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주인을 본지가 오랜만이라 보고 싶어서 그랬던 모양이었다.“도련님, 아침 드세요.”전태윤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몸은 이미 식탁으로 향하고 있었다.식탁으로 들어가 보니 주방에서는 전태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밥상을 차렸다.사람 한 명만 적을 뿐인데 전태윤은 습관이 안 되어 입맛이 없어졌다.전태윤은 앉아서 몇 입 먹다가 수저를 식탁에 내려놓았다.전태윤은 일어나서 곧 밖으로 나갔다.박 씨 아저씨는 식탁을 보더니 전태윤을 따라 걸으며 물었다.“도련님, 입맛이 없으신가요? 아니면 주방의 음식이 맛이 없으신가요?”“아내가 집에 없어서 그래요.”박 씨 아저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하예정은 전 씨 할머니 따라 멀리 있는 길을 떠나셨고 언제 돌아오실지도 모르는데 전태윤이 밥을 안 먹으니 걱정이 되었다.“도련님, 어디로 가게?”전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몇 분 후, 전태윤은 경호원들을 따라가지 못하게 하고 혼자 차를 몰고 나갔다.박 씨 아저씨는 강일구와 몇몇 경호원들을 시켜 차를 몰고 몰래 따라다니게 했다.강일구가 운전했다.강일구는 전태윤의 차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면서 조수석에 앉은 동료에게 말했다.“요즘 우리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절대로 실수해서도 안 되고 일이 없을 때면 도련님 앞에서 기웃거려도 안 돼.”동료가 대답했다.“감히 누가 도련님 앞에서 얼씬거릴 용기가 있겠어요. 죽을 짓을 찾는 짓이죠. 사모님께서 집에 계신다면 걱정할 필요도 없겠죠.”“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사모님은 한 손이라도 버틸 수 있을걸요. 지금은 사모님이 계시지 않으니 멀리 쩍 피하는 게 상책이에요.”“도련님은 사모님 곁에 있는 생활이 습관 돼서 그래. 그런데 어르신이 한마디 말도 없이 사모님을 데리고 멀리 나가셨으니 도련님은 화풀이할 곳도 없는 거지.”“도련님이 어디로 가실지 궁금하네요.”강일구는 대답했다.“분명 하예진 씨에게로 찾아가 고자질할 것이 뻔해.”동료는 말을 잇지 못했다.전태윤은 고발하러 간 것은 아니지만 하루 토스트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었다.하
하예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아마도 예정이가 곧 전화 올 거야. 우빈이가 날 보고 싶어 할 거니까.”하예진은 이런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하예진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제부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여동생이 멀리 있는 길을 떠났을 뿐인데도 제부가 죽어가는 모양새를 보더니 하예진은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부부 사이가 그만큼 좋다는 것도 의미한다.전태윤은 하예정이 곁에 있는 게 익숙했을 뿐이다.동생 부부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보니 하예진은 기쁘기만 했다.“내가 다른 거로 바꿔줄까?”하예진은 전태윤에게 라면으로 바꿔주려고 했다.전태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처형이 만든 게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입맛이 없어서 그래요. 예정이가 나를 잔인하게 버리고 할머니를 따라 여행을 갔어요. 게다가 휴대전화 번호도 새로 바꾼 걸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우울해요.”“처형, 저 다크서클 있어요. 잠도 잘 안 와요.”하예진은 말이 못이었다.“처형, 제가 뭐 잘못한 거 있을까요?”전태윤은 자신이 뭔가 잘못해서 할머니한테 혼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할머니가 갑자기 하예정을 불러 떠날 이유가 없었다.할머니는 전태윤이 하예정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해 매일 24시간 붙어 다녀야 할 정도라는 것도 뻔히 알고 계셨다.“내가 본 바로는 네가 잘못 없는 것 같아.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한 사실이 있다면 그건 딴 얘기이고...”전태윤은 한숨을 쉬며 한마디 더 했다.“우리 할머니께서는 항상 그러셨어요. 계획하신 일이라면 갑자기 실행에 옮겨 누구도 할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모른다니까요. 너무 머리 아파요.”전태윤은 도대체 자신이 뭐를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하예진은 전태윤을 보며 위로했다.“전 씨 할머니는 그냥 오랜만에 예정이를 데라고 나가서 바람 쐬고 싶은 것일 수도 있어. 너무 고민하지마.”전태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하예진은 전 씨 할머니의 성격을 잘 몰랐다.전태윤은 전 씨 할머니 밑에서 자랐고 할머니와 사이가 가장 좋았기에 할머니가
