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077화. 공증한 포기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3 09:01:53

도진이 가져온 문서는 ‘친권 포기각서’가 아니었다.

법적으로 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사적인 종이 한 장으로 없앨 수 없다는 설명부터 붙어 있었다.

대신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서연의 동의 없이 친권자 변경, 양육자 변경, 출국금지, 학교 이전을 신청하지 않는다.

태강그룹 또는 가족 구성원이 아이의 이름과 초상을 기업 활동에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아이 명의 재산은 독립 수탁기관과 서연이 지정한 전문가의 검토 없이 설정하지 않는다.

분쟁이 생기면 법원 신청 전에 지정된 가족조정 절차를 먼저 거친다.

“왜 이걸 쓰는 거예요?”

서연이 물었다.

“제 이름이 다시 이용되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마음을 바꾸면 이 문서도 다툴 수 있어요.”<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079화. 네 탓이 아니야

    시우는 새 교실 첫날 아침 배가 아프다고 했다.열도 없고 토하지도 않았다.서연은 억지로 옷을 입히지 않았다.“오늘 쉬고 싶어?”아이는 이불 끝을 만지작거렸다.“친구들이 나 싫어하면?”“왜 싫어해?”“나 때문에 유치원 옮겼잖아.”누가 직접 말한 적은 없었다.그런데 아이들은 어른들의 표정을 생각보다 빨리 읽었다. 학부모 회의에서 나온 한숨과, 상자를 싸던 선생님의 눈물을 시우는 자기 몫으로 가져갔다.서연은 침대 옆에 앉았다.“시우 때문 아니라고 말했지.”“근데 내가 없었으면 안 옮겼을 수도 있잖아.”맞는 부분이 있어서 더 어려운 질문이었다.거짓말로 부정하면 아이가 자신이 본 일을 믿지 못하게 된다.“시우가 뉴스에 나온 일을 이용해서, 어떤 어른들이 유치원을 힘들게 했어.”“그러니까 나 때문에.”“아니.”서연은 천천히 말했다.“시우가 있다는 건 잘못이 아니야. 아빠를 만난 것도, 유치원에 간 것도, 사진에 나온 것도 시우가 나쁜 선택을 한 게 아니야. 문제는 아이를 괴롭히면 어른들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야.”“그 사람들이 나 싫어해?”“시우를 사람으로 보지 않은 거야.”아이는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서연은 상담가에게 배운 대로 문장을 바꿨다.“누가 시우 장난감을 빼앗으면, 잘못은 장난감한테 있지 않지?”“응. 뺏은 애가 잘못이지.”“시우가 유명해진 걸 나쁘게 쓴 어른들이 있어. 잘못은 그 어른들한테 있어.”아이는 한참 생각하다 배 위에 올린 손을 조금 풀었다.초인종이 울렸다.화요일 방문 시간보다 훨씬 이른 오전이었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078화. 비어버린 의자

    유치원 마지막 수업은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가처분이 받아들여져 당장 쫓겨나는 일은 막았지만, 원장은 학기 중간에라도 옮기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아이들이 매일 기자와 건물주 눈치를 보는 것보다 한 번의 이동이 낫다는 설명이었다.교실 한쪽에는 상자가 쌓였다.시우는 자기 이름표가 붙은 의자를 닦았다.“이것도 가져가?”“새 교실에도 의자는 있대.”선생님이 말했다.“그럼 이건 누구 거 돼?”“건물에 두고 가야 할 것 같아.”시우는 의자 등받이의 공룡 스티커를 떼려다 손을 멈췄다. 오래 붙어 있던 스티커는 가장자리가 하얗게 일어났다.“떼면 찢어져.”도진이 뒤에서 말했다.그는 학부모 자원봉사자로 상자를 나르러 왔다. 다른 부모들과 똑같이 이름표를 달았고, 경호원도 데려오지 않았다.“그럼 어떻게 해?”“사진으로 남길까?”시우는 서연을 봤다.“찍어도 돼?”“응.”도진은 아이와 빈 의자를 함께 찍었다. 사진은 바로 시우에게 보여줬다.“스티커도 나왔어?”“나왔어.”시우는 그제야 의자에서 손을 뗐다.선생님은 아이들을 둥글게 앉혀 마지막으로 교실에서 좋았던 일을 하나씩 말하게 했다. 블록 성을 쌓은 일, 비 오는 날 창문에 그림을 그린 일, 급식에 딸기가 두 번 나온 일이 이어졌다. 건물을 잃는 일이 아이들 기억까지 빼앗아가지는 않게 하려는 수업이었다.한 아이가 시우를 보며 말했다.“새 데도 같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077화. 공증한 포기

    도진이 가져온 문서는 ‘친권 포기각서’가 아니었다.법적으로 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사적인 종이 한 장으로 없앨 수 없다는 설명부터 붙어 있었다.대신 내용은 구체적이었다.서연의 동의 없이 친권자 변경, 양육자 변경, 출국금지, 학교 이전을 신청하지 않는다.태강그룹 또는 가족 구성원이 아이의 이름과 초상을 기업 활동에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아이 명의 재산은 독립 수탁기관과 서연이 지정한 전문가의 검토 없이 설정하지 않는다.분쟁이 생기면 법원 신청 전에 지정된 가족조정 절차를 먼저 거친다.“왜 이걸 쓰는 거예요?”서연이 물었다.“제 이름이 다시 이용되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당신이 마음을 바꾸면 이 문서도 다툴 수 있어요.”“알고 있습니다.”“공증했다고 만능도 아니고요.”“그것도 압니다.”도진은 서류를 밀어놓지 않았다. 서연이 직접 가져가 읽을 때까지 기다렸다.“그럼 이걸로 믿어달라는 뜻은 아니겠네요.”“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행동을 미리 제한해두는 겁니다.”“왜?”“힘이 있는 쪽은 나중에 좋은 마음으로 참겠다고 말하기보다, 지금 못 하게 만드는 편이 낫다고 배웠습니다.”서연은 마지막 장을 넘겼다.도진 개인 변호사와 독립 공증인의 확인이 있었다. 태강가 법무법인에는 문서 효력을 통지했고, 위반 시 아이와 서연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는 조항도 있었다.“내가 수정할 수 있어요?&rdquo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076화. 양육권이라는 협박

