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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Penulis: 루에나
강솔은 그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문 쪽에 서 있는 남자는 고시후였다.

정갈하게 재단된 맞춤 수트에 잔잔한 미소, 그리고 사람을 안심시키는 따뜻한 말투.

처음 보지만, 그가 ‘위험인물’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우리 직원들이 실례를 했네요. 불편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직접 그녀 앞에 잔을 놓으며 말했다.

“앉으시죠, 강솔 씨. 반지 얘기부터 해볼까요?”

강솔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손에 든 핸드폰 화면에는 여전히 서비스 불가 지역이라고 떠 있었다.

그녀의 직감이 속삭였다.

‘여기, 뭔가 이상해.’

“저... 그 반지, 안 팔기로 했어요.”

시후의 미소는 여전했다.

“그렇습니까? 너무 갑작스럽네요.”

그는 커피잔을 건네며, 낮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혹시 제가 늦어서 기분이 상하셨나요? 그렇다면 사과를 드리죠.”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생각이 바뀌었어요. 소장하고 있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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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14화

    “그럴 필요가 없어서.” 민하는 자기 손가락을 가볍게 만지작거렸다.강솔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민하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마 꽃가루를 섞은 화장품일 거야.”강솔이 짐작하며 물었다. “꽃가루 알레르기 있어?”민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지씨 집안 사람들뿐이었다.현명과 효정이 알게 된 것도 집안 직원이 두 사람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걸 보고 알려 줬기 때문이었다.“이런 일은 처음도 아니야.”민하는 이런 정도의 일쯤은 어렵지 않게 대응할 수 있었다. “하고 싶으면 계속하라지. 여러 번 그러다 보면 아빠도 둘이 앞으로 영 가망이 없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될 테니까.”“본인이 알고 있다면 됐어.” 강솔은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걱정하지 마. 그 둘은 뭘 해도 큰일은 못 만들어.” 민하는 애초에 둘을 제대로 된 경쟁 상대로 본 적이 없었다.강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문득 뭔가가 떠오른 듯 의심스러운 눈으로 민하를 바라봤다.민하는 팔짱을 낀 채 태연하게 물었다. “왜?”“이 일...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강솔은 소식을 들은 뒤부터 민하가 너무 침착했고 놀란 기색조차 없었다는 점을 떠올리며 대담한 추측을 내놓았다.민하의 눈에 웃음이 번졌다. “맞혀 봐.”강솔은 괜히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무리 그래도 민하는 H시에서 나고 자란 재벌가 아가씨였다. 밖에서 들어온 두 사람에게 쉽게 당할 리 없었다.“기회를 조금은 줘야 실수도 하지.” 민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눈썹 사이에는 자신감과 거침없는 기세가 묻어났다. “걔들이 실수해야 아빠도 버릴 패라는 걸 알 거 아니야.”“나 간다.” 강솔이 짧게 말했다.그제야 강솔은 중현이 진씨 집안에서 자신에게 내민 시험이 공평하지 않다고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민하는 민하였다. 지민천의 계획대로라면 훗날 집안을 위해 정략결혼을 해야 할 처지라고 해도, 어릴 때부터 집안의 방식과 규칙을 몸으로 익히며 자랐다.반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13화

    강솔은 그날 밤 잠깐 마주쳤던 형우를 떠올렸다. 대화는 고작 몇 분밖에 하지 않았지만 말투만으로도 시원시원하고 호방한 성격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화낼 거면 빨리 화내.” 민하는 화장대 앞 의자에 앉아 강솔을 올려다봤다. “화 다 냈으면 시간 내서 나랑 우리 본가에 한번 가자.”강솔은 시큰둥하게 받아쳤다. “나도 더 이상 누구를 상대하기 귀찮아.”“그럼 화 다 낸 걸로 생각할게.”강솔은 대꾸하지 않았다.강솔은 민하에게 호감이 있었다. 전부터 대화를 나눌 때 민하는 늘 장난스럽고 가벼웠고, 일부러 강솔을 놀리듯 들이대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거슬리지는 않았다.“이번 주는 좀 바빠. 이번 주만 지나면 네가 시간 정하는 대로 시간 낼게.” 강솔은 L시에서 가져온 2차 사업 자료를 아직 회사에 가져가지 못했다는 걸 떠올리고 먼저 말했다.민하는 여전히 능청스러웠다. “그렇게 나를 좋아해?”강솔은 말없이 쳐다봤다.민하는 한 손으로 턱을 괴었다. “나한테 이용당한 거 알면서도 도와주겠다고?”“지 대표가 예쁘고 말도 잘하고 사람 꾀는 데 재주가 있잖아.” 강솔도 민하의 말투를 따라 했다. “내가 원래 의지가 약해서 살살 달래면 홀라당 잘 넘어가거든.”민하가 웃었다.그제야 자신이 왜 강솔과 친구가 되고 싶었는지 알 것 같았다.방금도 강솔은 얼마든지 ‘계속 그렇게 말하면 서리재와 정략결혼을 하게 만들어 버릴 거야’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은커녕 그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진솔하고, 다정하고, 선량하면서도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좋아하지 않기가 더 어려웠다.“그렇게 애틋하게 쳐다보지 마.” 강솔은 민하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헛기침을 한 번 했다.“나 여자 좋아하는 취향 아니야.”“정말?” 민하가 천천히 일어서더니 몸을 기울여 강솔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강솔은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정말...”민하의 희고 매끈한 손끝이 강솔의 뺨을 스쳤다. 손가락 끝이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졌다. 민하는 나긋한 목소리로 속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12화

