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선은 제임스 화이트가 전혀 타협할 기색이 없자, 오늘 교도소에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졌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교도소에 갔던 경험이 있기에, 그녀는 정말로 교도소라는 곳이 두려웠다. 게다가 이번에는 낯선 미국 땅에서 이런 일을 겪고 있어 더욱 불안하고 초조했다.그러나 윤우선은 꿈에도 몰랐다. 사실 시후가 마음만 먹으면 제임스 화이트에게 진단서를 조작하게 만든 뒤 계속 병원에 머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게다가 김미희를 빨리 체포하기만 하면, 윤우선은 교도소에 갈 필요도 없이 바로 누명을 벗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시후는 윤우선이 반드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배원중을 통해 제임스 화이트에게 윤우선이 병원에 너무 오래 있지 못하게 하고, 오늘 바로 교도소로 보내라고 지시했다.이때, 제임스 화이트는 윤우선의 절망적인 표정을 보고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윤우선 씨, 사위 분께서 이미 가능한 빨리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힘쓰고 계십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교도소에서 열흘에서 보름 정도만 지내면 나올 수 있을 겁니다."윤우선은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는 걸 알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속으로는 천 번, 만 번 가기 싫었지만, 이제는 체념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제임스 화이트는 윤우선의 기분이 몹시 가라앉은 것을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윤우선 씨, 교도소에 들어가시면 저희 직원이 당신의 교도소 계좌에 충분한 돈을 입금해 둘 겁니다. 그러면 안에서 필요한 물건을 자유롭게 구매하실 수 있어요. 또한, 교도소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가족과 전화 통화도 가능합니다. 그때 따님과 사위 분께 연락하실 수 있을 겁니다."외부로 전화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윤우선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체포된 이후로 그녀는 딸과 사위가 너무 보고 싶었지만, 처음 체포될 때 잠깐 통화한 이후로는 그들과 전혀 연락할 수 없었다.그래서 윤우선은 슬픈 표정으로 제임스 화이트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중형수요?!" 윤우선은 이 세 글자를 듣는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되며 황급히 외쳤다. "화이트 변호사님! 제발 방법 좀 찾아봐 주세요. 다른 방법을 써서 어떻게든 다른 교도소로 못 가나요? 저처럼 힘도 없는 늙은 여자가 중형수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요.... 그 안에서 맞아 죽기라도 하면 어떡해요?!"제임스 화이트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윤우선 씨. 이건 뉴욕 사법 시스템의 운영 방식입니다. 현재 당신이 혐의를 받고 있는 죄목으로는 '베드포드 힐 교도소'가 유일한 수감 장소입니다. 이건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변호사로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일을 해야 하지, 법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윤우선은 극도로 불안해하며 다급히 물었다. "화이트 변호사님! 미국 감옥에도 교도소에서 괴롭히는 대장 같은 사람이 있나요? 그러니까, 교도소 안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 마음대로 다른 수감자들을 괴롭히고 지배하는 그런...""그건..." 제임스 화이트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제가 알기로는 어느 나라, 어느 교도소를 가든 그런 현상은 존재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일반적으로 먼저 그들을 건드리지만 않으면, 그들도 나이 드신 분과는 웬만하면 충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저한테 전화하십시오. 제가 사람을 시켜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제임스 화이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윤우선은 그나마 약간 안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지난번 한국에서 교도소에 갇혔던 일을 떠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지난 번엔 신 회장과 김혜빈 그 두 망할 것들이 있어서 장옥분 같은 여자가 나를 끝없이 괴롭힌 거야! 만약 그 두 인간이 없었다면, 장옥분 같은 촌뜨기 따위가 굳이 날 먼저 건드릴 이유는 없었겠지. 그리고 이번엔 미국 감옥이니까 최대한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지내야겠어. 그러면 별 문제 없겠지...?'그때, 제임스 화이트가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 "윤우선 씨, 저는 이제 가봐야
