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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9장

Author: 로드 리프
그 시각, 김미희는 차 안에서 막 깨어났다.

민건산과 민영건은 밤새 교대로 운전하며 1,000km를 달려왔지만, 아직 미국-멕시코 국경까지는 2,000km 이상 남아 있었다. 김미희의 계획에 따르면, 두 사람은 계속해서 텍사스주의 엘파소까지 차를 몰고 간 뒤에 이곳에서 육로를 통해 멕시코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차 안에서 밤새 흔들리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탓에, 김미희는 정신이 몽롱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처음 미국에 왔을 때가 떠올랐다.

처음 미국에 온 2년 동안은, 비록 가짜 신분을 사용했지만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왔다. 그때 그녀가 번 돈은 미국 기준으로 그리 많지 않았지만, 가사도우미 일은 고용주가 숙식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번 돈을 거의 전부 고스란히 한국으로 송금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밀입국 당시 진 빚을 빠르게 갚았고, 가족들의 열악했던 생활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김미희는 점차 자신의 불법 이민자 신분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며 불만을 품게 되었다.

당시 차이나타운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들은 두 가지 유형이 있었다. 첫 번째는 미국에서 합법적인 신분이나 영주권을 가진 가사도우미였고, 두 번째는 김미희처럼 불법 체류 중인 가사도우미였다. 전자의 경우 후자보다 보수가 50% 이상 더 높았다. 어떤 때는 가사도우미들끼리 만나 서로의 상황을 이야기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김미희는 자신이 받는 박봉에 대해 불평하곤 했다.

그녀는 늘 자신이 하는 일은 다른 가사도우미들과 똑같고, 성실하게 일하는데 왜 자신의 월급은 다른 사람들의 60%밖에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면서 점차 자신의 고용주에 대해 불만을 넘어 증오심까지 품었고, 그녀는 고용주가 자신이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이국 땅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불쌍한 여인이라는 걸 이용해 착취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미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고용주가 불법 체류자인 그녀를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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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285장

    이 생각에 이르자, 시후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외할아버지에게도 몰래 초청장을 하나 보내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된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외할아버지는 분명히 마지막 순서의 회춘단 한 알을 낙찰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자산과 영향력이 있을 테고, 그것으로 신체 상태 역시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시후는 또 다른 문제를 떠올렸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외할아버지에게서 돈을 받아내야 한다는 뜻인데, 그 돈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가족 간의 복잡한 감정이 얽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후는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깊게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에 정말 회춘단 경매회를 다시 열기로 결정한 후, 그때 가서 천천히 고려해보기로 마음먹었다.한편,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소민지와 소이연 자매는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소민지는 이미 마음속에서 질투심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시후가 이토 나나코에게 유독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나코가 이토 그룹의 일원일 뿐 아니라, 이렇게까지 시후의 일에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호흡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둘이 마치 타고난 한 쌍 같아 보였고,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깊은 부러움을 느꼈다.소이연 역시 약간의 질투심은 느꼈지만, 언니보다는 훨씬 담담한 마음이었다. 그녀는 시후를 단순한 은인이자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을 넘어, 자신이 평생 충성을 바치겠다고 다짐한 주군처럼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시후에게 충성을 맹세한 신하 같은 존재. 그러한 인식 속에서, 그가 누구와 가까워지든, 혹은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이 간섭하거나 기대할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이연은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없었다. 그 점에서, 그녀는 소민지보다 훨씬 마음이 넓고 평온했다.정오 무렵. 이토 나나코는 꽃들을 준비하는 것을 마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284장

