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미쓰이 그룹은 세계 곳곳에 투자하고 있었다. 50억 달러를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돈을 운용해 매년 10%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시후의 말대로라면 미쓰이 그룹은 최소 7억 8천만 달러의 이자를 포기해야 하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3년 동안 시후에게 7억 8천만 달러를 지급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그것도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였다.조금이라도 잘못 처리하면 원금 50억 달러까지 전부 잃게 되기 때문위다.미쓰이 요시타카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사업가였고, 사업가는 모든 일을 이익의 관점에서 판단했다. 좋게 말하면 이익을 중시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눈앞의 이익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즉 이익이 보이면 본능적으로 최대한 많이 차지하려 했고, 손실이 보이면 어떻게든 최소한으로 줄이려 했다.그가 보기에 시후가 요구한 보증금 지급 자체가 명백한 손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시후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손실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래서 미쓰이 요시타카는 시후에게 말했다.“은 선생님, 미쓰이 그룹은 도쿄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높은 신용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반드시 빈틈없이 처리하겠습니다……”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나도 회장님을 믿으니 앞으로 3년 동안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게 처리한다면 보증금을 한 푼도 빠짐없이 돌려드리겠습니다.”그러고는 곧바로 물었다.“혹시 보증금이 너무 많아서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겁니까?”미쓰이 요시타카는 순간 얼어붙었다. 시후가 자신의 속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말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보증금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했지만……시후는 왜 굳이 마지막에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느냐는 말을 덧붙인 것인가? 명백히 자신이 그럴 능력이 없다는 듯 조롱하는 것처럼 말이다.명
테일러 스위프트가 시후를 열렬히 동경하기 시작한 사이, 미쓰이 요시타카는 시후가 상황을 장악한 모습을 보고 놀라는 한편 더없이 안도했다.그는 길게 숨을 내쉰 뒤 시후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감탄했다.“역시 은 선생님은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잘 훈련된 사무라이들이 은 선생님의 상대가 되지 못할 줄은 몰랐습니다!”시후는 그를 한 번 바라보고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시체들은 전부 회장님이 처리하십시오. 반드시 깔끔하게 처리해서 어떤 단서도 남기지 마세요. 설령 단서가 발견되더라도 나에게 불필요한 문제가 생기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알아들었습니까?”한꺼번에 10명이 넘는 사람이 죽은 것을 본 미쓰이 요시타카는 머리가 아파졌다.미쓰이 가문이 사람을 시켜 시체를 처리해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이토록 많은 시체를 처리한 적은 없었다. 더구나 이곳은 도쿄의 번화가였다. 이 많은 시체를 어떻게 없애야 할지는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였다.하지만 조금 전 딸이 이미 시후에게 약속했다. 자신이 이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딸마저 자신을 업신여길 터였다.게다가 미쓰이 코코미는 아버지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부녀의 인연을 끊겠다는 말까지 했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여려 보이는 딸이었지만 한번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성격이었다. 그런 말을 입 밖에 냈다면 실제로 행동에 옮길 게 분명했다.결국 미쓰이 요시타카는 억지로 용기를 내 대답했다.“은 선생님,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 시체들은 반드시 흔적도 없이 처리하겠습니다.”시후가 다시 말했다.“그리고 살아남은 자들 가운데 두 눈을 잃은 사람만 빼고 모두 배에 태워 중동으로 보내십시오. 정확히 어디로 데려갈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뒤 내게 연락하면 사람을 보내 인계받겠습니다.”시후는 원한다면 남은 사무라이들까지 모두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들이 죽이려 한 사람은 시후가 아니었으니 이곳에서 굳이 대량으
