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황축복이 고개를 떨군 채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날 밤 평소처럼 연채린과 황축복이 한 침대를 썼고 연승재와 연유준이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수심이 가득했던 황축복은 밤새 잠을 설쳐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반면 연채린은 옆에서 세상모르게 잤다.아이는 이불 속에서 조심스레 몸을 움직여 연채린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다음 등을 돌렸다. 그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멍하니 응시하며 밤을 지새웠다.밤잠을 설친 탓에 아침 일찍 눈을 떴다.아침 식사 시간, 입맛이 없었던 황축복이 음식을 모래알 씹듯 삼켰다.그토록 간절히 기다렸던 아빠와의 영상 통화였건만 이번만큼은 기대보다 불안함이 앞섰다. 아빠에게 서현주에 대해 물어볼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혹시라도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이 돌아올까 봐 아이는 겁이 났다.식사를 마친 연채린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축복이 아빠한테 가볼게. 통화가 가능할지 아직 모르니까 일단 소식 기다려.”황축복이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올려다봤다.연채린이 연승재에게 덧붙였다.“오빠, 애들 좀 잘 봐요. 또 싸우게 두지 말고.”“알았어.”연채린이 나간 뒤 황축복의 심장 박동이 다시 빨라졌다. 더 이상 음식이 넘어가지 않아 연승재에게 얘기하고 주방을 나갔다.좋아하는 만화라도 보면 마음이 좀 나아질까 싶어 거실로 향했다.그런데 연유준의 옆을 지나가던 순간 황축복이 휘청거렸다. 가까스로 상을 붙잡고 나서야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고개를 들었을 때 연유준이 슬그머니 다리를 거두며 얄밉게 메롱을 하고 있었다.상황을 지켜보던 연승재가 눈살을 찌푸렸다.“유준아, 축복이 괴롭히지 마.”연유준이 되레 당당하게 말했다.“괴롭힌 거 아니에요. 얘가 조심하지 않은 거지.”황축복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거실로 걸어갔다.연유준의 태도에 연승재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밥이나 먹어. 어쩜 이렇게 말을 안 듣는지, 참.”연유준이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몸을 흔들었다. 이럴 때면 연승재는 연지훈이 절실히 생각
“아니, 그 여자 때문이야.”연채린이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축복아, 내 말 잘 들어. 그 여자 때문인 게 확실해.”황축복의 눈동자가 급격하기 흔들리더니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언니가 절 구해주기도 했다고요...”연채린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며 아이의 말을 잘라버렸다.“내가 이런 일로 너한테 거짓말하겠니?”그녀가 말을 이었다.“진실이 너한테 잔인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마주해야 해. 네가 서현주한테 속아 넘어가는 걸 더는 가만히 두고 볼 수 없거든. 서현주가 네 아빠를 다치게 한 나쁜 사람이야.”황축복은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서현주가 네 아빠 일에 손을 쓴 바람에 아빠가 돌아오지도 못하고 계속 고생하고 있는 거야. 사실이야, 이건. 못 믿겠으면 나중에 아빠랑 통화할 때 직접 물어봐. 네 아빠도 다 알고 있으니까. 이모는 못 믿어도 아빠 말은 믿을 거 아니야.”어린 황축복에게 이 말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아이가 망연자실한 눈으로 연승재와 연채린을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하지만... 언니가 그럴 리 없는데...”여전히 믿고 싶지 않았다. 환하게 웃어주던 서현주의 맑은 눈동자와 따뜻한 미소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황축복이 주먹을 꽉 쥐고 횡설수설했다.“말도 안 돼요. 언니가 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요. 그럴 리가 없어요...”연승재는 말없이 아이를 지켜보기만 했다.연채린의 얼굴이 더욱 어둡게 가라앉았고 목소리도 차가워졌다.“황축복, 지금 내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네 아빠 부탁을 받고 널 돌보는 사람이야. 아빠가 쓴 편지 잊었어? 정 못 믿겠으면 다음번에 아빠랑 영상 통화할 때 물어봐. 내가 한 말이 맞는지 아닌지.”황축복이 아빠를 절대적으로 신뢰했기에 아빠가 부탁한 사람 역시 절대적으로 신뢰해야 했다. 눈앞의 연채린이 바로 아빠가 직접 부탁한 사람이었다.아이가 고개를 푹 떨궜다. 요동치던 심장도 점점 안정을 되찾았다.그 모습을 보고서야 연채린의 목소리가
