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독살 누명을 쓰고 냉궁에서 죽어가던 정왕비 담예린의 몸에 현대 외상외과 의사 오세경이 빙의했다. 남편 주경헌은 사랑하는 첩의 말만 믿고 그녀에게 의원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눈을 뜬 예린은 더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을 살린 그녀는 버려진 환자들을 치료하며 천하를 뒤흔들 명의로 거듭난다. 그 앞에 나타난 냉혹한 진양대군 주무결. 그는 그녀의 의술을 믿고 목숨까지 맡긴다. 한편 버린 아내가 자신 없이 빛나기 시작하자 정왕의 후회는 광기로 변한다. “돌아와라. 네 자리는 내 곁이다.” 예린은 차갑게 웃었다. “전하께서 버리신 건 왕비가 아니라, 다시는 가질 수 없는 저입니다.” 그녀가 살린 목숨들이 왕실의 거짓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첩은 마지막까지 그녀의 손에 피를 묻히려 한다.
Lihat lebih banyak“커헉……!”
죽은 정왕비의 몸에서 눈을 뜬 순간, 오세경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목구멍을 틀어막고 있던 뜨거운 액체가 터져 나오자 숨이 턱 막혔다. 세경은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었지만, 팔다리는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고 명치 아래에서는 장기를 비틀어 짜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마마! 제발 정신을 차리세요!”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울부짖었다. 젖은 수건이 입가를 훔쳤고, 작은 손이 등을 두드렸지만 세경은 한동안 제대로 숨을 들이마시지 못했다.
겨우 기침이 잦아들었을 때 그녀의 눈앞에 들어온 것은 수술실의 흰 천장이 아니라 검게 그을린 서까래였다. 낡은 휘장 사이로 등잔불이 흔들리고, 창호지 너머에서는 비가 처마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어디지?
분명 조금 전까지 대학병원 외상센터의 수술실에 있었다.
서른셋의 외상외과 전문의 오세경은 교통사고 환자의 출혈을 막기 위해 수술대 앞에 서 있었다. 마취과 의사가 혈압이 떨어진다고 외쳤고, 세경은 출혈 부위를 확인하려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천장의 조명이 길게 번지더니 귓속을 울리던 기계음이 갑자기 멀어졌다.
그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몸은 낯설 만큼 가벼우면서도 지독하게 아팠다. 손끝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혀에는 쓴 약 냄새가 진득하게 남아 있었다.
“마마, 소인이 보이십니까? 복단입니다. 제발 한 번만 말씀해 주세요.”
울먹이는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열아홉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낡은 치마저고리의 소매는 피로 얼룩져 있었고, 눈물에 젖은 얼굴에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흔적이 역력했다.
“여기가…….”
입을 여는 순간 세경은 또 한 번 놀랐다. 자신의 것보다 훨씬 가늘고 여린 목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정왕부 별채입니다, 마마.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정왕부. 별채. 마마.
그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맞물리는 순간, 누군가 뜨거운 쇠꼬챙이로 관자놀이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붉은 혼례복을 입은 사내가 보였다. 혼례 첫날밤에도 신부의 침소에 들지 않았던 남자. 눈 내리는 정원에서 다른 여자의 어깨를 감싸 안고 있던 남자. 그리고 차가운 대청에 무릎을 꿇은 아내를 내려다보며 경멸하던 눈빛.
담예린. 스물한 살의 정왕비.
정왕 주경헌과 혼인한 지 삼 년이 되었지만, 남편의 사랑을 단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여자였다.
세경은 숨을 삼켰다. 이것은 자신의 기억이 아니었다. 어떤 장면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생생했지만, 어떤 장면은 중간이 찢긴 그림처럼 비어 있었다. 다만 그 기억마다 한 사내를 향한 애정과 처절한 절망이 묻어 있었다.
내가…… 이 여자의 몸에 들어온 건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세경은 곧 그 생각을 밀어냈다. 지금은 빙의의 이유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의식을 되찾은 직후부터 복통과 구역질이 이어지고 있었고, 빠르고 약하게 뛰는 맥박과 차갑게 식은 피부는 결코 가볍게 볼 상태가 아니었다.
그녀는 침상 아래에 흩어진 사기 조각을 발견했다. 깨진 사발 안쪽에는 검은 약물이 들러붙어 있었고, 바닥에는 토해 낸 피가 넓게 번져 있었다.