동료들의 사기가 다시 오르는 것을 본 사무라이가 곧바로 목소리를 높였다.“사내란 본래 평생 가족을 위해 죽도록 일하는 존재다! 지금 이 일만 성공시키면 가족들이 남은 평생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 으악! 내 눈!”그는 사무라이들의 투지를 끌어 올리려고 열변을 토하다가 갑자기 두 눈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시야가 순식간에 완전히 사라졌다. 본능적으로 눈을 만지려던 그는 자신의 양쪽 눈에 플라스틱 원통 2개가 꽂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다른 사무라이들은 그가 결의를 다진 뒤 자신들을 이끌고 마지막 공격에 나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외침은 갑자기 처절한 비명으로 변했다. 사무라이들이 다시 그를 바라보니 양쪽 눈에는 화장품이 하나씩 박혀 있었다. 얼굴은 피와 터진 눈에서 흘러나온 검붉은 액체로 뒤덮였다. 고통과 공포가 뒤섞인 비명까지 더해지자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 만큼 끔찍했다.그토록 참혹한 광경에 미쓰이 요시타카조차 견디지 못하고 몇 차례 헛구역질했다.옆에 있던 미쓰이 코코미도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마 더 이상 그 광경을 바라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처음에는 두려워서 시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 깊은 곳에서 이토록 잔혹한 광경에 묘한 매력이 깃들어 있다고 느꼈다.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눈동자만 돌려 시체들과 두 눈을 잃은 사무라이를 몰래 살폈다.남은 사무라이들의 가슴에서 조금 전까지 끓어오르던 열기는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었다.그제야 그들은 시후의 실력이라면 모두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엇보다 앞장서서 달려드는 사람이 가장 먼저 죽을 터였다.사무라이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망설이자 시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무릎을 땅에 붙일지, 머리를 바닥에 떨어뜨릴지는 너희가 선택해!”그 말을 듣자 아직 서 있던 사무라이들의 다리도 순식간에 풀렸다. 그
사무라이들은 돌진할 때만 해도 시후 일행을 도마 위에 오른 생선처럼 여겼다. 그래서 일제히 칼을 들고 달려들면서 선두의 사무라이들은 누구보다 먼저 적을 베어 공을 세울 생각뿐이었고, 뒤따르던 자들은 한 번이라도 더 칼을 휘둘러 자신의 용맹함을 과시하려 했다.하지만 자신들의 눈에 꼼짝없이 죽은 목숨으로 보였던 사람들이 갑자기 이토록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드러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들은 시후가 두 손을 한 번 펼친 것만으로 무려 8명이 목숨을 잃었다!쓰러진 자들은 하나같이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었다. 게다가 이마에는 플라스틱 용기로 된 화장품이 하나씩 박혀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사무라이들은 머리끝이 쭈뼛 설 정도로 공포에 질렸다.그들도 암기로 사람을 죽이는 고수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이들은 단연 닌자들이었다.많은 닌자들은 소매 안에 수리검을 숨겨 두었다가 상대가 방심한 틈을 노려 던지는 방식으로 목숨을 빼앗았다.하지만 그들이 아는 닌자는 양손으로 수리검 2개를 던져 한 사람을 죽이거나, 실력이 뛰어나 봐야 양손에 하나씩 쥐고 2명을 동시에 노리는 정도였다. 수리검 8개를 양손에 들고 한꺼번에 8명을 죽이는 닌자는 들어 본 적조차 없었다.직접 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었다면 코웃음을 쳤을 이야기였다. 닌자를 과장해서 묘사하는 일본 영화조차 이토록 터무니없는 장면은 감히 만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더구나 시후가 사용한 것은 독을 바른 수리검도 아니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화장품이었다. 화장품을 힘껏 사람의 머리에 던져 봐야 혹 하나 생기면 다행일 텐데, 시후가 던지자 흉기가 되어 사람의 두개골을 그대로 뚫어 버렸다!이 사무라이들은 보통 사람보다 체력과 반응 속도가 월등히 뛰어난 데다 최상급 일본도를 사용했다. 어린 시절부터 날마다 수백 번씩 칼을 휘두르며 단련한 이들이었다. 대부분이 일본도를 양손으로 쥐면 그릇만큼 굵은 나무 여러 그루를 연달아 베어 낼 수 있었고, 칼을 휘두르는 속도도 번개
말을 마친 시후가 손목을 가볍게 털었다. 그러자 조금 전 소매 안에 숨겨 둔 아이브로우 펜슬과 아이라이너, 립글로스 여러 개가 순식간에 그의 열 손가락 사이에 끼워졌다.그 사이 사무라이들도 어느새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선두에서 달리던 몇몇은 일본도를 뒤로 높이 젖히며 내리칠 준비를 했다.미쓰이 요시타카는 겁에 질려 온몸에 힘이 풀린 상태에서도 필사적으로 등 뒤에 있는 분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도망치려 했다. 얇은 나무문으로는 일본도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단 1초라도 더 살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가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려는 순간, 미쓰이 코코미가 힘이 풀린 그의 몸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아버지는 오늘 이미 체면을 충분히 구기셨어요. 마지막 순간만큼은 부디 품위를 지키세요!”미쓰이 요시타카가 울화가 치민 듯 소리쳤다.“지금 품위가 무슨 소용이야? 곧 은 선생도 저 사무라이들의 칼에 난도질당할 텐데!”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양쪽에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동시에 귓가를 강타했다!무수히 많은 칼날이 허공에서 내리꽂혔다. 천장의 조명을 반사한 서늘한 빛이 사방에서 번뜩이며 사람들의 눈을 어지럽혔다.바로 그 순간, 시후가 갑자기 양팔을 좌우로 펼쳤다.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무언가가 쏜살같이 날아갔다. 전투기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소리였다.곧이어 일본도에서 반사되던 어지러운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연이어 쇠붙이가 바닥에 떨어지는 요란한 소리와 사람들이 쓰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일행은 정신을 가다듬고 앞을 바라보았다가 눈앞의 광경에 혼비백산했다.양쪽에서 일본도를 들고 달려오던 선두의 사무라이들이 마치 수확기에 베인 밀처럼 한순간에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더욱 끔찍한 것은 그들 모두의 미간에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원통이 하나씩 박혀 있다는 사실이었다.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모두 여성이 사용하는 고급 화장품이었다.그 순간 시후가 다시 한번 손
