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은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마음이 답답했다. 분명 자신이 직접 찾아 오면 주저 없이 두 사람의 결혼을 승낙하고 아들을 사위로 맞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게 웬걸? 생각지도 못하게 송 회장이 자신의 의사를 여러 번씩 거절하다니!?최우식은 일종의 굴욕감을 느꼈다.우신도 표정이 일그러지긴 마찬가지였다."아.. 송 회장님, 왜 민정이와 저를 결혼시키려고 하지 않으시는 거예요? 음.. 우리 오송 그룹은 아무래도 최근에 제일 잘 나가는 재벌가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니 전국에서 찾으셔도 저 최우신보다 나은 사윗감이..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이 말을 들은 송 회장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다. "아하하.. 물론 우신 군 역시 대단한 젊은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더더욱 감정과 관련된 일이라는 건 내가 어떻게 강하게 주장하기가 어렵지요..”송 회장은 이 두 부자가 자신의 분수도 모르면서 계속해서 밀어붙이자,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설득하는 데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송 회장의 말을 들은 우신은 속으로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유난히 불편했다. 원래는 그냥 아버지의 말을 듣고 이곳에 들르기만 하면 당연히 쉽게 일이 해결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인생이 늘 원한대로 흘러 가기만 하던가? 역시 쉬운 일은 없었다.우신의 마음이 혼란스러운 바로 그 때, 송영예가 집으로 돌아왔다.최 부자가 있는 것을 본 송영예는 "아이고, 최 대표님, 우신 씨 두 분이 오늘 이룸 그룹에 오셨어요?"라고 정중하고 공손하게 물었다.최우식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예 군, 오늘 아침에 우리 둘째를 집으로 데려다 놓고, 며칠 동안 우신이와 함께 이곳에서 누가 우리 우진이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아보려고 해서요. 마침 이쪽에 올 일이 있으니 할아버님도 찾아 뵙고 며칠 동안 이룸 그룹에서 묵으려고요."최우식이 또 말했다. "아참, 우리 아들 우신이 영예군의 사촌 동생 민
"그래요." 송 회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야기를 듣자 최우식은 아들 우신과 눈빛을 교환했다.우신은 아버지의 눈빛에 담긴 뜻을 알아차렸다고는 민정에게 자신이 말을 걸도록 격려하고 있었던 것이다.잠시 후, 민정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최우식과 우신을 본 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조금 뒤 몇 마디 인사말을 주고받았다.우식은 웃으며 민정에게 말했다. "민정아, 할아버지와 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라고 말했다.민정은 의아해하며 "내 얘기? 우리 할아버지와 무슨 얘기를 한 거야..?"라고 물었다.우신은 이때 민정의 눈을 쳐다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민정아, 우리 어려서부터 알던 사이잖아.. 그리고 알고 보니, 우리 두 집안은 대대로 교류도 많았고.. 그러니 우리 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없을 거라 생각해서, 나는 우리 아버지께서 송 회장님께 우리 두 사람의 혼사를 한 번 논해 달라고 부탁드렸어.. 그런데 송 회장님께서는 네 의사가 어떤지 물어보겠다고 하셔서.. 넌 어때? 나에게 한 번 기회를 줄 수 있을까..??"이 말을 들은 민정은 당황해하며 말했다."어.. 우리 두 사람이 오랫동안 만난 적도 없고, 갑자기 이렇게 중요한 일을 말하기에는 좀 갑작스럽지 않니..?""음.. 만약 네가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진다면 우리는 천천히 감정을 키워 나갈 수 있잖아.. 한 번 사귀어 보기라도 하면 어떻겠어?"민정은 할아버지를 힐끗 보고는 뒤이어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으며 "미안해. 난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라고 고백했다.우신은 갑자기 가슴에 울분이 차올랐다. "민정아, 내가 조금 전에 송 회장님에게 들었는데.. 네가 대기업 자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들었어. 그런데 너와 같은 이룸 그룹의 자제가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건 좀.. 어불성설 아니야..?""아닌데?" 