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도현은 메시지를 다 읽고 중현을 향해 눈을 들었다.중현이 알아채고 얇은 입술을 열었다.“왜?”“일부러 그랬어?”도현은 중현의 속을 꿰뚫으려는 눈으로 물었다.중현은 의아한 표정이었다.“강솔의 지분이 오늘 확정됐는데 주주총회는 딱 내일이네.”증거는 모두 외부 개입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됐다는 쪽이었다. 그래도 직감은 중현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우연일 수가 있나?’중현이 되물었다.“내가 뭘 얻는데?”도현은 입을 열었다가 끝내 말하지 않았다.기억을 잃기 전의 중현이었다면 더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그만두자.’“내일 잘 끝나면 네 말 믿을게.”도현은 뜻을 분명히 밝혔다. 실제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 믿지 않았다.“속였다면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어.”중현이 되물었다.“주주들 문제까지 내 탓이야?”“보통의 경우면 아니지. 그런데 원래 내 편이던 사람들까지 양도에 반대하면 누구 탓이겠어?”도현은 눈을 보며 말했다.중현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눈을 마주했다.“내가 원래 집안에서 도련님으로만 지냈다며. 그런데 주주들이 왜 내 말을 들어?”“형은 나 의심해?”도현도 아주 차분했다.“의심하는 건 아니고.”중현이 앞의 잔을 손으로 쓸었다. 검은 눈은 속을 알 수 없었다.“앞뒤가 맞지 않아서 짚어 주는 거야.”“복잡한 일이라 몇 마디로 설명 못 해. 내일 주주총회에 문제 안 생기기만 바라.”중현이 검은 눈으로 바라봤다.도현도 마주 봤다.“왜, 겁나?”“지금은 형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중현이 곧바로 지적했다. 강 비서에게 이미 모두 들었지만 연극을 이어 갔다.“지분 양도 계약서에 서명한 뒤로 예전처럼 나 걱정해 주던 형 같지가 않거든.”도현이 멈칫했다.중현이 눈을 들었다.“형...”“못 믿겠으면 지금이라도 취소해.”도현은 여전히 침착하고 점잖았다.“계약서 가져와서 찢게 해 줄까?”“필요 없어.”중현은 더 말하지 않았다.“물어본 것뿐이야.”
그날 저녁 식사하는 동안, 진무천은 내내 듣기 좋은 말만 했다. 겉으로만 보면 조카를 생각하는 더없이 좋은 외삼촌이었다.그러더니 이야기하다가 강정숙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역시 정숙이야.”강정숙을 보며 웃었다.“집 떠나서도 딸을 이렇게 잘 키웠잖아. 반년 만에 지분까지 도로 손에 넣고.”강정숙은 상대도 하지 않았다. 가식적인 사람에게 좋은 얼굴을 할 필요가 없었다.진무천이 술잔을 들었다.“자, 오빠가 한 잔 줄게. 우리 집안에 이렇게 훌륭한 아이를 키워 줘서 고맙다.”강정숙이 한번 봤다.진무천이 잔을 조금 들어 올렸다.“자.”강정숙은 술잔에 손도 대지 않았다.“우리 솔이는 진씨 집안을 위해서 키운 아이 아니야. 그냥 솔이 자신이지. 다음에는 생각 좀 하고 말해.”말이 떨어지자 모두가 조용해졌다.진무천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좋은 오빠, 좋은 외삼촌 흉내는 밖에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해.”강정숙은 진무천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 이미 틀어진 뒤에 관심 있는 척할 이유가 없었다.“우리한테는 안 통해.”진무천이 잔을 쥔 손에 갑자기 힘을 줬다. 강정숙을 보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았다.“흠흠.”진환식이 헛기침하고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말했다.“다들 그 정도만 하고 밥 먹자. 밥 먹어.”진무천은 입을 다물었다.‘내가 정숙이한테 저렇게 말했으면 아버지는 분명 정숙이 편을 들고 나만 혼내셨겠지.’식사 자리는 마치 살얼음판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진무천 혼자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 있었다.그의 말과 행동은 강정숙과 강솔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못했다.식사 뒤 진무천은 진환식과 몇 마디 나누고 떠났다. 1분도 더 머물 수 없었다.강정숙을 은근히 비꼬려 했는데 강정숙은 예전 성격 그대로였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고 했는데, 강정숙은 더 세게 받아쳤다.“열 받아 죽겠네!”진무천이 차 안에서 욕했다.도엽이 솔직하게 말했다.“지분은 이미 강솔한테 넘어갔어요. 할아버지 앞에서 더 잘 보이려고 하실 필요
