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유나는 잠에서 조금씩 깨어났다.시후는 인기척을 듣고, 빠르게 잠든 척 누워 있었다. 유나는 일어난 후, 침대에 앉아서 기지개를 켜며 잠든 시후를 바라보았고 바닥에 엎드려 자고 있는 시후를 보니 갑자기 마음이 아파왔다.시후는 자신과 결혼해 데릴사위가 된 이후부터 계속 바닥에서 잤지만 3년이 넘도록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불평을 하지도 않았다. 사실.. 결혼 초.. 유나는 정말 시후에게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게다가 그를 전혀 좋아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요 몇 년을 함께 지내면서 그녀는 갈수록 시후가 곁에 있어야 자신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떨 때는 그가 갑자기 자신을 떠날까 봐 두려웠다.요사이 집에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유나는 점점 더 시후야 말로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오히려 자신의 친척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할머니와 관련된 친척들은 자신의 가족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엄마 윤우선도 생각해보면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어머니 윤우선의 눈에는 유나가 우선의 인생에서 부잣집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결혼한 지 3년이 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시후와 이혼하고 나서 부잣집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반면 아버지는 늘 판단력이 흐려서 밖에서 일을 저지르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유나가 의지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인물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바닥에서 자고 있는 자신의 남편 시후야말로 가장 자신을 안심시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그녀는 시후를 바라보며 마음에서 따뜻한 기운이 솟아오르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느닷없이 열렸다.그녀가 고개를 들자마자, 엄마가 당당하게 잠옷을 입고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엄마, 뭐하는 거예요? 왜 노크도 안 하고 들어와요?”우선은 빠른 걸음으로 침대 반대편으로 달려가 고
7시 반, 시후는 잠에서 깬 척하고 일어나 세수를 한 후 밖으로 나가 물건을 산 뒤 조금 일찍 돌아왔다.유나는 밥을 먹고 빠르게 회사로 갔고, 장모인 우선은 밥을 다 먹은 뒤 장인 김상곤을 끌고 청년재 별장에 가 보았다. 아직 별장은 공사가 끝나지 않아서, 그녀는 이미 좀 인내심을 잃었기 때문이다.김상곤은 "별장 내부만 해도 층이 다르고, 합치면 평수가 얼마야?! 너무 넓어서 인테리어가 워낙 힘들지. 아마 적어도 반년 이상은 걸릴 테니까 당신이 조급해해도 아무런 소용없어!"라고 말했다.우선은 "난 몰라!! 난 이 낡은 집에서 충분히 살았어!! 만약 저기 별장이 다음 달에도 공사가 마무리 안 되면, 오피스텔에서 살더라도 더 이상 이딴 곳에서는 살 수 없다고!!" 라고 말했다.그러자 우선은 "당신은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옷 갈아입고 별장에 가보자고!! 나라도 빨리 하라고 재촉해야지! 안 그러면 당신이 사온 저 쓸데없는 골동품들 다 갖다 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라고 상곤을 협박했다.김상곤은 인생에서 추구하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저 골동품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는 늘 사온 것은 한결같이 누더기 아니면 사기를 당했지만 그는 그런 물건들이 모두 값어치가 있고, 지금 당장은 값어치가 없어도 몇 년만 기다리면 값어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물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지금 우선이 그의 골동품들을 모두 버리겠다고 위협하자, 그는 즉시 부드럽게 말하며 "아이.. 여보 또 왜 그래~~ 내가 같이 가줄게!!”라고 했다.우선이 그의 등을 밀며 "아니 또 왜 밥을 먹고 있어!! 빨리 옷 갈아입어!”라고 소리 쳤다.김상곤은 울상을 지으며 "아니 아직 국 한 숟가락도 못 떴는데, 왜 벌써 일어나라는 거야!!"라고 말했다.“먹어, 먹어, 맨날 먹기만 해!?!!” 우선은 화가 나서 말했다. "당신 또 은시후처럼 아무짝에 쓸모 없는 인간이 될 거야?! 맨날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할 일도 더럽게 없는!!?"그러자 김상곤은 "그래, 내가 그만
