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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10.10.2026 22:57:58

8화. 의심하는 남편

“……뭐라고요?”

“네 차를 다른 사람이 운전했다면 그 사람에게 키를 준 게 누구겠어? 네가 직접 운전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의심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서연은 남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말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경찰이라면 당연히 확인해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서연을 괴롭게 한 것은 그 말을 꺼내는 남편의 태도였다.

시준은 아내가 결백할 가능성을 조금도 반가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택시 기록으로 자신의 의심이 흔들리자 다른 이유를 찾아내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당신은…… 내가 범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시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곧 다시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연이가 죽었어.”

“나도 알아요. 그래서 나도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요.”

서연은 더 이상 남편을 설득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시준의 믿음이 아니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증거였다.

그녀는 박 형사에게 몸을 돌렸다.

“제 차 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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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23화

    잠시 뒤 진하를 태울 차가 도착하자 시준은 직접 현관까지 배웅했다. 진하가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는 기사가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차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서연은 거실 창가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남편이 자신에게는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던 세심함이었다.진하가 떠난 뒤 시준은 집 안으로 돌아왔다.서연은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렸지만, 시준은 그녀를 지나 서재로 향했다.“시준 씨.”그가 걸음을 멈췄다.“나한테는 물어볼 게 없어요?”시준은 천천히 돌아보았다.“또 뭘 물어봐야 하는데?”“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요. 진하가 무슨 말을 했는지, 왜 나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였는지…….”시준은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먼저 진하를 때렸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그건 알아요. 하지만…….”“그만 좀 해!”시준이 거실 테이블을 발로 밀었다.테이블이 바닥을 긁으며 밀려났고, 그 위에 놓인 꽃병이 넘어졌다. 물이 쏟아지며 흰 백합이 바닥으로 흩어졌다.서연은 놀라 뒷걸음질 쳤다.시준은 흐트러진 꽃을 내려다보다가 서연을 노려보았다.“내가 지금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알아?”“…….”“하연이가 죽었어. 그런데 넌 내가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네 억울함만 이야기하고, 진하까지 때렸어.”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나보고 대체 어쩌라는 거야!”서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당신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믿을 거죠?”시준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믿을 만한 말을 해.”서연은 한참 동안 남편을 바라보았다.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녀는 더 이상 남편을 붙잡지 않았다.다만 시준이 서재 문을 열기 직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은 지금 나를 아내로 보고 있어요? 아니면 하연이를 죽인 사람으로 보고 있어요?”시준의 손이 문고리 위에서 멈췄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지금 내가 널 아내로 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서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시준은 그런

  •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22화

    시준이 서연의 말을 잘랐다.그는 진하를 자신의 등 뒤로 물러서게 한 뒤 서연을 노려보았다.“하연이가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짓까지 해? 넌 정말 미안한 마음도 없어?”서연은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내가 왜 미안해야 하는데요? 하연이를 죽이지 않았다고요!”“그럼 네 차에서 피가 왜 나왔는데!”시준의 목소리가 새벽 공기를 찢었다.“하연이가 죽기 전에 왜 너랑 싸웠고, 왜 네 차가 사라졌냐고! 아무것도 설명 못 하면서 억울하다는 말만 하면 내가 널 믿어야 해?”서연은 입술을 떨었다.“나도 모르니까…….”“또 모르지!”시준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넌 언제나 모르고, 기억 안 나고, 억울하다고만 하지. 내가 언제까지 그 말을 들어 줘야 해?”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진하의 붉어진 뺨을 촬영했다.서연의 얼굴이 굳었다.“지금 사진까지 찍는 거예요?”“증거 남기는 거야.”“내가 억울하다고 할 때는 증거를 봐 주지도 않으면서…….”“네가 방금 사람 때린 건 내가 직접 봤어!”시준은 휴대전화를 내렸다.“진하야, 병원 가자. 진단서도 받아 두고.”진하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 오빠. 서연이한테 불리해질 수도 있잖아.”“지금 네가 저 사람 걱정할 때야?”시준은 곧바로 수행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김 실장, 진하 씨 집까지 모셔다드릴 차 보내. 그리고 오늘 오전에 보안업체에서 대문 CCTV 원본 받아 놔. 방금 전 영상까지 전부.”서연은 남편을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자신에게는 경찰이 확인할 자료라며 CCTV를 보여 주지 않았다. 그런데 진하가 맞는 장면은 직접 확보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시준 씨, 그 영상에 진하가 나한테 한 말은 안 남아요.”시준은 통화를 끝내고 서연을 돌아보았다.“그래도 네가 때린 건 남겠지.”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시준은 진하를 현관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의 팔을 받쳐 주며 신발장 옆 의자에 앉히려는 모습은 지나치게 다정했다.서연이 뒤따라 들어가자 시준이 날