이 반쯤 개방된 공간에는 양쪽 좌우에 작은 1인용 침대가 각각 하나씩 놓여 있었다. 이때 안에 있던 죄수들은 쉬고 있었는데, 어떤 이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또 어떤 이는 침대 머리맡이나 발치에 앉아 다른 죄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러다 간수가 큰소리로 외치자, 죄수들은 마지못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안쪽 복도에 줄을 맞춰 섰다. 간수들은 급히 문을 열지 않고 먼저 바깥에서 인원을 점검하며 모두 줄을 섰는지 확인한 후, 무전기로 말했다. "12번 게이트 오픈."그 말이 끝나자마자, 두꺼운 철창문이 자동으로 열렸다.경찰봉을 든 두 명의 간수가 먼저 안으로 들어섰고, 뒤이어 다른 두 명의 간수가 윤우선을 끌고 들어갔다. 그들은 윤우선을 감방 안 여성 죄수들 앞까지 데려갔다. 각기 다른 피부색을 가진 죄수들은 나이가 18~60대까지 다양했으며, 그녀들은 윤우선을 보며 경멸과 도발이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들의 눈에는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동양인이야 말로 쉽게 괴롭힐 수 있는 불쌍한 먹잇감으로 보였다.그때 간수 하나가 윤우선을 가리키며 죄수들에게 말했다. "1024번이다. 앞으로 이 방에서 지낼 거다."윤우선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하... 하이..."그러나 감방에 있던 죄수들은 그녀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흥미롭게 살펴보며 무언가 속셈이 있는 듯한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그때 간수 한 명이 빈 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1024번, 네 침대는 저기다!"윤우선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간수들은 더 이상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간단한 지시를 남긴 후 감방을 나가버렸다.간수들이 떠나자마자, 붉은 머리를 한 30대 백인 여성이 팔짱을 끼고 윤우선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경멸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어깨를 둘렀고 이렇게 물었다. "어이 신참. 들어온 이유나 말해봐.""네...?" 윤우선은 순간 당황하여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 저는... 그
윤우선은 미국 감옥에서 살아남는 법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만약 정말로 결백하고 억울한 죄수라면, 다른 죄수들은 당신을 죽도록 괴롭히려 들 것이다. 하지만 만약 중범죄자이고, 게다가 배경까지 있는 중범죄자라면, 다른 죄수들은 감히 건드리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최소한 당신을 함부로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마치 신처럼 떠받들 수도 있다.그러므로 만약 윤우선이 자신을 마약상이라고 주장했더라면, 이곳 죄수들은 그녀를 경계하며 거리두기를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마약상은 죽음을 불사하는 무법자와 같으며, 대부분 강력한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무장한 배후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윤우선은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진짜 마약상으로 오해할까 봐 걱정했고, 순간 긴장한 나머지 솔직하게 진실을 말하고 말았다. 이것은 곧 그녀 스스로 이 감방에서의 위치를 바닥까지 끌어내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빨간 머리의 여자는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뺨을 때린 것이었다. 그러나 빨간 머리의 여자는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윤우선을 노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잘 들어, 여기서는 내가 법이야. 덜 고생하고 싶다면, 네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계좌에 돈을 좀 많이 넣어두라고 해. 사야 할 물건이 많은데, 돈이 부족하거든. 이번이 네 능력을 보여줄 기회야. 네 가족들이 충분한 돈을 보내주면, 여기서 덜 고통스럽게 지낼 수도 있겠지." 그녀는 무언가 떠오른 듯, 윤우선의 옷깃을 움켜쥐고 계속해서 말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너한테 좋은 정보 하나 알려줄게. 이 구역을 담당하는 교도관인 제시카 브라운 스톤은 몰래 담배를 팔아. 아메리칸 스피릿이 한 갑에 40달러야. 최소 한 보루 단위로 팔지. 하지만 이건 감옥에서 네 계좌로는 살 수 없어. 네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현금을 그녀에게 직접 건네야 하거든. 그래야 담배를 몰래 가져다 줄 거야."윤우선은 얼굴이 잔
