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도승상께서 조정의 정사를 잘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도승상이라… 소우연은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 상운국 최초로 조정에 발을 들인 여인이었다.소우연은 목이 메어왔다. 그녀가 사람들을 향해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다들 앉거라. 마침 식사 중이었으니, 이리 와서 함께 들거라.”“예.”모두 자리에 앉자 소우연도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이육진과 용강한이 동시에 그녀의 그릇에 반찬을 집어 주었다.“할마마마, 할바마마! 나중에 윤이 누나랑 현이 형이 오면 저희 다 같이 두 분께 재주를 보여 드릴게요.”소우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가에 맺힌 눈물이 작은 별무리처럼 반짝였다.그녀가 손짓하자 소유와 소록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우연의 양옆으로 다가왔다. 두 아이는 생긋 웃으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정말 좋은 생각이구나. 그때가 되면 너희에게 줄 선물도 따로 준비해야겠어.”“저흰 선물 필요 없어요. 그저 할바마마와 할마마마, 그리고 용 대인께서 계속 저희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요.”계속 곁에 있어 준다라…안타깝게도 그것은 그저 바람일 뿐이었다.이육진이 소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영리하기도 하지. 너희 어미를 쏙 빼닮았구나.”“그럼요! 저는 어마마마를 닮았을 뿐만 아니라 할마마마도 닮았는걸요.”아이들의 풋풋한 목소리와, 언제나 생기 넘치고 동경으로 가득 찬 말들을 들으니 소우연의 마음은 무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흐뭇해졌다.*저녁 식사 후.사람들은 용강한의 안부를 물은 뒤 아이들을 데리고 물러갔다. 지금의 용강한은 모름지기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이육진은 소우연의 곁을 지키며 용강한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용강한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엔 심국공부터 위 장군까지 다 왔으니, 저희는 정말 이대로 죽을 작정인가 봅니다.”“죽긴 왜 죽는다고 그러세요. 그런 소릴 꼭 입 밖에 내야겠어요?”소우연은 얼굴을 붉히며 화난 척 했다.용강한과 이육진이 동시에 손을 뻗어 그녀를 달랬다. “그래, 알았
사흘 뒤.용강한은 마침내 그림을 완성했다. 그의 몸은 나날이 쇠약해졌고, 소우연은 옷조차 갈아입지 못한 채 곁에서 지극정성으로 그를 돌보았다.그녀는 초췌해진 그의 모습을 보며 수십 년 전, 용강한이 천도의 부작용을 겪었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그녀는 오직 그가 살아나기만을 바라며 한 가닥 희망에 매달렸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가슴속에 애처로움과 슬픔이 가득한 가운데, 차라리 더는 억지로 버티지 말고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그렇게 생각하던 중, 용강한이 다시 거친 기침을 터뜨리며 피를 토했다. 이번에는 숨길 새도 없이 피가 안개처럼 뿜어져 나와 소우연의 옷가지까지 붉게 적셨다.“오라버니…”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의 맥을 짚었다. 맥상만으로도 그가 억지로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이렇게 억지로 버티는 삶을 대체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단 말인가?“난 괜찮으니, 연아 걱정하지 말거라.”용강한은 품에 안긴 그녀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가슴을 짓누르는 극심한 통증을 참아 내면서도 그는 그녀를 다독였다. 끝내 소우연의 눈물이 툭툭 떨어져 내렸다.이미 숨이 다하고 기름이 말라 버린 듯한 지경인데도, 그는 여전히 자신을 걱정하는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다.생각을 하며 그녀는 자신이 직접 만든 다과 하나를 꺼내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알고 있어요.”그녀는 그의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내고는 두 손으로 용강한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전 정말 아무것도 재지 않을 거예요. 오라버니에게 잘해주고, 오라버니 곁에 꼭 붙어 있을 거예요. 폐하를 사랑하듯, 그렇게 대담하게 오라버니를 사랑할 거예요.”그녀는 그의 얼굴을 받쳐 든 채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맑은 눈물이 눈가에서 흘러내렸고, 용강한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온 힘을 다해 그녀의 체온을 온몸으로 느꼈다.날이 점차 저물어 갔다.산후조리 중인 이영을 제외하고, 이육진과 이천 등 일행이 잇따라 용부에 도착했다. 용강한의 건강이 갈
