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화는 할 말이 없었다.하예진도 함께 교육하라고 말했다.이은화는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미 집주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고 그녀가 일할 수 없게 되면 틀림없이 친딸에게 집주인 자리를 물려줄 것이다. 이윤미는 이은화의 핏줄이었기 때문에 이윤정과 달리 하나를 가르쳐주면 두 개를 알았다.이윤미는 교활했다. 돼지 분장을 한 호랑이였기에 지금 강성의 사람들 모두 그 계집애에게 속고 있었다.다들 이윤미가 연약하고 만만하다고 생각했다.이윤미가 시골에서 자라 시야가 넓지 못해 이씨 가문으로 돌아온다 해도 능력이 없어서 성과를 얻는다고 해도 모두 그녀 팀원들의 덕분이라고 여겼다.겉으로 이은화가 친딸에 대한 태도가 항상 안 좋게 보였고 여전히 이윤정이라는 양녀를 더 아낀듯했다.이윤정이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이은화는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이윤미라는 친딸을 받아들였다.이윤미가 그녀의 곁에서 자라지 않았고 또 이은화도 나이도 많아 몇 년만 더 버티고 퇴직해야 했다. 보편적으로 가주들은 아무리 건강해도 80세 이전에 은퇴했다. 늙을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의사결정 또한 대가족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윤미가 빨리 모든 것을 익히게 하려고, 이윤미가 돼지로 분장한 호랑이라는 것을 발견한 이은화는 친딸을 협조해 함께 연기하게 되었다.그녀는 언니와 여동생을 죽이고 비로소 가주 자리에 올랐고 또 수십 년을 거쳐 후계자를 길러냈는데 다시 이 모든 것을 언니의 후손에게 물려주라고 하면 그녀는 분명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이은화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을 보더니 이경혜는 또 “호호”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이은화의 귀를 푹푹 찌르는 것만 같았다.그녀의 이 조카는 어렸을 때 매우 대단했다. 그녀의 맏언니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십 년 후에 다시 만나도 여전히 대단했다.이경혜는 자신의 딸을 떠올렸다. 이윤미가 이윤정보다 더 자질이 있다고 해도 이경혜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이경혜는 성씨 가문에 시집간 후 시아버지와 남편의 신
적을 놓치면 자신을 해치는 거나 다름없다.“우리 집에 보양식이 부족하지는 않아요.”이경혜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건넸다.“네 집에 보양식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도 난 잘 알아. 그런데 이 물건들은 내 마음을 대표하는걸. 우라 수십 년을 서로 못 봤잖아. 이젠 내가 널 찾게 되었으니 앞으로 우라 자주 만나자.”“얼마 전부터 확인하러 오고 싶었지만, 항상 시간이 없었어. 이번 전 대표님 결혼식에 참석하러 오는 김에 네가 내 조카딸이라는 것을 확인했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이은화는 이 말을 내뱉을 때 아주 부드럽고 자애로운 말투로 말했다.이경혜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수십 년 동안 만나지 못한 둘째 이모에 대해 열정을 가질 수 없었고 심지어 가족 상봉에 대한 설렘도 찾아볼 수 없었다.“예정이가 전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다니 너무 좋은 소식이야.”이경혜가 무뚝뚝하게 앉아만 있는 것을 본 이은화는 스스로 화제를 찾아야 했다.“네 여동생도 이제 저승에서 편히 쉴 수 있을 거야. 두 딸이 지금 매우 잘 지내고 있으니 말이야. 우리도 어른으로서도 안심할 수 있고.”전태윤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이은화는 하예정에게서 큰 언니의 그림자를 찾으려고 했지만, 하예정은 큰 언니와 닮지 않았다고 느꼈다. 오히려 꽃을 뿌리던 우빈이가 그녀의 맏언니와 아주 비슷하다고 느꼈다.당시 이은화는 요행을 바라면서 하예정이 맏언니의 후손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수소문하고 사실을 확인한 그녀는 결국 실망하고 말았다.이경혜가 바로 그녀의 큰 조카였다.그리고 하예정 자매는 맏언니의 후손이었다.하예정은 관성의 갑부 전씨 가문에 시집갔고 이경혜는 성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살고 있었다. 관성에서는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이 가장 큰 가문이었다. 만약 두 가문이 서로 손을 맞잡는다면 이씨 가문은 아마도 패배하고 말 것이다.심사숙고 끝에 이은화는 결국 성씨 가문을 방문하여 허심탄회하게 조카딸과 관계를 인정하려 했다.그 깊은 원한은 수십 년이 흘렀는데 누가 맏언니를 죽였다는
