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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Autor: 루에나
“먼저 날 보자고 부른 건 자네 아니야?”

허미정은 한동안 중현이 자기에게 높임말을 쓰는 걸 싫어한다고 바로잡지 못했다.

“장모님 일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중현이 얇은 입술을 열었다. 중현에게선 차분함 속에 약간의 느슨한 기색이 배어 있었다.

“말씀해 주실 생각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허미정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어째 다들 정숙이만 노리고 달려드냐.’

몇 번이고 생각해 본 끝에 허미정이 물었다.

“뭘 알고 있는데?”

중현의 눈빛은 속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레미가 돌아온 뒤로 늘어져서 일을 대충 넘기던 모습이 떠오르자, 중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짐작이 자리 잡았다.

“장모님은 굉장한 해커였고, 젊었을 때 어린아이 하나를 제자로 들였던 것 같습니다.”

허미정은 눈을 크게 떴다.

‘이 정도까지 뒤졌다고?’

“그 정도까지 알아냈으면, 나머지는 내가 말 안 해도 자네가 다 찾을 수 있겠네.”

허미정은 중현도 함정 파는 인간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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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66화

    강솔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예를 들면요?”제품기획 담당자가 목을 가다듬고 입술을 축이더니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여행 일수를 며칠 더 늘려 주시는 건 어떨까요?”강솔은 흔쾌히 답했다. “그래요. 대신 하루에 한 명씩 온라인으로 대응할 당번은 정해 주세요. 병원에서 장애가 생겨 연락하면 처리해야 하니까요.”“그건 당연하죠.” 제품기획 담당자는 프로젝트를 잘 알고 있었다. 서비스를 개통하고 대금을 받아도 유지 보수가 필요하다는 건 기본 상식이었다. “말씀 안 하셨어도 당번표는 짤 생각이었습니다.”당번이라고 해 봐야 대개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일이 생겨도 보통은 오래 걸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었다.“그럼 됐어요.” 강솔은 더 보태지 않았다.제품기획 담당자가 물었다. “그 밖에는요?”강솔이 되물었다. “네?”제품기획 담당자가 바로 물었다. “다른 조건은 없으십니까?”강솔의 눈에 의문이 어렸다.왜 그 부분을 자꾸 확인하는지 알 수 없었다.제품기획 담당자가 조금 으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L시 쪽 1차 프로젝트, 이미 완료했습니다. 검수하고 서명받은 다음 대금만 받으면 됩니다.”강솔은 잠깐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이내 강솔의 눈이 커졌다.강솔에게는 뜻밖의 소식이었다.제품기획 담당자가 들어와 그런 말을 할 때부터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겠다고 짐작은 했다. 하지만 벌써 끝났을 줄은 몰랐다.개발총괄이 말을 이었다. “대표님만 괜찮으시면 사람을 보내겠습니다.”강솔은 아직 완전히 실감하지 못했다. “병원 쪽이랑 협의도 다 됐어요?”강솔은 업무 일지를 매일 확인하지 않았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훑어보았고, 때로는 일지를 읽는 대신 제품기획 담당자나 각 팀장에게 진척 정도를 직접 묻기도 했다.지난번에는 보름 정도 더 걸린다고 했다.‘그런데 일주일 만에 끝났다고?’“네, 다 됐습니다.” 대표가 놀라는 모습을 보니 제품기획 담당자는 조금 뿌듯했다. “모든 절차를 개발총괄 쪽과 확인했습니다. 지난번에 말씀 안 드린 건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65화

    운전하던 임풍이 입을 열었다. “만약 주주들이 약속을 안 지키면요? 최근에 하도현 대표님도 따로 만나서 식사하셨다던데요.” 한번 생각하면 다른 가능성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임풍은 남을 쉽게 믿지 못했다.강 비서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약속은 지킬 겁니다.”중현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중현이 고개를 돌려 강 비서를 보았다.어째서 그렇게 자신하는지 모르겠다는 눈이었다.강 비서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대표님의 판단과 준비를 믿어도 됩니다. 주주들은 전부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입니다. 누가 대주주로 있어야 마음을 놓을 수 있는지 잘 압니다.”중현의 기억은 텅 비어 있었다. 방금 들은 이야기도 전혀 생각나지 않았지만 깊이 고민하지는 않았다. 대신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강솔이 진씨 집안 지분을 받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리지?”강 비서가 대답했다. “며칠 남았습니다.”“주주총회는 그때까지 미뤄.” 중현은 자신 때문에 강솔에게 일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았다. 도현의 성격상 지분을 손에 넣지 못하면 지안이나 강솔을 이용해 압박할 가능성이 컸다.지금은 여전히 기억이 없는 상태였다.여기에 문제까지 안겨주면 강솔은 자신을 더 달갑지 않게 여길 터였다.중현이 당부했다. “이유는 자연스럽게 만들고.”강 비서가 답했다. “알겠습니다.”“일 끝나면 내가 왜 기억을 잃었는지도 알아봐.” 중현은 계속 기억 없이 살고 싶지 않았다. 강솔과 자신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했다.“이미 확인했습니다.” 강 비서가 태블릿에서 자료를 띄워 건넸다. “외상 때문에 기억을 잃으신 게 아닙니다. 최면 때문입니다.”“최면을 건 의사는 이분입니다. 국제적으로 알려진 최면 전문가, 심준 교수입니다.”중현은 태블릿을 받아 꼼꼼하게 읽었다.심준에 관한 자료를 전부 살펴본 뒤에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최면으로 잊은 거라면, 다시 최면을 걸어서 되찾을 가능성도 높겠지.’‘그런데...’중현은 일을 척척 알아서 처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64화

