼 대했다. 그러니 그의 아내 유나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가족이라고 할 수 있었겠는가? 물론 지금은 장인, 장모가 자신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만, 시후는 이 모든 것을 다양한 혜택과 선물들로 얻은 것임을 잘 알
따라서 이태리의 가장 큰 소망은 언젠가는 부모님이 자신을 이해해 주시는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오늘 생각지도 못하게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이태리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코가 시큰해지며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부모님이 자신이 우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고 싶었기에 급히 두 사람에게 말했다. "아빠, 엄마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퇴원 절차를 밟고 올게요. 우리 이제 집에 가요~”…….이태리가 아버지 이정원의 퇴원 절차를 밟고 있을 때, 안세진과 이화룡은 이미 이태리의 동기이자 호그비츠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