“다른 일이 없으시면 돌아가세요. 제가 병원에 가서 손자를 보러 가야 하거든요.”이경혜는 이은화와 이제는 말을 나누기 귀찮아 몸을 일으켜 손님을 배웅할 준비를 했다.이은화가 아무리 뻔뻔해도 이제는 남아있지 못할 것이다.이은화는 그녀가 성씨 가문으로 오면 이경혜가 따뜻하게 맞이할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자신이 한 일을 생각하더니 이경혜가 그녀를 쫓아내지 않으면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더니 또 이내 마음이 풀렸다.하지만 이경혜와 하예진 자매는 이은화와 보통 친척들처럼 지낼 수 없었다.그들은 은화가 살인자라고 마음속으로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은화가 일어나며 말했다.“며칠 후 강성으로 돌아갈 거야. 경혜야, 손자가 한 달 되는 날에 나한테 전화해. 내가 축하주 마시러 올게.”“얼른 가요.”이경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은화는 이경혜를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또 성문철에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조카사위도 집에서 정군호 같은 위치에 있을 것이다. 그녀들 이씨 가문의 여자들은 모두 성격이 무척 강했다.성문철이 아내를 도와 이은화가 가져온 수많은 선물을 전부 이은화에게 돌려주었다.“이 선물들은 네 며느리가 몸보신하라고 가져온 거야. 우리가 몇십 년 동안 만나지 못해서 감정이 없긴 하지만 우리 모두 같은 핏줄이 흐르고 있는데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 내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영양제들을 선물한 거니 거절하지 마.”“감사해요. 우리 집에는 영양제들이 부족하지 않거든요. 가져가세요. 아니면 제가 쓰레기 처분할 겁니다.”이경혜는 자신의 며느리를 이은화가 보내준 영양제들을 먹게 하지 않을 것이다.이은화는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이경혜는 이은화에게 어떠한 체면도 세워주지 않았다.이은화는 심호흡을 하며 자신에게 화를 내지 말라고 설득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고 이내 이경혜에게 말했다.“이 물건은 내가 너희 집으로 가져온 선물이니 네가 처리하고 싶은 대로 해.”이은화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다.이경혜 부부는 물건을 든 채로 그녀
“그래.”성문철은 직접 이은화가 보낸 물건을 밖에 있는 큰 쓰레기통에 버렸다.이경혜는 소현이네 새 별장에 갔다. 그 별장은 성소현의 미래 신혼집으로 될 곳이다.이경혜가 들어왔다는 노동자의 말에 예준하와 성소현은 뒤 정원에서 이경혜를 마중 나왔다. 두 사람은 방금 뒤 정원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엄마.”“아주머니.”두 사람은 이경혜에게 인사했다.성소현은 어머니 곁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며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엄마, 드디어 오셨네요.”이경혜는 딸의 이마를 쿡 찌르며 말했다.“이제 좋아?”예씨 가문이 입장을 밝히고 게다가 소지훈이 끼어드는 바람에 이경혜는 드디어 예준하가 딸과 함께 하는 것을 허락했다.두 사람은 언제든지 결혼해도 된다.이경혜는 더는 두 사람 사이를 반대하지 않았다.예준하는 관성에 집이 두 채 있었다. 이 별장은 그들 성씨 가문의 옆집에 있었다. 예준하가 오랫동안 관성에서 일해야 하거니와 성소현도 결혼 후 여전히 관성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경혜도 딸을 자주 볼 수 있어서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었다.성소현은 자라면서 두 남자를 좋아했는데 한 명은 전태윤이고 다른 한 명은 예준하였다.전태윤은 성소현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은 또 하예정의 남편으로 되었고 부부의 감정도 매우 좋았으며 하예정이 임신했기 때문에 성소현은 더는 그에게 매달리지 않았다.이경혜는 딸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다행으로 여겼다.전태윤이 결혼한 것을 알고는 즉시 그 감정에서 빠져나와 더는 전태윤에게 매달리지 않았다.전태윤과 함께하지 못한 딸이 평생 결혼하지 않을까 봐 이경혜는 무척 걱정했다.딸이 평생 홀로 사는 것과 예씨 가문으로 시집가는 것을 동의한다는 것, 이경혜는 틀림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너무 좋아요! 정말 좋아요! 좀 이따가 새언니에게 밥 가져다드릴 때 나도 불러줘요. 저도 그 아기가 너무 보고 싶어요.”이경혜도 흐뭇하게 웃었다.“우리가 저녁에 갈 필요가 없다고 했어. 장모님이 음식을 가
