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대표는 자신의 아들이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을 보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잘했다 우신아, 네가 이미 어떻게 여자를 감동시킬 것인지 잘 알고 있구나!! 그리고 민정 양을 그렇게 관찰했다니.. 섬세하구나!"라며 칭찬을 했다.그러자 우신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제가 이렇게 아버지의 옆에서 조금씩 보고 배운 겁니다.. 그래도 아버지에 비해서는 아직 엄청나게 부족합니다...""아니다." 최우식 대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민정 양의 팔찌가 오래되어 값어치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면, 너는 이미 엄청나게 발전한 거야! 괜찮아! 굉장히 좋아!"우신은 아버지의 칭찬을 받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고, 류광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광호 대표님, 이 팔찌 정말 예쁜 것 같아요! 마음에 듭니다! 오늘 정말 잘 준비해 주셨어요. 앞으로도 저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신다면 저도 대표님을 끝까지 푸대접하지 않겠습니다."류광호는 기뻐하며, "네, 도련님. 저도 반드시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도련님, 그리고 이것은 남은 돈입니다."라며 재빨리 남은 수표 한 장을 건네주었다.우신은 류광호의 태도가 굉장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그 돈은 팁이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계세요."라고 말했다.류광호는 이 돈이 오송 그룹의 첫째 아들이 자신에게 준 상금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즉시 격동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큰 도련님 감사합니다!"라며 감격하였다.옆에 있던 최우식 대표는 류광호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의외로 류광호는 굉장히 예의가 바를 뿐만 아니라 일처리 역시도 깔끔해 군더더기 없었다. 자신들이 서울로 본거지를 옮기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자신들의 편에 서려고 한 충견과 같은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최우식 대표도 류광호에게 진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는 "류광호 대표, 오늘 송 회장님 생신 잔치에 초대 받았어요?"라며 입을 열었다.류광호는 씁쓸한 미소를
우신은 속으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자신과 아버지가 바로 민정의 앞에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뜻밖에도 더 중요한 VVVIP가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서울 바닥에서 지금 자신과 아버지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다시 말해, 누가 대체 오송 그룹보다 더 잘 나간다는 말인가?! 기분이 언짢았지만 우신은 마음을 추스르며, "아, 그렇구나~ 아! 그런데 민정아, 내가 특별히 선물을 하나 준비했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어.."라고 젠틀하게 말했다..민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우신아, 선물은 네가 다시 가져가는 것이 좋겠어.. 나는 부족한 것이 없어서.. 그러니까 나에게 준다고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어. 게다가 난 네가 주는 선물을 마음대로 받을 수 없어.."우신은 류광호 대표가 준 선물을 급히 꺼내며 말했다. "민정아, 그냥 내 성의인데 이렇게 사양할 필요가 있을까? 별 거 아니야~ 그냥 내가 몇 번 네 손목에 끼고 있는 오래된 팔찌를 보았거든.. 어엿한 이룸 그룹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데.. 네가 어떻게 그렇게 초라하고 가치 없는 수준 낮은 악세서리를 할 수 있겠어? 이 팔찌는 이탈리아의 보석 디자이너의 신작이거든.. 전 세계에서 단 하나로, 몇 억의 가치가 있는 팔찌야.. 이건 오직 너만을 위한 거고.. 오직 이런 팔찌가 너의 신분과 성격을 대표할 수 있지.. 그러니 너의 손목에 어울릴 수 있는 거야. 지금 차고 있는 쓰레기는 빨리 쓰레기통에 버려!"