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강솔은 그런 갑작스러운 행동에 비명을 삼켰다.창틀에 매달린 채 끌어올려졌을 때는, 순간적으로 28층 아래로 추락하는 줄 알았다.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녀는 중현의 손에 이끌려 욕실 바닥으로 내던져졌다.몸이 휘청거렸지만,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진짜 싫다면, 억지로 하지 않아.”욕실의 물을 잠그며, 복잡한 표정으로 연기를 계속했다.“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강솔은 여전히 숨을 몰아쉬며, 시선을 중현에게 돌렸다.“그런 짓까지 하는 인간이, 사람 하나 협박 못 하겠어?”시후는 말없이 중현을 힐끗 봤다.‘이 정도면 됐잖아. 이제 연기 그만하자고.’중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내가 진짜로 시켰다면, 네가 지금까지 멀쩡히 있었을 것 같아?”중현은 한 걸음씩 강솔에게 다가왔다.커다란 체구와 묵직한 기운이 방 안의 공기를 압박했다.강솔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그런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중현이 갑자기 그녀를 다시 창가로 들어 올렸다.그리고 그녀의 상반신을 창밖으로 내밀었다.“밖에 있는 게 그렇게 좋으면, 거기서 계속 느껴봐.”“야, 하중현, 너 미쳤어?!”시후가 놀라 소리쳤다.강솔은 온몸이 굳었다.아까는 스스로 움직였기에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무게가 그의 손 하나에 달려 있었다.‘이 인간이 진짜... 손이라도 놓으면 끝이야.’숨이 턱 막혔다.그때였다.“강솔!”문밖에서 소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담아! 나 여기 있어!”강솔은 그 소리에 살았다 싶어, 있는 힘껏 외쳤다.“여기!”그리고 발버둥 치면서 내려오려고 했지만, 발을 디딜 곳이 없었다.중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다.잠시 후, 문이 벌컥 열리며 소담이 뛰어 들어왔다.눈앞의 광경을 보는 순간, 소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하중현, 지금 뭐 하는 거야! 솔이 당장 내려놔!”소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중현은 잠시 시선을 돌려 소담을 바라봤다.‘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야?’의문이 스쳤지만, 얼굴엔 아무 감
강솔은 의아했다.그때, 중현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이 여자 마음에 든다며? 방에 있으니까, 네 마음대로 해.”중현은 누군가와 짧게 통화를 하고 끊었다.“뭐 하는 짓이야?”강솔의 가슴 속에 불길한 예감이 번졌다.“아까 네가 말했잖아. 나보다 다른 놈이었으면 좋겠다고.”핸드폰을 내려놓은 중현이 시선을 그녀에게 돌렸다.그 눈빛은 이미 감정 하나 없는, 원래의 냉담함으로 돌아와 있었다.“그럼, 네 바람대로 해줄게.”‘설마 진짜로...?’강솔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덜컥 내려앉았다.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자, 싸늘하기 그지없던 중현의 눈길이 좀 누그러졌다.강솔은 손발이 얼어붙은 채 방 안을 둘러봤다.‘뭐라도... 뭐라도 있어야 해.’하지만 방 안에는 무기로 쓸 만한 건커녕, 탈출할 만한 곳도 없었다.잠시 후, 스위트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문이 열리자, 들어온 사람은 고시후였다.“너한테 넘기겠어.”중현은 창백한 얼굴의 강솔을 한 번 스치듯 보면서 무심하게 말했다.“내 체면 봐줄 필요 없어. 죽이지만 않으면 돼.”시후는 한숨 섞인 침묵 끝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진짜, 이렇게까지 하게?”“그냥 말 안 듣고, 물어뜯는 고양이 한 마리일 뿐이야.”중현의 시선이 강솔을 스칠 때, 그 목소리는 북극의 얼음처럼 차가웠다.“잃을 건 없어.”“그럼... 고맙게 받아야겠네.”시후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중현은 감정 없는 눈으로 마지막으로 강솔을 한 번 바라봤다.그리곤 아무 말없이 돌아섰다.구두 굽 소리가 바닥을 두드렸다.발소리는 그녀에게서 점점 더 멀어졌다.“강솔 씨, 봄밤은 짧아요. 값어치 있게 써야죠.”시후는 스스로 토할 것 같은 대사를 읊조리며 속으로는 욕을 삼켰다.‘저 인간, 진짜 미쳤지.’“잠깐만요.”중현이 진짜 자신을 두고 간 걸 깨닫자, 강솔이 숨을 고르며 침착하게 말했다.“샤워 좀 하고 올게요.”중현의 발걸음이 잠깐 멈췄다.시후는 당황한 듯 잠시 눈만 깜빡였다.“그래요. 다녀와요.”강솔은
