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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Author: 주 한잔
이날, 소우연은 이육진이 왕부로 돌아올 때까지 용강한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뒤 작별 인사를 나눴다.

떠나기 전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불 좀 지펴드릴게요.”

용강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처럼 추운 시기엔 따뜻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했고, 괜히 사양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소우연은 매일 정연을 데리고 의학서를 챙겨 배나무 별채를 찾았다.

그녀는 용강한과 함께 동쪽 곁채에서 바둑을 두기도 하고, 의학서나 그의 병세에 대해 연구하며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육진도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되었고, 그가 매번 왕부로 돌아와도 본채에 소우연의 모습이 없다는 사실을 자주 마주하게 되었다.

어느 날, 이육진은 겨울 귤을 손에 들고 돌아왔다.

그러나 본채는 쓸쓸하게 비어 있었고, 시녀 중 한 명에게 물었다.

“태자빈은 어디 있느냐?”

시녀는 몸을 낮추며 조심스레 대답했다.

“태자 전하, 태자빈 마마께서는 배나무 별채에 계십니다. 별채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또 배나무 별채였다.

귤을 내려놓은 그는 곧장 배나무 별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이육진은 곁에 있던 간석에게 물었다.

“요즘 너는 정연이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느냐?”

간석은 신중하게 대답했다.

“아직 그런 적은 없습니다. 전하께서 태자빈 마마를 깊이 신뢰하신 이후로는 특별히 묻지도 않으셨고… 또…”

“또 무엇이냐?”

“정연은 태자빈 마마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습니다. 마마께 진심으로 충성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전하께서 무얼 알고 싶어 하시는지 감히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이육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엇을 물을 수 있을까. 아니, 자신이 무엇을 물을 자격이 있긴 한가.

“요즘 배나무 별채에서 보내는 시간이 본채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더 긴 것 같구나.”

그제야 간석은 이육진이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정연과 간간이 말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던 그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정연이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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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짐의 머릿속에는 이제 그 양탕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매 순간 그 양탕을 마시고 싶어서 미칠 것만 같구나.”황제의 머릿속에 아정의 젊은 시절 모습이 떠올랐다. 그가 평생 사랑한 여인이다.그러다가 죽기 전에 아정과 너무도 많이 닮은 아령을 얻게 되었는데 이 모든 게 평서왕 이남진의 음모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황제는 이남진의 야망이 이렇게까지 큰 줄은 전혀 몰랐다.그날, 조정에 참석해서도 머릿속에 아령이 끓인 양탕으로 가득했을 때가 되어서야 황제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그리고 지금 당장 명화궁에 가서 이비에게 짐을 위해 양탕을 끓이라고 하거라.”황제가 코를 훌쩍이며 몸을 잔뜩 움츠린 채 말했다.그 모습에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을 쓱 닦은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소인 지금 당장 다녀오겠습니다.”황제는 대궐을 떠나는 수현의 뒷모습을 보며 결국 씁쓸하게 웃었다. 평생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았는데 결국 아우에게 음모를 당해 어린 여인의 손에 놀아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황제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꼴이 너무 우스웠다.조금 뒤, 수현이 다시 대궐에 나타났고 텅 빈 그의 두 손을 보자 황제는 바로 알아차렸다.“짐은 이 나라의 군주이다. 짐은 반드시 괜찮아질 것이다.”그 말에 수현도 고개를 끄덕였다.“이비마마께서는 몸이 안 좋아서 도무지 일어날 수 없다는 핑계를 대셨습니다. 그래서 전하를 위해 양탕을 끓이기엔 무리라고 하셨습니다.”황제가 어이없다는 듯이 허허 웃었다.“태자에게 다른 건 다 얘기해도 좋은데 양탕에 관한 일은 절대 얘기하지 말거라. 그리고 다른 대신들도 알아서는 절대 안 된다. 짐이 평생동안 지켜온 명예가 이대로 웃음거리가 되는 꼴은 두고 볼 수가 없느니라.”한 나라의 왕으로서 황제는 모든 사람들의 생사를 손에 쥐고 있는데 겨우 양탕 한 그릇의 유혹도 이겨내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더군다나 그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 며칠만 버티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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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06화

