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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作者: 애월섬
서현주가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짜증을 낼 때, 엄진경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정색하며 다그쳤다.

“연씨 가문에 우리를 환대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니? 가정부들도 이제 우릴 깔보고 있잖아. 엄마는 네가 성공해서 우릴 구원해주기만 바라고 있어!”

전생에 서현주는 이 말을 귀가 아프게 들어서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말했잖아요. 난 절대...”

“두 사람 아직도 망상에 빠진 거예요?”

갑자기 앙칼진 목소리가 모녀의 귀를 파고들었다. 엄진경은 문 앞을 바라보더니 곧바로 아부하듯 말했다.

“오셨어요, 아가씨.”

서현주는 말없이 엄진경의 손에 들린 여행 가방을 빼앗아 침대 밑에 밀어 넣으려 했다. 그때 문가의 여자가 하이힐을 신고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연채린, 연지훈의 사촌 여동생이자 연동욱의 유일한 친손녀.

그녀는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귀하게 자랐다.

연채린은 거만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서현주가 너무나 잘 아는 눈빛이었다.

“왜요? 내가 안 돌아오면 당신들 우리 집안 발칵 뒤집어 놓을 속셈이었어요? 지훈 오빠가 아무 말 안 하던가요?”

연채린의 농염한 얼굴에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오빠가 제발 좀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뻔뻔해요? 그렇게 오빠 옆에 들러붙고 싶어요? 출장까지 따라갈 만큼?”

서현주는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서서 연채린을 똑바로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채린 씨, 여기는 제 방이에요. 나가주세요.”

연채린의 얼굴에 띤 야유가 더욱 짙어졌다. 꼭 마치 어처구니없는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이봐요, 서현주 씨, 여기 오래 살았다고 제집인 줄 알아요?”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똑똑히 봐요. 여긴 연씨 저택이에요. 당신들 집이 아니라. 나만 원한다면 어느 방이든 다 갈 수 있어요.”

서현주의 눈가에 서늘한 빛이 스쳤다.

“하지만 적어도 할아버지 앞에서는 여기가 제 방이에요.”

연채린의 안색이 굳어졌다.

“감히 나한테 말대꾸하는 거야? 게다가 할아버지를 내세워서 날 협박해? 네가 뭔데?”

전생의 서현주는 연지훈에게 사랑받으려고 연씨 가문의 모든 이에게 잘 보이려 애썼다. 그 가운데는 거만하기 짝이 없는 연채린도 포함됐다.

이 여자가 뭐라고 하든 서현주는 묵묵히 받아들였다.

심지어 유이영의 편을 들며 괴롭혀왔어도 아무 말 없이 참았다.

이번에 처음 연채린에게 반박했는데 속이 후련하기 그지없었다.

또 한편으론 심드렁한 연채린의 표정도 훤히 보였다.

서현주가 몸을 돌리려 할 때, 정원에서 자동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연채린이 가볍게 웃었다.

“그래, 서현주, 네가 왜 오빠를 따라가고 싶어 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딴 수작 소용없어. 백퍼 실패야.”

이어서 그녀를 밀치고 창가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오빠, 이영 언니, 왔어요!”

서현주의 방은 별장 2층에 있어서 정원의 소리가 항상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오랜만에 유이영의 목소리를 들었다. 여전히 전생처럼 당당하고 기품이 차 넘치는, 연지훈이 딱 좋아할 만한 차갑고 도도한 목소리였다.

“채린아, 네 선물 가져왔어. 얼른 내려와 봐.”

연지훈의 목소리가 적당하게 들려왔다. 동생을 향한 사랑스러운 말투가 서현주의 귀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힐 신었으면 천천히 내려와. 넘어질라!”

서현주는 순간 심장이 움찔거렸다.

유이영이 예상보다 일찍 연씨 가문에 왔다.

전생에는 연지훈이 한성시로 가서 유이영을 연씨 가문으로 데려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렇게 빨리 연씨 가문에 오다니.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유이영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유이영은 바로 그녀의 친딸을 죽게 만든 주범이었다.

활짝 웃는 유이영을 보고 있자니 서현주는 치 떨리고 질식할 것만 같았다. 머릿속엔 온통 연하나가 그녀의 품에서 죽어가던 모습으로 가득 찼다.

유이영은 친히 인정했다. 연하나를 죽게 만든 교통사고가 바로 그녀가 계획한 것이라고.