“이제 정신이 들었으니 계속하지.”중현은 그녀의 감정을 무시한 채, 길고 단정한 손가락으로 수트 재킷의 단추를 풀었다. 눈앞에서 외투를 벗어 아무렇지 않게 옆으로 던졌다.강솔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웅크리며,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뭐 하려는 거야?”“남녀가 침대 위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중현이 몸을 숙이며 다가왔다. 큰 키와 넓은 어깨가 거의 그녀를 덮칠 듯했다.강솔은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스위트룸의 문은 이미 중현이 잠근 상태였다. 도망친다 한들 갈 곳이 없었다.“네가 죽고 못 사는, 소아연 있잖아.”강솔은 침대에서 밀려 벽 끝까지 몰렸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왜 나를 붙잡고 이러는 거야?”“뭔가 착각하나 본데.”중현이 차분히 말했다.강솔의 눈가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내가 너를 붙잡고 그러는 게 아니라, 네가 날 자극한 거야.”강솔의 말에 꿈쩍도 안 한 중현이 천천히 다가와서 말을 이었다.“호텔까지 와서 반지를 팔겠다고? 그럼 이런 상황도 감수해야지.”“네가 여기 있는 줄 알았으면, 죽어도 안 왔을 거야.”강솔은 이를 악물고 또박또박 말했다.고시후의 연락을 받고 이곳에 온 건, 예전에 중현과 사업상 거래 때문에 몇 번 이 호텔에 온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그땐 정말 일 얘기만 했다. 협상을 마치고, 아래층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만 하는 정도였다.게다가 약속 장소도 방이 아닌 회의실이었다.중현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번졌다.“그래?”“그래!”“아쉽지만, 세상에 ‘만약’은 없어.”중현은 그녀의 턱을 붙잡고 들었다.강솔이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지만, 중현은 억지로 눈을 마주보게 했다.“오늘 네가 마주할 수 있는 건 나뿐이야.”그 말과 함께, 그녀의 붉은 입술 위에 입술을 겹쳤다.강솔이 손을 들어 때리려고 했지만, 중현이 두 손목을 잡고서 눌러버렸다.‘안 돼!’발로 차려고 해도, 중현에게 제압당하는 건 순식간이었다.불과 몇 초 사이에, 그녀는 벽에 몰린 채 한 발짝
“그래, 미쳤다.”중현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야, 설마 진짜 아니지?”시후가 눈을 크게 떴다.“너 진짜 이렇게까지 할 거야? 앞으로 나한테 부탁 같은 거 하지 마.”“나 이 정도로 인성 버리는 일까지는 못 해.”“겁나면 빠져.”중현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그래서 넌 평생 이인자야.”시후는 이를 악물었다.‘이 새끼, 오래ㄴ 친구가 아니었으면 벌써 창문으로 던져버렸어.’“사람들 다 데리고 내려가.”중현의 시선이 유리문 저쪽 편을 스쳤다.그 시선 끝엔, 겁에 질려 울고 있는 강솔이 있었다.“내가 허락하기 전엔 아무도 위층에 올려보내지 마.”“알았어.”시후는 피식 웃었다.“방해 안 할게. 근데, 진짜 너무 몰아붙이지는 마라.”“그 여자 완전히 무너질 거 같은데.”중현은 말없이 쳐다봤다.그 시선을 접한 시후는 알아서 두 손을 들었다.“오케이, 오케이. 나 간다.”그는 한마디 던지고, 비서와 함께 회의실을 나섰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중현은 천천히 반대편 복도로 걸었다.철컥.문이 열리자, 묶여 있던 강솔의 어깨가 크게 떨렸다.“읍..., 읍...”입이 테이프로 막혀 있어서, 말은 고사하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그녀의 몸은 공포로 굳어 있었다.시야가 가려져 있어서, 귀로만 들려오는 구둣발 소리에도 심장을 옥죄는 듯했다.남자가 다가왔다.침묵 속에서, 단 하나의 숨소리만 커졌다.중현은 침대 옆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봤다.눈을 가린 천 밑으로, 작게 떨리는 눈썹이 보였다.순간 마음 한쪽이 흔들렸다.하지만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결혼반지를 팔려고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쓸었다.까칠한 손끝이 매끄러운 살결을 따라 내려갔다.“읍!”강솔은 고개를 세게 저었지만, 묶여 있어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눈가에서 뜨거운 눈물이 한 줄 흘러내렸다.중현의 손끝이 멈췄다.‘울어?’그는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꺼냈다.
