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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作者: 애월섬
가정부는 놀란 기색이 역력하여 이불을 뒤집어쓴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더니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서현주는 기껏해야 어르신 운전기사의 딸인데 무슨 자격으로 자신에게 일을 시키는 걸까?

“이봐요, 현주 씨. 이런 일은 원래 현주 씨가 해야 할 일이잖아요.”

서현주는 대꾸도 없었다.

한참 후, 가정부가 이불을 뒤집어쓴 그녀를 째려보다가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샤워를 마치고 방에서 나온 연지훈은 1층 부엌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곳에서는 희미하게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음주로 인한 불편함을 완화했다.

그러고는 별다른 생각 없이 계단을 내려가 거실 소파에 앉아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5분 후, 가정부가 부엌에서 나왔다. 그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장국을 연지훈 앞에 내려놓았다.

“대표님, 해장국이 아직 뜨거우니 천천히 드세요.”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에 연지훈이 눈을 떴다. 그는 눈앞의 가정부를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 아줌마예요?”

가정부는 조심스럽게 그의 표정을 살폈는데 눈가에 악의가 스쳐 지나갔다.

이것은 원래 서현주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녀가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면 가정부도 이곳에서 연지훈을 조심스럽게 시중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현주 씨가 싫다고 해서요. 대표님, 현주 씨를 잘 가르쳐주셔야 해요. 계속 저런 식이면 안 돼요.”

연지훈은 서현주의 방을 힐긋 바라봤다.

그녀의 방 문은 마침 거실과 마주해서 한눈에 보였다.

방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가정부의 말대로 정말 자는 듯했다.

연지훈은 그릇을 집어 들었다. 그의 눈빛은 평온했고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알았어요.”

그는 막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미간을 찌푸렸다.

이에 가정부는 심장이 바짝 조여왔다.

“왜요? 입맛에 안 맞으세요?”

연지훈은 해장국을 한 모금 더 마시고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맛이 확실히 달랐다.

서현주는 14살 때 연씨 가문에 왔다.

반년이 지난 후, 그녀는 계속해서 연지훈을 위해 해장국을 끓여왔다.

스스로 단맛을 좋아했기에 당연히 모두가 단맛을 좋아할 거로 생각했다. 하여 해장국에 설탕을 넣었고 단맛이 매우 강했다.

한편 연지훈은 원래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처음 마실 때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다.

서현주가 나이가 어린 걸 고려해서 한때는 더 이상 끓이지 말라고 간접적으로 얘기했지만 아쉽게도 그녀가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매일같이 끓여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지훈은 달달한 맛의 해장국에 적응하게 되었다.

막상 지금 이 밍밍한 해장국을 마시려 하니 실로 입맛에 안 맞았다.

그는 두어 모금 마시고는 내려놓았다.

가정부는 깜짝 놀라더니 조심스럽게 그의 표정을 살폈다.

“대표님, 더 안 드세요?”

그녀는 약간 긴장했다. 연지훈의 표정이 썩 언짢아 보였으니까.

하지만 아까 맛보았을 때 분명 괜찮았는데...

연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가정부는 그가 가는 방향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심장이 덜컥했다.

이 남자가 서현주의 방 문을 열었다.

가정부는 마치 말 못 할 재벌가의 스캔들이라도 겪은 듯 고개를 푹 숙이고 그릇을 챙겨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서현주가 어렴풋이 눈을 떴다.

흐릿한 불빛 아래,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검은색의 거대한 실루엣을 본 순간, 그녀는 하마터면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

상대의 옆모습을 똑똑히 쳐다본 후에야 그녀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훈 씨?”

연지훈은 손에 든 책을 책상 위에 놓고 고개를 돌렸다. 날카롭고 차가운 옆모습은 어두운 불빛 속에 잠겨 있었고 검은 눈동자에 매서운 한기가 스쳤다.

서현주는 경계하며 이불을 꽉 잡았다.

“여긴 왜 왔어요?”

불현듯 연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바짝 다가왔다. 그는 거만한 눈길로 서현주를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물었다.

“방금 뭐라고 불렀어?”

“네?”

서현주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이때 연지훈이 갑자기 턱을 잡고 여린 피부를 꾹 누르며 얼굴을 들어 올렸다.

“현주야.”

그는 음침한 표정으로 서현주를 쳐다보며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무슨 심술을 부리는 거야?”