“복단…… 내가 무엇을 먹었니?”
“탕약을 드셨습니다. 내의원에서 내려보냈다는 약이었는데, 두 모금도 채 넘기지 못하시고 쓰러지셨어요.”
“언제부터 먹었어?”
“사흘 전부터입니다. 처음에는 몸을 보하는 약이라고 했는데, 드실 때마다 배가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세경은 복단에게 그동안의 증상을 하나씩 물었다. 약을 먹은 뒤 손이 떨리고 속이 뒤틀렸다는 말, 약을 거른 아침에는 잠시 기운을 차렸다는 말이 이어졌다.
반복해서 약을 복용한 뒤 증상이 악화되었다면 약 자체를 의심해야 했다. 그러나 어떤 물질이 들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이상 독의 종류를 단정하거나 섣불리 다른 약으로 해독을 시도할 수는 없었다.
“그 약은 다시 가져오지 마. 남은 약과 사발 조각은 따로 보관하고, 다른 사람이 손대지 못하게 해 줘.”
복단은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억울함을 인정하는 순간, 설미주의 거짓말은 사실이 될 것이다. 그러나 복단의 목에 닿은 칼날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예린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차가운 돌바닥이 무릎에 닿았다.미주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경헌은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이제 미주에게 사죄해라.”예린은 고개를 숙인 채 숨을 골랐다.“설미주를 해치려 한 적은 없습니다.”경헌의 얼굴이 굳었다.예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복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습니다. 전하께서 원하신 것이 제 굴복이라면 충분히 보셨을 겁니다.”그 말에 경헌의 얼굴이 험악해졌다.“끝까지 네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냐?”예린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경헌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그는 호위들에게 손짓했다.“복단의 칼은 거두어라. 대신 왕비를 형틀에 묶어라.”복단이 울부짖었다.“왕야! 마마께서 무릎까지 꿇으셨습니다!”경헌은 그녀를 돌아보지도 않았다.“내가 원하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진심 어린 반성이다.”미주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눈물을 닦는 척 손수건으로 입가를 가렸다.***예린은 형틀 앞으로 끌려갔다.호위들이 그녀의 팔을 붙잡아 나무틀에 엎드리게 했다. 차가운 나무가 손바닥에 닿았고, 등 뒤에서는 굵은 곤장을 들어 올리는 소리가 들렸다.예린은 이를 악물었다.현대의 의사였던 그녀는 둔한 충격이 인체에 어떤 손상을 남길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피부와 근육이 찢어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심한 출혈과 감염, 내부 조직 손상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었다.더구나 그녀의 몸은 며칠 전부터 이어진 구토와 탈수로 이미 쇠약해져 있었다. 그런 몸에 곤장을 치겠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벌이 아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대청 위에 선 주경헌을 바라보았다.“전하.”경헌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예린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또렷했다.“제가 오늘 이 형벌로 죽어도, 전하께서는 후회하지
“그렇다면 그 의원에게 어떤 근거로 진단했는지 물으십시오. 약재를 확인한 사람은 누구이고, 설미주가 실제로 먹었다는 증거는 어디에 있습니까?”경헌은 대답하지 않았다.예린이 미주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의원의 처방을 막았고, 몇 시간 동안 곁에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미주는 왕비가 자신을 협박했다고 울고 있었다.경헌은 그 모순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담예린이 억울하다면 자신이 그동안 그녀에게 저지른 일도 잘못이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었다.그는 차갑게 웃었다.“억울하다면 왜 미주를 그토록 미워했느냐?”예린은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이 남자는 진실을 몰라서 잔혹한 것이 아니었다. 진실보다 자신의 권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잔혹한 것이었다.경헌은 집사에게 명했다.“왕비를 뜰로 끌어내라.”예린이 그를 바라보았다.“전하께서는 제가 억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경헌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억울하든 아니든, 네가 미주에게 위협이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그는 집사에게 다시 명했다.“곤장을 준비하라.”예린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전하께서는 제가 아직 독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다.”경헌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망설임이 없었다.“알고 있다.”예린은 숨을 멈췄다.“그런데도 형벌을 내리시겠습니까?”경헌은 차갑게 대답했다.“그래야 네가 다시는 미주를 해칠 생각을 하지 못할 테니까.”***정왕부의 뜰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복단은 새벽부터 기둥에 묶인 채 서 있었다. 손목은 붉게 부어 있었고, 추위에 떨던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예린이 끌려 나오자 복단은 울음을 터뜨렸다.“마마……!”예린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괜찮으냐?”복단은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예린이 호위들에게 붙잡힌 채 복단 쪽으로 다가가려 하자 경헌이 손을 들어 막았다.“거기
