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의 말에 최우식 대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시후가 이렇게 쉽게 자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줄 알았지만, 자신은 회춘단을 구매하기에 15억이라는 가격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우식 대표는 시후가 그 정도의 돈을 받는다면 더 이상 자신들의 잘못을 드러내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놈은 15억이라는 돈은 전혀 눈에 차지도 않는 것 같았고 금방이라도 조금 전의 일까지 들쳐내려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사실 일반적인 장사꾼이라면 아마 이러한 상대를 만났을 때, 아무리 최우식 대표라도 자리를 뜰 법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쉽사리 그를 버릴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회춘단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법에 걸린 듯 온통 머릿속이 회춘단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는 이미 머리로 회춘단을 복용한 뒤의 효과를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자 최우식 대표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무릎을 꿇고 시후에게 경건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사과를 했다. “은 선생님!!! 조금 전 저희 부자가 이렇게 대단하신 분을 한 눈에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대표들이 선생님을 대단한 분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는데, 제가 아직 식견이 부족했음을 용서해주십시오!” 최우식 대표의 말은 매우 수준급이었다. 그는 말을 청산유수 같이 해댔다. 그는 오히려 상대방이 계속 자신을 밟지 못하도록, 일부러 상대방을 높이 치켜세웠다. 이렇게 되면 일반인들은 그와는 더 이상 따지고 들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지금의 시후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그들이 최제천 선생의 제세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일은 반드시 시후가 처리해야 할 것 같았고, 참을 수 없었다. 그러자 시후는 최우식 대표를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15억.. 그 정도 돈이면 분명 성의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 대표님께서는 지금, 아드님보다 못한 것 같군요..?" 최우식 대표는 어안이 벙벙해졌고, 순식간에 시후의 말을 알아차렸다. 시후는 자신이 무릎을 꿇고
이건 정말 좀 귀찮은 상황이었다. 자신은 이전에 이런 관계가 있었는지 미리 알지 못했다! 최제천이 그저 유명한 한의사 양반인 줄만 알았는데… 그를 직접 때릴 수는 없어서 차라리 그의 한의원을 부수고 압력을 넣은 뒤 자신의 둘째 아들을 진찰하도록 협박했을 뿐인데. 하지만 자신이 택한 이 선택이 이곳에서 말썽을 일으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회춘단에 이미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에 두 눈에 불을 켜고 옆에 있던 우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고! 은 선생님!! 이건 모두 제 부족한 아들 탓입니다.. 늘 일을 할 때 충동적이고 사려 깊지 못해서 그렇지요.. 아직 가르칠 것이 많습니다..!"그러자 우신의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그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순식간에 자신이 아버지의 희생양이 되다니.. 그는 마음속으로 분개했지만, 그는 감히 드러내지는 못했다. 그저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을 수 밖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죄를 덮어 씌운 이상, 자신은 이를 악물고 참는 수밖에 없다. 그러자 고개를 숙인 채 우신은 "죄송합니다.. 제가 충동적으로 최 선생님의 가게를 부셨어요.. 사과드립니다!”라고 소리쳤다.최우식 대표도 황급히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최제천 선생의 모든 손실을 10배로 보상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변명했다.시후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어떤 일들은 말이죠..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있죠.""어.. 그럼.. 은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시는 건지요..?”"저요??" 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제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시후는 일부러 말하는 속도를 조금 늦추며 우신을 보았다. 시후의 매서운 눈빛을 본 우신은 살짝 당황했다. 과연 은시후는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지 생각하던 찰나, 시후의 손이 갑자기 자신의 오른손 손목을 움켜쥐는 걸 느꼈다. 이어서 살짝 비틀어 힘을 주는데.... 우신의 오른쪽 손목은 ‘뚝!’하는 소리와 함께 시후에 의해 부러지고 말았다!"아악!!!!!! 끄으아아악!!" 우
