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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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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벌가 사위다 5529장
이쯤 되자, 시후는 릴리에 대한 의심을 거의 거둬들였다. 그녀가 자신을 알 리 없다는 것도 확신에 가까웠다. 하지만 마음속에선 여전히 불안이 엄습했다. 지난번 노르웨이에서 릴리는 폴른 오더에게 쫓기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서울에 나타난다면, 그들이 곧 단서를 잡아 다시 움직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지난번 실패를 교훈 삼아 훨씬 강력한 자를 보낼 가능성이 높았다.게다가 시후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도 이미 서울에 와 있었으니, 그들 역시 릴리와 마찬가지로 폴른 오더의 표적이 될 수 있었다. 만약 두 목표가 동시에 서울에 모여 있다면, 폴른 오더가 움직일 확률은 훨씬 더 커진다.현재 폴른 오더는 거의 전원이 잠적해 있었고, 세 명의 백작만이 외부에서 활동 중이었다. 시후는 혹시라도 조만간 폴른 오더의 백작급 인물이 서울에 나타날까 걱정되었다.키프로스에서는 성도민에게 미리 근접방어포를 배치시킬 수 있었지만, 서울에서는 그런 능력도 기회도 없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만약 폴른 오더의 백작이 정말 서울에 온다면, 단순히 릴리만 노린다면 다행이지만, 혹여 외조부모 일가에게까지 위해를 가하려 든다면 자신이 그들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게다가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서울에서는 조기에 경보 체계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만약 그들이 정말 서울에 온다면, 실제로 움직이기 전까지는 자신이 미리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시후의 마음은 한층 무거워졌다.……그날 시후는 점심을 제대로 맛도 느끼지 못한 채 먹었다. 식사 후, 시후는 클라우디아, 이소분, 그리고 이씨 아주머니를 집에 데려다주고, 차를 몰아 강가에 세워 두고 혼자 오후 내내 앉아 있었다.오늘 릴리를 다시 본 것은 그에게 전례 없는 긴박감을 안겨주었다. 마치 거대한 적이 곧 들이닥칠 듯한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지만, 정작 자신은 아직 대응책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오후 6시. 시후는 차를 몰아 서울대학교로 향했다.유미경은 차를 타고 학교에 왔지만,
나는 재벌가 사위다 5528장
조금 전 릴리에게서 유미경의 소식을 우연히 들었지만, 막상 유미경 입에서 직접 확인하자 시후는 일부러 놀란 듯 물었다. “서울대학교에 언제부터 일하게 된 거예요?”유미경은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설명했다. “그게... 서울대학교에 인재 영입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제가 한번 지원해 봤거든요. 그랬더니 면접에 초대받았고, 합격했어요...” 유미경의 말투는 마치 부모님께 잘못을 들킨 아이처럼 조심스러웠다.시후는, 그녀가 서울에 온 이유가 대체로 자신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에는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대학교가 홍콩대보다는 못 해도,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괜찮죠.”유미경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시후를 바라봤다.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옆에서 릴리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정신을 차린 듯 물었다. “미경 언니, 아는 사이예요?”유미경은 서둘러 말했다. “알아... 친구야...”릴리는 놀란 듯 말했다. “정말 우연이네!”“그러게...” 유미경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릴리는 다시 시후를 향해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 임소영이라고 해요. 아직 성함을 못 들었네요?”“은시후요.” 시후가 간단히 대답했다.“시후 오빠, 안녕하세요.” 릴리가 웃으며 인사했다.시후도 살짝 웃으며 맞대응했지만, 속으로는 생각이 복잡했다. ‘확실히 릴리는 날 기억 못 하는 것 같아.’ 하지만 유미경이 곁에 있는 상황에서 더 캐물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화제를 돌렸다. “아 참, 동생들이 날 기다리고 있어요. 먼저 가야겠네요. 시간 되면 제가 식사 한번 대접할게요.”갑작스러운 제안에 유미경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곧장 대답했다. “저는 언제든 저녁에 괜찮아요.”시후가 말했다. “그럼 오늘 바로 어때요? 몇 시에 끝나요?”“여섯 시쯤이요.”“좋아요. 여섯 시에 제가 데리러 오겠습니다.”“네, 정문 앞에서 기다릴게요.”시후는 더는 임소영을 떠볼 수 없음을 알고,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고 곧장 나왔다