“하지만 너무 무서웠습니다. 마마께서 제 배를 만지시면서 웃으셨을 때…… 정말 이대로 죽는 줄 알았습니다.”예린은 미주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자신의 손길과 진찰 과정까지 모함의 재료로 바꾸고 있었다.“진찰하는 동안 제가 한 말은 시녀들도 들었습니다. 그들에게 확인하십시오.”경헌이 시녀들을 돌아보자 초련에게 협박당했던 시녀가 앞으로 나왔다.“소인도…… 들었습니다. 왕비 마마께서 설 아씨께 다음에는 살려 주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시녀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으며,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예린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나무라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다.경헌은 차갑게 웃었다.“이래도 부인할 테냐?”“그 시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부터 알아보십시오.”그러나 경헌은 더는 듣지 않았다.“왕비를 별채로 돌려보내라. 오늘 밤 다시 부를 것이다.”예린은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그녀가 떠난 뒤, 미주는 경헌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그날 저녁, 왕부 의원은 정왕의 서재로 불려 갔다.의원은 미주의 상태가 안정되었다는 보고를 마친 뒤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왕야, 소인이 다시 살펴보니 설 아씨께서는 독성 약재에 상하신 것으로 판단되옵니다.”경헌은 종이를 받아 들었다. 그 안에는 복단이 약방에서 가져간 약재와 설미주의 복통이 관련되어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확실한 것이냐?”“예. 소인이 의원으로서 책임지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경헌은 종이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의원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런데 왕비는 네 처방을 막았고, 미주는 그 뒤로 나아졌다. 그렇다면 네가 틀린 것 아니냐?”의원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왕야, 그것은…….”“내가 묻는 것은 간단하다. 네가 틀렸느냐, 아니면 왕비가 독을 쓴 것이 맞느냐?”의원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미 미주
“지금 이 약을 먹이면 안 됩니다.”의원의 얼굴이 붉어졌다.“왕비 마마께서 의술을 아십니까?”“환자는 이미 여러 차례 토했고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구토와 설사를 더 일으키면 탈수가 심해져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그녀는 경헌을 바라보았다.“이 약을 먹이고 싶으시다면 먼저 의원에게 왜 필요한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설명하게 하십시오.”경헌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네가 시간을 끌어 미주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냐?”예린은 대답 대신 의원에게 약그릇을 내려놓으라고 했다. 그러나 의원은 경헌의 눈치를 보며 움직이지 않았다.예린이 직접 약그릇을 빼앗아 탁자 위에 내려놓자 경헌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내 허락 없이 무엇을 하는 것이냐?”“환자를 해칠 수 있는 약을 막았습니다.”“네가 틀렸다면?”예린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때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약을 먹였다가 환자가 더 심하게 탈수되면 누가 책임지겠습니까?”경헌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의원을 돌아보았다.“왕비의 말이 틀렸느냐?”의원은 입술을 달싹였다.“그것은…… 환자의 기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기는 하옵니다.”“그러면 왜 그런 약을 가져왔느냐?”경헌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의원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소인이 성급하였습니다.”경헌은 그를 한동안 내려다보다가 발끝으로 약그릇을 걷어찼다. 뜨거운 약물이 바닥에 쏟아졌다.“미주가 잘못되면 네 목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의원은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용서를 빌었다.예린은 그 광경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이 남자는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조차 협박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었다.***시간이 흐르면서 미주의 구토는 조금씩 잦아들었다.예린은 시녀들에게 짙은 향을 치우게 하고, 환자가 토할 때에는 몸을 옆으로 돌려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했다. 구역질이 가라앉은 뒤에는 의식과 삼킴 상태를 확인하면서 물을 조금씩 마시게 했다.복통의 원인은 여전히 확실하지 않았다.예린은 의원에게 통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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