우신은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보석, 특히 귀한 명품 악세서리를 좋아하기에, 민정 역시도 그런 분위기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싼 값에 사온 자신의 팔찌가 분명 민정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생각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민정이 그의 말을 듣고는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졌고 우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전에 없던 극도의 분노와 혐오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는 이 팔찌는 확실히 값어치가 없고, 또 확실히 촌스럽고, 낡아 보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우신은 죽고 싶은 마음이 밖에 없었다. 민정이 차고 있던 손목의 거지 같은 팔찌가 그녀의 어머니께서 남긴 유품... 그런데 자신은 그 유품을 쓰레기라며 모욕을 주었다... 이것은 정말 자신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큰 사고를 쳐버린 것이었다. 안 그래도 민정이 자신에게 별로 좋은 감정이 아니었던 것을 잘 알고 있었는데. 오늘 이 팔찌 사건 때문에 자신은 강한 파장을 일으켜 버렸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일을 쳐버리다니.. 분명히 자신에 대한 점수가 엄청나게 마이너스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우진의 곁에서 별로 떨어져 있지 않았던 최우식 대표는, 아들의 멍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굉장히 궁금했다. 아까 민정 양에게 선물을 하러 갔는데..? 이렇게 비싼 선물을 받고 분명 기뻐했을 텐데. 그런데 민정 양은 왜 그냥 차를 몰고 가버렸을까..? 그는 궁금하여 곧장 우신을 향해 돌아가 그를 토닥였다. "민정 양과 얘기 좀 해봤어?" 그런데 우신이 팔찌를 그의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보고 최우식 대표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런데.. 왜 이 선물은 네가 들고 있는 게냐?"우신은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힘 없이 말했다. "아버지.. 민정이 손목에 끼고 있던 그 거지 같은 팔찌가.. 그 팔찌가.. 어머니가 물려주신 유품이래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 팔찌가 쓰레기라고.. 너랑 하나도 안 어울린다고 그랬어요..”"이런... 빌어먹을.." 최우식 대표도 그 말을 듣고 당황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그는 한숨을 쉬며 우신에게 말했다. "그래.. 넌 진작에 그것까지 생각했어야 했다. 민정 양이 그런 높은 신분으로 그처럼 허름한 팔찌를 찰 수 없겠지.. 그래서 그녀가 착용한 이상, 반드시 다른 속사정이 있을 것임을 생각했어야 했어..!너무 허술하게 생각했다.."우신은 툭 건드리면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억울한 듯 말했다. "아버지.. 조금 전에는 제가 관찰력이 좋았다고 치켜세우시더니… 그런데 또 이제 와서는 허술
유나는 침실에서 나와 쭉 기지개를 켠 뒤 시후에게 "여보, 오늘 일정 있어요?"라고 물었다.시후는 "아~ 오늘 점심에 친구네 집에서 생일 잔치가 있다고 해서 참석할 예정이에요."라고 답했다. 이야기를 한 뒤 시후는 "유나 씨는요, 무슨 일 없어요??"라고 물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쇼핑 좀 하려고요. 그런데 시후 씨가 일이 있다고 하니깐.. 그럼 여빈이랑 같이 가야겠어요.”라고 말했다."하아.. 미안하네요 여보. 그럼 오늘은 여빈 씨랑 가요.. 다음에 내가 같이 갈게요.""그래요. 훗!" 유나가 빙그레 웃었다.그런데 갑자기 장모 윤우선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두운 얼굴로 "야, 은 서방!! 자네가 서울에 친구가 있었어? 나이가 많겠네?"라고 물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80대 정도 되셨어요.”윤우선은 "하이고.. 이제는 이 얼빠진 놈이 노인들까지 속이기 시작했구나!!!"라며 비꼬았다. “뭐 이번에는 어떻게 속인 거야?! 묘자리를 봐준다고 했어?!”시후는 "저는 그 누구도 속인 적이 없습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뭐라고? 아직도 거짓말을 하네?" 윤우선은 "서울에 자네에게 속아 넘어간 거물들이 얼마나 많아? 내가 자네에게 충고하는데 말이야, 자네의 장사속을 이미 난 다 꿰뚫어 보았다 이 말이야! 자네는 그냥 망할 놈의 무당들이랑 다를 바 없어! 그러니까 자네를 기다리는 결말은 오직 두 개 뿐이지~ 감옥에 가거나? 아니면 자네가 속인 거물들에게 쫓기는 거야!”윤우선은 요즘 시후를 보는 것이 매우 불쾌했다. 왜냐하면 시후가 하연과 홍라연에게 잃었던 고스톱 자금을 모두 기부 센터에 기부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우선은 지금 자신이 필요로 할 때 쓰려고 남겨둔 몇 년간의 생활비도 다 날려 먹었다. 윤우선은 매번 심심할 때마다 가서 머리를 볶던 단골 미용실의 선불 카드에 남아 있던 돈을 다 쓰고도 충전할 돈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만일에 남편과 유나가 이걸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
