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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Author: 루에나
두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어느새 점심때가 되었다.

강정숙은 메시지로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지 않겠다고 알렸고, 강솔은 레미와 지안, 자신이 먹을 3인분 식사만 주문했다.

막 식사를 끝냈을 때, 핸드폰으로 강 비서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는 생명에 지장 없는 상태로 회복되셨습니다.]

강솔은 그 소식을 레미에게 말했다.

“중현이 아무리 미쳐도 진짜 자기 목숨까지 끊지는 않아. 기껏해야 반쯤 죽다 살아나는 정도지.”

레미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중현이의 목적은 널 다시 데려가는 거야. 미친 짓을 해도 자기 몸에는 어느 정도 선을 남겨 둬.”

“하중현... 예전에도 이랬어?”

강솔이 물었다.

“예전엔 남한테 미친 짓을 했지.”

레미는 중현에 관한 일들을 꽤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자기 부모한테.”

강솔은 중현과 하준호 쪽 사람들의 관계를 떠올리고 더 묻지 않았다.

‘알수록 마음이 약해질 뿐이야.’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채 먼저 독하게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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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60화

    중현이 계속 물었다.“특별히 좋아하는 것이나 먹고 싶은 건?”강솔은 담담하게 답했다.“없어.”“그럼 내가 적당히 시킬게.” 중현은 그렇게 말하며 몇 가지 메뉴를 골랐다.주문하는 메뉴를 듣던 강솔의 움직임이 잠깐 멈췄다.‘이거...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인데?’‘기억이 돌아온 건가?’“이번에 J시 돌아가서 강 비서 애들이랑 연락했어. 네 취향도 조금 들었고.” 중현은 주문을 끝낸 뒤 메뉴판을 태휘에게 넘겼다. 태휘는 거의 없는 사람처럼 두고 강솔에게 계속 말했다. “같이 밥 먹은 지 오래돼서 지금 입맛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더라.”강솔은 바로 반박했다.“지안이 데리러 왔던 날 같이 먹은 건 밥도 아니었나?”강솔이 사정없이 받아쳐도 중현은 화가 나기는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함께 지낸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중현은 강솔이 아무에게나 함부로 말하거나 쏘아붙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강솔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는 건 적어도 중현 앞에서는 자신을 꾸밀 필요가 없다는 뜻처럼 느껴졌다.“그날 사람 많았고, 너는 모든 메뉴 조금씩 먹었잖아.” 중현은 사람을 세세하게 보는 편이었다. “뭘 좋아해서 먹은 건지, 그냥 맛만 본 건지 모르겠더라.”강솔은 미간을 좁힌 채 중현을 바라봤다.중현이 시선을 마주했다. “왜?”강솔은 입을 열었다가 결국 짧게 끝냈다. “아무것도 아니야.”‘당신이랑 같이 있으면 CCTV 하나 옆에 둔 것 같아. 무서워라.’다시 생각해 보면 중현이 기억을 잃은 뒤 지금까지 강솔에게 잘못한 일은 없었다. 지안을 데려왔을 때도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알린 건 맞지만, 결국 아이를 강솔의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줬다.지금의 중현은 과거의 기억도 없으면서 강솔이 뭘 좋아하는지 알아보려고 애쓰고 있었다.주변 사람들이 온갖 말을 주입하는 상황에서도 다시 강솔을 믿었다.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살핀 태휘는 핑계를 하나 만들어서 자리를 비켰다. 둘만의 시간을 남겨 준 셈이었다.“솔아.” 중현이 불렀다.강솔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59화

    태휘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유치하게.’‘나이가 몇인데.’“뭘 멍하니 있어? 얼른 가.” 진환식이 재촉했다.“솔이랑 저녁 약속 있습니다.” 태휘가 설명했다. “조금 있다 가겠습니다.”“점심도 안 먹었는데 뭐가 급해.” 진환식은 방금 태휘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은 탓에 더 언짢았다. “갔다가 저녁때 다시 와.”태휘가 되물었다. “정말 제가 가길 바라십니까?”진환식이 바로 반박했다.“뭘 또 확인해?”“오늘 종일 고모 피해서 다니셨다면서요?” 태휘는 체면을 봐주지 않고 바로 짚었다. “예전에 크게 앓아 입원했던 일 물어볼까 봐 그러신 겁니까?”진환식은 바로 정신이 번쩍 들어 태휘를 노려봤다. “안에서 뭐라고 했어?”“별말 안 했습니다.” 태휘는 장기판의 말을 하나씩 정리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제가 아는 건 고모도 다 압니다. 고모가 어떤 분인지 할아버지가 제일 잘 아시잖습니까.”진환식은 마음이 복잡해져 말없이 서 있었다.짧은 사이 머릿속으로 온갖 상황을 상상한 끝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숙이... 뭐라고 안 했어?”태휘는 더 불안하게 만들지 않았다. “네.”진환식이 생각하지도 못했다.“진짜?”태휘는 다시 답했다.“네.”진환식의 팽팽하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사실 강정숙을 피한다기보다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는 게 맞는 말이었다. 딸이 자기 일을 끝까지 조사하려 들까 봐 두려웠고, 자신에게 더 실망할지도 겁이 났다.이미 오래전에 충분히 실망했을 텐데도 그랬다.“장기 더 두시겠습니까?” 태휘가 정리한 판을 가리켰다. “안 두시면 저 먼저 가겠습니다.”진환식은 태휘를 빤히 바라봤다.태휘는 그 눈빛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진환식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너 방금 저녁에 솔이랑 밥 먹는다고 했지?”“네.”태휘는 사실대로 답했다.“왜 둘이 밥을 먹어?” 진환식은 전에 강솔에게서 중현도 단아 일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게 떠올랐다.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너 말고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58화