이때 제세당의 점원에 의해 이장명과 이학수는 가로 막혔다.“실례합니다만, 예약하셨나요?”점원은 매우 경계하며, 이장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장명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고, 게다가 요 며칠 제세당에 와서 난리를 치는 인간들이 너무 많았기에 그는 함부로 사람을 들여보내지 못하는 중이었다."아.. 안녕하세요? 저는 화신 제약의 대표 이장명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는 최 선생을 앞서 한의학 박람회에서 뵈었거든요.. 그런데 그 때 저희가 실례를 범해서.. 오늘 특별히 사과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최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직접 사과할 기회를 주셨지요.."점원은 "글쎄요, 최 선생님께서는 예약자가 없으니 빨리 나가라고 하시는데요..?”라며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제발 화신 제약의 대표가 왔다고 알려....”"죄송합니다. 우리 제세당은 그런 제약 회사는 모릅니다. 어서 나가세요! 아니면 사람 부릅니다!!!"점원은 여전히 그들을 밀쳐 내며, 이장명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고 그대로 그를 밀어 밖으로 내보냈다."아이 저기요!! 할 말이 있어...ㅅ..ㅓ.." 이장명은 이 상황을 겪으며 당황했다.그가 오늘 온 것은, 그를 꼬드겨 김익수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김익수가 성기를 절단해야 할 정도로 살이 짓무른다면 화신 제약의 미래는 아마 참혹할 것이다..!그들이 생각하기에 지금 김익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최제천 선생밖에 없었다. 그가 사실 김익수를 완전히 낫게 하지는 못해도, 그의 궤양만 낫게 한다면 화신 제약은 이 재난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께 최제천 선생의 얼굴도 못 봤다는 것을 알리게 되면, 당연히 그는 격노할 것이었다.화신 제약의 사생아 이학수는 곁에서 바라보기만 할 뿐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 아버지 이재하는 둘 중 아무나 이 위기를 해결한다면, 누구나 화신 제약의 회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학수 역시 가장 먼저 생각한 사람은 바로 최제천 선생이었다. 그러나
최 선생은 말을 마치자 소매를 한 번 휘둘렀고, 그들을 쫓아내려고 했다.이장명은 당황하며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 잘못은 다 저의 잘못입니다. 그냥 저를 때리고 욕하셔도 저는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번에 화신 제약에 큰 위기가 닥쳤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 끔찍하게 죽어 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으실 겁니까?!! 제발요..!!”"허허.. 죄송합니다만, 저는 당신과 친한 관계도 아니고 이 일은 당신 집안 일입니다. 그러니 나와는 아~~무! 상관없으니 이곳에서 당장 떠나세요!!"이장명은 최 선생의 이 말을 듣고, 황급히 이학수에게서 금상자를 빼앗아 건넸다."선생님.. 이것은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 제발 웃으며 받아주세요! 아마 값으로 치면 5천만 원은 될 겁니다."그러나 최 선생은 금상자를 열지도 않은 채 "5천만 원? 하참! 난 5억, 50억, 아니 500억이라도 당신네 돈은 받지 않을 겁니다. 당장 나가세요!! 아무도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라고 호통을 쳤다.이때, 한쪽에서 줄곧 아무 말없던 이학수는, 한숨을 쉬며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최 선생에게 말했다."저.. 선생님.. 부디 자비를 베풀어 우리 회사를 좀 구해주십시오.. 제가 이렇게 무릎 꿇고 애원합니다..”이렇게 차분한 이학수의 모습을 보고 최 선생은 조금 마음이 누그러졌다.그의 모습은 이장명보다 훨씬 교양 있고 예의 발랐다. 교만하고 자만심 넘치는 형과 비교하면 완전 딴판이었다.이장명은 이에 불만을 품고 이학수를 노려보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사생아 새끼가 연기를 꽤 잘하네?? 내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네가 지금 내 공을 가로채서 회사 회장 자리를 노리는 거야?!!” 그리고는 이장명은 이학수를 발로 걷어찼다. “이 사생아 새끼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화신 제약을 대표해서 무릎을 꿇어?!! 화신 제약을 대표해 무릎을 꿇는 건 나야!! 나만이 화신 제약의 자격이 있다고!!!”이학수는 발로 차서 땅에 넘어졌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황급