    이토 나나코는 시후가 회춘단 경매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벌었고, 그중 상당 부분을 투자해 개발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무심코 물었다. “시후 군, 내년에도 회춘단 경매를 열 건가요? 계속 이어진다면, 한국에는 더 많은 세계 최상위 외국 기업들이 들어올 거예요. 그렇게 되면 회춘단 덕분에 한국이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시후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내년 회춘단 경매는, 일단 열 계획이 없어요.” 그러곤 말을 이었다. “사실 지금 내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중대한 걱정거리가 있거든요. 그러니 이 상태에서 경매를 또 열었다가는 스스로 불에 뛰어드는 꼴이 될지도 몰라. 그러니 그 문제를 해결한 뒤에야 다시 열 수 있을 겁니다.”올해 미국에 가기 전, 시후가 첫 회춘단 경매를 열었을 당시만 해도, 그는 폴른 오더라는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행히 첫 경매는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고,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노르웨이 여왕의 말에 혹해 온 유럽 전통 부호들이었다. 정작 진짜 최상위 거물들은 오지 않았고, 삼촌인 안충주도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을 뿐, Samson 그룹 차원의 공식 행동은 아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시후는 폴른 오더의 존재와 그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했고,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 조직인지 잘 알고 있었다. 미국과 노르웨이에서 그들의 수많은 암살자들과 소속 조직인 특수 부대의 대원들을 여러 명 체포하거나 처단한 상태였다. 그 결과, 폴른 오더는 그를 철저히 경계하게 되었고, 지금 같은 민감한 시점에 회춘단 경매를 또 열었다간 반드시 주목을 받게 되어버릴 것이었다.따라서 시후는 일단 내년 경매는 보류하고, 폴른 오더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을 시점이 오면 다시 재개할 생각이었다.이토 나나코는 폴른 오더에 대해 잘 모르지만, 시후의 말에 깃든 조심스러운 기색은 충분히 느꼈다. 그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직 위험이 남아있다면, 잠시 멈추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러곤 뭔가 생각난 듯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283장

    청년재에 집을 사는 것을, 이토 나나코는 처음부터 시후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 그녀의 작은 바람이라면, 시후에게 살짝 놀라움을 안겨주는 것이었고, 집을 산 사실 자체는 오히려 당당히 알리고 싶었다.시후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언제 산 거예요? 어디?”이토 나나코는 환히 웃으며 말했다. “강변에 있는 고층 아파트 동이에요. 단독주택은 이미 다 매매되었다고 해서요.” 그러곤 덧붙였다. “사실 원래는 좀 더 고풍스러운 단독주택을 찾고 싶었는데, 다나카 씨가 며칠 먼저 와서 알아봤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못 찾아서요. 결국 어제 청년재 아파트 고층으로 급하게 결정했어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럼 우리 이제 이웃이네요. 서울 정착을 환영해요.”시후는 이토 나나코에 대해 늘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감정은 아니었다. 그녀는 시후가 생각하기에, 성격도 대화도 가장 잘 통하는 지기였다. 그런 그녀가 청년재에 집을 샀다는 건, 앞으로 서울에 자주 오게 될 것이라는 뜻이니, 시후 입장에서도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이토 나나코는 약간 수줍게 말했다. “당분간은 자주 오지는 못할 것 같아요. 아직 일본 쪽 일도 처리할 게 많아서요. 하지만 나중에 상황이 되면, 회사 본사도 천천히 한국 쪽으로 옮기는 걸 고려해보려 해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정말 그런 생각이 있다면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죠. 앞으로 우리 집안이든 제 사업이든, 이토 그룹과 협업할 수 있는 분야는 아주 많을 테니까.”시후는 이토 나나코에 대해 분명히 편애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바라는 건, 그녀가 장기적으로 서울에 머무르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나나코는 지금껏 시후에게 그 어떤 것도 숨기지 않았고, 시후가 엘에이치 그룹의 해운 운송 자산을 통합해 만든 ‘TS Shipping’의 출범 때도, 이토 그룹의 자산을 전폭적으로 내놓았다. 게다가 지분도 기꺼이 시후 명의로 대리 보유해주었으니, 시후로서도 언젠가는 이토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282장

    그때 시후의 휴대폰이 진동하며 울렸다. 화면을 켜 확인하니, 안세진이 보낸 영상이 와 있었다. 이 영상은 시후가 미리 지시해 몰래 촬영하게 했던 것인데, 그 이유는 바로 소지빈의 현재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영상 속 소지빈의 모습은 시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의 평가를 적잖이 바꾸게 했다. 처음에 그에게 삼보일배를 하도록 명령했던 건, 단순한 징벌 목적만은 아니었다. 그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징벌의 방식은 무수히 많았다. 예를 들어 고바야시 지로처럼 '개 사육장'에 가두어 개들과 살게 만드는 것이 가장 강력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시후의 생각은 달랐다. 소지빈은 소민지의 오빠이자, 박혜정의 친아들이었다. 그가 만약 올바른 길로 돌아선다면, 그것은 소민지에게도, 엘에이치 그룹 전체에게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었다.시후는 원래 그가 모든 순례를 마치기 전까진 변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의 태도를 보면, 예상 이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시후는 휴대폰을 내려놓았고, 그 사이 이토 나나코는 첫 번째 꽃다발을 만들었다.소이연과 소민지 두 자매는 이미 그 예술적인 꽃꽂이에 매료되어 넋을 잃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소민지는 감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한 다발의 꽃이 이렇게 예쁠 수 있다니... 어느 각도에서 봐도 완벽하네요...”옆에 있던 소이연은 감동에 겨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내심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부모님의 결혼식을 다른 이들의 결혼식과 차별화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막상 준비를 시작하자, 전국의 부자들이란 부자들은 이미 모든 창의적인 컨셉을 다 써먹었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처음엔 그럴싸해 보이는 아이디어도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똑같은 사례가 수두룩하기 일수였다.스카이 가든은 분명 훌륭한 장소였지만, 자신에게는 한계가 있었고, 또한 고급 연회장은 수두룩했다. 소이연은 또한 과시하지 않는 편이라 돈을 낭비하지 않는 선에서 준비하고 싶었기에 더욱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281장