백스테이지는 길고 곧게 뻗은 통로였다. 전체 구조는 알파벳 Y 두 개를 꼬리끼리 맞붙여 놓은 모양으로, 앞쪽에 입구 2개와 뒤쪽에 출구 2개가 있었다.출입구는 여럿이었지만 통로 한가운데서는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양옆에 방이 많아도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문은 없었다. 돔구장 외벽의 형태를 일정하게 맞춘 탓에 방마다 창문은 있어도 열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앞뒤에서 무사들이 길을 막으면 사실상 도망칠 곳은 없었다.일본 사무라이들의 전투력은 닌자에 뒤지지 않았다. 저 많은 인원이 양쪽에서 협공하는데 중화기마저 없으니 탈출은 거의 불가능했다.시후와 배유현을 제외한 일행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줄곧 자신만만하던 미쓰이 요시타카조차 오늘 이곳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시후의 눈에 서늘한 빛이 스쳤다. 그는 공포에 질려 멍해진 미쓰이 요시타카에게 날카롭게 물었다.“내가 여기서 사람을 죽이면, 회장님이 뒷감당할 수 있습니까?!”“예? 뭐…… 뭐라고요?!”이미 겁에 질려 머리가 돌아가지 않던 미쓰이 요시타카는 황당한 질문에 완전히 얼어붙었다.“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시후는 그의 한심한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었다.요즘 세상에 재벌 2세들은 함부로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막대한 재산을 거느리고 그럴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직접 겪어 보기 전에는 그 사람의 진짜 그릇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미쓰이 요시타카의 반응만 봐도 큰 풍파를 겪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분명했다. 생각해 보면 미쓰이 그룹은 100년 전부터 성장해 지금은 일본의 여러 산업에 영향력을 미치는 명문가였다. 초창기에 가문을 이끌었던 사람들에게는 분명 능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50세도 되지 않은 미쓰이 요시타카는 시대의 격변을 몸소 겪은 적이 없었다. 전쟁도, 전후 복구도 그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었다. 그가 태어날 무렵에는 일본이 이미 전후 복구를 마치고 미국의 지원 속에 경제 성장을 시작하고 있었다.미쓰이 요시타카
은 회장의 포효는 입을 열려고 하던 모든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시후의 손에 맡길 수는 없었지만, 은 회장에게 아직 탈출구의 열쇠가 쥐어져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때 그들이 가장하면 안 되는 것은 바로 공개적으로 은 회장과 척을 지는 일일 것이다. 만약 은 회장이 정말로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돈을 써서 이 난리에서 벗어나기라도 한다면, 나중에 일이 처리된 후 대놓고 자신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을 찾아내어 정리할 것이다.그러자 은정공은 아버지의 말에 반기를 드는 것을 포기하고 앞장서서
스티브 로스차일드는 급히 말했다.“사방보당은 본래 한국의 물건입니다. 그러니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히 가장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시후는 다시 물었다.“당신 아버지는 꿈에서도 사방보당이 로스차일드 가문으로 돌아오길 바랄 텐데... 그런데 당신은 왜 같은 생각이 아니지?”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시후가 자신의 입장을 시험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즉시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아버지는 아직도 구시대적 제국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 번 빼앗았으면 자기 것이라는 식이지요.
그 때 릴리의 모든 시선은 눈 앞의 어린 묘목에 쏠려 있었다. 땅에 무릎을 꿇고 묘목을 유심히 바라보는 릴리의 얼굴에는 감격이 가득했다.반면 옆에 서 있는 시후는 싱그러운 초록빛 새싹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시후는 그 옆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그토록 쏟아졌던 비의 흔적이,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12년 간의 의무교육이 시후에 머릿속에 남긴 것은 단 한 줄의 문장이었다.‘이건 비과학적이야.’아니면 이렇게 요약할 수도 있었다.‘이건 정말 말도 안 돼.’시후는 자신의 몸을 머리에
정오 무렵, 시후가 혼자 한인타운의 한 분식점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이민국 소속 차량 두 대가 사이렌 없이 경광등만 조용히 번쩍이며 갑자기 식당 앞에 멈춰 섰다.시후는 그 장면을 지켜보았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계속 식사를 했다.그때 경찰관 몇 명이 빠르게 식당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사진 한 장을 들고 손님들 얼굴을 하나하나 대조하다가, 갑자기 시후 앞에 멈춰 서서 큰 소리로 물었다.“말레이시아에서 불법 입국한 SIHU AN이 맞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들고 무고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