제세당의 직원은 이학수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레 말했다."아오~~ 왜 또 온 거야? 어서 가라고요! 여기는 당신이 환영 받지 못하는 곳이라니까?!"이학수는 "저.. 할 말이 있어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최 선생님께 직접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이야기만 다 하면 제가 이 자리에서 떠나겠습니다!"라고 애원했다.그러자 직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니.. 최 원장님께서 당신들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하셨잖아요? 왜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거예요?"그러자 이학수는 안 되겠다는 듯 바닥에 ‘쿵’하고 무릎을 꿇고 큰소리로 안에 대고 소리쳤다."최 선생님!!!!! 이 화신 제약의 이학수가 선생님을 꼭 한 번 만나 뵙기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얼굴을 보고 한마디만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만약 선생님께서 저를 만나주시지 않는다면 저 이학수는 계속 이렇게 한의원 앞에서 무릎 꿇고 있겠습니다!”최제천은 원래 제세당 내부의 진료실에 있다가 이학수의 목소리를 듣고 한숨을 쉬었다.화신 제약의 이 사생아는 몇 차례 접촉한 결과 확실히 다른 인간들에 비해 매우 교양이 있었고 예의가 바른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신 제약에서의 그의 처지를 생각하면 측은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그래서 최제천은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와 문 앞에 무릎을 꿇은 이학수를 보고 그에게 "들어오시죠."라고 말했다.“하아!! 최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학수는 너무 기쁜 나머지 급히 일어나 진료실로 따라 들어갔다.진료실 내부로 들어온 이학수는 곧 바로 품에서 가늘고 긴 나무상자를 꺼내더니 하얀 인삼 한 가닥을 꺼냈다.그는 두 손으로 인삼을 최 선생님 앞에 바치더니, "최 선생님, 이 산삼은 제 어머니께서 생전에 내게 남겨 주신 500년 된 산삼입니다. 이건 제 어머니께서 평생 동안 간직해 온 보물입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은시후라는 분을 존경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산삼을 은시후라는 분에게 바치고
이학수는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지금껏 평생 그 누구에게도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화신 제약에 끌려갈 때부터 줄곧 안보이는 곳에서 늘 굴욕과 수치스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어려서부터 아버지 이재하는 자신을 싫어했고, 형 이장명은 자신을 대놓고 모욕을 주었기에 늘 욕을 듣고, 온갖 수모를 겪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계속 자라다 보니 자신은 오래 전부터 익숙해져 있었다.하지만 이학수는 이런 힘든 시간들을 인내하며 언젠가 이런 암울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적절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마침 지금 화신 제약이 김익수에 의해 위협을 당하자, 이재하도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자가 화신 제약의 회장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 말을 듣고 학수는 지금껏 20년 동안 몸에 꼭 지니고 있던 이 산삼을 꺼냈다. 이제는 때가 된 것 같다고 여겼기 때문이다.사실 이 산삼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것이었다.지난 번 300년 된 산삼 역시 시후가 김익수와 경매에서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다면 그 정도의 가격까지는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산삼은 정상가만 해도 10억.. 아니 그보다 더 귀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학수는 이 산삼을 꺼내 기꺼이 시후에게 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순전히 화신 제약의 회장이 될 수 있도록 시후가 자신을 도와줄 수 있다는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최 선생은 이학수가 품에서 꺼낸 산삼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시후에게는 뛰어난 약 제련 능력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이 약재는 분명 시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러자 최제천은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시후는 마침 진원호에게서 약재를 받아, 경매에서 따낸 천종산삼을 함께 넣은 뒤 삼십 알의 회춘단을 조제하고 있었다. 그 때, 최 선생에게서 온 전화가 울려왔다."은 선생님,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다름 아니라.. 