    “앞으로 1년 동안 너희가 쓸 돈은 전부 너희가 알아서 해결해.”지민천이 입을 열었다. 눈에는 여전히 엄격한 기색만 가득했다. “민하 드레스 배상금을 전부 갚는 날, 그때부터 예전처럼 다시 지원해 주겠다.”“아버지!” 현명이 불만스럽게 외쳤다.지민천이 눈길 한 번 보내자,현명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혹시 모르니 이따가 드레스 몇 벌 더 보내라고 하지.”지민천은 민하를 보며 말한 뒤 강솔에게 시선을 옮겼다. “오늘 일은 감사합니다.”“제가 괜히 나섰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면 됐습니다.” 강솔은 예의 바르게 답했다.“민하에게 생길 문제를 미리 막아 주셨는데 저희가 감사해야죠. 왜 탓하겠습니까.” 지민천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의례적인 인사말을 건넸다. “시간 나시면 민하랑 같이 집에 한번 들르세요.”“기회가 되면 찾아뵙겠습니다.” 강솔도 격식을 갖춰 대답했다.지민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도명란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남은 사람들은 강솔 일행뿐이었다.“안 나가? 사람 불러서 끌어내야 나갈 거야?”민하는 현명과 효정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자연스럽게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현명은 강솔을 매섭게 노려본 뒤 효정을 데리고 나갔다.강솔과 민하가 할 이야기가 있다는 걸 눈치챈 홍일과 신동도 자리를 비켜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는 강솔과 민하만 남았다.강솔은 방금 일을 떠올리며 화장대에 기대섰다. 망가진 드레스 앞에 선 민하를 바라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이걸로 끝이야?”“응.” 민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강솔의 미간이 가볍게 좁혀졌다. 생일 파티를 일부러 망치려고 드레스를 열 벌 넘게 잘라 놓고도, 겨우 1년 동안 경제적 지원을 끊는 것으로 끝이었다. 사과 한마디조차 없었다.“우리 집은 원래 그래.” 민하는 드레스들이 더는 손쓸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미련 없이 시선을 거뒀다. “우리 아버지는 지현명이랑 지효정이 나한테 이런 짓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아. 수법이 너무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11화

    “아버지, 절대 그런 말에 넘어가시면 안 돼요!” 현명이 다급히 끼어들었다. 나름 그럴듯한 이유까지 갖다 붙였다. “누나 생일 파티를 망치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지민천은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무슨 뜻이야?”“오늘 밤은 언니 생일 파티잖아요. 경찰이 오면 아래에 있는 손님들도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해할 거예요.”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효정도 나섰다. “그러다 보면 괜한 말이 돌 수밖에 없고요.”“그뿐만 아니라 누나 생일 파티까지 엉망이 될 수 있어요.”현명은 정말 민하를 걱정하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말했다. “저 사람은 누나의 생일 파티를 H시 사교계의 가십거리로 만들려는 거예요.”두 사람은 번갈아 가며 말을 보탰다.방금 한 말들이 전부 사실인 것처럼 굴었다.“난 상관없어.” 민하는 강솔 옆에 서서 느긋하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신고해.”“누나, 잘 생각해 봐.” 현명은 손바닥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주먹을 꽉 쥐었다. “경찰이 오기라도 하면 누나의 생일 파티가 H시 사교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게 뻔하잖아.”민하는 담담했다. “난 상관없어.”현명이 이를 악물었다.효정은 한참 고민한 끝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민천에게 말했다. “이건 언니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 집안 전체와 관련된 일이고.”“누구와 관련됐든 이건 신고해야 해.”도명란은 남매의 반응만 봐도 강솔의 말이 맞다는 걸 알아차렸다. “안에 망가진 드레스만 해도 전부 합치면 수십억 원이 넘어. 적당히 넘길 일이 아니야.”“그럼 파티가 끝난 뒤에 신고하면 되잖아요.” 현명이 절충안을 내놓았다. “경찰이 오기 전까지 사람을 세워서 여길 지키게 하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돼요.”말을 마친 현명은 태연한 얼굴로 강솔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덧붙였다. “특히 저쪽 사람들은요.”“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요.” 강솔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모두의 시선이 강솔에게 향했다.강솔은 핸드폰 앨범을 열어 가장 최근에 찍은 영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10화

