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알겠습니다! 이해했습니다!” 성도민은 그 때 다소 흥분한 상태였다. 비록 그는 오랫동안 블랙 드래곤을 이끌어왔지만, 블랙 드래곤이 자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이건 단순히 조직의 업그레이드를 넘어, 질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나훈구가 시리아로 가는 것을 승낙했기에, 시후는 그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버스에 태우지 않고, 성도민에게 지시하여 그를 다른 대원들과 함께 따로 차량으로 이동하게 하도록 지시했다.이때 성도민이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저희 쪽 사람들이 구지화의 행방을 찾아냈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정부는 현재 라스베이거스에 숨어 있으며, 구지화를 뉴욕으로 데려오기만 하면 장모님 쪽의 혐의는 완전히 벗을 수 있을 겁니다. 언제쯤 행동을 개시할까요?”“구지화?” 시후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뉴욕 공항에서 우리 장모님과 접선했던 그 여자 말인가?”“예 맞습니다.” 성도민이 대답했다. “그 여자의 본명은 황수향이라고 하고, 김미화와 비슷한 부류의 인간입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우선은 계속 감시만 하도록 합시다. 나도 아직 뉴욕에서 처리할 일이 남아 있으니, 지금은 성급하게 움직이지 말고 내가 필요하다고 할 때 그때 데려오도록 하죠.”“예 알겠습니다.” 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대원들에게 24시간 밀착 감시를 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언제든지 행동할 수 있도록 대비시켜 두겠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물었다. “우리 장모님은 교도소 안에서는 잘 지내고 계시죠?”성도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은 선생님,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시후는 무심하게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하세요.”성도민은 두어 번 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크흠... 장모님께서... 지금 베드포드 힐 교도소에 계신데... 말 그대로 물 만난 고기처럼, 돌아갈 생각을 안 하시는 것 같
시후는 장모 윤우선이 감옥 안에서 그런 별명을 스스로 붙였을 줄은 몰랐다. 베드포드 힐의 귀신도 벌벌 떠는 수감자라니... 솔직히 말해, 이 별명은 들으면 들을 수록 묘하게 인상적인 것 같았다. 하지만 시후는 놀라지 않았다. 그게 바로 장모 윤우선의 전형적인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윤우선은 바로 뒷배만 믿고 날뛰는 약자라고 하기에는 뭔가 애매하지만, 뒷배가 있다면 남을 괴롭히는 스타일이라면 딱 들어맞는 인물이었다.예상치 못하게 불과 이틀, 사흘 사이에 교도소 내에서 그런 존재가 됐다니 윤우선은 정말 감탄할 만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그냥 두지 뭐. 본인이 즐거우면 된 거지... 내가 뉴욕에서 볼일을 다 보고 돌아오면, 장모님께서 베드포드 힐의 귀신도 벌벌 떠는 수감자든, 미친 듯 날뛰는 멧돼지가 됐든 간에, 어쨌든 그때는 무조건 나오셔야죠.”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럼 은 선생님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그렇게 하죠.”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가서 볼일을 처리하고, 나는 버스 쪽으로 가서 아직 정리 안 된 일이 있는지 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네, 은 선생님.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성도민은 공손히 인사를 한 뒤 자리를 떴다.시후는 대형 버스에 올라탔다. 그는 구조된 사람들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고, 동시에 아주 미세한 영기를 그들의 몸속으로 전해주었다. 물론,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마지막으로 시후가 악수한 사람은, 예전에 자신에게 봉골등을 건넨 할머니였다. 시후는 그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어르신, 제 부하들이 어르신과 아드님을 먼저 귀국시킨 뒤 생활상의 문제들도 도와드릴 겁니다. 주소도 기록할 거고요. 제가 귀국한 후에 직접 어르신 댁으로 찾아 뵙겠습니다.”할머니는 감격스러우면서도 당황한 듯 말했다. “은... 은 선생님... 그게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저희는 은인 덕분에 살아난 사람들이니,