    “당신네 도련님?” 소지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되물었다. “실례지만, 당신네 도련님이 누구시죠?”중년 남성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저희 도련님은 바로 은시후 님이십니다.”“은시후?!” 소지빈은 깜짝 놀랐다. 눈앞의 이 중년 남성이 시후가 보낸 사람이라는 사실에, 그는 당혹감과 충격에 휩싸였다. 그래서 놀란 그는 재차 물었다. “당신 말은... 은 선생님께서 저를 데리러 오라고 하셨단 말인가요?”“그렇습니다.” 중년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헬기가 이미 출발 대기 중입니다. 은 선생님의 뜻은, 가능한 한 빠르게 당신을 서울로 모시고 오라는 것입니다.”소지빈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하지만 아직 순례가 끝나지 않았는데, 은 선생님께서 왜 지금 저를 부르시는 거죠?”중년 남성은 숨김 없이 대답했다. “소지빈 씨, 아버지이신 소수도 씨께서 곧 결혼식을 올리십니다. 장소는 서울입니다. 은 선생님의 뜻은, 일단 결혼식에 참석하시고, 이후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순례를 계속 이어가라는 것이죠.”“아버지가 결혼하신다고요?” 소지빈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곧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물었다. “혹시 결혼 상대는 하영수 선생님이신가요?”중년 남성은 미안한 듯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소지빈 씨.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릅니다. 저는 본 지역의 총괄이라 서울 쪽 사정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러고는 이어 말했다. “하지만 은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지금 서울에 여동생 분이 기다리고 계시고,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서울에 계신다고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셔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실 수 있을 겁니다.”소지빈은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본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지금 제 위치를 정확히 기록해주실 수 있을까요?”중년 남성은 자신 있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소지빈 씨. 현재 위치의 GPS 좌표는 이미 기록해뒀습니다. 나중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280장

    이 시각,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소지빈은 수염은 덥수룩하고 온몸은 너덜너덜한 차림이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순례길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었다. 비록 행색은 초라했지만, 그의 손과 무릎에는 두툼한 보호대가 착용되어 있었고, 세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온몸을 땅에 붙이는 오체투지까지 하고 나서야 그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세 걸음, 또 엎드리고… 그렇게 그의 벌은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처음 이 길을 나섰을 때만 해도 그의 몸은 이런 고강도의 반복 동작을 도무지 견딜 수 없었다. 매일 고작 1~2km를 전진하는 것도 버거울 정도였고, 이는 하루 10km를 걷는 일반 순례자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느린 속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거리도 점점 늘어나자 그는 점차 이 리듬에 적응해 갔다. 하루에 1~2km를 걷다가 이제는 4km 정도까지 도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몇 개월 넘게 걸은 끝에, 그는 어느덧 300km가 넘는 거리를 몸으로 지나온 것이다.처음엔 소지빈 자신은 이렇게까지 절하며 길을 걷는 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남들과는 얼마나 다른지 느낄 수 있었다. 낮에는 절을 하며 이동하고, 밤엔 길가에서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며 자는 생활이 비정상처럼 느껴졌던 것이다.하지만 거리를 점점 더 옮기다 보니,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남쪽을 향해 절하며 나아가는 이들을 종종 보게 되었다. 다만 그들과 자신이 다른 점은, 그들은 종교적 신념이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자발적 순례자였고, 자신은 시후의 명령으로 억지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그러나 걷고 또 걷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지빈의 마음은 점차 누그러져 갔다. 그는 걸음마다, 절할 때마다 자신의 지난 20여 년 인생을 끊임없이 되짚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실수와 오만함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엘에이치 그룹의 장남이라는 이름을 믿고 제멋대로 굴었던 것, 이것이 첫 번째 죄였다. 시후에게 목숨을 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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