    민하는 자연스럽게 강솔 쪽으로 걸어왔다. “무슨 일이야?”강솔은 위층에서 본 일을 그대로 말했다. “지현명이랑 지효정이 가위로 네 예비 드레스를 잘라 놨어. 가져온 화장품으로 네 것까지 바꾸려고 했고. 올라가서 피해액 좀 따져봐.”민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부모를 한번 보고 물었다. “두 분도 같이 보실래요? 파티 시작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어요.”지민천은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현명과 효정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크게 관심 없었다. 지민천이 확인하고 싶은 건 민하와 강솔이 정말 친구인지였다. 사실이라면 리재 집안과의 혼담은 잠시 나중으로 미룰 수 있었다.민하는 아버지 속셈을 훤히 알고 있었다.강솔과 앞서 걸어가며 조금 전 이야기가 신경 쓰여 낮게 물었다.“밖에서 얼마나 들었어?”강솔은 태연했다. “대놓고 몇 분 들었지.”민하의 눈에 이해했다는 기색이 스쳤다. “듣고 무슨 생각 들었어?”강솔은 바로 답했다. “그 말이 맞더라.”민하가 되물었다. “뭐가?”강솔은 민하를 한번 보고 둘만 들을 수 있을 만큼 낮게 말했다. “지 회장님이랑 사모님한테 한 말. 틀린 거 없던데.”민하는 강솔이 전부 들었다는 걸 알자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미리 이용하겠다고 허락받긴 했어도 실제로 가족 앞에서 강솔을 협상 카드처럼 말한 걸 불편해할까 걱정됐다. “내가 강 대표를 이용한 거, 정말 괜찮아?”누구도 자신이 이용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자기 이름이 저런 방식으로 오르내리는 걸 반길 사람은 더 없었다.강솔이 되물었다. “전화할 때 이미 얘기 끝난 거 아니야?”민하는 잠깐 멈췄다가 웃었다. 자신도 모르게 강솔을 조금 더 오래 바라봤다. 겉모습은 부드럽고 순한 인상이었지만 눈과 태도에는 쉽게 꺾이지 않는 단단함이 있었다. 솔직하면서도 사람을 꿰뚫어 보는 느낌이었다.강솔은 그 시선이 이해되지 않았다. “왜 웃어? 갑자기 사람을 왜 그렇게 봐?”민하는 일부러 놀렸다. “처음 만났을 때 강 대표의 표정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09화

    지민천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지씨 집안 사람이라면 누구든 집안에 이익을 가져와야 한다. 네 오빠도 결혼할 때는 우리 집안과 격이 맞는 사람을 골라야 해.”민하의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지민천이 물었다. “왜 웃어?”민하는 일부러 아주 직접적으로 말했다. “아버지가 편애하시는 것 같아서요. 오빠는 집안 격만 맞으면 본인이 고른 사람과 결혼해도 되는데,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정해 준 사람한테 가야 하잖아요. 제가 그 정도 상대도 못 찾을까 봐 걱정되세요?”지민천은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민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H시에서 이름난 젊은 후계자들을 꼽으면 태휘와 형우를 제외하고 리재, 또 민씨 집안 셋째 아들 정도가 가장 먼저 거론됐다.민씨 집안 셋째는 경찰 조직에서 일했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원칙을 중시했다. 사업가인 지민천은 그런 성향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리재를 택했다.도명란이 민하를 달래듯 불렀다. “민하야.”민하는 지민천과 계속 이야기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느긋했다. “아버지가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알아요. 그런데 계속 저한테 서리재와 결혼하라고 하시면 아버지는 더 큰 이익은 놓치실 수도 있어요.”지민천이 탐색하듯 딸을 바라봤다.도명란도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무언가 떠오른 듯.도명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 대표 말하는 거야?”민하는 고개만 끄덕이고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도명란이 바로 되물었다. “강 대표가 왔어?”지민천도 뜻밖이라는 표정을 보였다.“왔지. 민하 생일 선물까지 들고 왔어.”도명란은 조금 전 일을 설명한 뒤 딸을 바라봤다. “너 언제부터 강 대표랑 그렇게 가까워졌어? 우리는 전혀 몰랐는데...”민하는 바로 반문했다. “오빠만 친구 사귈 수 있고 저는 안 돼요?”지민천과 도명란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런 대답은 예상하지 못했다.민하는 협상 조건을 꺼내듯 말했다. “강솔이 어느 집안 사람인지는 두 분도 아시죠. 앞으로 JX그룹 주요 주주가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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