이 시각, LCS 그룹의 콩코드 여객기는 공항 활주로의 끝에서 대기 중이었다. 가느다란 기체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은, 이 비행기를 마치 유령처럼 보이게 만들었다.이 비행기는 시후가 미리 준비해 국내에서 멕시코까지 보낸 전용기로, 그를 귀국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민간 항공이나 일반 전세기는 환승이나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 콩코드기는 전체 비행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줄 수 있었다.시후가 탄 차량이 공항 활주로에 진입하자마자, 기체 내부에서 탑승문이 열렸고 두 사람이 빠르게 내려와 계단 아래 좌우에 나란히 서서 정중히 대기하고 있었다. 이 둘은 바로 시후의 왼팔,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로 한 명은 바로 버킹엄 호텔의 책임자 안세진, 나머지 한 명은 뒷골목의 실세 이화룡이었다.두 사람 모두 시후의 지시로 이 전용기를 타고 국내에서 멕시코까지 날아왔지만, 정작 그들은 왜 시후가 자신들을 이렇게 먼 곳까지 불렀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이화룡은 시후가 탄 차량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안세진에게 물었다. “부장님, 도련님께서 우릴 멕시코까지 부른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안세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모르지... 나도 그냥 도련님이 오라고 하셔서 비행기를 타고 같이 온 거야. 이후 일정은 나도 모르지.”이화룡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제 생각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당장 떠날 준비를 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 참... 난 무슨 일 시킬 줄 알고 기대했잖아… 게다가 온 김에 정통 멕시코 타코를 좀 먹어볼까 했는데 말입니다...? 제가 타코를 꽤나 좋아하잖아요. 국내에서도 파는 데가 있긴 한데, 뭔가 제대로 된 맛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죠. 원래 음식은 그 나라에서 먹어야 진짜 맛이 나는 거 아니겠습니까.”그러자 안세진은 웃으며 말했다. “타코를 먹는 건 급한 일이 아니니까, 나중에 도련님이 시키시는 일이 끝나고 내가 제대로 자리를 마련해주도록 하지!” 그리고는 곧이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여기 멕시코에서는
시후의 이야기를 들은 안세진과 이화룡 두 사람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시후와 소이연의 뒤를 따라 비행기에 올랐다.비행기에 타자마자 시후는 세 사람에게 말했다. “일단 앉아 있어요, 나는 안쪽에서 전화를 좀 해야 해서...”이 항공기의 기내는 총 네 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고, 조종실과 승무원들의 업무 구역 외에,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구역은 앞에서부터 좌석 구역, 업무 구역, 휴식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좌석 구역의 경우 모두 넓은 일등석 좌석으로 총 30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업무 구역은 회의실 하나와 사무실 하나가 있으며 휴식 구역은 더블 침대가 있는 스위트룸의 형태였다.시후는 세 사람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맨 뒤에 있는 사무실로 가 앉았다. 시후가 자리에 앉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배유현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배유현은 전화를 받자 공손하게 물었다. “은 선생님, 따로 지시 사항이 있으신지요?”시후가 말했다. “배유현 씨, 이따가 약재 목록을 하나 보낼 건데, 뉴욕에서 가능한 한 빨리 구해줬으면 해요. 전부 구할 수 있으면 제일 좋고, 만약 부족한 게 있다면 즉시 알려줘요. 국내에서 바로 공수해야 할 테니까.”“네 알겠습니다!” 배유현은 재빨리 대답했다. “은 선생님, 뉴욕에는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고, 유명한 한의사들도 많아요. 약재와 한의학 관련 업계도 규모가 있어서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을 겁니다.”시후는 “네.” 하고 짧게 답하고 말했다. “그럼 목록을 보내줄 테니 준비 부탁해요.”“은 선생님, 너무 공손하게 말씀하시네요. 선생님을 돕는 건 제게 영광입니다.” 배유현은 이어서 물었다. “아 참, 은 선생님. 언제 뉴욕에 도착하시나요?”시후는 대답했다. “곧 비행기가 이륙할 겁니다. 두 시간쯤 후에 도착할 듯하네요.”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그럼 제가 공항으로 마중 나가겠습니다!”하지만 시후는 오늘 밤 페이셔스 그룹에 묵을 생각이 없었다. 약을 조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안세진과 이화룡