민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결혼이란 건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서 해야 하는 거야.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에 두긴 누굴 마음에 둔다는 말이에요?"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던 우신이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강남 땅에 사는 놈들 중에서 누가 감히 제 앞에서 저보다 나은 놈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가 누구든지 내 앞에서는 쓸모없는 놈일 뿐이라고요! 어디 감히 내 앞에 똑바로 설 수 있겠어요!"그러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우신은 입을 열었다. "송 회장님은 정말 무식하시네요. 민정 양을 제게 시집보내는 건, 분명 영광인데요. 이룸 그룹이 뭐라고 감히 나를 업신여기는 거예요?"최우식은 "아들아, 여기가 이룸 그룹이라는 걸 잊지 마라. 이룸 그룹에 와서 이렇게 막말을 하고 있는데 혹시 사람들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라고 목소리를 낮췄다.그러자 우신이 갑자기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최우식은 탄식하며 말했다. "아이고.. 우신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나중에 앞으로 일을 생각한다면 더 침착해야 한다고.""네 아버지, 제가 너무 성급했죠.. 아버지 죄송합니다.”그러자 최우식은 말했다. "송 회장은 평생 그 큰 회사를 문제없이 이끌 정도로 총명한 분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가업을 할 수 없었을 테지. 그러니 만약 민정 양이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을 때, 정말 별 것 아닌 사람이라면 그는 분명 엄청나게 반대했을 거다. 그러니 내 생각에 그 사람은 엄청난 세력을 가지고 있거나 굉장히 대단한 인물임에는 분명해.”하지만 우신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의아해했다. "아버지.. 강남에서 대체 얼마나 잘 나가는 놈이 있는지 저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이 강남 바닥은 오송 그룹이 꽉 지고 있지 않습니까...?"최우식은 한 번 고민한 뒤 말했다."오송 그룹은 강남에서는 꽤 유명 하기는 하지만 전국에서 제일 잘 나간다고 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정말 막강한 사람들이 숨어 있을 지도 몰라. 그래서 내 생각에는 송 회장이 말한 민정 양의 마음을 사로 잡은 사람이 아마도.. LCS 그룹
"동창 모임?" 장모 우선은 "아니?! 이 나이 들어서 무슨 동창 모임을 간다는 소리야..? 동창회는 그냥 바람 피러 간다는 소리 못 들었어!"라며 소리를 질러 댔다."아니 당신은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김상곤은 "이번 모임에는 모두 남자 동창만 모이는 것이고 여자 동창은 한 명도 초대하지 않았다고!!"라고 맞받아쳤다."진짜?" 하지만 우선의 얼굴에는 불신감이 가득했다.김상곤은 황급히 "정말 진짜야, 지금 우리 여자 동창들은 다들 해외에 놀러 가 있고, 지금은 모두 외국에 있다고!! 그래서 이번 모임은 모두 남자들 밖에 없어!!"라고 말했다."못 믿어! 그런 곳은 못 가! 분명히 그 년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났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시후는 멍하니 장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장인 김상곤이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다 남자 동창이라니까 이 여편네가 참?!!"하지만 윤우선은 콧방귀를 뀌며 대답을 하지 않았고, 안색도 안 좋았다."그럼 오후에 시후랑 같이 갈게. 우리 담임 선생님이 휠체어를 타시는데 오늘 만나는 건물이 낡아서 엘리베이터가 없대. 그러니까 우리가 필요하다고 했어! 우리 은 서방이 돌아와서 당신에게 보고하게 하면 되잖아!! 한 명이라도 여자가 그 자리에 있으면 내가 돌아와서 당신 앞에 무릎 꿇고 빌게!!”"싫다고! 그래도 못 간다니까?!!!”그러자 김상곤도 참을 수 없었는지, 화가 나서 소리쳤다."아니!!! 몇 십 년 동안 못 본 동창들인데, 내가 어떻게 뻐꾸기를 날려!! 게다가 우리 담임 선생님은 이미 여든이 넘었다고!! 이번에 못 만나면 평생 못 볼지도 몰라!!"옆에 있던 유나가 이렇게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는지 두 사람을 말리기 시작했다."엄마, 아빠 좀 그냥 동창회에 가게 해 줘요. 이런 나이에도 동창회를 여기가 어디 쉬워요? 여자 동창들은 없다고 하잖아요?!”윤우선은 유나를 노려보며 말했다."야, 네가 뭘 알아? 네 아빠가 그 같은 반의 여우 같은