    법원에서 온 우편은 월요일 오전에 도착했다.[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사전조정 신청 안내]신청인 이름은 차도진이었다.서연은 첫 장을 읽은 뒤 바로 도진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서경민에게 원본을 넘기고 사건번호부터 조회했다.“정식 접수는 맞습니다.”서경민이 말했다.“다만 신청 대리인이 이상해요. 차도진 씨가 선임한 적 없는 태강그룹 법무법인입니다.”신청서에는 서연이 잦은 해외 출장과 야간 근무로 아이를 방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근 기자들이 유치원 앞에 몰린 것도 ‘현 양육 환경의 불안정성’으로 쓰였다.도진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으니 아이를 돌볼 시간이 충분하다는 주장도 붙었다.“본인 서명은요?”“전자위임장입니다. 그룹 인사시스템에 등록된 예전 전자서명이 사용됐어요.”서연은 헛웃음을 삼켰다.5년 전 자신의 서명을 베낀 사람들이 이번에는 도진의 이름으로 양육권을 신청했다.도진은 변호사 연락을 받고 30분 만에 왔다.서연의 사무실 문 앞에서 들어가도 되는지 묻고 기다렸다.“이 신청, 당신이 한 거 아니죠?”“아닙니다.”“증명할 수 있어요?”도진은 준비해온 자료를 내놓았다.최근 선임한 개인 법률대리인 계약서, 태강 법무법인 위임 해지 통보, 전자서명 사용중지 신청.“그룹 시스템에서 제 서명을 사용한 접속기록도 요청했습니다. 제가 하지 않았다는 진술서를 지금 작성하겠습니다.”서경민은 전자접수 내역을 다시 열었다. 위임장이 등록된 시각은 도진이 시우 상담센터에 있던 때였다. 휴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075화. 비싼 선물

    차명희가 보낸 상자는 아이 키만 했다.현관 앞에 놓인 상자를 본 시우는 눈을 크게 떴다.“내 거야?”배송기사가 서명을 요구했다. 발신인은 태강문화재단이었고, 품목에는 ‘교육용 완구 세트’라고 적혀 있었다.서연은 상자를 들이지 않았다.“반송할게요.”“엄마, 뭔데?”“시우한테 보내온 선물.”“열어보면 안 돼?”“누가 보냈는지 알고 나서 정해야 해.”서연은 발신인을 숨기지 않았다.“아빠 엄마가 보냈어.”시우는 상자보다 서연 얼굴을 먼저 봤다.“엄마 싫어하는 사람?”“응.”“나도 싫어해야 돼?”질문에 서연은 잠깐 숨을 골랐다.“아니. 시우가 아직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돼.”“그럼 선물은?”“만나지 않은 사람에게 큰 선물을 먼저 받으면, 나중에 싫다고 말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시우는 상자 위 화려한 공룡 그림을 봤다.“공룡인데.”“그래도.”아이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떼를 쓰지는 않았다.“사진만 찍어도 돼?”서연은 배송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상자 그림만 찍어줬다. 물건은 그대로 돌아갔다.시우는 사진을 자기 앨범에 넣지 않고 한 번 본 뒤 지웠다.“나중에 할머니 만나면 공룡 좋아한다고 말해도 돼?”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074화. 그림 속 빈자리

    시우는 새로 만든 가족 그림을 냉장고에 붙였다.엄마와 자신, 도진이 나란히 서 있었다. 종이 끝에는 작은 네모 하나가 비어 있었다.“이건 뭐야?”서연이 묻자 시우가 크레파스를 찾으며 말했다.“아직 안 그린 거.”“누구를 그릴 건데?”“몰라.”아이는 노란색과 초록색을 번갈아 집었다.“친구들은 할머니도 그리고 강아지도 그렸어.”“시우가 그리고 싶은 사람을 그리면 돼.”“아빠 엄마 그려도 돼?”서연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시우가 사진으로 본 차명희를 떠올리는 것 자체를 막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가족 그림 한 칸이 만남을 허락한다는 뜻이 되게 할 수도 없었다.“그림에는 그려도 돼.”“만나는 건?”“그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엄마가 아직 싫어서?”“응.”시우는 의외로 더 묻지 않았다.네모 안에 사람 대신 회색 문을 그렸다.“이건 문이야?”“응. 열지 말지 나중에 정하는 거.”서연은 크레파스를 쥔 작은 손을 봤다.아이가 어른들의 말을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었다.그날 밤 서연과 도진, 두 변호사는 제보받은 메일 백업을 함께 열었다.영상회의 화면에 5년 전 일정표가 떴다.호텔 라운지 1803호.예약자는 차성혁 비서실.참석자 메모에는 ‘문화재단 C.M.H /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