  •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21화

    서연의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진하의 어깨를 밀어냈다.“그만하라고 했잖아!”진하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서연의 손을 내려다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이렇게 화를 내니까 사람들이 널 무서워하는 거야.”“네가 먼저…….”“하연이한테도 이랬어?”서연은 그대로 굳었다.진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하연이가 네 과거를 오빠한테 말하겠다고 했을 때도 이렇게 소리 질렀어? 아니면 더 심한 짓을 했어?”“유진하!”“왜? 네가 안 죽였다며. 그럼 왜 이렇게 흥분해?”진하가 다시 한 걸음 다가왔다.“혹시 하연이가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듣고 싶어?”서연의 손끝이 떨렸다.진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새언니가 너무 무섭다고 했어. 자기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다고.”“그만해.”“그리고 오빠한테 꼭 말해 달라고 하더라.”“아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며!”서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진하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서연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너 아까 분명히 그랬어. 하연이가 시준 씨한테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그런데 지금은 꼭 말해 달라고 했다고?”진하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그러나 곧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처음에는 말하지 말라고 했지.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마음이 바뀌었어.”“삼 분 십이 초 동안?”“서연아, 사람 마음이 바뀌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진하는 서연을 빤히 바라보았다.“넌 아직도 그 애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이해하지 못하는구나.”서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네가 거짓말하고 있는 거야.”그 말을 들은 진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서연은 한 걸음 다가섰다.“하연이가 정말 그렇게 말했다면 왜 처음부터 똑바로 이야기하지 않았어? 경찰한테도 그 말을 했어? 아니면 지금 나한테만 하는 말이야?”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유진하, 너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서연이 다시 묻자 진하는 오히려 웃음을 흘렸다.“그래서 네가 뭘

  •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20화

    서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벨소리가 끊긴 뒤 메시지가 도착했다.'서연아, 오빠랑 이야기 잘했어? 걱정돼서 연락했어.'잠시 뒤 두 번째 문자가 도착했다.'혹시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에 마음 상했다면 미안해. 하연이 생각만 하면 나도 자꾸 감정적이 돼.'서연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그런데 세 번째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손끝이 멈췄다.'나 아직 집 근처야. 잠깐 얼굴 보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서연은 창가로 다가갔다.대문 너머 도로에는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지만,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할 말 있으면 문자로 해.'답장은 거의 즉시 도착했다.'오빠한테는 말 못 할 얘기야.'서연은 화면을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남편 앞에서 한없이 다정했던 여자가 이제 와서 비밀스럽게 만나자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러자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하연이가 마지막으로 나한테 한 말, 사실은 더 있어.'서연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서연이 코트를 집어 들자 서재 문이 열렸다.시준이었다.“어디 가?”“진하가 집 앞에 있대요. 하연이 마지막 통화에 관해서 할 말이 더 있다고 해서…….”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내가 진하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내가 부른 게 아니에요. 진하가 먼저 연락했어요.”서연이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 주자 시준은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손을 내밀었다.“전화 줘.”“왜요?”“내가 직접 이야기할 테니까 넌 나가지 마.”서연은 휴대전화를 품 쪽으로 당겼다.“하연이가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나한테 직접 이야기하겠대요. 당신이 전화하면 또 말을 바꿀지도 모르잖아요.”“내 말이 우스워?”시준이 성큼 다가왔다.“진하까지 괴롭히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어. 그런데 또 만나서 무슨 짓을 하려고?”“당신은 왜 내가 진실을 확인하려고 할 때마다 막아요? CCTV도 못 보게 하고, 내