나는 재벌가 사위다 5527장
반지가 두 번째로 반응한 것도 청년재 지하 주차장이었다. 정말 릴리의 말대로 그녀가 유미경을 데리러 갔다면, 그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짓인지 아닌지는, 유미경이 청년재에 실제로 사는지만 확인하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그래서 시후는 릴리의 대답을 곱씹었지만, 별다른 허점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시후는 생각했다. ‘그래, 우선 릴리의 입국 기록부터 확인해 보자. 언제 한국에 들어왔는지 확인하면 거짓인지 알 수 있겠지. 만약 거짓이 아니라면... 이 모든 건 정말 우연일 수도 있어.’그때, 갑자기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방 안에 들어왔다. “소영아, 기숙사 생활은 괜찮니?”시후는 단번에 알아들었다. 바로 유미경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시후는 릴리의 이상한 상태를 들키지 않으려고, 즉시 그녀의 조금 전 기억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멍한 상태의 릴리를 뒤로 한 채, 돌아서며 놀란 듯 말했다. “미경 씨?! 어떻게 여기 있어요?”유미경은 조금 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고고미술사학과에 미모의 여학생이 둘이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릴리가 분명 오늘 등록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확인 차 기숙사 방 번호를 알아내,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막상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릴리가 남성과 이야기하고 있는 걸 봤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남성이 뒤를 돌아봤는데, 그는 바로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시후였다!유미경은 원래 개강 후 조금 여유가 생기면, 시후와의 깜짝 만남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뜻밖의 충격이었다. 게다가 그 충격은 더욱 커졌다.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시후가, 릴리의 기숙사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놀란 유미경은 시후와 릴리를 번갈아 보며 더듬거리며 물었다. “은... 은 선생님, 두 분... 아는 사이예요?”시후는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아니요, 몰라요. 방금 제 동생을 데려다 주러 왔는데, 마침 이 학생과 같은 방이더군요. 그런데
나는 재벌가 사위다 5526장
“유미경?!” 시후는 놀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내가 아는 그 유미경?’ 그리고는 곧 이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동명이인이겠지?’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릴리를 이렇게 우연히 다시 만난 것처럼, 자신이 아는 유미경이 서울대학교에 와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그래서 물었다. “그 유미경, 어디 출신이지?”릴리가 대답했다. “홍콩 사람이에요. 아버지는 유명한 홍콩 재벌 유가휘예요.”“허...” 시후는 깊게 숨을 들이키고 이렇게 생각했다. ‘미경 씨가 어떻게 서울대 강사가 된 거지? 홍콩 재벌 2세가 왜 여기까지 와서 강사를 해? 게다가 나한텐 말도 안 하고...?’릴리가 유미경을 알고 있었고, 심지어 유미경을 데리러 청년재에 간 적이 있다는 말을 듣자, 시후는 다시 물었다. “방금 네가 말한 건, 청년재에 유미경을 데리러 갔다는 거지? 유미경 씨가 청년재에 산다고?”“맞아.” 릴리가 사실대로 말했다. “그 여자가 청년재에 집을 샀어.”시후는 무의식적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자신과 유미경은 그래도 친구 사인데, 그녀가 아무 말도 없이 서울대학교로 와서 강사를 한다니, 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다. 더구나, 어떻게 릴리와 무슨 관계인지도 의문이었다.하지만 시후는 당장은 유미경 문제에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지금은 릴리의 대답을 이미 절반 이상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이건 시후가 경솔한 것이 아니었다. 릴리의 말에는 특별한 허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릴리의 말에 따르면, 그녀가 서울에 온 건 구영산과 친척 관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구영산이 오래전부터 서울대학교 최대 기부자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었고, 릴리가 바꿀 수도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었다.게다가 시후는 노르웨이에서 릴리에게 어떤 정보도 남기지 않았다. 유일하게 알려준 건 자신의 이름뿐이었다. 설령 그때 기억을 지우지 못했더라도, 이름 하나로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찾는 건 불가능했다. 애초에 자신의 신분은 은폐되어 있었으니 말이다.게다가 반지