그 후, 시후는 아내 유나가 윤우선을 걱정할까 봐 휴대폰을 들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유나는 곧장 물었다. “여보, 지금 어디예요?”시후가 말했다. “지금 외지에 와서 장모님 일로 인맥들을 좀 알아보러 왔어요. 이제 막 뉴욕으로 돌아가려는 참이고요. 요 며칠 장모님과 연락은 됐어요?”“연락은 했어요.” 유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여보, 사실 지금 이 얘기를 하려고 전화하려던 참이었어요. 엄마가 10분 전에 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엄마가 뭐라고 하셨는지 알아요?”시후는 대충 짐작이 갔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 “뭐라고 하셨어요?”유나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엄마가 전화로 그러는 거예요. 지금 있는 감옥 생활이 너무 좋대요. 원래는 당신에게 전화하려 했는데 계속 안 받아서, 나에게 전화한 거라고요. 그러면서 당신에게 전해달라고 하던데요. 지금 당장은 교도소에서 나올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너무 급하게 내보내려 하지 말라고요... 그리고, 그냥 우리가 다 함께 귀국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혹시 안 되면 나중에 교도소에서 나와서 혼자 한국으로 돌아가시겠대요......” 이렇게 말하면서, 유나는 약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보, 우리 엄마가 설마 뭔가에 홀린 건 아니겠죠? 감옥에 들어가더니 중독된 것도 아니고, 어떻게 먼저 교도소에서 나가기 싫다고 하시다니...”시후는 쓴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순진한 내 아내, 장모님께서 지금 베드포드 힐의 귀신도 벌벌 떠는 수감자라는 별명을 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왜 그렇게 나가기 싫어하는지 금방 이해할 텐데...’ 하지만 시후는 그에 대해 자세히 말하지는 않고, 대신 이렇게 안심시켰다. “여보, 아마도 장모님께서 우리가 너무 걱정할까 봐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 아닐까요?”유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엄마는 원래 남을 걱정할 성격이 아닌 거 잘 알잖아요. 엄마가 먼저 안 나오겠다고 한 건 두 가지 이유 중 하나겠죠. 하나는 누군가에게 협박을
차량 행렬이 버킹엄 호텔에 도착했을 때, 배유현은 이미 오랫동안 그곳에서 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원서훈이 함께 있었고, 그의 손에는 커다란 여행 캐리어 두 개가 들려 있었다. 그 안에 바로, 배유현이 시후를 위해 준비한 약재들이 들어 있었다.시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배유현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고, 배유현이 막 인사를 하려던 찰나. 다른 편 문에서 소이연이 먼저 내리는 것을 보자,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어서 안세진과 이화룡도 뒤따라 다른 차량에서 내리자 배유현은 더욱 의아해졌다. 한국에 있을 때도 배유현은 두 사람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후가 이들을 미국까지 데려온 건 예상을 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곧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공손히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요청하신 물품은 모두 준비 완료했습니다.” 그러며 원서훈이 들고 있는 가방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부족하실까 봐, 요청하신 양보다 하나 더 여분으로 준비했습니다.”“좋네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수고 많았어요.” 곧 이어 시후는 물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는 어떻습니까?”배유현은 재빨리 답했다. “지금까지 계속 냉동센터에서 보관 중이며, 동결 상태는 아주 안정적입니다.”“그렇군요.” 시후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내일쯤 그를 직접 보고 싶은데요. 배유현 씨 가 시간을 좀 내주겠어요?”배유현은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은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시간대만 알려주시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냉동센터는 뉴욕 교외에 있어서, 헬기를 타면 30분 안에 도착합니다.”시후는 이번에 만들 중소단에 자신은 있었지만, 언제 완성될지는 아직 미지수였기에 이렇게 답했다. “정확한 시간은 아직 모릅니다. 배유현 씨가 바쁘시다면, 믿을 만한 사람을 지정해서 안세진 부장과 직접 소통하게 하셔도 됩니다. 안세진 부장은 아시죠?”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세진에게 인사했다. “안세진 부장님, 안녕하세요.” 그리고 이화
