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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작가: 루에나
“그래, 미쳤다.”

중현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야, 설마 진짜 아니지?”

시후가 눈을 크게 떴다.

“너 진짜 이렇게까지 할 거야? 앞으로 나한테 부탁 같은 거 하지 마.”

“나 이 정도로 인성 버리는 일까지는 못 해.”

“겁나면 빠져.”

중현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래서 넌 평생 이인자야.”

시후는 이를 악물었다.

‘이 새끼, 오래ㄴ 친구가 아니었으면 벌써 창문으로 던져버렸어.’

“사람들 다 데리고 내려가.”

중현의 시선이 유리문 저쪽 편을 스쳤다.

그 시선 끝엔, 겁에 질려 울고 있는 강솔이 있었다.

“내가 허락하기 전엔 아무도 위층에 올려보내지 마.”

“알았어.”

시후는 피식 웃었다.

“방해 안 할게. 근데, 진짜 너무 몰아붙이지는 마라.”

“그 여자 완전히 무너질 거 같은데.”

중현은 말없이 쳐다봤다.

그 시선을 접한 시후는 알아서 두 손을 들었다.

“오케이, 오케이. 나 간다.”

그는 한마디 던지고, 비서와 함께 회의실을 나섰다.

엘리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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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32화

    중현이 바로 물었다.“그게 지금 내 생활에 영향 줘?”강 비서는 담담하게 답했다.“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겁니다.”중현도 계속 추궁했다.“아버지와 관련이 있어?”강 비서는 할 말을 잃었다.‘어떻게 저걸 바로 맞히지?’속으로만 생각한 강 비서는 곧바로 대답했다. “네.”“알았어.” 중현의 기분이 가라앉았다. 시간이 이렇게 더디게 흐른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거실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강 비서 일행도 눈치껏 말을 아꼈다.시간이 조금씩 흘렀다.약 5분쯤 지나자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하준호의 낮고 굵은 목소리가 현관 쪽에서 울렸다. “중현이는?”경호원이 답했다. “거실에 계십니다.”그 말을 들은 하준호는 곧장 거실로 향했다. 중현과 강 비서 일행이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 표정이 굳었다. “네 형이 저 사람들이 누군지 말 안 해 줬어?”“말했습니다.” 중현이 담담히 답했다.“그런데도 네가...” 하준호가 반사적으로 말을 쏟으려 했다.“저한테 볼일 있으신 거 아니었습니까?” 중현이 말을 끊었다. 이미 감정은 평정을 되찾은 뒤였다. “무슨 일입니까?”하준호는 또 화를 내려다가 겨우 회복된 부자 관계를 떠올리고 참았다. “따라와. 둘이서 얘기하자.”중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두 사람은 앞뒤로 계단을 올라갔다.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임풍이 물었다. “보스 아버님이 저희 험담하는 건 아니겠죠?”임훈이 잘라 말했다. “이미 했어.”강 비서도 짧게 덧붙였다. “맞습니다.”임풍이 맑은 눈으로 물었다. “언제요?”임훈과 강 비서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가끔은 눈치가 조금 느린 편이 마음 편할 때도 있었다....위층.서재에 들어선 하준호는 곧바로 엄한 아버지의 얼굴을 했다. “저 사람들이 얼마 전 네 뒤통수를 쳤는데, 왜 이렇게 경계심이 없어?”말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걸 깨달은 듯 하준호는 급히 멈췄다.중현은 말없이 아버지를 바라봤다.‘아버지는...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31화

    “말해.” 중현이 짧게 말했다.“하나는 좋다고 하기 애매하고, 하나는 안 좋습니다.” 임풍이 순박한 얼굴로 대답했다.중현은 느긋하게 말했다. “질문 바꿀게.”임풍 일행은 바로 자세를 고쳤다. “말씀하십시오.”“내가 왜 소아연 때문에 강솔과 이혼했지?” 아직도 답을 얻지 못한 의문이었다. 전에 물었을 때 시후는 얼버무렸고, 레미는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임풍은 강 비서 등과 눈빛을 주고받았다.임풍과 임훈 형제의 시선이 동시에 강 비서에게 꽂혔다. ‘네가 말해.’강 비서는 말문이 막혔다.“대답하기 그렇게 어려워?” 중현이 물었다.“약속 때문입니다.” 강 비서가 설명했다. “소아연 씨가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앞세워 찾아와 평생 돌봐 달라고 했고, 대표님은 예전에 한 약속 때문에 그 요구를 받아들이셨습니다. 그 사실을 사모님께도 말씀하시면서 받아들여 달라고 하셨고요.”중현의 눈매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돌보기만 한 거야?”강 비서는 이어 말했다.“불륜까지 꾸며내셨습니다.”중현은 할 말을 잃었다.“사모님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겠다며 대표님과 소아연 씨가 함께 밤을 보냈다는 거짓 소문을 먼저 퍼뜨리게 하셨습니다.” 강 비서는 당시 일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 “사모님은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고, 대표님께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중현은 관자놀이를 눌렀다.‘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왜 불륜 얘기까지 나와?’“자세히 말해.”“소아연 씨가 대표님을 찾아왔을 때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자신을 더 돌봐 달라고 요구했고, 대표님께서 받아들이신 걸로 압니다.” 강 비서가 차분히 설명했다.중현은 헛웃음을 흘렸다.임훈 일행이 그를 바라봤다. 바로 다음 말이 떨어졌다.중현은 과거의 자신을 향해 욕을 내뱉었다. “진짜 멍청했네.”아무리 목숨을 빚졌다 해도 강솔과 제대로 상의해서 보답의 범위를 정하면 될 일이었다. 왜 일을 이렇게까지 꼬아 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더 멍청한 것도 있습니다.” 임풍의 입이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30화