그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렁이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두 번 내더니, 앞발로 문을 미는 소리가 났고 다음 순간 방 안으로 훌쩍 뛰어 들어왔다.누렁이는 소우연과 용강한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가더니, 담이를 보려는 듯 펄쩍펄쩍 뛰어올랐다.소우연이 담이를 조금 낮게 안아주며 말했다. “누렁이도 우리 담이가 보고 싶었니? 앞으로 네가 삼촌처럼 우리 담이를 잘 지켜줘야 해, 알겠지?”“멍, 멍, 멍!”소우연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알겠다고 대답한 걸로 생각하마.”“멍, 멍, 멍!”누렁이는 짖으면서 제자리를 맴돌더니, 소우연의 발치에 앉아 천천히 엎드렸다.이육진은 방에 들어오기 전 참지 못하고 기침을 몇 번 내뱉고서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문을 닫고는, 들고 온 가을 들꽃 몇 송이를 방 안의 화병에 꽂았다.용강한은 그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방금 연이가 한 질문에 전하께서 한번 대답해 보시지요.”이육진은 무슨 질문인지 궁금해하며 물었다. “무슨 질문이었습니까?”소우연이 담이를 이육진에게 건넸다. “안고 계세요. 팔이 좀 뻐근해서요.”이육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담이를 받아 안았다. 새근새근 자고 있던 담이가 눈을 떠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그가 기뻐하며 말했다. “방금 담이가 눈을 떠 나를 보았구나!”용강한이 말했다. “어서 이리 보여주십시오.”이육진은 얼른 담이를 안고 용강한에게 보여주었다.소우연은 담이를 안느라 뻐근해진 팔을 주무르며 일어나 아이를 어르러 갔다.담이는 입술을 오물거리기도 하고, 혀를 날름거리기도 했다.소우연이 아이를 어를 때면 담이의 시선이 그녀를 따라 움직였는데, 그 모습이 더없이 사랑스러웠다.담이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모습은 진이와도 닮아 있었고, 소우연과도 어딘가 닮아 있었다. 용강한은 서둘러 붓을 들어 담이의 눈과 표정을 화선지에 담아냈다.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용강한이 입을 열었다. “다 됐습니다.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이육진이 담이를 안고
“근데 그림에 더 그릴 자리가 있나요?” 소우연이 물었다.용강한의 시선이 화선지에 머물렀다. “그릴 수 있다. 다만 조금 비좁을 테지.”“어디 한 번 볼게요…” 소우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용강한에게 다가갔다.화선지는 탁자만큼이나 컸다. 그 안의 인물들은 용강한의 붓끝에서 살아 숨 쉬듯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마치 구리 거울에 비친 모습보다 더 선명할 정도였다.용강한이 그림 속 빈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윤이와 아이들은 나와 폐하 곁에 서게 하면 된다. 다만…”“왜 그러세요?”“다만 그림으로 보았을 때, 소유와 소록, 그리고 담이까지 모두 우리 품에 안겨 있는데, 윤이와 영이만 조금 겉도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되는구나.”소우연이 픽 웃음을 터뜨렸다. “겉돌긴요. 오라버니가 아이들을 다 그려 넣어 주시면, 그걸로 그 아이들에겐 충분한 징표가 될 거예요.”그 말을 내뱉자마자, 소우연은 순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기침을 몇 번 쏟아냈다.용강한이 황급히 일어섰다. 그녀를 대신해 담이를 안아주고 싶었지만, 자신은 두꺼운 옷을 껴입은 데다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기에 태어난 지 열흘 남짓밖에 안 된 어린 담이가 견뎌내지 못할 것이 뻔했다.“연아, 괜찮으냐?”소우연은 간신히 기침을 멈추고는 용강한과 품에 안긴 담이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전 괜찮아요. 어서 그리세요.”“그래.”소우연은 얼른 담이를 안고 다시 탑상에 가서 앉았다. 그녀는 용강한의 한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어린 담이는 달랐다.용강한은 다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우연의 상념은 이미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용강한의 병세가 저리도 깊고, 그녀와 이육진의 몸도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고 있었다…이천은 용강한의 제자였다. 흠천감의 감정이자, 상운국을 다스렸던 섭정왕이었으니, 그는 분명 알 것이다. 이 그림이 작별을 고하는 것이며, 자신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징표라는 것을 말이다.이천도 알고, 영이와 진이, 정연을 비롯한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생각이 꼬리
용강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배웅했다.두 사람이 방문을 나서자마자, 따뜻한 차를 들고 방으로 들어서던 경문 앞에서 용강한이 왈칵 피를 토해냈다.“대인!”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가온 경문이 황급히 용강한의 등을 두드렸다. “대인, 상태가 너무 안 좋으십니다. 정말 마마께 말씀드리지 않으실 겁니까?”용강한은 고개를 저었다. “연이에게 말해봤자 걱정만 끼칠 뿐이다.”이 세상에 억지로 머물기 위해, 그의 몸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다.“하지만 나중에 마마께서 아시게 되면…”“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그가 경문을 향해 경고하는 눈빛을 보냈다. “만약 감히 이 일을 연이에게 누설한다면,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용강한은 깊게 심호흡을 한 뒤, 경문을 보며 말했다. “나는 조만간 떠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누렁이는 네게 맡기마.”“대인…”경문은 그가 이런 약한 소리를 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다. 이런 위급한 상황을 이미 수없이 겪었지만, 매번 그는 기적처럼 위기를 넘기지 않았던가?경문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인, 분명 좋아지실 겁니다. 반드시 살 방도가 있을 겁니다.”살 방도라… 그래, 그 역시 기적과도 같은 전환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 세 사람의 바람대로 될지, 아니면 작가의 뜻대로 될지는 알 수 없었다.그는 단 한 번도 요행을 바라는 도박꾼의 심정이었던 적이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하는 셈이었다.그 작가란 자는… 이제는 꿈에 나타나지도 않아,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보름 뒤. 소우연은 이시현을 안고 용부로 향했다.용강한은 조그만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차마 만지지 못하고 손을 거두었다.“오라버니, 아이 발을 한 번 만져보세요. 포대기에 꽁꽁 싸여 있어서 감기에 걸리진 않을 겁니다.”용강한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담이의 작은 발이 있는 곳을 톡톡 건드렸다. 꼬마 녀
