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딸이 죽었다.하지만 그녀는 장례식도, 발인도, 평범한 묘지를 살 돈도 없었다.그저 검은색 나무관과 유골함에 딸 연하나의 모든 걸 담았다.장례식장의 TV에서 극도로 사치스러운 세기의 결혼식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신랑은 그녀의 전남편이자 연하나의 친아빠인 연지훈이었고, 신부는 그가 줄곧 마음에 품어왔던 첫사랑 유이영이었다.연지훈은 마침내 소원을 이루었다.서현주는 유골함을 안고 화장터에서 나왔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화장터에서 일하는 젊은 여직원이 무언가 말하려다 망설였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손님, 밖에 비가 많이 와요. 혹시 데리러 오신 분 있나요?”서현주는 핏기없는 얼굴로 유골함을 내려다보았다.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유일한 가족은 첫사랑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리고 있으니까. 그는 이 두 모녀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 딸의 죽음을 알 리가 있을까?설령 여유가 있다고 해도 결코 그녀를 데리러 오지 않을 것이다.연지훈은 그녀를 끔찍이 미워한다.너무 밉다 보니 그녀의 딸까지 증오했다.며칠 전, 유이영이 차에 아들을 싣고 운전하다가 서현주와 연하나가 탄 버스를 들이받았다. 연하나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현장에서 기절했다.서현주는 인파 속에서 연지훈을 한눈에 알아보고 구명줄이라도 잡은 듯 그에게 달려갔다.“지훈 씨, 하나가 다쳤어요. 상태가 심각해요. 제발 우리 하나 병원으로 데려다줘요!”하지만 연지훈은 그녀를 밀쳤다. 서현주는 머리가 땅에 부딪혔고 눈앞이 어지러웠다.“서현주, 뻔한 연기는 제발 그만 좀 해!”말을 마친 연지훈은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더니 유이영의 아들을 안고 구급차로 향했다.서현주는 머리가 어지러운 와중에도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자존심까지 다 내려놓고 비참하기 그지없었다.“제발 부탁이에요. 하나 곧 죽을 것 같다고요! 우리 하나도 지훈 씨 딸이잖아.”연지훈은 전혀 믿지 않고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째려봤다.“몇 번을 말해? 내 생에 아이는 딱 한 명이야. 이영이가 낳아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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