    임풍이 바로 말했다. “가짜입니다.”임훈은 동시에 반대 답을 냈다. “진짜입니다.”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쳤다.임풍은 곧바로 임훈에게 맞섰다. “진짜일 리가 없잖아. 보스가 정말 기억을 잃었으면 아까 같은 표정이나 눈빛이 어떻게 나오냐?” 임풍은 자기 동생이 답답할 정도로 단순하다고 생각했다.임훈은 짧게 말했다. “강 비서님한테 물어봐.”임풍은 자기가 맞다고 확신했다. “강 비서님, 말씀해 보십시오.”강 비서도 중현을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수석비서로서 몸에 밴 습관이었다. “정말 기억을 잃으셨습니다.”임풍의 머릿속에 커다란 물음표가 뜬 듯했다.정말 기억을 잃었다면 보스는 자기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강 비서가 핵심 정보부터 정리했다.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대표님의 수석비서였던 사람입니다. 이쪽은 임훈 씨와 임풍 씨고요. 두 분 모두 대표님 전담 경호원으로, 대표님을 ‘보스’라고 부릅니다.”중현은 한 단어를 짚었다. “수석비서? 보스?”강 비서가 답했다. “네. 대표님은 원래 HS그룹 대표이셨습니다. 기억을 잃으신 뒤 형인 하도현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긴 상태지만, 이 흐름 자체도 기존 계획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중현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 “기억을 잃는 것까지 계획했다고?”임풍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건 아닙니다.”임훈이 가볍게 헛기침했다.강 비서는 중요한 부분만 설명했다. “기억 상실 자체는 계획에 없었습니다. 다만 대표님이 원래 예상하신 최악의 결과는 지금보다 훨씬 나빴습니다. 그래서 현재 상황은 후속 계획을 진행하는 데 치명적인 변수는 아닙니다.”중현이 물었다. “만약 내가 여기 안 왔으면?”강 비서는 확신하듯 답했다. “대표님이 오시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중현이 다시 물었다. “내가 너희를 안 믿을 수도 있잖아.”“대표님만 직접 나타나시면 믿게 해 드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강 비서의 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조금 거칠게 말하면,설령 지금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29화

    한동안 낮아졌던 도현의 경계수위는 태휘의 말 한마디로 다시 최고조까지 올라갔다.중현이라면 상대 움직임을 미리 읽고 여러 수를 준비해 두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하지만 상진이 말했듯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기억을 잃은 뒤에는 소용이 없다. ‘설마 기억을 잃는 일까지 예상했을까?’태휘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제 쪽 사람을 안 풀어줍니까?”도현이 손을 가볍게 들었다.경호원들이 바로 태휘의 비서를 풀어줬다.비서는 태휘에게 다가가 빠르게 보고했다. [대표님, 저 사람들이 임단아 씨를 데리고 갔습니다. 바로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저까지 제압당했습니다.]태휘는 담담하게 답했다. “알았어.” 더 이상 이곳에 머물지 않았다.태휘는 도현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자기 비서가 보는 앞에서 단아를 데려갈 정도라면 태휘가 뒤쫓을 것도 계산했을 것이다. 단아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태휘가 떠나자 도현의 마음은 깊게 가라앉았다.중현의 능력을 알고 있었어도, 태휘와 단아 사이의 연결은 예상 밖이었다.그제야 예전에 중현이 도현에게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이번에는 왜 이렇게 쉽게 이길 수 있었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느냐던 말.그리고 단아까지 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던 말.그 말을 할 당시 중현은 침착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지금 태휘까지 직접 찾아오자 도현은 과거 상황을 다시 처음부터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옆에 있던 경호원이 개인 핸드폰을 건넸다. “대표님, 핸드폰입니다.”도현이 받아 들었다. 화면에는 아직 녹음이 진행 중이라는 표시가 떠 있었다.도현은 별 미련 없이 녹음 파일을 삭제했다. 어차피 단아의 반응을 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웅- 웅-핸드폰 화면이 다시 켜졌다. 외곽 저택에서 온 메시지였다. [대표님, 중현 도련님이 도착했습니다.]도현은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정말 모든 게 중현이 미리 짜 놓은 계획이라면 태휘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28화