클로이는 윤우선의 얼굴이 돼지 머리처럼 부어 오른 것을 보고 경멸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잘 기억해 둬, 오늘은 그저 가벼운 맛보기일 뿐이라고. 내일 내가 담배를 못 받으면, 그땐 네가 결과를 감당해야 할 거야!" 그러더니, 그녀는 뒤에 서 있던 한 여자에게 명령했다. "제니, 가서 물 한 그릇 떠와!"제니라고 불린 여자는 곧장 화장실로 달려갔고, 금세 물이 가득 담긴 대야를 들고 돌아왔다.클로이는 윤우선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오늘 너는 바닥에서 자야겠어." 그리고 그녀는 제니에게 의미심장한 눈짓을 보냈다. 제니 역시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제니는 눈빛을 보자 악랄한 미소를 지으며, 윤우선이 갓 배정받은 침대 위로 대야에 담긴 물을 단번에 쏟아부었다.이로 인해 방금 받은 이불은 물론이고, 베개와 매트리스까지 몽땅 젖어버렸다.윤우선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젖어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자신의 침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후회가 동시에 차올랐다. 분노는 당연히 자신을 괴롭히는 클로이 때문이었고, 후회는 자신이 어리석게도 모든 걸 망쳐버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울분을 삼키며 생각했다. '정말 죽도록 후회가 된다...! 전지영과 구지화 그 두 인간들에게 속지만 않았어도, 난 지금쯤 진작에 한국으로 돌아갔을 텐데! 거기서 은 서방이 준 목걸이를 팔았다면, 지금쯤 편안하게 살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와서 미국 감옥에서 갇혀 있는 거야...! 그것도 이런 감옥 보스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면서....’이때, 클로이는 윤우선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듣자 하니, 너희 동양인들은 발 마사지를 무척 좋아한다면서? 마침 내 발바닥이 요즘 불편한데, 따뜻한 물 한 대야 떠와서 내 발 좀 주물러!"윤우선은 반사적으로 말했다. "저... 저 그런 거 할 줄 몰라요......""할 줄 모른다고?" 그러자 클로이는 비웃으며, 윤우선이 방금 지급받은
윤우선은 극도로 분노했지만, 감히 반항할 수 없었다. 지금 감방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기의 불행을 비웃고 있을 뿐, 누구도 공정한 한마디를 해주려 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윤우선의 마음속에는 깊은 원한이 가득했지만, 클로이 앞에서는 더 이상 감히 거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차피 처한 상황이 이렇기에, 적어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참고 견뎌야 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낯선 외국 땅이기도 하고, 아무런 의지할 곳도 없는 처지라 더욱 절박한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윤우선은 처세술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클로이를 건드려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걸 깨달았고, 순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클로이는 윤우선이 치약을 모두 삼키는 모습을 보고는 경멸스럽게 웃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치약이 네 기억을 좀 되살려줬나? 이제 발 마사지를 어떻게 하는지 알겠어?"윤우선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다급히 말했다. "네! 기억났어요! 기억났습니다..."클로이는 콧방귀를 뀌며 소리쳤다. "기억났으면 당장 물 한 대야 떠와서 내 발을 마사지하도록 해! 꾸물거리면 네 다리를 부러뜨려 버릴 거야!"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아이고! 지금 갈게요! 당장 가요!" 그녀는 황급히 세숫대야를 들고 화장실로 달려가 따뜻한 물을 떠왔다. 클로이는 윤우선이 위축된 태도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흡족해했다. 이제 막 들어온 이 신입도 자신에게 완전히 눌려버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클로이는 베드포드 힐 교도소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이곳이 정글과 같은 약육강식의 세계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클로이와 같은 감방 보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지키려면 새로 들어오는 신입들을 완전히 복종시켜야 했다. 그래서 신입이 들어오자마자 강한 압박을 가해 철저히 굴복시키는 게 중요했다. 그렇게 해야만 감방 내에서 새로운 세력을 형성할 생각을 아예 잘라버릴 수 있고, 자신의 우두머