“엄마,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니 엄마와 아빠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해요.”성소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그녀는 엄마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또 강력하게 말했다.“하지만 관성에 있는 이상 무서워할 건 없어요. 감히 뭘 하려고 하면 올 때는 마음대로 와도 갈 때는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줄 거예요.”이경혜가 말했다.“걱정하지 마. 대놓고 우리한테 아무 짓도 못 할 거야. 그리고 암암리에서 뭘 한다고 해도 그냥 당하지만은 않을 거야. 예전에는 내가 어려서 그녀의 성격을 몰랐지만 한 번 만나보니 이제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아.”“외할머니의 죽음은?”성소현이 이경혜를 보며 묻자, 이경혜가 대답했다.“엄마는 언젠가 진실이 모두 밝혀질 거라는 걸 믿어. 그러니 소현아, 너는 이 일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너의 회사를 잘 관리하고 또 준하 씨와 데이트나 잘해. 그리고 준하 씨 집 인테리어가 끝나면 결혼에 대해 생각해 봐야지. 너희들 둘 다 이제 어리지 않잖아.”이제 막 손주를 품에 안은 이경혜는 외손주도 빨리 안고 싶어서 성소현과 예준하의 결혼을 서두르려고 했다.때마침 예준하가 이경혜에게 따뜻한 차를 가져오다가 그녀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저와 소현 씨는 금년에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 이 집을 안팎으로 모두 다 손을 봐야 하는데 면적이 커서 빨리 끝낼 수가 없어요. 제일 빨라도 연말이 되어야 할 듯해요. 그래서 내년 초로 생각해 봤는데 그때가 되면 예정 씨가 만삭이어서 우리 결혼식에 참가하려면 아주 불편할 것 같아요. 소현 씨가 예정 씨도 그렇고 혜진 씨까지 모두 결혼식에 꼭 참석하기를 바라요. 그래서 소현 씨와 상의한 결과 효진 씨와 예진 씨가 출산한 다음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어요.”이경혜은 예준하를 보다가 다시 성소현을 보면서 말했다.“두 사람의 인생 대사이니 둘이 잘 협의해서 결정해. 엄마는 언제든지 결혼할 수 있는 비용을 준비하고 있을 테니, 준비되면 언제든지 말해. 바로 결혼시켜 줄 수 있어.”성소현이 얼굴을
어느 월세방에서 여운초의 두 고모가 아주 오래된 나무 소파에 앉아 있고 여운별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들 앞에는 아주 오래된 나무 테이블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썩은 사과 몇 개가 놓여 있었다.여운별의 큰고모 여미란이 난감한 표정으로 작은 조카에게 말했다.“운별아, 보다시피 고모가 지금 이런 곳에서 살고 있어. 그리고 소개를 받아 어느 호텔에서 청소부 일을 하고 있는데 공장에서 청소부 할 때보다 조금 더 받는다고 하지만 겨우 몇십만 원이야. 네가 먼저 찾아와줘서 고모는 고마운데 경제적으로 너를 도와줄 수 없어 미안하다.”이어서 여운별의 둘째 고모 여미정도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운별아, 둘째 고모가 너를 제일 이뻐하는 거 알지? 그런데 우리 지금 너의 큰 언니 때문에 집도 없어서 겨우 이런 작은 집에 월세로 살고 있어. 우리 이 나이에 청소부를 하며 겨우 생활하고 있어. 마음은 너를 도와주고 싶지만 보다시피 그럴 수가 없어.”그러더니 그녀는 또 태도를 바꿔서 여운초를 욕했다.“이게 다 그 맹인 때문이야. 전씨 가문을 뒤에 엎고 우리에게 무자비하게 복수를 했으니 말이야. 설사 우리가 잘못한 일이 있다고 해도 자기는 다치지 않았으면서 말이야.”예전에 여미란과 여미정이 연합하여 여운초를 납치하려고 했다가 여운초가 먼저 알아채고 그들의 계략을 파괴했으며 그 후로 전이진이 그들에게 복수하면서 그녀들 가족의 사업이 몰락하였고 빚까지 안게 된 것이다. 하여 그들은 집과 차, 그리고 모아두었던 사치품까지 모두 팔아서 빚을 겨우 갚고 모두 관성에서 제일 외진 구시가지에 있는 낡은 집을 빌려 임시로 생활하게 되었다.그런데 이런 후진 곳도 한 달에 집세와 공과금을 합치면 20만 원이 넘는다.예전에 20만 원은 그들에게 돈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20만 원이 그들의 며칠 급여가 되었다.하지만 겨우 찾은 저렴한 집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재건축해야 해서 떠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이곳도 더 이상 후진 구역이 아니라 새롭게 번화한 곳이 될 것이다.그러면 집세도 무조건