시후는 윤우선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음이 났다. 그는 윤우선이 지금 돈이 몹시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장모가 평소에 돈을 굉장히 헤프게 쓰던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한순간에 궁지에 몰리게 되었으니 분명 마음이 괴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장인 어른이 헤븐 스프링스에 가서 밥을 먹는다고 하니, 더욱 답답할 것이었다.역시, 시후의 생각처럼 윤우선은 김상곤에게 소리를 질렀다. "안 돼! 당신! 그렇게 돈을 아무데나 쓸 수 없다 이 말이야!! 그 밥값은 그냥 내게 맡겨! 당장 달라고!!"“뭔 헛소리야? 당신, 내가 경고한다? 자꾸 선 넘지 마!??? 돈은 다 당신이 쥐고 있으니까, 그냥 오늘 같은 날은 그 돈 안 주면 그만이지, 지금 와서 자꾸 돈을 넘기라고 하는 건 뭐야?" 김상곤도 지지 않았다.윤우선은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섣불리 말은 내뱉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아.. 아니!! 당신은 좀 싼 곳에서 밥 먹을 수 있잖아! 요즘 2만 원 정도해도 한 끼 식사로 괜찮게 먹을 수 있는데!!”김상곤은 화가 나서 말했다. "아니 당신이 가진 돈이 그렇게 많은데, 내가 한 끼 식사로 2-30만 원 쓰면 어때! 그리고 왜 자꾸 돈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돈 욕심을 내는 거야?! 당신은 왜 그렇게 남편 체면을 안 살려줘 체면을!!!!!?”"어쩌라고!! 나에게 그 돈 안 주면 오늘 식사는 못 가는 거야!! 내가 절대 못 가게 막을 거야! 오늘 한 발자국만 떼 봐?! 나한테 죽는 거야!!”"진짜 제대로 돌았구나!?" 김상곤은 젓가락을 탁자에 ‘탁’ 놓으며 윽박질렀다. "경고한다. 이 여편네야, 진짜 선 넘지 마?! 내가 겨우겨우 오늘 식사하자고 고위직 간부들이랑 약속 잡았는데, 장소까지 다 정해서 알렸다고. 그런데도 당신이 자꾸 나를 난처하게 만들면, 오늘 진짜 끝장 보는 거야!! 어?!!”"뭐!! 끝장 보자 그래!!” 윤우선도 급하기는 마찬 가지였다. 그녀는 정말 김상곤으로부터 돈을 받아야 했다. 왜냐하면
윤우선은 "아니, 내가 우리 집 생활비를 아끼려고 하는 거지! 우리가 그렇게 넉넉한 집안이야? 그냥 한 끼에 수십만 원 하는 식사를 그것도 남들에게 쏜다고 하는 게 정상이냐고?!!!”라며 열을 올렸다. "그리고 그 돈은 오늘 줘야지, 그리고 만약에 오늘 안 주면 내일이라도 줘야 해!!"라고 남편을 노려보았다.유나는 대체 자신의 엄마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엄마는 현재 재물에 정신이 팔려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다. 아마도 오늘 아버지가 돈을 안 준다면 싸움이 끝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자 유나가 말했다. "엄마!!! 아빠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마세요! 얼마가 필요하신데요? 내가 줄게요." "오호호!!! 좋아!" 그러자 윤우선은 "그럼 카톡으로 좀 보내줘~~!"라며 즐거운 듯 소리쳤다.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전화를 꺼내 윤우선에게 100만 원 정도를 보내주었다. 윤우선은 카톡을 열고 수금을 한 뒤 ‘헤헤헤’ 웃으며 친구들과 있는 카톡방에 바로 글을 올렸다. 그러자 는 질문이 나왔다. 윤우선은 라며 답을 보냈다.유나는 돈을 보자마자 싱글벙글한 엄마의 표정을 보고,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유나는 지금 자신의 어머니가 집안에 있던 돈을 거의 다 탕진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그 때, 시후가 식탁 위에 올려놓은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민정이었다.시후가 전화를 받자 민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제가 10분 뒤에 도착할 것 같은데 언제쯤 내려오시겠어요?”"아, 그럼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식구들이 아침밥을 다 먹어서 설거지하고 바로 갈게요.”"네, 그럼 제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민정은 시후의 대답에 마음이 아팠다. 시후처럼 이렇게 완벽한