그러자 클로이는 따뜻한 물에서 자신의 발을 빼내더니, 한 발로 윤우선의 가슴을 걷어차며 차갑게 말했다. "아줌마, 네가 여기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분명히 알아 둬. 내가 하는 말에 당신은 순종하는 선택지밖에 없다고.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죽일 방법은 수만 가지야! 알아 들었어?!"윤우선은 이미 갈비뼈 한 대가 부러진 상태였는데, 비록 클로이가 부러진 부분을 직접 차지는 않았지만,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올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윤우선은 주변의 다른 수감자들을 바라보며, 누군가 자신을 위해 한 마디라도 하거나 클로이를 설득해 주길 기대했지만, 뜻밖에도 그녀와 이야기하며 심지어 통역까지 해주었던 한국계 소녀조차도 그녀를 비웃으며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그래서 윤우선은 흐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알겠습니다..."클로이는 비웃듯이 코웃음을 치며 시계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마침 저녁 식사까지 네 시간 남았네.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우리들 발 마사지나 해!"윤우선은 이제 클로이와 협상할 자격이 전혀 없으며, 동정을 바라서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감히 반항할 생각도 못 하고,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숙련된 발 마사지사라도 네 시간을 연속으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물며 마사지 경험이 전혀 없는 윤우선에게는 더욱 버거운 일이었다.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손이 저려왔고,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클로이는 그녀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고, 힘이 빠지면 주먹과 발길질로 응징했다. 네 시간이 지나자 윤우선은 너무 지쳐서 온 몸이 쑤시고 아팠으며, 손과 팔은 너무 아파서 위로 들 힘이 없었다.윤우선이 마지막 사람을 마사지하고 있을 때쯤, 교도관이 다가와 철창을 두드리며 차갑게 소리쳤다. "저녁 식사 준비해! 전원 즉시 줄 서!"모든 수감자가 일어나 줄을 섰고, 윤우선도 그제서야 겨우 멈출
윤우선은 이곳이 온갖 부정부패와 범죄가 얽혀 있는 곳임을 잘 알고 있었고, 지금은 미국 교도관과 논쟁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서둘러 물었다. "지금 집에 전화할 수 있나요?""가능하지." 제시카 브라운스톤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바람 쐬러 갈 시간이 있어. 그때 네 ID 카드로 집에 전화할 수 있어." 이렇게 말하며, 제시카는 윤우선의 손에 종이를 살짝 쥐어 주고는 속삭였다. "이건 내 여동생의 전화번호야. 담배를 사려면 그녀에게 연락하면 되고."윤우선은 집에 전화할 수 있다는 소식에 감격하여,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손이 떨려 숟가락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그녀는 급히 대열에 합류해 바깥 공기를 쐴 장소를 둘러보았다. 장소는 교도소 중앙에 있는 운동장이었고, 축구장 반 개 크기 정도로 사방이 높은 벽과 건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곳은 천 명 넘는 수감자들이 모여 있었는데, 운동장 한쪽에는 수감자 전용 상점과 공용 전화가 일렬로 놓여 있었다. 윤우선은 가장 먼저 도착해서 바로 전화기 앞에서 급히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저녁 식사가 끝나고 모두가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었다. 그래서 윤우선은 결국 대열에 따라 식사를 마친 후, 바깥 공기 마시러 가는 길에 나설 생각이었다.다시 돌아온 식당에서 윤우선은 손이 너무 아파서 식판을 겨우 들고 사람 없는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윤우선이 자리에 앉은 그때 클로이가 어디선가 나타나, 식판을 들고 윤우선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녀의 부하들이었던, 윤우선의 발 마사지 서비스를 받은 몇몇 여성 범죄자들이 다가와 윤우선을 에워쌌다.윤우선은 당황하며 클로이에게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죠?"클로이는 윤우선을 쳐다보며 웃으며 물었다. "제시카가 말하길, 집이 아주 부유하다면서? 변호사가 만 달러를 한 번에 충전해줬다고 하던데?"윤우선은 어쩔 수 없이 고백했다. "저... 제 사위가 효자라서... 그가 저 여기서 힘들지 않게 하려고 변호사에게 더 많은 돈을 넣어달라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