황축복이 멍한 표정으로 연채린과 연승재를 번갈아 보다가 시선이 연유준의 얼굴에 멈추었다.연유준의 얼굴에 분노와 오만함이 가득했다. 턱을 높이 쳐든 모습이 정의를 심판하는 꼬마 판사 같았다.“거봐, 너 나쁜 애 맞다니까. 내 눈은 못 속여.”연채린이 말했다.“그만해, 유준아. 얌전히 앉아 있어.”연유준이 황축복을 향해 콧방귀를 뀌고는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연채린에게 휴대폰을 달라고 졸랐다.휴대폰을 손에 넣은 연유준이 의자에 기대 게임에 열중했다. 더 이상 황축복을 괴롭힐 생각도 없어 보였다.황축복은 아무런 소란도 피우지 않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나이는 어렸지만 눈치가 빨랐던 아이는 연채린과 연승재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했다는 것과 차 안에 감도는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알아차렸다.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서현주 때문이었다.연채린이 서현주를 향해 드러냈던 악의와 배척을 똑똑히 보았다. 그건 예전에 어린이집에서 겪었던 상황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대체 왜? 현주 언니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왜 다들 싫어하는 거야?’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황축복은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불안을 누르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가는 길 내내 차 안에 연유준이 보는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호텔 주차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후에도 침묵은 이어졌다.평소였더라면 연채린이 황축복의 손을 잡았을 텐데 이번에는 연유준의 손만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 황축복을 기다리는 기색조차 없었다.아이는 뒤처지지 않으려 짧은 다리로 부지런히 달렸다.엘리베이터 안, 황축복이 구석으로 몸을 한껏 웅크렸다. 앞에 서 있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서서히 차올랐다.‘나 지금 미움받고 있는 거야?’황축복이 입술을 깨물며 숨을 죽였다. 어떻게든 존재감을 지우려 애썼다.호텔에 도착하면 얘기하자던 연채린의 말이 떠올랐다.엘리
서현주가 대답했다.“아니요. 다음에 요한 씨가 시간 될 때 같이 가요.”안요한이 침을 꿀꺽 삼켰다.“그래.”남은 길을 가는 동안 안요한이 눈에 띄게 말수가 줄었다. 미간에 미처 다 숨기지 못한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서현주는 그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 서현주가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운전 조심해요. 일 일찍 끝내고 들어가요. 알았죠?”안요한이 낮은 목소리로 알겠다고 했다. 서현주가 다시 그를 돌아봤다.“왜 그래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예요?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연락해요.”안요한이 한참 동안 그녀를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괜찮아. 내가 해결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 봐.”서현주가 그의 표정을 살피며 잠시 망설인 뒤 차에서 내렸다.“그럼 조심해서 가요.”“그래.”차에서 내린 서현주는 곧장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안요한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았다.