시후는 유나가 버티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부탁할게요. 나 먼저 나가요!"라고 말했다."가요." 유나는 대답하며 "생일 잔치에 간다면서 선물은 준비했어요?"라고 물었다."준비됐죠.”"무슨 선물을 준비했는데요? 설마 엄청 싼 건 아니죠?”"하하.. 내가 직접 만든 작은 선물을 준비했으니까, 그리고 그 분은 돈 따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신 분이에요. 그래서 아마 좋아하실 거예요.”"그럼 다행이고요.."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럼 빨리 가요~!""그래요." 시후는 평범한 옷을 걸치고 유나와 장인 장모에게 인사를 한 뒤 곧장 집을 나섰다. 시후가 나가자마자, 윤우선은 바로 핸드폰을 내려놓고 심각한 얼굴로 유나에게 말했다. "김유나, 너 왜 점점 은 서방에게 익숙해지는 것 같니? 저 은시후 쓸모없는 놈!! 저거 저거 집안일 말고 무슨 쓸모가 있어? 나는 평소에 저 놈이 집안일을 좀 더 많이 하지 못하는 게 짜증날 정도야. 그러니까 집안일이라도 좀 하게 그냥 내버려 두라는 말이야!""엄마, 시후 씨가 일이 있으면 보내줘야죠! 그릇이랑 젓가락 치우는 것쯤은, 내가 할 수 있는 건데! 그냥 간단한 일이잖아요?!”"야, 김유나! 너 말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남자라는 건 개를 키우는 것과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엄격하게 교육해야 하는 거야!! 집안에 똥, 오줌을 싸거나, 침대에 눕거나, 가구를 물어뜯거나, 꼬리를 흔드는 걸 그냥 보고 있으면 안 된다고!" 그러자 윤우선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만약에 네가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가르치면, 네 얼굴을 밟을 뿐만 아니라 언제 또 사고를 칠 줄 몰라요! 몇 년 동안 내가 네 아버지에게 가르쳤더니 이거 봐, 얼마나 말을 잘 들어?"김상곤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일그러졌고, 그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아이고 이 여편네가 나를 개 취급해?!!”다만 김상곤은 아내에게 화를 내지도 못하고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유나는 아버지를 동정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엄마
시후는 빙긋 웃으며 "마중 나오느라 고생하셨네요.. 하하..”라고 말했다."저야말로 할아버지 생신 잔치에 참석해 주셔서 이룸 그룹의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걸요?" 민정은 황급히 두 걸음 정도 뒤로 가서 직접 조수석 문을 열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시후에게 앉으라며 자세를 취한 뒤, 얼굴을 붉혔다. "선생님~ 그럼 타시죠~"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민정에게 사양하지 않고 그대로 차에 탔다. 누군가 이 장면을 보았다면.. 서울에서 이름 난 유명 대기업 이룸 그룹의 송민정이 한 젊은 남자가 옆 좌석에 타라고 차 문을 직접 열어주는 것을 본다면 아마도 놀라 턱이 떨어질 것처럼 한 동안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민정이 직접 자신이 차에 타기 위해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사실 신분에 있어서도, 자신은 LCS 그룹의 자제이고 그녀보다, 심지어 전체 이룸 그룹의 자제들보다 훨씬 더 낫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민정의 할아버지 조차도 공경하고 있으니, 당연히 민정이 차 문을 직접 열어주는 것은 당연했다.시후는 몰랐지만, 마침 유나의 눈에 이 장면이 훤히 들어왔다. 유나는 민정을 만난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처음에 자신의 작업실을 개업할 때, 민정이 축하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번 마지막으로 민정을 만났을 때, 유나는 자신이 그녀와 상대가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집안·얼굴·분위기·능력·재력 모든 방면에서 따져 본다면, 그 무엇도 민정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나는 마치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았고, 자신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은 여성을 만나 조금 부끄럽기까지 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서울, 아니 전국에서 이름만 대도 모두가 알 수 있는 송민정 대표가 뜻밖에도 자신의 남편을 이렇게까지 공손하게 대할 줄은 몰랐다. 차를 몰고 집 앞까지 마중 나오고, 문까지 열어준다니..?? 왜 이렇게 자신의 남편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걸까? 유나는 갑자기 속이 좀 쓰렸다. 뜻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