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별은 여천우에게 모든 일을 일러바쳤다.“내가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 아니, 여긴 우리 집이야. 천우야, 그 장님이 나와 우리 부모님 재산을 모두 차지했어. 내가 감옥에서 나온 후로도 그 장님이 전씨 가문의 세력을 믿고 나를 내쫓으며 집으로 오지 못하게 했어. 집 안에 있는 하인들도 거의 다 바뀌었는데 그 장님을 괴롭히지 않는 사람들만 남겨진 거 있지.”“내가 왜 이 새벽에 여기로 와서 소리 지르겠어? 그 장님이 내 전화도 안 받고 답장도 안 하니까 그러지. 어젯밤부터 화가 나서 지금까지 겨우 참았어. 날이 겨우 밝았는데 내가 반드시 여기로 와서 결판을 내야지. 운초가 아직 안 일어났어?”여운별은 여천우가 대문을 열어주어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가더니 갑자기 멈추어 섰다.여천우가 대답했다.“아직 안 일어났어. 형부가 일어나서 안에서 아침밥을 짓고 있고. 근데 왜 자꾸 입만 열면 장님이라고 욕해? 우리 누나잖아.”“네가 여운초를 누나라고 부르지만, 그 장님은 우리 가문의 재산을 차지하려 한단 말이야.”여운별은 전이진이 안에서 아침밥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더니 감히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여운별은 기세등등하게 달려왔지만, 전이진의 이름을 듣자, 문득 겁이 났다. 자신이 전이진을 꼬드겨 여운초 곁에서 전이진을 빼앗으려던 생각도 까맣게 잊은채 말이다.“천우야, 우리 저기 정자에 가서 앉아 있자. 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래. 그 장님은 팔자가 좋기도 하지. 무슨 수로 전이진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어. 전이진은 운초에게 매우 친절하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냉담하게 대하거든.”“난 저 두 사람이 좀 무서워. 천우야, 우리는 친남매잖아. 이럴 때일수록 우리 남매가 힘을 합쳐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재산을 지켜야 해. 절대로 운초가 차지하게 해서는 안 돼.”여운별은 동생을 끌고 멀지 않은 작은 정자 아래로 가서 앉았다.“천우야, 내가 급하게 와서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았어. 들어가서 과자랑 과일 좀 가져다줘. 나도 좀 먹자. 너 돈 있어?
여운별이 말했다.“돈 많이 가져다줘. 난 지금 돈이 별로 없어서 밥도 못 사 먹어.”여천우가 말을 이었다.“취직할 수 있잖아. 누나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일이든 찾아서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거 아니야. 굶어 죽은 사람은 모두 게으름뱅이야.”여운별은 굳은 얼굴로 톡 쏘아붙였다.“내가 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난 여씨 가문의 둘째 딸이야! 내가 나가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예전에 우리 부모님은 내가 귀한 팔자를 가지고 태어났으니 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나를 일 하게 하지 않으셨어. 운초가 내 카드를 정지시키지 않았더라면 내가 돈이 부족했을 것 같아? 내가 너한테도 혼나야 해?”여천우의 안색은 더 안 좋아졌다.“내가 혼내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이 예전과 다르다고 말하는 거잖아. 이제 자신의 노력으로 돈을 벌어야 해. 누나가 만약 능력이 있다면 운초 누나가 운별 누나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킨다 해도 운별 누나가 두려워할 것 없어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운별 누나가 능력이 없어서 운초 누나가 은행 카드를 정지시니까 모든 일에 문제가 생긴 거잖아.”“됐다, 됐어! 빨리 돈이나 가져 와. 네가 그 장님 편드는 거 알아. 너희 두 사람이 친남매가 아니라는 걸 기억해 둬. 우리 두 사람이야말로 친남매잖아. 운초가 너에게 대체 무슨 약을 먹였는지 그렇게 운초를 믿는지 참...”“지금 운초가 우리의 재산을 차지해서 우리를 더 이상 살 수 없게 하려고 한단 말이야. 넌 왜 아직도 바보처럼 운초 편을 들고 있어? 운초가 너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키지 않아서 너에게 잘해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잘 들어, 그건 다 널 달래기 위한 행동일 뿐이야! 나중에 운초가 우리 집 재산을 가져가면 널 반드시 발로 차버릴 거야. 그때 가서 울지나 마!”여운별은 그녀와 여천우가 같은 뱃속에서 나온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여천우가 왜 여운별의 편이 아니라 여운초의 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여천우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운초 누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야. 자꾸 이렇게