    옷 매무새를 빠르게 정리한 그때, 이민수가 방문을 벌컥 열고 나타났다.화들짝 놀란 아령은 한걸음에 다가가 이민수를 반겼다.“세자 저하, 여긴 어찌하여 오신 겁니까?”아령은 혹시라도 황제의 사람한테 목격됐을까 봐 방문 밖을 힐끗 쳐다보았다.한편, 내시 복장을 입은 이민수는 내시 옥패까지 준비하였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다들 물러가거라!”이민수가 큰소리로 외쳤다. 아령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은 결국 이민수의 사람이나 다름없기에 그들에게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아령이 고개를 살짝 돌려 이복을 쳐다보자 이복은 바로 고개를 숙인 채 방을 나섰다.“세자 저하, 이렇게 늦은 시간에 궁으로 찾아오신 걸 보면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아령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이민수가 대답했다.“별일 없다. 부왕께서 마음이 급하셔서 나를 보낸 것이다.”이민수는 이내 부왕의 뜻을 아령에게 전달했다.한편, 오늘 조정에서 있었던 일을 전혀 모르고 있던 아령은 이민수의 말을 듣고 나서 씩씩거리며 이를 갈았다.“세자 저하.”아령은 매혹적이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이민수를 불렀다.“소인이 어찌 수를 쓰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제 예상과 달리 그 멍청한 황제가 쉽게 넘어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육진 그자를 훨씬 많이 믿고 의지하는 것 같습니다.”“유일한 아들이니 당연히 믿고 의지하겠지.”말을 하던 이민수는 손바닥으로 아령의 배를 어루만졌다. 이 뱃속에는 그의 유일한 핏줄이 있기에 그는 지금 모든 희망을 뱃속 태아에게 품을 수밖에 없었다.황제뿐만 아니라 이민수도 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만약 이 아이가 남자아이라면 어떻게든 그를 황위에 올릴 것이고 만약 여자아이라면 이민수 저택의 지하 감옥에 갇힌 임산부들 중에 한 명쯤은 아들을 낳을 것이기에 아무도 모르게 바꿔치기를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나중에 그의 친딸은 황후가 되면 그만이다.멍청한 황제는 절대 이육진을 쉽게 내치지 않을 것이며 이육진이 스스로 자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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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04화

    “평서왕께서는 혹시 어디 편찮으신 겁니까?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진국공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평서왕이 가까스로 웃음을 보였다.“그럴 리가요. 아픈 데 없습니다.”‘아령 그 계집애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시간이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왜 아직도 저 멍청한 황제를 휘어잡지 못한 거냐고!’오늘 평서왕은 동광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이육진이 생각보다 빨리 정사를 맡았기에 앞으로 이육진을 끌어내리려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청암 그 곳이 평서왕 영지 변경에 위치해 있는데 평서왕께서 몰랐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전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감히 누가 겁도 없이 함부로 광산을 캤는지 알아내셨습니까?”평서왕의 물음에 진국공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꾸했다.“곧 알게 되겠지요.”잔인하고 사악한 평서왕이 광꾼들의 혓바닥을 전부 잘라버렸기에 그자들을 잡아도 아무런 증좌를 알아낼 수 없었다.증좌가 부족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평서왕의 동광을 엎어버렸기에 그의 병력을 조금이나마 줄인 셈이다.그 뒤로 이육진은 바로 사람을 시켜 철저하게 조사하였고 또한 캐낸 동광을 전부 국고로 들였기에 동광은 국가의 자산이 되었다.조정을 마친 뒤, 이육진은 바로 아바마마를 찾아가 오늘 처리한 정사를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했다.한편, 양탕을 마신 황제는 정신이 여느 때보다 멀쩡해져서 심지어 이육진과 검술을 겨루기도 했다.이육진은 애초부터 황제를 이길 마음이 없었기에 그저 날아오는 검을 피하기 바빴고 그 모습에 황제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뭐 하는 것이냐? 이 아비가 늙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져주려고 그러는 것이냐? 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겠으니 실력을 숨기지 말고 최선을 다하거라. 이건 명이다!”“네, 알겠습니다.”이육진은 이내 절반도 안 되는 실력으로 아바마마를 상대했지만 검을 휘두르자마자 아바마마는 그 검을 막아내지 못한 채 휘청거리며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화들짝 놀란 수현이 한걸음에 달려와 황제를 부축했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03화