“예정이 이모랑 지금 셋째 작은 아버지 집에 간 거야?”하예진은 아들이 말하는 셋째 작은 아버지가 전호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우빈은 대답했다.“네, 지금 셋째 작은 아버지 집에 있어요. 조금 있으면 비행기 타는데 어디로 가는지 몰라요. 우리는 태 할머니와 작은이모가 계획하신 대로 움직이거든요.”우빈이는 작은 이모와 태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먹고 마시고 놀면 되었다.하예진은 또 물었다.“작은 이모의 새 휴대전화로 어머니에게 전화 한 거야?”“아뇨, 셋째 작은 아버지 거예요.”하예진이 말했다.“그랬구나. 이모는? 이모 좀 바꿔봐.”“제가 이모를 찾아볼게요. 엄마, 잠시만요.”우빈은 휴대전화를 향해 말을 하면서 뛰어가 하예정을 찾았다.전호영은 우빈이가 너무 빨리 뛰어다녀 넘어질까 봐 뒤를 따라다녔다.“이모, 엄마가 이모 찾아요.”우빈이는 하예정을 찾아서 바로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하예정은 전화를 이내 받았다.“응, 언니.”“예정아, 새로 산 핸드폰으로 전태윤한테 메시지 보내거나 전화라도 해봐. 너도 참... 여행 가가 전에 제부에게 미리 말이라고 해주면 얼마나 좋아. 네가 집에 없으니 제부가 시체처럼 걸어 다니는 것 같아.”“주말에도 놀러 가지 못하고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못 자서 다크써클까지 생겼잖아. 지금 제부가 우리 가게에 있어. 아까 국수를 끓여줬는데 목에 내려가지도 않는대. 네가 엄청나게 보고 싶은 모양이야.”하예진은 동생에게 몇 마디 꾸지람하고는 전태윤을 떠나 구석에 가서 낮은 소리로 물었다.“예정아, 너 제부와 싸운 건 아니지? 제부가 자꾸 자신이 뭔가 잘못을 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 전 씨 할머니가 너 대신 골탕 먹이려고 이러는 건 아닌지 너무 고민하고 있어.”하예정은 남편이 밥도 못 먹고 잠도 잘 못 잔다는 말에 걱정하며 물었다.“태윤 씨가 정말 아무것도 못 먹어? 내가 처음으로 멀리 있는 길을 떠난 것도 아닌데 왜 그러지? 나 평소에도 출장을 자주 다니는데, 그럴 리가.”“네가 평소 출장을 가도 겨
“태윤 씨, 언니가 당신이 밥도 잘 안 먹는다고 말하던데 정말이에요? 태윤 씨가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고 몸도 상하고 위도 상하게 될 거예요. 그때 가서 저는 아무것도 상관 안 할거예요.”하예정은 위협하기 시작했다.“내가 집에 없어도 잘 먹고 잘 자야 해요. 내가 돌아가서 당신이 살 빠지고 상태가 안 좋은 걸 보게 된다면 한 달 내내 태윤 씨 안 볼 거예요.”전태윤은 쓴웃음 지으며 대답했다.“여보, 이렇게 날 버리더니 이젠 협박까지 하고 정말 너무하네.”“당연하죠. 당연히 독해야죠. 누가 종일 아내가 무시한다고 불평하래요? 이젠 내가 진짜로 무시당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줄거예요. 저 또 나가봐야 해요.”“우리 언니가 끓여 준 국수를 꼭 다 먹고 일도 반드시 잘해야 해요. 알겠죠? 9월 1일 전으로 집으로 갈 거예요. 우빈이가 유치원에 가야 해서요.”그리고 하예정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태윤 씨, 많이 사랑해요.”전태윤이 잘 들리든 말든 하예정은 전화를 끊어버렸고 바로 전호영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우빈아, 우리 출발해.”하예정은 우빈을 불러 떠나자고 외쳤다.우빈은 곧 작은 가방을 메고 뛰어오며 대답했다.“작은 이모, 다 준비됐어요.”전호영은 휴대전화를 바지 주머니에 넣은 뒤 우빈을 번쩍 들어 올리며 웃었다.“셋째 작은 아버지가 공항까지 태워 줄게.”“형수님, 할머니랑 어제 금방 도착했는데 강성에서 제대로 구경도 못 하고 또 떠나려고요?”“할머니께서 연세도 많으신데 이렇게 급하게 다녀도 괜찮겠어요?”전 씨 할머니가 대답했다.“할머니는 이렇게 바삐 다니는 게 좋아. 그래야 몸이 튼튼해지거든. 종일 집에 앉아 밥만 먹고 운동도 안 하니까 몸이 나빠지는 거잖아. 걱정하지 마. 몸을 잘 돌봐서 나중에 손자도 많이 안아줄 거야.”전 씨 할머니의 건강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지금 몸이 받쳐줄 때 많이 돌아다니며 놀아야 했다. 시간이 더 지나 정말 움직이지 못한다면 나가 놀고 싶어도 기회가 없을 것이 뻔했다.“할머니