최우식 대표는 시후가 그 회춘단을 씹어 삼키는 것을 보자 아연실색했다. 그는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금에서야 은시후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놀려 먹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은시후는 아예 회춘단을 자신에게 팔 생각이 없었다. 그저 자신과 우신을 사람들 앞에서 망신 시킬 생각이었을 뿐.. 그런데 자신은 15억 정도를 주면 은시후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그저 사과 정도만 하면 시후가 회춘단을 자신에게 팔 것이라고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다. 자신은 지금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우스운 꼴을 당하고, 아들의 손도 망가진 것을 생각하니 최우식 대표는 화가 나서 거의 미쳐버릴 지경이었다!그는 재빨리 바닥에서 일어나 "은시후! 나 최우식이 널 죽이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 그러자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경호원은 모두 격투에 있어서는 고수 중의 고수였으며, 게다가 모두들 특수 부대 출신들로 엄청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평소에는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싸움을 하게 되면 눈빛이 변하는 무서운 인간들이었다.하지만 시후는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런 흔들림 없이 그저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회춘단 한 알이 뱃속에 들어오자, 몸 속에서 한바탕 뜨거운 파도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시후는 이 환약을 이미 대여섯 알이나 먹었지만, 젊어지지는 않았다. 이미 젊었기 때문에 대신 체력을 굉장히 향상시킬 수 있어 온몸에 에너지가 가득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이 힘을 쓸 곳이 없었는데, 오송 그룹의 보디가드들이 온다는 소식에 손이 근질거렸다. 만약 자신을 건들기만 한다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그러나 시후는 송 회장이 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최우식 대표! 당신 집안은 꽤 재력도 있고 유명세도 있지만, 우리 이룸 그룹은 하나도 무섭지 않소! 나는 당신 집안이 도대체 얼마나 강하기에 감히 우리 이룸 그룹의 귀빈을 이렇게 대하는 지 이
옆에 있던 송영예는 이를 보고 황급히 나서며 두 사람을 말렸다. "할아버지, 우리 이룸 그룹은 오송 그룹과 오랫동안 교류를 해왔는데, 다시 한 번만 더 생각해주세요!" 송영예는 이 상황을 죽어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또한 사촌인 민정을 오송 그룹에 시집보낼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만약 두 집안이 완전히 사이가 틀어진다면, 이것 또한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송 회장은 영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힐끗 쳐다본 뒤에 차갑게 말했다. "재고? 그런 걸 할 필요가 있겠느냐? 이룸 그룹은 이제 오송 그룹과 관계를 끊을 것이다!"송 회장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딱 벌렸다. 많은 사람들은 오늘 잔치가 이룸 그룹과 오송 그룹의 비즈니스 관계 철회로 이어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보아하니, 아무래도 서울에서 앞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아 보였다.최우식 대표는 송 회장과 시후에게 서늘한 눈빛을 드리우며 울분을 금치 못했다. "송 회장님, 은시후! 나는 오늘 일로 당신들을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두고 보시죠! 우신아, 가자!!!” 최우식 대표는 우신을 부축하며 소매를 걷어붙였다."음.. 그냥 이렇게 끝낸다고요?" 시후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최우식 대표는 뒤돌아보며 "뭐? 어떻게 할 건데?"라며 살벌한 기색을 띠며 물었다.시후는 "내가 당신 아들 손을 부러뜨리고 훈계하는 걸로 끝냈는데.. 당신 둘이 최제천 선생의 한의원을 부셨으니 당연히 배상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당신들에게 3일 내로 10배의 배상을 하며, 최제천 선생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는 당신 아들의 다른 손도 부러뜨려 버리죠!!"최우식 대표는 그 말을 듣고 눈빛에서 살기가 넘쳤다. 그는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은시후!!! 이 새끼야!! 정말 태도가 굉장히 당당하구나?! 너는 우리 오송 그룹이 어떤지 듣기라도 했어? 오송 그룹을 건드렸으니, 편안히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을 거야!”시후