“폐하, 백일이 비록 길긴 하지만, 제가 매일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어드리겠습니다. 궁금하신 게 있으면 뭐든 다 말씀드릴 테니, 지루하지 않으실 겁니다.”“그래, 알겠어.”이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침상으로 걸어갔다.아이를 낳는 일은, 낳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죽을 만큼 아파서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하지만 막상 낳고 나니 통증이 한결 가셨다.다만, 겉으로는 무척 강인한 척했지만, 실제로는 온몸의 기력이 절반 넘게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머니의 당부대로, 기혈을 회복하기 위해 푹 쉬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소우연과 이육진은 저택을 나선 뒤, 다정하게 손을 잡고 용강한의 저택인 용부로 향했다.두 사람이 용강한의 본채로 들어섰을 때, 용강한은 의자에 반쯤 기대어 앉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산모와 아이 모두 무사하다니. 연아, 너도 고생 많았구나.”“처음엔 아프다며 안 낳겠다고 소리를 지르더니, 막상 낳고 나서는 제가 말리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침상에서 내려오려 했답니다.” 소우연이 웃으며 대답했다.그 옛날, 자신이 이천과 이영 남매를 낳을 때 죽을 고비를 넘기며 오랫동안 요양한 끝에야 겨우 기력을 회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나마 진이를 낳을 때는 회복이 조금 빨랐었다.“어쩌면 우리가 자리를 뜨자마자 벌써 침상에서 내려왔을지도 모릅니다.” 이육진이 거들었다.“초운이와 정연이가 곁에 있으니, 그리 무모하게 굴지는 못할 것입니다. 제 몸은 자기가 아껴야지요. 적당히 몇 걸음 걷는 것쯤이야 별일 없을 테고요.”소우연과 이육진이 다가가자, 용강한이 몸을 돌려 나무 상자 하나를 꺼내 소우연에게 건넸다. “때가 되면 나를 대신해 이 상자를 담이에게 전해주어라.”“알겠습니다.” 소우연은 상자를 받아 이육진에게 건넸다.“그러고 보니, 담이가 태어난 지금, 우리 세 사람이 너무 가난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용강한이 준비한 선물은 순금으로 만든 작은 뱀 장식이었다. 그가 일찍부터 준비해 둔
이영도 심초운과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얼마나 많이 흔들렸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가끔 이런 짓까지 한 우리가 너무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구나.”이영의 말에 심초운이 대답했다.“너무한 건 없습니다. 연희와 경장명 그자의 혼약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연희의 참 인연이 형님이 아니라고 해도 절대 경장명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심초운의 부모님, 그리고 황태후와 태상황에 이어 주익선의 부모님까지, 그들은 전부 일부일처를 고집하여 왔으며 평생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부
이튿날, 경문과 이천은 말을 달려 운불사에 당도하였다.달리는 내내, 이천의 가슴 속엔 설명할 길 없는 불길한 예감이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큰일이 아니고서야, 사부님께서 경문을 보내어 자신을 부를 리 없었다.“사부님.”이천은 용강한의 얼굴을 보자 안절부절못한 채 입을 열었다.“이영 누님은 사부님께서 누님 때문에 경성을 떠나셨다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용강한은 조용히 응하였다.“그 일은 이미 심초운에게 부탁하였다. 그 아이가 영이를 잘 달랠 것이다.”“경성을 떠나신 것이 누님 때문이 아니라면…”이천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이육진을 떠올리자, 소우연의 가슴 한켠이 은근히 저려왔다. 그가 두 사람의 인연을 받아들이겠노라 말하긴 했지만, 그 말이 모든 것을 지워주지는 못했다. 미안함은 여전히 얇은 그림자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용강한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보따리를 풀어 수통과 몇 가지 다과를 꺼내 가지런히 늘어놓았다.“이 야명주는 마계를 떠날 때 챙겨온 것이긴 하나, 폐하의 물건은 아니다.”담담한 설명에 소우연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어디서 난 건가요?”“혼돈에게서 얻은 것이란다.”순간 소우연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혼돈이라
“그렇지. 이 모든 것은 공적에 따른 보상이다. 인간 세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자가 있다면, 내 직접 그자를 멸하리라.”이육진의 음성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기 장로가 숨을 고르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마계를 나갈 수만 있다면… 마존께서 품행이 단정한 자들을 인간 세상에 정착하게 하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마계는 줄곧….”“인간과 마족은 본래 양립할 수 없는 존재다.”이육진이 단호히 말을 끊었다.“마족은 타고난 힘이 강하고 수련 또한 용이하다. 인간 세상에 나가면, 자신보다 약한 자를 억누르고자 하는 자가 반드시 생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