전호영은 고현에게 여자들이 좋아하는 사치품을 선물할 수 없었다.고현은 사치품 같은 것을 사용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남자가 좋아하는 선물을 사준다면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그러나 자주 선물을 고현에게 보내주게 되면 강성의 연예기자도 전호영이 게이라고 의심하며 오해하기 쉬웠다.‘휴.’전호영은 조만간 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할머니.”전호영은 품에서 우빈을 내려놓고 우빈을 보며 하예정에게로 가라고 엉덩이를 톡톡 쳤고 그제야 할머니에게 작은 소리로 여쭸다.“할머니, 어떻게 고 대표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증거 있어요?”“내가 어떻게 발견했는지는 신경 안 써도 돼. 나는 증거가 있거든. 지금은 알려줄 수 없으니 너 스스로 가서 방법을 찾아봐.”전호영 녀석이 할머니에게서 알아내려고 했지만 어르신은 속아 넘어가지 않으셨다.전호영 말을 이었다.“할머니, 저가 할머니 친손자인거 맞죠? 저를 위해서라도 선심을 써주세요. 할머니께서 시키시는 대로 제가 다 할게요. 알려만 주신다면 제가 이번 설날에 약혼녀로 집에 데려갈 자신 있다니까요.”“너무 쉽게 얻으면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게 인간이거든.”어르신은 자신이 어떻게 고현이가 여자임을 알아냈는지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전호영은 일부러 반년이라는 시간을 끌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둘째 형이 약혼한 뒤로 부모에게서 잔소리를 듣다못해 강성으로 피해왔다.고현을 따르기로 한 것도 있었다. 아니면 강성으로 피해 오지도 않았다.전호영은 불평을 털어놓았다.“큰 형이 제일 쉽게 아내를 얻은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쉽게 형수님이랑 결혼했잖아요.”‘할머니는 역시 큰 형을 제일 예뻐하셔. 다른 형들은 모두 자신의 아내에게 구애해야 했지만 큰 형만은 과정도 없이 바로 결혼할 수 있다니. 할머니 너무하셔.”어르신은 전호영을 흘겨보면서 화내듯 말했다.“내가 카톡 단체 채팅방에서 누가 할머니 대신 은혜를 갚을 겸 하예정과 결혼하겠냐고 물었을 때 너희가 어떤 대답을 했는
우빈의 얘기를 들으면서 어르신은 웃었다.“맞아. 우빈이가 너무 신나게 놀 때면 네 생각 퍽이나 하겠다.”전호영은 우빈에게 말을 건넸다.“우빈아, 셋째 작은 아버지를 달래면 되잖아. 사실 내가 너무 괴로우면 어떡해.”우빈은 그 큰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엄마도 작은 이모도 말씀하셨어요. 거짓말 하지 않는 정직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요.”우빈이는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엄마와 작은이모가 가르친 말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하예정도 웃었다.“맞아, 맞아. 우리 우빈이는 성실한 아이야. 거짓말하지 않는 착한 아이지.”우빈은 하예정의 품속으로 들어갔다.하예정은 우빈이를 안아 자신의 허벅지에 앉혀놓고 전호영에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어떡해요? 우빈이 마음속 순위가 이렇게 뒤처져서. 아홉째 도련님도 호영 도련님보다 앞순위에 있는걸요. 우빈이는 지율 삼촌도 많이 찾고 있는데 셋째 작은 아버지는 입 밖에 꺼낸 적도 없어요.” 전호영은 우빈이와 자주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우빈이와 놀아줄 기회도 적었다.전지율은 우빈이와 함께 미친 듯이 놀아준 적 있었기 때문에 녀석은 지율 삼촌을 기억했다. 심지어 하예정에게 언제 지율 삼촌과 놀 수 있냐고 묻기까지 했었다.전호영은 차에 올라 운전하면서 말했다.“형수님, 앞으로 우빈이를 데리고 자주 관성 호텔로 놀러 와. 와서 밥 먹으면서 자주 놀다 보면 금방 친해져. 자주 놀러 와.”하예정은 웃음 지었다.“도련님은 아마 관성 호텔에 너무 오래 있지 않을 걸요.”전호영은 웃을 뿐 말을 잇지 않았다.할머니가 주신 시간은 1년이었고 지금은 이미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전호영이 더 힘을 쓰지 않는다면 그는 아마 이번 설에는 서원 리조트의 문조차 들어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곧 세 사람은 공항으로 도착했고 비행기에 탑승했다.그제야 전호영은 공항에서 돌아왔다.전호영은 호텔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고 씨 그룹으로 차를 돌렸다.고 씨 그룹은 전 씨 그룹과 달리 주6일 출근이 아니라 매주 일요일만 휴식했다.전호