최우식 대표와 우신 부자는 송 회장의 별장을 나와 계속해서 분노했다. 우신은 자신의 끊어진 손목을 감싸쥐며 눈물을 글썽이고 또 글썽였다. “아버지!! 제가 그 은시후 새끼 믿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아버지는 제 말을 듣지 않으시고! 게다가 제 손도 부러졌는데,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까지 당했어요!!”최우식 대표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은시후 그 놈이 제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이상 안심해라. 내가 반드시 복수해줄게!""그럼 오늘 밤이라도 당장 은시후를 해치워요!"“안 돼! 아무래도 원래 계획대로 이화룡부터 죽이는 것이 좋을 거다! 이화룡이라는 놈만 빼면 은시후를 죽이든 이룸 그룹을 족치든 양쪽 다 쉬워질 것이다!""아버지,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획하셨어요?""일단 먼저 네 손목부터 병원에 가서 해결하고, 나머지는 함께 상의해보자."앞서 행사에서 쫓겨나 줄곧 앞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류광호는, 부은 얼굴을 급히 가린 채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대표님, 큰 도련님..?" 류광호는 어떻게 일이 진행되었는지 물어 보려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우신의 우뚝 솟은 오른손 손목을 본 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류광호는 황급히 "큰 도련님! 손이 왜 그러십니까?”라고 물었다.우신은 식은땀을 흘리며 짜증을 냈다. "은시후 그 새끼가 감히..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손을 박살 냈어.. 나는 반드시 그 새끼를 죽여 버릴 거야!!!"원래 우신은 송민정이 좋아하는 남자가 은시후라는 것을 알고 난 뒤, 송 회장의 생신 잔치에서 은시후를 밟아 버리고 송민정이 현실을 깨달은 뒤 마음을 돌려 자신과 결혼하는 결말을 꿈꿨다. 하지만 자신은 은시후를 밟아 버리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버지와 함께 은시후에게 한바탕 희롱을 당했다! 자신과 아버지가 번갈아 은시후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건 그야말로 동생 우진이 미치광이가 된 이후 두 번째로 큰 수치였다! 게다가 이 개 같은 놈
우신은 그 말을 듣고 물었다. "아버지, 저랑 같이 병원을 가지 않으시고요?"최우식 대표는 "내가 오늘 할 일이 많아. 이룸 그룹과 앞으로 연을 끊게 되었으니 우리가 묵을 괜찮은 곳들도 찾아야지. 버킹엄 호텔의 안세진 부장님을 좀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겠어.. 너는 류광호 대표와 손을 치료한 뒤에 바로 내가 있는 곳으로 아. 그럼 내가 계획했던 것을 너에게 자세히 말해줄 테니!"“안세진 부장님에게 인사를 하러 간다고요?? 아버지, 그 사람은 왜 만나세요, 그 사람은 LCS 그룹의 충견일 뿐이잖아요? 지금 제 손이 부러진 것보다 더 중요해요?""무슨 소리야? 우리 그룹이 잘 나가기는 하지만, 그쪽 집안에 비하면 아직 아무 것도 아니야! 그 안세진 부장을 LCS 그룹의 개라고만 보지 마라! 그는 LCS 그룹의 대변인으로 거의 LCS 그룹을 대표하는 중요 인물이야! 그러니 우리가 꼭 찾아뵙고, LCS 그룹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돌파구도 마련해야 한다!"오송 그룹은 강남 쪽에서 강한 세력을 믿고 갑질을 해댔지만, 진정한 최고 세력은 바로 LCS 그룹이었다. 그러니 그들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었음을 최 대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LCS 그룹과 협력이 성사되기만 한다면 오송 그룹은 엄청난 빽을 얻게 되는 것이다.우신은 이 말을 듣자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아버지. 그럼 저는 치료 뒤에 아버지께 갈게요.”최우식 대표는 우신에게 "그래, 먼저 병원에 가거라. 내가 준비가 되면 알려줄게.."라고 말했다."네, 알겠어요.” 우신은 기대 섞인 눈빛을 보내며 류광호를 따라 차에 올라타서는 병원으로 향했다.......우신과 류광호가 떠난 뒤 최우식 대표도 경호원과 비서를 대동한 후 버킹엄 호텔로 향했다. 가는 내내 그는 도대체 어떻게 은시후를 해치워야 자신의 마음을 풀 수 있을지 고민하며 분노했다. 그리고 세상 물정을 모르고 자신과 손절한 송 회장. 감히 은시후에게 회춘단 한 알을 먹고 1