연하나는 그렇게 어리고 건강했었는데, 다섯 살 어린 나이에 유이영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고 심지어 사후에는 묘지도 없었다.

다만 유이영과 그녀의 아들은 모든 걸 챙겼다.

연채린은 유이영의 말에 대답한 뒤 돌아서서 조롱하는 눈으로 서현주를 쳐다봤다.

“현주 씨, 이영 언니 왔는데 함께 내려갈래요?”

서현주는 차갑게 웃었다.

‘물론 만나야지. 이 여자는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지!’

그녀는 거실에 서서 연지훈이 유이영의 분홍색 여행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이 남자는 한창 연채린이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유이영에게 안기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이영은 연지훈의 손에서 선물 가방을 받아 연채린과 연동욱에게 건넸다.

“채린 씨랑 할아버지 선물이에요.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요.”

연채린은 나직이 환호하며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언니, 내가 이 목걸이 갖고 싶어 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유이영이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편 연동욱은 쇼핑백 안의 건강식품을 보면서 말했다.

“그래, 이영아. 온 김에 여기서 잘 지내렴. 난 볼일 있어서 먼저 간다.”

유이영은 수줍게 웃었다.

“네, 할아버지, 고마워요.”

곧이어 그녀는 연지훈 옆에 서서 팔짱을 끼더니 마치 이제야 서현주를 본 듯 예의 바르면서도 냉랭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현주 씨 선물은 준비하지 못했네요. 서운해하는 거 아니죠?”

서현주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별일 없으면 저는 이만 올라갈게요.”

유이영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연지훈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때 연채린이 차갑게 웃으며 다가왔다.

“지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이영 언니가 우리 집에 왔는데 이렇게 예의 없이 굴면 어떡해요?”

서현주는 그녀를 침착하게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요. 환영해요, 이영 씨.”

연채린은 피식 웃었다.

“뭐가 그리 잘났다고.”

“채린 씨.”

이때 유이영이 난처한 표정을 드러내며 부드럽게 말했다.

“됐어요. 괜찮아요. 서현주 씨도 연씨 가문 사람이니 당연히 방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가는 거죠. 그러고 보니 저도 사과해야겠어요.”

유이영은 연지훈의 팔짱을 끼고 그녀를 바라보며 얼굴에 약간의 수줍음과 미안함이 엿보였다.

“지훈 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 사전에 말도 없이 찾아왔어요. 괜찮으시죠, 현주 씨?”

연채린은 코웃음을 쳤다.

“현주 씨가 왜 우리 집안 사람이에요? 여기선 아무런 발언권도 없다고요. 할아버지께서 키워준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지. 우리 집에서는 할아버지 말고 아무도 서현주 신경 안 써요. 그러니까 언니는 여기서 편하게 지내기만 하면 돼요. 서현주처럼 질투에 눈이 먼 여자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유이영은 시선을 내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연지훈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말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요?”

연채린은 거만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언니. 서현주는 얌전히 지내야 해요. 안 그러면 내가 조만간 이 집에서 내쫓을 거야!”

그녀는 말하면서 서현주를 빤히 쳐다봤다. 혐오와 경멸에 의해 위축된 표정을 보고 싶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서현주는 줄곧 담담한 얼굴이었다.

마치 연채린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었다.

연채린은 가슴이 답답했다.

‘서현주, 네가 언제까지 덤덤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 내가!’

“오빠, 나는 오빠랑 이영 언니가 잘 지내기만을 바라요. 둘의 관계를 망치려는 인간들은 단 한 명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역시 나밖에 없죠?”

서현주가 저도 몰래 연지훈을 쳐다봤다.

다만 이 남자의 시선은 서현주에게 닿지 않았고 오히려 유이영의 어깨에 손을 걸쳤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속삭였다.

“방 구경 시켜줄게.”

연지훈은 연채린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은 부정이 아니라 암묵적인 동의에 가까웠다.

즉 다시 말해 서현주가 유이영을 무례하게 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순간, 연채린의 얼굴에 승리자의 미소가 떠올랐다.

유이영도 마침내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좋아요.”

연지훈의 반응에 서현주는 이미 무감각해진 지 오래였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거두고 계단을 올라갔다.

연지훈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눈빛이 움찔거렸다.

이에 유이영이 다정하게 물었다.

“왜 그래요?”

잠시 후, 연지훈의 눈빛이 차가워졌지만 말투는 여전히 온화했다.

“아니야, 아무것도. 얼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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