시후가 안세진과 이화룡의 얼굴에 떠오른 음흉한 표정을 못 봤을 리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곧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배유현 씨에게 약재를 준비해달라고 했습니다. 오늘 밤 약을 좀 만들어야 해서요. 그리고 소이연 씨는 현재 세 사람 중에서 무술 능력이 가장 뛰어나니, 혹시 무슨 상황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나와 함께 있도록 한 겁니다.”시후에게 있어서 이렇게 고급 약을 정제하는 일은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약의 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영기의 소모도 커지고, 제조 과정도 더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중간에 조금만 실수를 하더라도, 가볍게는 실패로 끝나게 되겠지만, 최악의 경우 자신에게 역으로 피해가 올 수도 있을 것이었다.따라서 소이연이 약 제조 자체 과정을 도울 수는 없겠지만, 세 사람 중 가장 강한 그녀가 곁에 있다면 외부의 방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안전이 더 보장되는 셈이다.이제야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이해한 듯했고,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소이연은 자신이 조금 전까지 했던 쓸데없는 상상에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네 사람은 호텔의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시후는 소이연을 데리고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문과 창문, 커튼을 모두 닫으라고 지시한 후 말했다. “소이연 씨, 난 이제 방에서 약을 제조할 겁니다. 내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아요.”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은 선생님, 그렇다면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을까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없어요, 아무도 작업을 방해하지 않게 못 들어오게만 하면 되니까.”소이연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네, 은 선생님. 그럼 저는 문 앞을 지키겠습니다.”그때 시후는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 “이번에 능력이 한 층 업그레이드된 기분은 어때요?”지난 번 먹은 약의 약효에 대해 소이연은 여전히 감격을 감추지 못했기에 공손히 말했다. “음... 저는... 아직 실감이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다른 무술가들은 수년, 심지어 수십 년을 기다려도 자신의 실력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기회를 얻지 못하는데, 소이연은 단 몇 시간 만에 연달아 두 개의 경맥을 열며, 단숨에 도약하게 되었다. 이러한 속도는 무술가들이 속한 집단에서는 거의 전례 없는 일이라고 할 것이었다.소이연은 시후가 이렇게까지 큰 힘을 자신에게 안겨줄 줄은 몰랐다. 사실 그녀가 지금까지 능력이 업그레이드된 것조차도 시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결과적으로 시후가 혼자의 힘으로 그녀를 지금의 상태까지 만들어준 셈이었다.그녀가 마음속으로 놀람과 기쁨이 교차하고, 시후에게 감동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시후는 이미 객실의 방 문을 바로 닫고 자신을 침실에 틀어박혀 중소단을 제련하는 일에 착수했다.소이연에게 이런 힘을 준 것은 시후에게는 그저 손가락 한번 까딱하면 되는 일이었고, 그는 그것을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 거풍환은 비록 소모가 빠르긴 하지만 제련 난이도가 높지는 않기에 이번에 다 쓴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또 제조를 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다만 약재와 영기가 조금 더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후가 시도하는 중소단의 제련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중소단의 경우 더 이상 일반인이 복용하는 보통의 환약이 아니었다. 이 환약은 단지 사지나 오장육부를 다시 자라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뇌만 손상되지 않고 멀쩡하다면 그 사람을 다시 살아나게 만들어 줄 수 있게 해주고, 완전히 아프기 전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는 약인 것이었다. 이 점에서 중소단은 회춘단과는 차원이 다른 약이었다.예를 들어, 제이크 한의 경우를 살펴보자면 그는 회춘단을 아무리 많이 복용한다고 해도 결국 죽을 운명일 것이었다. 하지만, 중소단이라면 그를 살릴 수 있다. 그 정도로 전신에 치명적인 손상이 있는 상황에서는 회춘단조차도 그 사람의 목숨을 붙들지 못할 것이나, 중소단은 그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회춘단은 시간을 거슬러 젊음을 회복하게 해주지만, 중소단은 사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