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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Author: 루에나
약 20여 분 후, 하중현이 돌아왔다.

깨끗한 흰 셔츠에 단정히 접힌 소매,

늘 그렇듯 깔끔하고 세련된 외모에 차가운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묘한 남성적 매력이 넘쳤다.

돈, 권력, 외모, 모든 걸 다 가진 육각형, 아니 팔각형 남자.

그저 존재만으로도, 쉽게 마음을 빼앗길 법했다.

“중현 씨...”

아연의 손끝이 떨렸다.

두 손을 꼭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나서, 불안한 눈빛으로 중현을 바라봤다.

“미안해.”

중현은 곧장 그녀 앞까지 다가와, 익숙한 손길로 그녀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괜찮아. 별일도 아닌데 왜 갑자기 미안하다는 거야?”

“내가... 내가 솔이한테 돈 줄 테니까 떠나달라고 했어.”

아연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의 눈을 차마 마주치지도 못한 채.

“당신 아내였고, 지안이 엄마인데...정말 미안해. 내가 경솔했어.”

중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품안에 끌어안았다.

그 품은 따뜻했지만,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미안한 사람은 나야.”

남자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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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34화

    숨겨야 할 관계를 만든 사람은 분명 도현이었다.그런데도 도현은 자기 지위를 앞세워 단아를 돈으로 붙잡아 둔 여자처럼 취급했다. 그런 말을 오랫동안 듣다 보니 단아 자신도 어느새 자신을 그렇게 여기게 됐다.사람의 인식을 조금씩 바꾸는 말과 행동은 생각보다 무서웠다.“알았어.” 태휘는 짧게 답하고 자리를 떠났다.태휘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환식이 다시 돌아왔다.강솔의 표정에 아직 생각이 남아 있는 걸 본 진환식이 호기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태휘가 너한테 무슨 일로 왔어?”“별일 아니었어요.” 강솔은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꿨다. “엄마 보러 가신 거 아니었어요? 안 계셨어요?”“있기는 있지.” 진환식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강솔이 의아하게 바라봤다.진환식은 못마땅한 듯 밖을 한번 보고 말했다. “여윤재도 같이 있더라!”강솔은 입을 다물었다.“내가 그 인간보다 얼굴이 두꺼웠으면 정숙이 옆에 저렇게 찰싹 붙어 있게 놔뒀겠어?”진환식은 콧방귀를 뀌었다. 여윤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강솔은 웃으며 진환식의 속마음을 바로 짚었다. “외할아버지가 일부러 양보해 주신 거잖아요.”진환식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잠시 아버지로서의 자존심과 딸에 대한 솔직한 마음 사이에서 망설였지만 결국 부정하지 않았다.“예전에 둘이 헤어진 데는 내 책임도 있어. 처음부터 내가 둘이 만나는 걸 허락했으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나중에는 허락하셨잖아요.” 강솔도 함께 지내며 엄마의 과거 이야기를 꽤 많이 알게 됐다. “엄마를 끝까지 믿지 못한 건 그분이었고요.”옛일을 꺼내자 진환식의 마음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아무리 사과하고 또 사과해도 과거에 자신이 지나치게 고집을 부렸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정숙을 몰아붙여 떠나게 한 일도 후회하고 있었다.“두 분의 관계에 대해서 외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다 하셨어요.” 강솔이 말했다.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33화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태휘와 진환식이 보였다.강솔은 태휘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외할아버지를 보러 왔겠거니 생각하고 방해하지 않으려 했는데, 강솔이 자리를 뜨기도 전에 진환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솔이 왔네. 너희 둘이 얘기해라. 나는 정숙이한테 가 볼 테니까.”강솔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나를 보러 왔었나?’태휘는 예의를 갖춰 말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가족끼리 그런 인사는 안 하셔도 돼요.” 강솔도 적당히 거리를 둔 예의 바른 말로 답했다.“오늘은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태휘는 핸드폰을 꺼내 화면 하나를 띄운 뒤 강솔에게 건넸다.“이 메일 주소, 하중현 대표의 개인 메일이 맞아?”강솔은 핸드폰을 받아 주소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강솔은 중현의 일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 중현도 굳이 강솔에게 자신의 업무를 맡기지 않았지만, 중현이 어떤 메일 계정을 쓰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태휘의 눈이 조금 더 깊어졌다.“무슨 일인데요?” 사정을 모르는 강솔은 물을 수밖에 없었다. 방금 화면에서는 오전 8시 정각에 중현이 태휘에게 메일을 한 통 보냈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고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하중현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태휘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장난으로 사람을 속이거나 거짓 정보를 보내는 사람인가?”“아니요.” 강솔이 바로 답했다.중현은 속으로 여러 수를 계산하는 사람이었지만 적어도 신뢰를 저버리는 사람은 아니었다.사업 파트너로서는 확실했고, 친구에게 일이 생기면 외면하지 않았고, 아버지로서도 아들에게 다정하고 세심했다.“오늘 아침에 제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8시 정각, 정확히 그 시간에요.”태휘는 쉽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무엇이든 먼저 확인하고 움직이는 편이었다. “내용은 임단아와 관련돼 있어.”강솔은 조금 놀랐다. 곧 머릿속에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아마 중현이 도현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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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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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30화