김상곤은 윤우선의 말에 목이 움츠러들더니, "나는 하나도 안 무서워! 내가 거짓말을 안 했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소리쳤다.하지만 윤우선은 그를 노려보며, "당신이랑 쓸데없는 소리 하기 싫어 됐어!! 나는 그럼 고스톱 치러 나가!"라고 소리쳤다. 말을 마친 윤우선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김상곤에게 손을 내밀며, "자, 그럼 차키 내놔!"라고 말했다.김상곤은 "고스톱을 치고 운전까지 하려고? 차는 우리도 오후에도 써야 한다고!"라고 말했다.윤우선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왜? 당신 혹시 반 친구들에게 차를 몰고 가서 뽐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내가 당신에게 말하는데 나는 다 알아!! 그러니까 빨리, 차 열쇠 줘!"라고 짜증스럽게 말했다.김상곤은 어쩔 수 없이 열쇠를 꺼내 건네며, "당신 운전 조심해, 차 긁지 말고!!”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머? 내가 뭐 차 타고 험하게 운전이라도 할까 봐 그래? 어이가 없다 정말?! 당신 보다는 내가 더 운전 잘하겠지!!!”김상곤은 답답해서 죽고 싶었지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우선은 외투를 걸치고 의기양양하게 문을 나섰다.윤우선이 떠난 후, 김상곤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시후에게 "은 서방.. 오후에 나와 같이 가자고. 마침 우리 동창들도 몇 명 오니까 같이 가서 도와 줘.."라고 말했다."네 아버님. 알겠습니다.." 시후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유나는 자신의 차 키를 아버지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빠, 오후에 내 차를 몰고 가지 않을래요? 나는 택시를 타고 회사에 가면 된다.""아니다, 괜찮아. 그냥 그런 싸구려 차는 차라리 안 타는 게 좋아." 김상곤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유나는 할 수 없이 키를 도로 넣으며 시후에게 "그럼 택시 타고 가요."라고 말했다.‘참.. 장인 어른도 허영심이 강해.. 유나 씨의 BMW가 사실은 760 버전이라는 걸 알기는 알까?’윤우선은 차를 몰고 가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갑자기 낯익은 목소
윤우선의 질문에 홍라연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이고 동서~~ 내가 오늘 동서를 찾아온 건.. 사실 자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이어 "예전에 WS 그룹에 있을 때, 내가 자네를 깔보고 눈치를 주기도 했고, 무시도 많이 했어. 그리고 신 회장님 앞에서 나쁜 말을 했던 것은 모두 내가 잘못한 거야.. 나는 이미 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어.. 그래서 동서를 찾아와서, 정중하게 사과하고 싶어서 이렇게 온 거야." 말을 마치자 그녀는 창피했지만 이를 악물고 윤우선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혔다.윤우선은 순간 경악했다. 이 여자가 자신을 도발하러 온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렇게 자신의 앞에서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사과를 하다니.. 오늘도 자신을 찾아온 그녀를 한 번 세차게 깎아내려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이 말을 듣고는 윤우선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이때, 홍라연은 윤우선이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윤우선을 향해 외쳤다. "흐으윽... 동서!! 아직도 날 원망하고 있는 건 아니지? 이 형수가 정말 잘못했어.. 내가 요 몇 년 동안, 한 가지를 잊고 있었던 거야. 우리 둘은 동서 지간이잖아. 그런데 지금까지 WS 그룹에서 마치 남처럼 행동했어.. 그런데 우리는 친자매처럼 사이좋게 지내야 맞지 않겠어..? 흑흑..” 홍라연은 계속해서 말했다. "동서.. 이 형수가 이전에는 정말 철이 없어.. 그러니 제발 나와 같이 굴지 말고, 우리 앞으로는 자매처럼 지내면 안 되겠어?"윤우선은 홍라연의 말을 듣고 몹시 흥분되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오호호호!’ 높은 곳에서 늘 자신을 내려다보던 홍라연이 뜻밖에도 자신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을 보자 지금까지 쌓였던 한이 한 번에 풀리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홍라연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였던 적이 있었는가…? 그러나 지금 윤우선은 마침내 자신의 발로 형수를 짓밟는 듯한 통쾌함을 느꼈다.홍라연은 살짝 곁눈질로 윤우선의 얼굴에