서현주는 그제야 이 남자의 말뜻을 이해했다. 방금 평소처럼 ‘지훈 오빠’라고 부르지 않고 ‘지훈 씨’라고 불러서 이 사달이 난 것이다.

그녀는 침대 시트를 꽉 잡고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그냥 좀 피곤해서 자야겠어요.”

연지훈이 피식 웃으며 그녀의 턱을 꽉 잡았다.

“나더러 그 말을 믿으라고?”

서현주는 이제 그만 연지훈과 명확하게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필요한 문제를 면하고 둘 사이에 거리를 둬야 하니까.

“오후에 있었던 일은 엄마가 실수했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그 말들은 제 진심이 아니에요.”

어둠 속에서 소녀는 청아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눈빛 또한 더할 나위 없이 해맑았다.

“지훈 오빠, 앞으로는 제가 좀 더 어른스럽게 행동할게요. 더는 오빠를 귀찮게 하지 않아요. 그리고 걱정 말아요. 저도 딱히 오빠를 유혹할 생각은 없으니까.”

짤막한 몇 마디 말이지만 그녀는 겨우 입밖에 내뱉었다. 그리고 다행히 명확하게 말을 마쳤다.

연지훈이 갑자기 손을 떼더니 책상 위의 책을 집어 들어서 그녀에게 내던졌다.

책이 펼쳐진 순간, 서현주는 그 안에 적힌 글을 보게 됐다. 그녀의 맑고 고운 글씨체로 쓴 연지훈 이름 석 자.

빽빽하게 페이지를 채워 넣은 연지훈 이름 석 자였다.

서현주는 안색이 창백해지고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환생하기 전에 써두었던 것, 미처 지우지도 못한 채 연지훈에게 들켜버리다니.

그는 또다시 서현주의 턱을 잡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째려보며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을 하겠으면 잘하던가, 들키지 않게.”

말을 마친 연지훈이 자리를 떠났다.

서현주는 졸음이 거의 사라졌다.

그녀는 노트를 집어 들고 연지훈의 이름이 쓰인 종이들을 갈가리 찢었다.

사실 1년 전만 해도 그녀와 연지훈의 관계는 지금처럼 껄끄럽지는 않았다.

그녀가 연씨 가문에 처음 왔을 때, 연지훈은 때때로 그녀를 데리고 집안 환경을 익히게 해주었고 끊임없이 재잘대는 그녀의 이야기도 인내심 있게 들어주었다. 또한 밤에는 따뜻한 우유를 건네주는 자상한 오빠였다.

다만 이 모든 게 유이영의 귀국으로 종결됐다.

서현주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유이영이 그녀가 몰래 쓴 연애편지를 연지훈에게 보여주고 그에게 달라붙더니 아름답고 섹시한 뱀처럼 그 남자의 몸을 휘감았던 모습을.

한편 늘 침착하고 점잖았던 연지훈마저도 스캔들이 나도록 내버려 두었다. 유이영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새하얗고 섹시한 두 팔로 이 남자의 목을 휘감고 나직이 속삭였다.

“지훈 씨 옆에 여자들이 맴도는 게 싫어요. 그게 한낱 고등학생일지라도.”

“지훈 씨, 나랑 서현주, 누구 선택할 거예요?”

유이영의 질문에 연지훈이 고민 없이 대답했다.

“너.”

서현주는 연지훈의 눈가에 드리운 혐오감을 잊을 수가 없고 그 냉담한 말투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서현주, 너의 그 더러운 생각 따위 내게 쏟아내지 마.”

연지훈은 자신을 향햔 서현주의 감정이 단지 악취가 나는 하수구의 쓰레기처럼 느껴질 뿐이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역겨운 존재였다.

그때의 서현주는 연지훈의 눈가에 스친 혐오감이 그토록 두려웠지만 지금의 그녀는 이 남자한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싶을 따름이다.

회상에서 빠져나온 서현주는 피곤한 듯 침대에 누웠다.

어젯밤에 늦게 잤는데 아침 댓바람부터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와 그녀를 침대에서 거칠게 일으켰다.

“빨리 일어나. 지훈이 곧 출장 갈 텐데 너도 얼른 준비해야지!”

서현주는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고 분노를 억눌렀다.

“내가 안 간다고 했잖아요!”

엄진경도 울화가 치밀어 그녀를 침대에서 끌어냈다.

“지금 여름방학이라 시간 많잖아. 싫어도 가! 무조건 가야 해. 네 멋대로 고집 피울 생각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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