고현도 전호영과 악수를 하고는 자리에 앉으라고 손으로 표시했다.남자 비서가 책상으로 걸어가며 고현을 도와 그녀가 아직 다 마시지 못한 커피 한 잔을 고현 앞에 살포시 내려놓으며 말했다.“고 대표님, 이만 나가겠습니다.”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남자 비서가 사무실에서 나갔다.고현은 전호영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그 둘은 서로의 표정에서 뭔가를 탐구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보아냈다.“전 대표, 마음에 드는 집은 있어요?”고 대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고현은 관심 있는 듯 물었지만 사실 태도는 여전히 냉랭했다.전호영이 갑자기 회사에 찾아온 이유를 몰랐다. 두 사람은 아무런 친분도 없었고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여전히 사업상의 경쟁자이기도 했다.고현은 전호영이 찾아오게 된 의도를 알 수 없었다.그러나 직접 물어보지는 않고 화제를 돌릴 겸 집 문제에 관해 물은 것이다.두 사람이 두 눈 뜨고 끔뻑끔뻑하며 어색해하기보다는 나았다.“네. 맘에 드는 집을 찾았어요.”전호영은 시선을 피했고 고현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전호영은 비서가 따라준 물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셨고 잔을 내려놓으며 고현에게 인사했다.“제가 여의 저택의 집을 살 수 있었던 것은 고 대표의 도움 덕분이에요. 인사를 표할 겸 같이 식사하고 싶은데 시간 되세요?”“별 말씀을요. 제가 도와드린 것도 없는데요. 그리고 점심에 약속 있어요.”고현은 핑곗거리를 만들어 전호영의 식사 초대를 거절했다.전호영은 웃었다.“괜찮아요. 고 대표가 시간 날 때 제가 다시 밥 살게요. 고 대표가 저를 도와줬는데 이 보답은 꼭 해야죠. 저도 신세 지는 게 불편해요. 저에게 보답할 기회는 줘야죠. 제가 매일 이 일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요.”고현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내일 어때요? 우리 회사가 쉬는 날이라 저도 여유 좀 있어요.”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고현의 일정은 꽉 차 있었다. 전호영이 신세 갚을 시간을 짜내기 어려웠다.고현은 자신이 전호영을 도와줬다고 여기지 않
전호영은 눈을 반짝이고는 웃으며 물었다.“고 대표가 몇 번이나 갔다는 건 우리 하루 호텔이 나쁘지는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고현은 인정하는 말투로 대답했다.“전 대표가 하루 호텔을 운영하기 전에는 하루 호텔이 모든 면에서 고성 호텔보다 뒤떨어져 있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요식업을 운영한 뒤로 하루 호텔은 3개월 만에 고성 호텔과 같은 서열순위로 등극했어요. 수평이 같게 된 셈이죠.”“저는 고 씨 그룹의 실제 운영자이죠. 요식업은 제가 직접 책임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주인으로서 그룹 아래 모든 산업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어요.”“일개의 고성 호텔보다 못한 호텔이 갑자기 우리를 쫓아왔으니 제가 알아볼 수밖에 없었어요.”서로를 잘 알아야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었다.지금은 하루 호텔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지만 고성 호텔은 하루 호텔을 더 이상 초월할 수 없었다.고 씨 그룹의 요식업을 담당하는 대표이사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다.고성 호텔은 강성에서 수십 년을 운영해 온 오래된 브랜드였다. 하지만 전 씨 그룹이 투자 운영한 하루 호텔은 고성 호텔 성립시간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게다가 지금은 강성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실력 있고, 가장 핫한 고성 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고현은 몰래 하루 호텔을 알아봤다. 하루 호텔도 특별히 다를 바가 없었다.가장 우수한 서비스에 음식은 물론, 실내 인테리어도 바꾼 후로 분위기 있고 고급스러운 환경을 갖추었다.고현은 하루 호텔이 강성에서의 지위를 인정했고 전호영의 능력을 인정한 거나 다름없었다.전호영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대표가 저번에 우리 하루 호텔에 들어가셨을 때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들어가셨을 거예요. 내일 제가 댁으로 모시러 갈게요.”“이번에는 제가 하루 호텔로 초대해서 함께 당당하게 들어가요. 그리고 앞으로도 고 대표가 입맛을 바꾸고 싶으실 때도 자주 오세요. 제가 할인 가격으로 드릴게요.”“전 대표가 공짜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고현도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