신동과 강솔은 입을 다물었다.홍일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딱히 반박할 수도 없었다.홍일이 무언가 더 말하려는데 신동의 핸드폰이 울렸다.아버지 신명호였다.신동이 전화받았다. 차의 블루투스 스피커로 소리가 나왔다.“무슨 일이세요?”[강솔이 집안에서 지분 받았다며.]핸드폰 너머에서도 신명호의 엄한 태도와 감정이 들렸다.[넌 언제 돌아올 거냐?]신동이 담담히 답했다.“그 질문 전에 지난번에 답 안 하신 것부터 대답하셔야 하지 않나요?”신명호가 입을 다물었다.신동은 재촉하지 않았다.급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내일 만나러 갈 테니 장소는 네가 정해.]신명호가 결국 물러섰다.더 미루면 신씨 집안의 경영권이 작은집 쪽으로 넘어갈 것을 잘 알았다.그쪽 손에 들어가면 처지가 몹시 곤란하고 나빠질 것이다.신동이 차 안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아가씨, 괜찮으세요?”“응.”강솔이 답했다.신동이 신명호에게 말했다.“좋습니다.”신명호는 어리둥절했다. 바로 상황을 눈치챘다. 표정이 나빠지고 목소리도 차가워졌다.[나랑 하는 통화를 남도 같이 듣고 있었어?]신동은 답 대신 전화를 끊었다.신명호가 화가 나서 메시지를 몇 개 보냈다. 신동은 집에 도착해 주차한 뒤에야 봤다.[제정신이냐? 강솔이 들으면 안 되는 말을 했으면 어쩔 뻔했어?][집안 비밀이라도 이야기했으면 어떡할 거냐.]신동은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좋은 말은 하나도 없었다.“전화 안 하셔도 됩니다. 지금은 아가씨 경호원으로 일하고 있고, 근무 중에 제가 뭘 하는지는 아가씨도 아실 권리가 있어요.”신명호는 듣고 화가 잔뜩 났다. 몇 마디 욕하려다가 나중에 강솔의 도움도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에 끝내 삼켰다.신동은 신명호의 생각에 관심이 없었다.목적은 하나였다. 신명호에게서 지분을 받고 어머니의 지분도 되찾는 것이었다.나머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아버지가 없는 것과 같았다.강솔은 신동이 들어올 때 달라진 기분을 보고 물었다.“만날
강솔이 웃었다.바라던 것을 손에 넣었다.참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그럼 아가씨는 분기마다 JX그룹 배당도 받으시겠네요?”홍일은 늘 엉뚱한 곳에 관심을 뒀다.“통장 잔고가 쑥쑥 늘어난다는 뜻 아닌가요?”“아니.”강솔이 답했다.홍일이 반박했다.“맞잖아요.”강솔이 짚어 줬다.“그 지분 돈 주고 산 거 잊었어? 수백억이나 들었잖아.”홍일이 멈칫했다. 그제야 생각났다.곧이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왜 사야 해요? 그냥 주면 안 돼요? 그 지분 갖고 있던 사람들은 벌써 원금도 다 벌었을 텐데요.”“그냥 그런 거야.”강솔은 이제 신경 쓰지 않았다.원래 엄마에게 속했던 지분을 가져왔다는 것만 알았다.그만큼 성장했다.이제 누군가의 협박을 받을 필요도, 돈 때문에 곤란해질 필요도 없었다.“그런데 별로 기뻐 보이지 않으세요?”홍일이 고개를 돌려 달라진 기분을 알아챘다.강솔은 두 사람에게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옛날 일이 생각나서.”신동이 바로 알아들었다.“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이요?”“응.”강솔이 답했다.“저 좋은 생각 났어요.”홍일이 말했다.“뭔데?”“불러서 돈으로 때려요.”홍일은 진지했다.“아가씨가 던지시면 제가 주울게요.”강솔은 말문이 막혔다.속셈이 빤히 보여 망설임 없이 지적했다.“때리겠다는 건 핑계고 돈 줍고 싶은 거잖아.”홍일이 다시 물었다.“보고 싶으세요?”기계처럼 감정 없는 말투였다. 저녁 먹고 싶은지 묻는 것만큼 단순하게 들렸다.‘보고 싶나?’강솔은 머릿속으로 생각해 봤다.자신도 몰랐다.다만 의강소프트웨어의 과업을 완수하고 지분을 얻은 뒤로 마음이 어느 때보다 든든했다.만약 중현이 예전에 했던 그 말을 다시 꺼낸다면...결혼한 5년 동안 한 푼도 벌지 않은 강솔에게, 자신이 번 돈의 절반을 왜 나눠 줘야 하느냐던 그 말 말이다.이제 강솔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의강소프트웨어에서 벌어들인 수익과 투자로 일군 재산을 중현의 눈앞에 내놓을 수 있었다.그리고 당당하게 반박할 수