이 말을 들은 윤우선은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는 이제 앞으로 숙희가 미국으로 간 뒤를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렇게 돈을 뜯어 낼 수 있는 봉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홍라연이 마침 대체자를 바로 찾아 주다니! 게다가, 듣자 하니 이 사람은 숙희보다 더 많은 돈이 있는 것 같았다. 윤우선은 이런 돈주머니들과 어울리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돈은 많지만 실력이 그리 좋지 않은 사람이 고스톱을 하다니, 그야말로 내가 돈을 다 딴 뒤에 집안을 일으켜 부자가 될 수 있겠어!!! 그리고 형님과 작은 암호를 약속했으니, 틀림없이 돈을 벌어도 손해 볼 것이 없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자, 우선은 갑자기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전형적으로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부모보다 돈을 더 탐내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지금 홍라연의 말을 듣고 심장이 벌렁거려 주체할 수가 없었다.홍라연은 우선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급히 목소리를 낮추었다."내가 하나 말해줄게 동서, 판이 깔리면 서로 손짓을 보거나, 코를 만지고, 눈을 굴리거나 입술을 오므리는 거야! 그러면 그 암호를 가지고 서로 돕고 돈을 따는 거지!”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 기뻐하며 황급히 말했다. "그래요, 형님 말대로 해요!! 아이쿠 신나라!”홍라연은 일부러 즐거워하는 척하며 분위기를 계속 띄웠다. "동서 좋아 좋아!! 우리 돈을 왕창 따서 오자고!! 그런데 내 친구는 정말 부자야. 청년재 별장에 살거든. 그럼.. 우리 언제 가면 좋겠어?"그러자 윤우선은 "지금 당장 해요 당장!! 그럼 자, 내 BMW를 타고 가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차를 탄 뒤 홍라연은 조수석에서 윤우선을 음흉한 눈길로 곁눈질해 보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윤우선을 함정에 빠뜨릴 판을 짜기 위해서, 그녀는 두 명의 타짜를 데려왔고, 아는 사람을 통해 잠시동안 청년재 별장을 빌렸는데, 이 모든 것들은 바로 윤우선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쥐어짜서
김상곤은 한참 동안 눈앞에 서 있는 사내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주경이? 한주경?? 우리 지금 얼마 만이냐?? 30년은 만나지 못한 것 같은데..?? 아이고! 보기에 잘 나가는 것 같은데..? 뭐 회사 사장이라도 되었냐? 하하하!!"한주경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웃었다. "에이~ 그래봤자 내가 너를 이길 수 있겠냐? 상곤아, 요즘 애들 말로 넌 금수저 아니냐..? 하하하!!”김상곤이 대학을 다니던 그 당시, WS 그룹은 확실히 좀 잘 나가는 편이었다. 그때 김 회장이 돌아가시기 전이고, 한창 장년이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장사에 뛰어들어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그 때 김상곤은 자신의 한 달 용돈으로 절반 정도 되는 과 동기들의 용돈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을 정도로 잘 나갔다. 돈이 많다 보니, 주변에 소문도 많이 났었기에 같은 학교도 아니었던 윤우선의 눈에 들게 된 것도 바로 그 당시였다.그 때 김상곤은 자신이 ‘금수저’가 아니냐는 말을 듣고 겸손하게 아니라고 하려는데 중년 남성과 청년 한 명이 각각 다가왔다. 중년 남자가 다가오더니 갑자기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금수저는 무슨? 야, 아직도 이 자식 사정을 모르냐? 내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이제 WS 그룹은 완전 맛탱이 갔어~ 그 때 그 김상곤이 아니라고! 아마 요즘 엄청 살기 힘든 날을 보내고 있을 걸...?"그 말을 들은 김상곤은 안색이 어두워져 이렇게 말했다. "어이, 반원명이? 네가 뭔데 내 삶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럴 필요가 있어? 그리고 네가 왜?”그러자 한주경은 황급히 두 사람을 말렸다. "아이고 참! 너희 둘은 진짜 어떻게 만나기만 하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 서로 여친도 뺏고 말이야!”김상곤은 코웃음을 치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하하 참?! 아~~니~~ 내가 뭘 못 잡아먹었다고 그래? 그리고 저 자식은 그냥 내 부하 정도 밖에 안 되는 놈이야! 그때 내가 여친이랑 있을 대 반원명이 질투를 얼마나 해댔어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