나는 재벌가 사위다 5525장
“네 할아버지?” 시후가 다시 물었다. “네 할아버지가 누구지?”릴리가 대답했다. “제 할아버지는 동남아 최고 부호, 구영산이야.”“구영산?” 시후는 예전에 서울대학교에 편입해 다닐 때, 여러 번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당시 구영산은 서울대학교에 많은 교육 기금을 기부하여 학교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게 도왔고, 그 덕분에 그의 이야기는 서울대학교 신문에도 몇 차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시후는 릴리와 구영산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추궁했다. “그럼 네 진짜 이름이 뭐지?”릴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내 진짜 이름은 릴리야.”“구영산은 성이 구고, 넌 릴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할아버지가 될 수 있지?”“먼 친척 할아버지야. 우리 할아버지의 먼 사촌 형님이죠. 내가 노르웨이에서 도망쳐 나온 뒤, 우여곡절 끝에 그분께 의지하게 됐어. 발각되지 않으려고, 부탁해서 임소영이라는 가짜 신분을 만들었고, 그분이 저를 서울대학교에 오도록 도와주셨어...”시후가 또 물었다. “그럼 왜 하필 고고미술사학과를 선택한 거지?”“난 원래 이곳에 공부하려고 온 게 아니라, 신분을 숨기고 안전을 지키려고 온 거야. 서울대학교 여러 학과 중에서 고고미술사학이 조금은 제 흥미와 맞았고... 원래부터 도자기, 골동품, 서화를 좋아해서...”시후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반지를 흔들며 물었다. “이 반지, 도대체 무슨 특별한 게 있는 거지?”릴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몰라. 이건 아버지가 남겨주신 유품이야. 돌아가시기 전에 잘 간직하라고, 절대 남의 손에 넘어가게 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어.”시후는 일부러 물었다. “그런데 왜 그 귀한 반지를 나한테 줬지?”릴리는 당황하지 않고 곧장 대답했다. “말도 안 돼. 아버지 유품을 남에게 줄 리 없어. 내겐 너무 중요한 의미라서.”시후가 다시 추궁했다. “네 아버지는 누구지? 이름이 뭔데? 어디서 태어나 어디서 죽었지?”“아버지 이름은 임준호셔… 말레이시아에서 돌
나는 재벌가 사위다 5524장
시후가 방을 나서는 순간, 릴리는 이미 시후가 방으로 돌아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방심하지 않고, 그녀는 담담한 척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시후가 다시 301호 앞에 와 보니, 문은 열려 있었다. 그래서 시후는 곧장 기숙사 방으로 들어가 냉정하게 물었다. “릴리, 서울에 온 목적이 뭐지?”갑작스러운 질문에 릴리는 놀란 척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수없이 연습해 온 반응이었다. 그녀는 제때 비명을 지르며 돌아서서 시후를 바라봤다. “당... 당신 누구야?!”시후는 냉소하며 말했다. “여기까지 쫓아와 놓고, 이제 와서 내가 누군지 묻는다고? 너무 가식적인 거 아닌가?”릴리는 더 크게 두려운 척 물러서며 말했다. “너... 넌 누구야...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어...?”시후가 비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연기하는 거냐? 좋아, 그럼 이걸 봐.” 시후는 주머니에서 여전히 뛰고 있는 반지를 꺼내 보였다.릴리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그 반지! 그건 내 아버지가 남겨 주신 유품이야! 어서 내놔!” 그러고는 갑자기 달려들어 반지를 빼앗으려 했다.시후는 얼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그녀의 반응은, 정말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자신이 구해 준 일도, 반지를 스스로 건네줬던 일도. 하지만 단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반지를 높이 치켜들며 냉정히 말했다. “이건 네가 직접 나에게 준 거다. 인정하기 싫은 거냐, 아니면 정말 기억을 못 하는 건가?”릴리는 격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럴 리 없어! 그건 내 아버지의 유품이야! 나는 한 번도 남에게 준 적 없어! 분명 네가 훔쳐 간 거야! 너, 너 폴른 오더 사람이지?!”시후는 그녀 입에서 폴른 오더라는 단어가 나오자,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녀가 진심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다시 영기를 불어넣었다. 이번엔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릴리는 영기가 뇌로 들어오는 걸 느꼈지만,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대신 순순히 눈빛을 멍하게 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