강솔은 손에 든 자료를 다시 훑어봤다.영재가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누나는 달라. 누나는 최대 주주잖아. 저 사람들이 자기들 약점을 누나가 쥐고 있다는 걸 알고, 누나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게 될 정도의 힘이 있는 문서지.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하고.”“고마워.” 강솔이 말했다.“그럼 이거 투자금으로 쳐줘도 돼?” 영재가 물었다.강솔은 잠깐 멈췄다가 뜻을 알아차렸다. “뭘 원하는데?”영재는 밝으면서도 느긋하게 웃었다. “든든한 뒷배.”강솔이 눈썹을 들었다.“누나가 내 뒷배가 돼주면 나도 H시에서 어깨 좀 펴고 다닐 수 있잖아.” 영재는 꽤 진지했다. “그럼 큰아버지도 나 함부로 못 하고, 도엽이 형은 부러워만 해야 할 걸?”“나를 그렇게 믿어?” 강솔은 조금 의외였다.“여기저기서 막는 상황에서도 집안 과제를 끝까지 밀어붙였고, 공부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투자한 회사까지 상장시켰잖아.” 영재는 늘 강솔이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해도 빠르고, 상황 판단도 정확하고, 보는 눈도 있어.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뭔데?” 강솔이 물었다.“너무 세.” 영재는 장난이 아니었다. “너무 강하게만 버티면 언젠가는 부러질 수도 있어.”벽에 기대 있던 신동이 그 말을 받았다. “부러질 정도라면 아직 덜 단단한 겁니다. 매우 단단하면 누구도 꺾지 못합니다.”영재는 잠깐 생각해 보더니 인정했다. “그 말도 맞네.”“그래도 누나는 아직 완전히 단단해진 건 아니야.” 영재는 강솔을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다. “제대로 자리 잡기 전까지는 누가 뒤통수치지 못하게 조심해.”“알아.” 강솔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은 여러 사람이 강솔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한 발만 잘못 디뎌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터질 수 있었다.여기까지 오는 데 오래 걸렸다. 엄마의 지분을 손에 넣기까지도 쉽지 않았다. 강솔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빈틈을 내줄 생각이 없었고, 웃음거리가 될 생각은
그 뒤로 이틀이 흘렀다.강솔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며 JX그룹 관련 자료를 다시 정리하고 익혔다. 지분 이전이 완전히 마무리되면 곧바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그날 오전.강솔은 평소처럼 한욱에게 전화를 걸어 영재의 상태를 물었다.“이제 안정됐습니다.” 한욱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방금도 고기를 꽤 많이 드셨습니다.”수화기 너머로 영재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한욱아. 네 상사 욕을 뒤에서 하는 건 별로 안 좋은 습관 아니냐?”“뒤에서 한 게 아니라 대표님 앞에서 말씀드린 겁니다.”“그게 더 나쁜 거 아니야?”강솔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강솔은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강정숙에게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홍일 일행과 함께 집을 나섰다. 이유가 어떻든 영재는 강솔에게 사과하고 지안에게 잘못한 일을 갚겠다며 일부러 망고까지 먹었다. 강솔도 이제는 분명한 답을 줘야 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영재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강솔을 본 영재는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며 말했다. “누나, 딱 10분만 기다려 줘. 이 판 이겨야 등급 올라가.”“그래.” 강솔은 기다렸다.10분 뒤.영재는 게임에서 졌다.핸드폰을 옆으로 툭 던진 영재가 혀를 찼다. “재미없네. 안 해.”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이 없어졌다.“누나, 나 보러 일부러 온 거야?” 영재는 아직 환자복을 입고 있었지만 말투와 태도는 평소 그대로였다.“응.”영재는 턱을 괴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이제 나 용서했다고 생각해도 돼?”“그래도 돼.” 강솔은 말을 돌려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내가 그랬지. 남한테 빚진 건 똑같이 갚는 게 제일 빠르다고.” 영재는 한욱을 바라보며 자신이 아주 현명한 결정을 했다는 듯 말했다. “이제 믿겠냐?”“그 짓 두 번만 더 하시면 진짜 저승 가십니다.” 한욱의 말 속에는 뼈가 있었다.“너 말 좀 좋게 못 해?”“사실만 말씀드렸습니다.”영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