  •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19화

    서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벨소리가 끊긴 뒤 메시지가 도착했다.'서연아, 오빠랑 이야기 잘했어? 걱정돼서 연락했어.'잠시 뒤 두 번째 문자가 도착했다.'혹시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에 마음 상했다면 미안해. 하연이 생각만 하면 나도 자꾸 감정적이 돼.'서연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그런데 세 번째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손끝이 멈췄다.'나 아직 집 근처야. 잠깐 얼굴 보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서연은 창가로 다가갔다.대문 너머 도로에는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지만,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할 말 있으면 문자로 해.'답장은 거의 즉시 도착했다.'오빠한테는 말 못 할 얘기야.'서연은 화면을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남편 앞에서 한없이 다정했던 여자가 이제 와서 비밀스럽게 만나자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러자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하연이가 마지막으로 나한테 한 말, 사실은 더 있어.'서연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서연이 코트를 집어 들자 서재 문이 열렸다.시준이었다.“어디 가?”“진하가 집 앞에 있대요. 하연이 마지막 통화에 관해서 할 말이 더 있다고 해서…….”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내가 진하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내가 부른 게 아니에요. 진하가 먼저 연락했어요.”서연이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 주자 시준은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손을 내밀었다.“전화 줘.”“왜요?”“내가 직접 이야기할 테니까 넌 나가지 마.”서연은 휴대전화를 품 쪽으로 당겼다.“하연이가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나한테 직접 이야기하겠대요. 당신이 전화하면 또 말을 바꿀지도 모르잖아요.”“내 말이 우스워?”시준이 성큼 다가왔다.“진하까지 괴롭히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어. 그런데 또 만나서 무슨 짓을 하려고?”“당신은 왜 내가 진실을 확인하려고 할 때마다 막아요? CCTV도 못 보게 하고, 내

  •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18화

    시준은 카드를 다시 꽂아 놓더니 소파 위에 놓인 서연의 휴대전화를 가리켰다.“전화 가져와.”“……뭐라고요?”“하연이랑 마지막으로 통화한 기록하고 메시지 전부 확인해야겠어.”“경찰한테 이미 제출했어요.”“내가 보겠다고!”서연이 움직이지 않자 시준은 직접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잠금 풀어.”“시준 씨…….”“몇 번 말하게 할 거야?”서연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받아 잠금을 풀었다.시준은 통화 기록부터 확인한 뒤 하연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훑어 내려갔다.“그날 하연이가 먼저 전화한 거예요. 내가 화낸 건 맞지만 죽이겠다고 협박한 적은 없어요.”시준은 아무 대답 없이 화면을 넘기다가 며칠 전 하연이 보낸 메시지에서 손을 멈췄다.'새언니, 오빠가 알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요?'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이건 뭐야?”“삼 년 전 일 때문이에요. 하연이가 그 일을 다시 꺼내면서 당신한테 말하겠다고 했어요.”“왜 이제 와서?”“나도 몰라요. 갑자기 그 얘기를 하면서 나한테 거짓말쟁이라고 했다고요.”시준은 휴대전화를 쥔 채 서연을 올려다보았다.“그래서 화가 났겠네.”“화는 났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요?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시준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다.“삼 년 전에도 난 네가 그런 거짓말까지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서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시준은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메시지 하나라도 지우지 마. 통화 기록도 그대로 두고.”“내가 증거를 없앨까 봐요?”“네가 무슨 짓을 할지 내가 어떻게 알아.”그는 테이블 위 노트북을 가리켰다.“컴퓨터도 건드리지 마. 경찰이 확인할 때까지 그대로 둬.”서연은 휴대전화를 끌어안았다.시준은 그녀의 눈물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서재로 향했다.서재 문이 닫힌 뒤 서연은 한동안 거실에 서 있었다.문틈으로 시준의 통화 소리가 흘러나왔다. 변호사와 경찰, 차량 감식이라는 단어가 간간이 들렸지만, 서연을 걱정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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