    진씨 집안만 그런 게 아니었다. 하씨 집안 역시 마찬가지였다.다만 지금 하씨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사람은 도현 자신이었다. 누구도 도현의 선택에 쉽게 간섭할 수 없었다.태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도현은 태휘를 가만히 바라봤다.단아 한 사람 때문에 태휘가 자기 지위와 앞날까지 내던질 거라고는 믿기 어려웠다.태휘가 물었다. “더 하실 말씀 있습니까?”도현이 답했다. “없습니다.”태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불필요한 말은 한마디도 더 하지 않았다.아래층으로 내려와 텅 빈 거실을 본 태휘의 눈에 의문이 스쳤다.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단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의 핸드폰이 꺼져 있어 연결할 수 없습니다...]기계음이 들리자 태휘의 미간이 저절로 좁아졌다.“전화 안 하셔도 됩니다.” 어느새 뒤에 내려와 있던 도현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가볍게 돌리고 있었다. “단아는 진 대표님과 갈 생각이 없어서 먼저 떠났습니다.”태휘가 돌아서서 도현을 날카롭게 바라봤다. “임단아 씨를 데려오십시오.”도현은 안경을 살짝 올렸다. “제 약혼녀를 왜 진 대표님께 보내야 합니까?”태휘는 그대로 서 있었다.도현이 출입문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만 돌아가시죠, 진 대표님.”태휘가 반응하기도 전에 도현이 덧붙였다. “제가 직접 내보내는 상황까지는 원하지 않으실 겁니다.”말이 끝나자, 훈련이 잘된 경호원 열댓 명이 거실로 들어왔다. 두 줄로 나뉘어 태휘 양옆을 막듯 자리 잡았다.태휘의 검은 눈이 조금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여전히 태연한 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임단아 씨를 어디에 숨기든 찾아낼 겁니다.”도현이 태연하게 답했다. “성공하시길 바라죠.”태휘는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몇 걸음 옮기다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도현을 돌아봤다. “정말 궁금하지 않습니까? 제가 왜 몇 년이나 지나서 갑자기 여기까지 찾아왔는지.”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27화

    핸드폰에 곧바로 답장이 도착했다.[알겠습니다.]도현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화면을 껐다.‘임단아, 진태휘가 뒤를 봐준다고 네가 이 집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똑똑-서재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두 번 났다.곧 태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전보다도 더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소파에 앉아 있는 도현을 바라보는 눈은 깊고 무거웠다.도현이 손으로 맞은편을 가리켰다. “앉으시죠.”태휘는 도현 맞은편에 앉자마자 본론부터 꺼냈다. “바로 말씀하시죠. 무슨 얘기를 하려고 부르셨습니까?” 상황이 이미 분명한데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도현은 천천히 차를 한 잔 따라 태휘 앞에 놓았다. “많이 급하신가 봅니다.”태휘는 대답하지 않았다.흔들리지 않는 태도 자체가 답이었다.도현이 찻잔에서 손을 거두며 말했다. “JX그룹 대표라면 상대 앞에서 원하는 걸 너무 빨리 드러내면 자기 이익에 불리할 수 있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길고 흰 손가락이 느긋하게 움직였다.태휘도 정면으로 맞섰다. “하 대표님도 어떤 수단을 쓰든 사람을 협박해서 복종시키는 건 불법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겠죠.” 태휘는 도현처럼 말을 빙빙 돌릴 생각이 없었다.도현이 웃었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법을 어기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태휘는 도현을 똑바로 바라봤다.도현의 태도만 보면 정말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 같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부딪쳤다. 한쪽은 느긋했고, 다른 한쪽은 차가웠다.서재 안에는 답답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십여 초 동안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도현이 본론으로 돌아왔다. “단아 좋아하십니까?”태휘는 차갑게 답했다. “하 대표님이 신경 쓸 일은 아닙니다.”“단아는 제 약혼녀입니다.” 도현은 손가락으로 자기 반지를 천천히 쓸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제가 상관없는 일일 수가 있습니까?”태휘는 단아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떠올렸다.한 번밖에 보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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