    “헛소리하지 마!” 하준호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제가 아홉 살 때 있었던 일도 잊으셨습니까?”도현이 오래전 일을 다시 꺼냈다. “할아버지께서 맡긴 회사 일을 성사시키겠다고 저와 중현이를 당시 J시에서 가장 돈 많던 사람에게 넘기다시피 하셨잖습니까. 계약 하나 따겠다는 이유로요.”하준호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그날 저랑 중현이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지 못했으면 그 중년 남자에게 성폭행당했을 겁니다.” 도현은 손에 든 찻잔을 천천히 굴렸다. “그 뒤 중현이는 이틀 밤낮으로 고열에 시달렸고, 깨어난 뒤에는 그날 일을 전부 잊었죠.”“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아버지가 중현이 아픈 틈을 타서 최면을 걸어서 기억을 없앤 것 같습니다.” 도현이 고개를 들어 하준호를 바라봤다.하준호의 눈이 커졌다. 눈 깊숙한 곳에 사나운 기색이 번졌다. “너는 그 일을 다 잊었다고 했잖아?”“그렇게 말해야 아버지가 저를 경계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도현의 입꼬리가 살짝 휘었다. 부드러운 얼굴과 달리 뱀처럼 서늘한 인상이 됐다.그때 중현은 크게 앓아누웠다.도현은 충격을 받아 방 밖으로 거의 나오지 못했다.그 사건을 아는 사람은 하준호와 중현, 도현, 할아버지뿐이었다.할아버지는 사실을 알고 크게 화를 냈다. 집안 어른으로서 하준호에게 직접 매를 들어 매질할 정도였다. 일이 끝난 뒤 하준호가 도현과 따로 이야기하려 했지만 제대로 말을 꺼내기도 전에 중현이 고열로 병원에 실려 갔다. 도현은 본가에 남아 할아버지 하권중과 함께 지냈다.집안의 명예가 실추되는 걸 막으려 했던 건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하권중은 그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머니 이정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도현은 당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반복해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나중에 중현이 건강을 회복해 돌아왔을 때 도현은 중현을 찾아갔다가, 중현이 그날 밤 일을 완전히 잊었다는 사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29화

    “심준 교수님이 남길 수 있는 건 대략적인 인상 정도입니다.”도현이 설명했다. “구체적인 기억은 중현이 깨어난 뒤에 옆에서 저희가 생활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 줘야 합니다.”하준호는 도현의 설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그 정도라면 단순히 기억을 잃은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깨어난 뒤에는 아버지도 말과 행동을 조금 조심하시는 게 좋습니다. 중현이 뭔가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게 하지 마십시오.” 도현이 말했다. “기억을 잃는 거지 지능을 잃는 건 아닙니다.”“너는 내가 그동안 중현을 대한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하준호가 바로 화를 냈다. 표정에 불쾌함이 선명했다.“조심하시라는 뜻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예전처럼 대하고 싶으시면 저도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중현이를 그렇게 오래 키우셨으니 어떤 성격인지는 아버지가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하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중현이 전에 자신에게 쏟아냈던 원망과 불만을 떠올린 뒤 한참 생각하다 결정을 내렸다. “처음에는 네 엄마랑 지내게 해.”도현은 선뜻 받아들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하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 사이에 잠깐 침묵이 내려앉았다.3분쯤 지나 도현은 차 한 잔을 따라 하준호에게 건넸다.“중현이 일에 관해서 더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지금은 없어.”하준호는 자연스럽게 찻잔을 받아 들었다. 도현의 눈빛이 달라진 건 알아차리지 못했다. “생각나면 나중에 말하마.”“알겠습니다.” 도현은 안경을 밀어 올렸다. 얼굴에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럼 저도 아버지와 듣고 싶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말해.”도현이 눈을 들었다. 렌즈 너머의 시선은 상대의 속까지 꿰뚫어 보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서무진이 건물에서 뛰어내린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부적인 내용까지 전부요.”탁!하준호가 찻잔을 거칠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눈에는 분노가 치솟았다. 목소리도 한층 엄격해졌다.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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