여미란의 말을 듣고 있던 여운별이 당황하며 말했다.“가본 적은 있는데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집안의 가정부들을 모두 바꿨더라고요. 가정부는 물론이고 집에 개도 네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들어가려고 하다가 개들에게 물릴 뻔해서 바로 도망쳤어요. 그런데 전과 다른 건 못 느꼈어요. 예전에도 집에서는 아무런 장애 없이 다녔으니 정말 안 보이는지 아니면 안 보이는 척하는지 알 수가 없죠. 들어가게 해달라고 했는데 눈이 보이지 않아서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런 걸 보면 아직 치료된 건 아닌 거 같았어요.”여운별이 계속해서 말했다.“작은고모가 10년 동안 그렇게 병원들을 돌아다녔어도 치료하지 못한 눈을 예씨 가문 넷째 며느리가 고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신의의 수석 제자라고 대단하다고 소문이 났어도 그건 다 사람들이 지어냈을 거예요. 신의가 정말 있다고 한들 그 역시 사람이지 신은 아니잖아요. 수많은 의사가 치료하지 못한 눈을 무슨 수로 치료하겠어요. 아마 영원히 회복할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전이진과 결혼한다고 해도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데 눈을 회복하면 뭐 해요? 엄마가 그러는데 여운초는 절대 임신할 수 없대요. 그러니 재벌 집은 물론이고 일반 가정이라고 해도 아이를 낳을 수 없으면 결혼을 하더라도 결국 이혼당할 거예요.”여미란과 여미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 마주 보다가 여운별에게 물었다.“너의 엄마는 운초가 임신할 수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아?”여운초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거지?“그건 저도 잘 몰라요. 언젠가 여운초 때문에 화가 나서 엄마를 찾아가서 울었는데 그때 엄마가 얘기했어요. 그런데 여운초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는 얘기하지 않았어요. 다만 엄마가 아니라고 하면 그럴 거예요. 엄마가 낳은 자식인데 모를 리가 없잖아요?”여미란이 말했다.“만약 정말로 너의 엄마 말대로 여운초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면 전이진과 결혼한다고 해도 나중에는 반드시 쫓겨날 거야. 하예정이 전씨 가문에 시집가서 1년 동안
“너와 여운초의 전쟁은 어디까지나 자매지간의 다툼이고 가정사이기 때문에 하예정이 아무리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도 자매지간의 문제에는 끼어들지는 않을 거야.”여운별이 화를 냈다.“그럼 하예정을 저대로 가만히 놔두라고요? 그녀의 행복은 우리의 고통으로 바꾼 거예요!”“그래도 참아야 해. 지금 우리의 조건으로 하예정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너 지금 집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데 뭐로 전씨 가문의 큰 며느리를 상대할 거야?”여운별은 자기를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정현숙이 두 사람이 연합하기로 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절대 알리면 안 된다고 했던 것을 생각하고 참았다.여운별은 아직 정현숙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정현숙은 여운별이 여씨 가문에 돌아간 후의 표현을 보고 연합을 결정하겠다고 했다.“운별아, 우리가 상대의 기세를 북돋우고 우리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실이 그래. 그러니까 너 우선 여씨 가문을 되찾아야 해. 그리고 여씨 가문의 힘을 충분히 키운 다음, 복수를 해도 늦지 않아.”“그래 운별아,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고 하잖아.”여운별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큰고모, 둘째 고모, 알았어요. 저 예전처럼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거예요. 저 이제 예전에 충동적이고 오만하며 변덕스럽던 여운별이 아니에요. 근데 오빠와 동생들은 언제 돌아와요? 오빠와 동생들에게 저와 같이 집으로 가서 사냥개들을 죽여서 제가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러 왔어요. 저의 핸드폰, 은행카드 그리고 다른 중요한 물건들 모두 그 집에 있어서 반드시 들어가서 가져와야 해요. 여운초 옆에 아무리 전이진이 있다고 해도 저 꼭 앞을 못 보는 여운초를 이길 거예요.”여운초를 괴롭히는 건 항상 그녀였으니 말이다.만약 눈먼 여운초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면 정현숙이 그녀와 연합하려 하지 않을 거고 그렇게 되면 외부의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혼자의 힘으로 관성에서 큰 일을 할 수 없기에 절대 그렇게 놔둘 수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