    소우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육진이 그녀에게 뭘 숨긴 적이 없다는 생각에 그녀도 솔직하게 대답했다.“이민수 그자가 황위에 오르는 꿈을 꾸었습니다.”이육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내시 주제에 그자는 절대 그 자리에 오를 수 없다.”소우연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이민수가 황위에 오를 수는 없어도 아령이 회임을 했기에 나중에 이민수는 여전히 손쉽게 권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한편, 소우연이 이민수를 많이 두려워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이육진은 그녀가 얘기한 꿈과 그녀가 말한 소설 속 세상을 그리 믿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다시 진지하게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았다.물론 상황이 지금 이대로만 흘러가면 그의 계획과 책략은 절대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이육진은 소우연이 계속 불안 속에서 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연아, 그자들 마음이 많이 급해진 것 같은데 우리도 그자들 기대에 부응해서 적당하게 놀아줘도 될 것 같지 않느냐?”“어떻게 놀아준단 말씀이십니까?”소우연의 물음에 이육진이 대답했다.“그자들이 기싸움에 관심이 많고 모함을 즐기는 것 같은데 우리도 똑같은 방식으로 상대하면 되지 않겠느냐?”“하지만 강한 오라버니께서는…”“아바마마께서 날 충분히 믿고 아끼신다면 내가 뭘 하든 날 옹호해주실 것이다. 이와 반대로 아바마마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면 그자들은 갖은 방법을 다해 아바마마가 나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리려고 하겠지.”“부군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이민수에게 복수를 한다고 생각하니 소우연은 조금 전보다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그럼 부군은 그자들을 어떻게 상대하실 생각이십니까?”“연이 너는 그저 지켜보고 있으면 된다.”“알겠습니다.”소우연이 웃으며 대꾸했다.이육진이 침대에서 내려오자 소우연은 그의 시중을 들려고 이내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이육진은 그녀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조금 더 쉬어. 이렇게 일찍 일어날 것 없다.”한편, 조정에 참석한 황제는 정사를 절반도 처리하지 못했는데 연신 하품을 내뿜기 시작했다.심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02화

    “얼른 주무십시오.”소우연은 이내 이육진 품에 기대었다. 너무 졸려서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오던 그때, 두 손으로 자신의 뒤통수를 감싸고 있는 이육진이 한참 지나도 그녀의 허리를 안아주지 않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이제 내가 싫증난 건 아닐까?’이런 생각에 조금 걱정이 됐지만 마음을 차분하게 먹고 생각해보면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이육진을 믿었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달콤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벌써 싫증났을 리가 없다.소우연은 이내 이육진의 가슴팍에 대고 얼굴을 살짝 비볐지만 상대방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개를 들어보니 이육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뭔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소우연은 그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부군, 아직도 주무시지 않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는 겁니까?”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린 이육진이 소우연을 감싸안으며 대꾸했다.“연아, 오늘 조정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이비궁의 내관이 이민수 그자를 찾아가는 걸 우연히 목격했는데 그 내관의 모습이 오늘 나와 부딪쳤던 내관의 모습과 꽤 많이 닮은 것 같았다.”“부군 말씀은 아령 곁을 지키는 내관이 부군을 일부러 치고 갔다는 뜻입니까?”이육진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소우연이 말을 이어갔다.“음모가 확실합니다. 어쩌면 부군의 염낭도 그자가 몰래 훔쳐갔을 가능성이 큽니다.”이육진도 그 생각에 쉽게 잠이 들지 못했던 것이다. 잠시 뒤척이던 그는 이내 침대에서 일어나 외투를 입은 뒤, 밖에 있는 정연을 불렀다.“간석은 돌아왔느냐?”방으로 들어온 정연은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린 뒤, 바로 대답했다.“저하, 간 태감께서 조금 전에 돌아오셨습니다. 지금쯤 아마 목욕을 하고 계실 겁니다.”“씻고 나면 이리로 오라고 전하거라.”“네, 저하.”정연은 바로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소우연도 침대에서 일어나 외투를 걸친 뒤, 의자에 앉아 이육진과 함께 간석을 기다렸다.“아무래도 간 태감이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듯합니다.”소우연은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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