강솔은 그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문 쪽에 서 있는 남자는 고시후였다.정갈하게 재단된 맞춤 수트에 잔잔한 미소, 그리고 사람을 안심시키는 따뜻한 말투.처음 보지만, 그가 ‘위험인물’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우리 직원들이 실례를 했네요. 불편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그러고는 직접 그녀 앞에 잔을 놓으며 말했다.“앉으시죠, 강솔 씨. 반지 얘기부터 해볼까요?”강솔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손에 든 핸드폰 화면에는 여전히 서비스 불가 지역이라고 떠 있었다.그녀의 직감이 속삭였다.‘여기, 뭔가 이상해.’“저... 그 반지, 안 팔기로 했어요.”시후의 미소는 여전했다.“그렇습니까? 너무 갑작스럽네요.”그는 커피잔을 건네며, 낮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혹시 제가 늦어서 기분이 상하셨나요? 그렇다면 사과를 드리죠.”“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생각이 바뀌었어요. 소장하고 있으려고요.”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하더니, 시후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다.“그럼, 제가 잘못 이해했군요.”손끝으로 커피잔을 돌리며, 그는 천천히 말했다.“저는... 거래에서 약속을 어기는 걸 싫어합니다.”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공기가 달라졌다.‘이건 경고야.’강솔은 본능적으로 가방을 더 세게 쥐었다.시후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자, 그러면 이렇게 하죠. 강솔 씨가 직접 가격을 제시하세요.”“50억 원이요.”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이 정도면 포기하겠지.’하지만 시후는 웃었다.이제 그의 미소는 이제 더 이상 온화하지 않았다.“제가 그렇게 호구로 보여요?”그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20만 원, 어때요?”강솔의 표정이 굳었다.그녀는 이제야 확신했다.이건 거래가 아니라 덫이라는 걸.“죄송하지만, 팔지 않겠습니다.”시후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그럼 어쩔 수 없죠.”그가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내자, 문 앞의 두 남자가 동시에 움직였다.강솔은
소태섭은 딸의 핸드폰을 순식간에 빼앗았다.“아빠, 뭐 하는 거예요?”소담이 눈살을 찌푸렸다.“하나만 골라.”소태섭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면서도, 시선은 이미 핸드폰 화면을 스쳤다.그의 눈에 들어온 건, 상단 고정된 대화방.그리고 거기에 방금 온 두 통의 메시지.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손가락을 움직여 그 메시지를 전부 삭제했다.그 사람이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다.바로 강솔이었다.“뭐를요?”소담은 미심쩍은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뭘 고르라는 거예요?”“나냐, 핸드폰이냐?”소태섭은 여유롭게 웃으며, 딸이 의심하지 못하게 일부러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당연히 폰이죠. 아빠 골랐다간, 아빠 여자친구들 손에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소담은 단번에 폰을 낚아채며 비꼬듯 말했다.소태섭은 그 말에 잠시 말이 막혔다.딸은 언제나 날카로웠다.소담은 딱 잘라 말했다.“별일 아니면, 난 집에 갑니다.”“잠깐.”소태섭은 문득 누군가의 부탁이 떠올라 그녀를 붙잡았다.“담아, 너 강솔이랑 하 대표 이혼한 거 알고 있지?”“알죠. 왜요?”“요즘은 그 친구랑 너무 자주 엮이지 마라.”소태섭의 말투는 드물게 진지했다.“그 애가 무슨 일을 당하면, 너까지 휘말릴 수 있으니까.”“하중현이 어떤 인간인지 너도 잘 알잖아.”소담은 피식 웃었다.“그 걱정은 사양할게요, 아빠.”그녀는 마지막 말을 던진 뒤, 그대로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회사 밖으로 나온 소담은 바로 전화를 돌렸다.자신이 알고 있는 컬렉터 두 명에게 직접 연락해서 약속을 잡았다.그날 오후, 두 사람과 연달아 미팅을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죄송합니다, 그 반지는 저희가 취급할 수 없습니다.”“하 대표가 이미 업계에 경고를 내렸어요. 그 반지 건드리는 순간 끝입니다.”소담은 이 모든 걸 녹음해두고, 강솔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나 그 두 사람 만나서 얘기했어. 그런데 둘 다 거절이야.][하중현 그 개자식이 업계에 엄포를 놨대.][누구든 강솔의 물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