    중현은 강솔이 도현에게 이용당할까 걱정해 늘 거리를 두라고 여러 번 말했다.지금 보니 단아가 떠났는데도 도현이 저렇게 차분한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단아가 떠나든 말든 상관없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일을 꾸미는 건지 알 수 없었다.“솔아.” 태휘가 불렀다.강솔은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왜요?”태휘는 J시에서 중현에게 약속했던 일을 떠올렸다. 한참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 시간 있어?”“네.” 강솔은 별생각 없이 답했다. “왜요?”“같이 밥 먹을래?” 태휘는 이유를 숨기지 않으려 했다.강솔이 바로 그 제안을 받았다.“좋아요.”태휘는 잠깐 말이 없다가 사실대로 말했다. “하중현도 와.”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이제 강솔은 중현을 만나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현이 나타난다고 해서 감정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고마워.” 태휘가 진심으로 말했다.돌아오는 길 내내 태휘는 강솔이 중현 때문에 식사 자리를 거절하면 어떤 식으로 중현에게 설명할지 고민했다.당시에는 단아의 상황이 워낙 급해 다른 것까지 따질 여유가 없었다.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두 사람은 뒷마당에 도착했다.태휘 곁에 누군가 함께 오는 걸 본 진환식은 반가움이 올라오려 했다. 하지만 바로 옆 사람이 단아가 아니라 강솔이라는 걸 알아보고 감정이 복잡해졌다.잠깐...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었다.“태휘 왔구나.” 여윤재가 장기 말을 내려놓았다. “와서 네 할아버지랑 한 판 둬라. 오전 내내 져서 기운 빠지신 것 같다.”진환식은 바로 반박했다. “누가 오전 내내 졌어? 둘 다 두 판씩 이겼잖아. 그게 어떻게 내가 진 거야!”“단아 일 물어보고 싶으신 거 아닙니까?” 여윤재는 두 사람에게만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낮췄다. “태휘가 회장님 기분이 안 좋은 줄 알면 대답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겁니다.”진환식은 머리를 굴렸다.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네가 한 판 둬.” 여윤재는 자리에서 일어나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57화

    강정숙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는데도 두 오빠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예전과 똑같았다.“어제 일은 감사했습니다.” 태휘가 진심을 전했다.강정숙이 물었다. “넌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할아버지의 마음과 몸 상태를 잘 챙기고,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막는 게 먼저입니다.” 태휘는 이미 충분히 고민해 둔 상태였다. “과거 일은 할아버지가 더 파고들고 싶어 하지 않으시면 당분간 묻어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강정숙은 태휘의 눈을 보며 물었다. “네 할아버지 때문이야, 아니면 네 아버지 때문이야?”태휘는 솔직하게 답했다. “할아버지 때문입니다.”예전에 태휘도 강솔처럼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지만, 진환식이 태휘에게 직접 더 조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진환식은 이 일이 온 집안과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진씨 집안이 다시 싸움에 빠지는 것도 싫어했고, 추측으로만 남아 있는 일을 진짜 사실로 눈앞에서 확인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진무천 쪽에서 직접 인정한 적도 없고, 태휘 쪽에도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 모든 것은 아직 추측에 머물러 있었다.정말 사실로 확인되면 진환식에게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었다.의심과 확정된 사실은 받아들여지는 무게가 달랐다.강정숙은 짧게 대답하고 더 말하지 않았다.진환식 본인이 더 알아보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이라면 진씨 집안에서 쫓겨난 딸인 강정숙도 굳이 깊게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 태휘가 말한 대로 주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같은 일이 자기 눈앞에서 반복되지 않게 막는 정도면 됐다.“아버지는 뒷마당에서 여윤재랑 장기 두고 있어.” 이야기가 끝나자 강정숙이 화제를 바꿨다. “요즘 네 얘기 자주 했어. 네가 돌아온 거 알면 좋아하실 거야.”태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가 보겠습니다.”“응.”강정숙은 대답했다.태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J시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강솔을 바라보는 표정에는 무언가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56화