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았기에 이내 차들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서현주가 안요한의 표정을 되짚어 보았으나 답을 찾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향했다.한편 집으로 돌아가는 연채린과 연승재의 차 안 역시 침묵만이 감돌았다. 서현주 때문에 망쳐버린 기분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황축복이 분위기가 올 때보다 더 무겁고 경직된 걸 알아채고 고개를 숙인 채 찍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릎 위에 올려둔 손만 계속 내려다봤다.하지만 연유준은 달랐다. 분노에 찬 눈빛으로 황축복을 쏘아보며 오만하게 말했다.“너 우리를 배신했어.”황축복이 멍한 얼굴로 쳐다보자 연유준이 턱을 치켜들었다.“사과해.”한참을 머뭇거리던 황축복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사과 안 해.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분을 못 이긴 연유준이 좌석 위로 올라설 듯한 기세로 쏘아붙였다.“그 나쁜 아줌마 칭찬했잖아. 그 아줌마랑 사이좋게 지냈으니까 사과해야지. 넌 날 배신했어.”황축복은 어안이 벙벙하기만 했다.‘언니가 날 두 번
하지만 전혀 없었다.안요한이 물었다.“안 무서워?”“무섭죠, 당연히. 요한 씨처럼 유난 떨 정도가 아닐 뿐이에요.”안요한이 아직도 서현주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그럼 네가 나 좀 지켜줘.”“어떻게요?”그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안아줘. 품에 안기면 마음이 안정될 것 같거든.”서현주가 대답 대신 품에 끼고 있던 쿠션을 그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그러자 안요한이 쿠션 두 개를 품에 안고 투덜거렸다.“안아주기 싫으면 말고.”그러더니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갔다.“아무튼 지금은 옆에 사람이 있어서 안 무서워.”서현주가 무표정하게 TV 화면을 응시하며 생각했다.‘만약 내가 이미 한 번 죽었던 몸이라는 걸 알게 되면 아마 기절초풍하겠지?’조수석에 앉아 있던 서현주가 안요한의 옆모습을 쳐다봤다.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같이 공포 영화를 봤을 때 안요한의 모습이 연기였던 것 같았다.그녀가 금방 갔을 땐 숨이 넘어갈 것처럼 무서워하더니 그녀가 무덤덤하게 반응하자 어느 순간부터는 처음만큼 무서워하지 않았고 꽤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그 당시에는 그의 변화를 주의 깊게 보지 않았고 그저 책임감을 느끼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옆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하지만 생각할수록 뭔가 이상했다. 결국 참다못해 안요한에게 물었다.“그때 나 속인 거죠?”안요한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가 이내 자연스럽게 되물었다.“속이다니? 뭘?”의심이 확신으로 변했다. 서현주가 그의 얼굴을 빤히 보며 말했다.“저번에 공포 영화 볼 때 무섭다고 날 불렀잖아요. 사실은 하나도 안 무서웠죠? 그냥 나랑 같이 있으려고 부른 거 맞죠?”안요한이 손을 들어 코끝을 만지작거렸다.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보니 당황한 게 분명했다.“그럴 리가. 진짜 무서웠어. 정말 무서웠다니까?”서현주의 눈빛이 예리하기 그지없었다.“연기하지 말아요. 다 티 나거든요?”안요한이 헛기침하더니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어떻게 알았어?”“내가 요한 씨를 얼마나 잘 아는데요. 그걸 모를 리가
안요한이 가볍게 혀를 찼다.“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서현주가 입술을 깨물고 키득거렸다.“글쎄요? 전에는 공포 영화 무섭다고 못 보겠다면서 굳이 나까지 불러놓고 같이 봤었잖아요.”안요한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더니 입을 가리고 헛기침했다.“그때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됐던 거고 이번에는 단단히 하고 왔어.”서현주가 그를 물끄러미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때 공포 영화를 봤을 땐 두 사람이 아직 사귀기 전이었다.