안세진은 최우식 대표와 시후 사이에 갈등이 있었음을 몰랐다. 그래서 최우식 대표가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예의를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는 황급히 프런트 데스크에 "최우식 대표님을 직접 제 사무실로 모셔오세요."라고 말했다.그러자 프런트 데스크에서도 감히 무시하지 못하고 최우식 대표를 안내했다. "최우식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희 안세진 부장님의 사무실은 이쪽 방향입니다.”프런트 직원 따라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우식 대표는 안세진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최우식 대표에게 있어서, 그는 오송 그룹의 장남이며 대표이기에, 서울에서는 가장 고급 호텔에 묵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이 서울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 버킹엄 호텔이기에 이렇게 직접 안세진을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직접 만나 서로의 관계를 좀 더 친밀하게 만들면 일석이조일 것이다. 안세진은 최우식 대표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일어서서, 자진해서 손을 뻗어 최우식 대표와 악수하였다. "하하하.. 최우식 대표님께서는 고향이 이쪽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서울에는 어떻게 오셨습니까?”“아, 부장님.. 말하자면 좀 길어요.. 제 막내 아들 우진이.. 아시죠? 아마 영상에서 한 번쯤은 보셨을 텐데.. 대체 누구에게 미움을 산 건지.. 그 원인도 찾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당분간은 계속 서울 쪽 지사에 있을 예정입니다.."안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둘째 아들 최우진의 일은 당연히 들은 바 있었는데, 심지어 그 영상을 본 적도 있었다. 갑자기 틱톡, 유튜브에서 떠도는 동영상이 생각나 안세진은 헛구역질을 했다. 안세진이 헛구역질을 하자 최우식 대표의 표정이 살짝 당황한 듯했다. 최 대표도 안세진이 헛구역질을 한 이유가 뭔지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막내 아들을 생각하면, 자신도 속이 메스꺼워 견딜 수 없었기에..최우식 대표는 재빨리 대화 주제를 바꿨다. "아휴.. 앞서 말씀드린 건 잊으시고.. 아, 오늘은 인사차 온 겁니다. 그래서 부장님께 드릴
최우식 대표는 아들의 손목이 시후 때문에 부러졌다고 말하기가 민망하여 마침 일이 있어 좀 있다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안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면, 제가 먼저 대표님을 객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조금 쉬시다가 저녁에 아드님께서 돌아오시면, 함께 저녁을 드시죠. 제가 직접 케어해드리겠습니다.”라고 안내했다.최우식 대표는 뛸 듯이 기뻐하며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는 안세진과는 서로 이름만 아는 사이였는데, 안세진과 서로 선물을 주고받은 뒤 관계가 부쩍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이것은 사실 최우식 대표가 가장 갈망하던 것이었다. LCS 그룹의 대변인인 안세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훗날 LCS 그룹과 교류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해줄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우식 대표는 이 때문에 나름대로 조심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 대표는 둘째 아들 우진을 치료할 사람을 찾지 못하면, LCS 그룹을 찾아가 손을 내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LCS 그룹이라면 한 마디에도 수많은 유능한 직원들이 배치되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안세진은 오늘의 만남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송 그룹은 강남 쪽에서 잘 나가는 대기업이기에 어느 정도 예의를 차려 대접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안세진은 최우식 대표와 잠시 인사를 나눈 뒤 먼저 그를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안내했다. 경호원 몇 명을 데리고 호화로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 들어간 최우식 대표는 우신에게 전화를 걸어 호텔로 오라고 이야기했다. 병원에서 깁스를 마친 우신은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류광호와 함께 호텔로 향했다. 차 안에 앉아 있는 우신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고 우울했다.이를 본 류광호는 "큰 도련님, 의사가 지금 깁스를 했으니 제발 안정을 취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뼈가 쉽게 아물지 않고 후유증도 생길 수 있으니까요."라고 한 마디 했다.하지만 우신은 "난 은시후 그 자식을 절대 가만두지 않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