지금 이학수 씨가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최제천은 전화를 끊고 이학수에게 시후가 허락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그러자 이학수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최제천에게 넙죽 절을 했다."선생님!! 정말 제게 이렇게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최제천은 손을 저었다."저는 그저 은 선생님과 연결해 줄 뿐이지,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은 선생님이 도와주신다면, 당신은 그 분에게 감사하면 됩니다."이학수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네, 그럼 가보실까요?"라고 말했다.최제천은 응하며 외손녀 소희를 불렀다.소희는 시후를 만나러 간다는 말을 듣자, 갑자기 흥분하여 말했다."할아버지, 그럼 지금 바로 가셔요! 은 선생님께서 오래 기다리시겠어요!"이학수는 다시 산삼을 품에 넣고 최제천과 소희를 따라 제세당을 나와, 소희가 새로 산 아우디에 앉았다.소희는 최제천이 서울에 남기로 결정한 직후부터, 자신과 외할아버지의 편의를 위해 이 차를 새로 마련했다. 소희가 차를 몰고 10여 분 정도 지났을까, 시후의 집에 도착했다.최제천은 이학수를 바라보며 주의 사항을 알려주었다."당신 형 이장명이 은 선생님과 갈등이 있었음을 잘 알고 있겠죠? 그러니 당신이 은 선생님을 만났을 때는 절대! 결코! 무례하게 굴지 말아야 합니다!"“안심하십시오! 저는 절대! 제 생명의 은인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없습니다!”"네 알겠습니다.."최제천은 이학수가 그의 그 제멋대로 날뛰는 형과는 같은 종류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초인종이 울리고 시후가 문을 열자 최제천과 소희는 시후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아~ 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이학수도 "안녕하십니까? 제가 은 선생님을 직접 만나 뵙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라며 서둘러 인사를 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예의를 갖추지 않아도 되니 들어와서 말씀하세요."라고 말했다.세 사람은 그제야 집 안으로 들어왔다.방에 들어서자 세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거실 안 장식품을 훑어보았다. 세 사람은 처음으
시후는 이학수를 바라보며 물었다."제가.. 무슨 부탁이 있다고 하시던데요?"이학수는 황급히 품에서 산삼이 담긴 나무 상자를 꺼내 시후에게 건넸다."은 선생님, 이 산삼은 우리 어머니 집안에서 오랫동안 내려온 가보입니다. 제가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뒤 줄곧 몸에 지니고 다녔지만, 이런 보물은 사실 제 손에 있으면 그다지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차라리 은 선생님께 드립니다!"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나무 상자를 받아 그것을 열어 보았다. 눈을 크게 뜨고 보니, 하얗고 뿌리가 마치 사람 다리 같이 생긴 산삼이 상자 속에 가만히 누워있었다.곧 바로 시후는 강렬하고 농후한 기운을 느꼈는데, 이것은 정말 천지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긴 세월 동안 백두산과 천지의 영기를 흡수했으며, 보존 상태도 꽤 훌륭해서 이 산삼은 상한 곳 없이 깨끗하고 싱싱했다.이 재료를 얻는다면 시후는 한 차원을 뛰어 넘어설 수 있는 기량을 가지게 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었다.“그럼 이학수 씨.. 제가 무엇을 도와주길 원하시는 겁니까?”학수는 급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 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게.. 얼마 전에 라이트 그룹의 회장 김익수가 성기능을 잃게 되어 화신 제약에 찾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마침 저희가 신제품을 만들고 있었는데 타이밍이 좋다고 생각해서 김익수 회장에게 가장 먼저 임상 실험을 한 거죠.. 그런데 약을 복용한 후, 갑자기 성기가 짓무르기 시작하더니 썩어 들어가는 겁니다. 아마 김 회장이 병원 여러 군데를 가본 모양인데.. 의사들이 모두 성기를 절단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찰 결과를 알려주었고, 김 회장은 정말 절단을 해야 한다면 화신 제약을 파산시키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어서요..! 은 선생님께 부탁하면.. 김익수를 처리하고 저희 집안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습니다.."시후는 장난끼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학수에게 질문을 했다."음.. 내가 듣기로는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