    “속여서 받아 냈다면 그것도 능력이지. 뭘 따져.”중현의 대답은 빈틈없었다. “기억 잃기 전의 나도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았겠지. 속았다 해도, 알고도 기꺼이 당해 줬을걸.”도현이 입을 다물었다.두 번을 물었는데 두 번 다 같은 대답이었다.‘이 동생 놈, 마음 한번 참 단순하네.’“잘해 봐.”“고마워.”이야기가 끝나자 중현은 더 머물지 않았다.중현이 나가자마자 도현의 비서가 들어와 지시받은 일을 보고했다. “대표님, 진도엽 쪽에서 협력하겠다고 했습니다.”“알았어.” 도현의 눈이 조금 깊어졌다.도현은 중현에게 강솔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지 못했다.그저 호감이 있고 마음에 드는 정도라면, 그것만으로 지분을 내놓게 하기는 어려웠다.‘이번에는 정말 넘겨주려는 거면 좋겠는데...’도현이 물었다. “심준 교수는 지금 어디 있지?”“해외에 계십니다.” 비서는 미리 파악해 둔 상태였다. “중현 도련님 상태가 안정된 뒤에 떠나셨습니다.”도현이 핸드폰을 천천히 쓸었다. 눈에 깊은 생각이 잠겼다.5분쯤 지나자 도현은 핸드폰에서 심준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오래지 않아 연결되며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대표님.]도현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교수님, 갑자기 전화해서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심준의 목소리는 편안하고 부드러웠다. [아닙니다. 무슨 일이신가요?]도현이 차분하게 말했다. “동생 일로 여쭤보고 싶어서요. 필요하다면 교수님께서 기억을 되찾도록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심준이 솔직히 답했다. [가능은 합니다만, 전부 돌아온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기억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예전에 묻어 둔 기억까지 함께 떠오를 수도 있고요.]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전 기억이라...’심준이 먼저 물었다. “지금 일정을 정리하고 돌아갈까요?”도현이 차분하게 답했다. “아닙니다. 여쭤본 것뿐입니다.”심준이 말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네.” 도현이 대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63화

    도현이 잠깐 굳었다.안경 너머 눈에 뜻밖이라는 기색이 비쳤다. 정말 받아들일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언제 진행할 건데?” 중현이 물었다. “시간 비워 둘게.”도현이 되물었다. “많이 바빠?”중현은 숨길 생각도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강솔이 예쁘더라고. 마음 좀 얻어 보려고.”도현은 중현의 얼굴에서 무언가 읽어 내려고 했다. 하지만 중현은 거리낄 것 하나 없는 표정이었고, 맑은 눈에도 찔리는 기색이라곤 없었다.“전에는 강솔을 못 믿겠다더니?”“믿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아. 내 마음에 든다는 게 중요하지.” 중현이 말했다.그 말을 듣자, 도현이 문득 멈칫했다. 피로가 몰린 미간을 문지르는데 머릿속이 뒤엉켰다.‘잘못 짚었어.’‘처음부터 전부.’도현은 중현이 거절하면 강솔을 이용해 압박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중현에게는 과거의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강솔을 좋아한다 해도 그 정도 호감만으로 지분까지 내놓을 리는 없었다.“왜 그래?” 중현이 감정의 변화를 알아챘다.도현이 미간에서 손을 떼고 미리 준비해 둔 주식 양도 계약서를 가져왔다. “아무것도 아니야. 지분 넘기는 데 이의 없으면 여기 서명해. 양도 금액이 마음에 안 들면 말하고.”중현은 계약서를 받아 대강 몇 장 넘겨 보았다. “이의 없어.”도현이 살피는 눈으로 중현을 보았다.‘이렇게 쉽게 넘긴다고? 너무 이상한데.’중현이 모든 기억을 잃었다 해도 반응이 지나치게 담담했다. 강 비서 일행을 만나 함께 지낸 뒤인데도 이렇다는 게 더 이상했다. 강 비서의 성격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중현의 말대로 자신을 조금 더 믿는다고 해도...“다 했어.” 중현이 서명한 계약서를 내밀었다.도현이 한 장씩 확인했다.문제는 없었다.“이제 임단아 일을 진태휘한테 알려준 게 형을 위해서였다는 말, 믿겠어?” 중현은 여전히 태연했다. 검은 눈은 솔직해 보이면서도 저 깊은 밑바닥을 알 수 없었다.도현은 계약서를 챙겨 두고 안경을 밀어 올렸다.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62화