그날 퇴근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갔고 서현주는 이미 씻고 쉬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건너편 집에 사는 안요한에게서 전화가 왔다. 영화를 보고 있는데 너무 무서우니 와서 같이 봐달라는 부탁이었다.바로 앞집이라 서현주도 별생각 없이 그의 집으로 향했다.금방 들어갔을 때 안요한이 정말 겁에 질린 듯 쿠션을 품에 꼭 안고 있었다.거실 불이 꺼져 있었고 TV에서 흘러나오는 어스름한 빛만 감돌았다. 대개의 공포 영화가 그렇듯 화면이 어둡고 칙칙한 필터로 가득했다.인기척을 느끼자마자 안요한이 급하게 손을 뻗었다.“이리 와. 너무 무서워.”한 번 죽음을 경험해 본 탓일까? 전생의 서현주라면 공포 영화 근처에도 못 갔겠지만 지금의 그녀에게 이런 가짜 공포는 그리 흥미롭지도, 무섭지도 않았다.서현주가 안요한을 놀리며 그와 20cm 정도 거리를 두고 앉았다. 그러자 안요한이 슬쩍 그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쿠션을 건넸다.“좀 더 붙어 앉아. 나 진짜 무서워서 그래.”서현주가 고개를 들고 TV를 보자마자 영화에서 가장 섬뜩한 장면이 나왔다. 기괴하게 뒤틀린 귀신 얼굴이 주인공의 코앞까지 들이닥쳤고 주인공의 날카로운 비명이 거실을 가득 메웠다.서현주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눈썹만 살짝 치켜올렸다.‘이 정도쯤이야.’반면 안요한은 고개를 홱 돌려 서현주의 어깨에 이마를 묻어버렸다. 두 손으로 그녀의 팔을 꼭 붙잡고 몸까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서현주가 안요한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괜찮아요. 이게 뭐라고 그래요. 다 가짜예요, 무서워하지 말아요
차정인은 얄미운 듯 가볍게 웃었지만 눈빛 속에는 노골적인 멸시가 담겨 있었다. 겉으로는 여전히 우아한 미소를 유지한 채 말했다.“역시 작은 집안 출신이라 그렇지. 고작 10억 가지고 저렇게 발을 동동 구르다니.”그러고는 유이영을 향해 미소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연씨 가문에서 내쫓은 건 정말 탁월한 결정이었네요.”이어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코웃음을 쳤다.“네가 이영이만큼만이라도 사려 깊고 착했다면 지금 저 허름한 월세방에서 살고 있지는 않았겠지.”그때까지 무표정하던 연승재가 눈을 들었다.차가운 눈빛으로 서현주를 훑어보
서현주는 서로 맞장구치는 아주머니와 유이영을 번갈아 보았다. 둘은 서현주의 명예와 체면을 아예 바닥에 짓밟아버리고 있었다.그녀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야유를 날렸다.“이 닭탕이 그리도 귀한 거라면 전 사양할게요. 이영 씨 혼자 다 드세요.”“제 병은 곧 나을 테니 신경 쓸 거 없지만 이영 씨는 무엇보다 태교에 전념해야겠죠.”유이영이 웃으며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그럼요. 반드시 건강한 아이를 낳을 거예요.”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유이영의 얼굴에 순간 서운함이 스쳤다.“현주 씨, 정말
그날은 연동욱의 일흔여덟 번째 생일이었다.연씨 가문 위아래로 백여 명이 모여 성대한 잔치를 열었고 그 자리에 서현주도 불려갔다.연씨 가문이 자신을 키워준 은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연동욱이 잔치에 참석하라 했을 때 서현주는 잠시 망설였다.이번에는 연지훈의 부모까지 오는 자리였다.연씨 가문의 사업은 전 세계에 뻗어 있었고 연지훈의 부모는 주로 해외 일을 맡아 드물게 귀국하고는 했다.하지만 몇 번 안 되는 만남만으로도 서현주의 기억 속에는 강렬히 각인돼 있었다.전생에도 그녀는 이 일흔여덟 번째 생일 연회에 참석했었다.그때도
연지훈은 제멋대로 구는 그녀를 냉랭하게 바라볼 뿐 표정이나 몸짓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오직 이마에 맺힌 잔잔한 땀방울만이 그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서현주는 흐느끼며 말했다.“너무 괴로워요, 진짜 너무 괴로워.”그녀는 시종일관 연지훈의 손목 부분 천을 꽉 잡고 그를 단 한순간도 떠나지 못하게 했다.연지훈은 눈을 감고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눈가에 막 피어오르려던 욕망을 억지로 억눌렀다.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옷을 붙잡고 있는 서현주의 손을 강제로 떼어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바로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