    “별일이네요.” 여윤재는 진환식과 있으면 말이 유난히 짓궂어졌다. “일부러 저를 부르셔서 장기를 다 두자고 하시고.”진환식은 체면을 세웠다. “네가 솔이 아빠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 대접이나 해 줄 것 같아?”여윤재도 지지 않았다. “제가 솔이 아버지인 걸 오늘 처음 아십니까?”“둘 거야, 말 거야.” 진환식은 말로 이길 수 없자 바로 화제를 돌렸다.“두겠습니다.”여윤재는 장기 말을 움직이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아까 태휘도 왔던데요.”진환식이 멈칫했다.“여자도 한 명 데리고 왔던데요.” 여윤재는 일부러 진환식의 반응을 살피며 덧붙였다. “여자친구입니까?”진환식은 또 멈췄다. 손에 든 장기 말을 놓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했다.“왜 그러십니까?” 여윤재는 알면서도 물었다.“잘못 본 거 아니야?” 진환식의 마음이 앞뒤로 흔들렸다.안으로 들어가면 강정숙과 마주칠 게 분명했다.그렇다고 안 들어가자니 태휘가 데려왔다는 단아가 보고 싶었다.“저랑 같이 왔습니다.” 여윤재는 그 부분만큼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못 믿으시면 태휘한테 전화해 보십시오. 지금 정숙이랑 거실에서 얘기 중일 겁니다.”진환식은 장기 말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왔냐?]태휘는 마침 거실에서 강정숙과 강솔에게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메시지를 보고도 답하지 않고 강솔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뒷마당에서 여 회장님과 장기 두고 계세요.” 강솔이 답했다.태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뒷마당?”강솔이 바로 설명했다.“엄마 피해서요.”태휘의 시선이 강정숙에게 향했다.‘피한다고?’의아해하던 때 핸드폰에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왜 답이 없어?]태휘는 메시지 대신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몇 번이나 울리고 거의 끊기려 할 때쯤 진환식이 받았다. [왜?]“지금 거실에서 고모와 얘기 중입니다. 이리로 오시겠습니까?”태휘의 말투는 평소처럼 담담했다.진환식은 한참 고민하다가 물었다. [단아 데리고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55화

    그날 저녁 식탁의 분위기는 평소와 전혀 달랐다.진환식은 처음으로 여윤재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윤재만 있다면 아무렇지 않게 화제를 그쪽으로 돌려 자기에게 쏠리는 관심을 줄일 수 있었다.하지만 아쉽게도... ‘그 녀석은 하필 오늘 일이 있어서 오지 않았네.’30분 뒤.저녁 식사가 끝났다.강정숙과 강솔이 입을 열기도 전에 진환식은 산책을 다녀오겠다는 말만 던지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예전과 너무 달라진 외할아버지를 보며 강솔이 강정숙에게 물었다. “엄마, 외할아버지 왜 저렇게 찔리는 사람처럼 행동하세요?”표현이 썩 적절하진 않았지만 진환식의 행동은 정말 그런 사람처럼 보였다.“내가 물어볼까 봐 그래.” 강정숙이 답했다.강솔이 바로 물었다.“겁나셔서요?”“응.”강정숙은 답했다. 오래전 일을 다시 말하면서도 마음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예전 그 일들 터지기 전엔 내가 유일하게 아버지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이었어.”“지금도 엄마만 외할아버지 말리실 수 있는 것 같아요.” 강솔은 최근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예전에는 나를 아껴서 내 말을 들었고.” 강정숙은 상황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 “지금은 미안하고 찔리니까 듣는 거야.”“엄마는요? 외할아버지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세요?”“특별한 감정은 없어.” 강정숙은 솔직했다. “여기 머물게 둔 것도, 병원에 데려간 것도 예전에 나를 키워 주고 가르쳐 준 은혜를 갚는 거야.”부녀 사이의 정은 이십여 년 전 이미 끝났다. 진환식이 허미정의 목숨으로 강정숙을 협박해 지분을 내놓게 하고, 두 사람 사이의 약속까지 어기며 딸을 진씨 집안에서 내보냈던 때였다.강솔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엄마에게 어떤 말로 위로를 건네야 할지 알 수 없었다.“예전에는 아버지랑 사이가 좋았어. 어릴 때부터 진무천이나 진우찬이 받는 건 나도 다 받았고, 어떤 때는 내가 더 귀염받기도 했지.” 강정숙이 처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결국 체면 때문에 다 무너진 거네요.” 강솔도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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