    중현이 답장을 보냈다. [내일 오전 10시에 형 집으로 갈게.]그 짧은 문장을 보며 도현은 핸드폰을 쥔 손에 조금씩 힘을 주었다.‘이 동생 놈은 정말 잠깐도 방심할 수가 없군.’알겠다는 답장을 보낸 도현은 핸드폰을 치우고 옆에 있는 비서에게 지시했다. “진도엽한테 연락해서 나와 손잡을 생각이 있는지 물어봐.”“네.” 비서가 대답했다.도현의 안경 너머 눈은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었다.얌전히 말만 들으면, 자신도 중현에게 좋은 형이 되어 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중현에게 고분고분한 순종은 무리인 모양이었다. 기억을 잃기 전에는 태휘와 연락하더니, 기억을 잃은 뒤에는 가장 믿는 사람이 형이라고 말하면서 속였다. 사람 마음을 쥐고 흔드는 데는 도가 튼 동생이었다.도현의 눈이 깊이 가라앉았다. “생각이 있다면 우리 계획을 알려 주고 맞춰서 움직이라고 해. 싫다고 하면 진도엽 아버지한테 연락하고.”비서는 무언가 말하려다 망설였다.도현이 눈을 들었다. “문제 있어?”“혹시 중현 도련님께서 아시게 되면...” 비서가 겁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중현의 성격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었다. “일이 크게 번질 수도 있습니다.”“중현이도 나한테 거리낌없이 문제를 만드는데, 내가 겁낼 게 뭐지?” 도현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겉으로는 여전히 점잖고 부드러운 모습이었다.단아만 건드리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좋게 넘어갈 수 있었다.하지만 태휘와 손잡고 자신을 공격한 이상, 도현도 그에 맞게 응전해 줄 수밖에 없었다.“또 하나.” 도현은 강솔의 성격을 떠올리고 덧붙였다. “해외에도 사람을 보내. 소담이랑 토니를 놓치지 말고 잘 지켜보라고 해. 진씨 집안 쪽에서 일이 틀어지면 우리가 직접 움직인다.”비서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대답했다. “알겠습니다.”도현은 소파에 앉아 손안의 잔을 가볍게 돌렸다. 잔에 담긴 술이 잔잔하게 흔들렸다.‘중현아, 얌전히 말 듣는 게 좋을 거야.’‘안 그러면 강솔이 너 때문에 고생하게 될 테니까.’.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61화

    “그럴 리 없어.” 홍일이 말했다.임훈은 홍일을 놀리는 데 재미를 붙였다. “왜 없어?”홍일은 기계처럼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누구든 우리 아가씨가 성공하는 데 걸림돌이 되면, 우리가 망설이지 않고 걷어차 버릴 거야.”“우리 보스는 아가씨에게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라니까.” 임훈이 반박했다.홍일이 대꾸했다. “어차피 돌이잖아. 다를 게 없지.”임훈은 할 말을 잃었다.임훈이 신동을 돌아보며 물었다. “홍일은 원래 저래?”신동이 고개를 끄덕였다.임훈이 다시 물었다. “한 대 때려 주고 싶지는 않아?”신동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고 싶지. 그런데 못 이겨.”임훈은 전에 겨뤘던 일을 떠올리고는 입 밖에 내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확실히 이길 수 없었다.홍일의 싸움 실력은 보통이 아니었다.밖에서 그런 대화가 오가는 동안, 안에서도 한참 차분한 이야기가 이어졌다.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에야 강솔이 마음에 담아 둔 말을 꺼냈다. “지안 아빠.”“응?” 중현의 말끝이 살짝 올라갔다.“나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 강솔은 진심이었다. 표정에도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당신이랑 다시 만날 생각 없어. 재결합할 생각은 더 없고.”중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강솔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중현을 보았다.‘알면서 왜 나한테 시간을 쏟는 거지?’“널 좋아하고 네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건, 그냥 내 일이야.”중현이 진심과 다정함이 담긴 검은 눈으로 강솔을 바라보았다. “결과가 어떻든 나는 받아들일 거야.”“물론 언젠가 네가 날 좋아하게 된다면, 나야 기쁘겠지만.”강솔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지금의 중현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했다. 강솔이 찾아갔을 때 얼마나 냉정했는지도, 이혼을 두고 다투던 때 얼마나 모진 말을 했는지도 기억에 없었다.그 모든 일은 둘만 알고 있었다.강 비서와 임훈, 임풍도 대략적인 사정만 알 뿐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했다.“이번에 돌아가면 보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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