지금 회사는 여운초가 장악하고 있었기에 여천우의 모든 소비는 여운초가 이내 알 수 있었다.갑자기 큰돈을 송금하면 여운초가 반드시 그에게 묻게 될 것이다. 만약 여천우가 여운별에 큰돈을 송금한 것을 알게 된다면 여운초가 말은 하지 않아도 그에게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게다가, 여운별에게 너무 많은 돈을 주면 그녀가 낭비할 게 뻔했고 취직도 하지 않고 그저 여천우의 피를 빨기만 할 것이다.이번에 여천우가 특별히 휴가를 내고 돌아온 목적이 바로 감옥에 면회하러 가서 부모님을 설득해 추미자 부부 명의의 모든 재산을 그의 명의로 옮기려고 한 것이다. 따라서 여천우가 여운별의 생활비를 통제하고 그녀가 재산을 탕진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그렇게 생각한 여천우는 현금 20만 원을 여운별에게 주기로 했다.여천우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돈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다음 방을 나섰다.여천우는 몇 걸음도 못 가서 멀찍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여운초를 보았다.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여천우는 여운초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바지 주머니를 만졌고 또 재빨리 손을 놓았다.그 동작은 무언가를 숨기려는 동작 같았다.“좋은 아침이에요. 누나.”여천우는 억지로 침착한 척 걸어가면서 웃으며 여운초와 인사를 나누었다.여운초도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조깅하고 왔어?”“응, 더 안 자고 일어나려고? 형부가 아까 누나가 피곤하다고 좀 더 자라고 하던데.”여운초가 말을 이었다.“좀 더 자려다가 잠이 안 와서 아예 일어났어. 씻었어? 아침 먹으러 내려가려는데 맛있는 냄새가 나더라고. 무슨 요리를 하고 있는지 맛있는 냄새가 나.”여운초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여천우는 멈칫하다가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두 사람이 계단에서 내려가고 있는데 여운별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이때 전이진이 분노하면서 소리쳤다.“꺼져!”여운초 남매는 본능적으로 멈추어 섰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때 여운별이 비틀거리며 부엌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목격했다.부엌에서 물건들이 여운별을 향해
전이진은 아무 말 없이 웃옷을 벗어 화를 억누르며 부엌 쓰레기통에 던지려고 했다.“이진 씨.”여운초는 쓰레기통에 넣으려던 윗도리를 낚아채며 걱정스레 물었다.“말해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여운별이 뭘 어쨌는데? 말해봐. 내가 대신 혼내줄게. 혹시 이진 씨한테 꼬리 쳤어?”전이진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여운별이 갑자기 살금살금 걸어 들어오더니 뒤에서 나를 껴안고 내 몸을 마구 만지고 있었어... 나는 너인 줄 알고 고개를 돌렸는데 여운별이 보이니까 나도 모르게 폭발했거든. 그리고 여운별을 밀어내며 발로 걷어찼고 또 물건들을 잡히는 대로 여운별을 향해 마구 던졌어.”여운초는 여운별이 감히 자신의 남자를 끌어안으며 만질 줄은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다.전이진도 여운별이 이렇게까지 대담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여운초인 줄 알았지만 여운별인 것을 확인하더니 전이진이 그대로 폭발해 버린 것이다.“여보, 여운별이 이 옷 만졌어. 버려! 난 싫어! 운초 씨 말고 다른 여자들이 날 만지면 절대 안 돼. 내 옷을 만져도 안 돼. 그 옷을 버려줘.”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에서 그 옷을 빼앗아 다시 쓰레기통에 넣으려고 했다.“내가 밖에 버려줄게. 여기에 버리면 이진 씨가 들락날락하면서 그 옷을 보면 여운별이 했던 역겨운 짓들이 생각날 거야.”여운초는 그 옷을 가지고 몸을 돌려 나갔다.집을 나선 여운초는 정말로 그 옷을 밖에 있는 큰 쓰레기통에 버렸다.별장 정문 쪽으로 걸어오는 여천우를 보더니 여운초는 멈춰 서서 여천우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그리고 물었다.“여운별은? 꺼졌어?”“운별 누나가 도망치듯 도망갔는데 무슨 일이 있었어? 형부가 갑자기 화를 낸 이유가 뭐야? 난 형부가 운별 누나를 향해 그릇들과 접시들을 던지는 것만 봤어. 운별 누나의 등은 아마 맞혀서 부었을걸.”여천우는 여운별이 전이진을 꼬시려는 것을 전혀 몰랐다.“빌어먹을! 늦게만 달려갔어도 이진 씨가 여운별을 때려죽였을 텐데. 좋은 것을 배우지 못할망정 이런 뻔뻔한 짓은 엄마에게
어떻게 감히 남몰래 형부를 꼬실 수 있단 말인가!전인진은 겉으로는 온화하고 점잖은 것 같지만, 전씨 가문의 도련님들이 진정으로 온화하고 점잖은 사람은 없었다.그들은 모두 강한 사람들이었다.다만 전이진이 여운초를 너무 사랑하기에 그녀의 동생까지 잘해주게 된 것이다.하지만 전이진은 여운별에게 절대로 마음 약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전이진이 여운별을 혼내지 않은 것은 여운초가 전이진이 끼어들지 못하게 한 탓일 것이다. 여운초는 그녀의 집안일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다.만약 전이진이 끼어들었다면 여운별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오늘처럼 여씨 가문의 별장으로 와서 난리 치지도 못했을 것이다.지금 잘살고 있는 여운초를 보면서 여운별은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날 것이다.여천우가 고개를 들고 어렵게 여운초에게 사과하려고 했을 때 여운초는 이미 그의 앞에서 사라졌고 진작에 집 안으로 들어갔다.여천우는 자기 생각에 푹 빠져들어 여운초가 자리를 뜬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는 제자리에서 발을 떼지도 못했다. 심지어 두 다리가 돌처럼 무겁다고 느껴졌다.여천우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가 순간 마음이 약해져 일어난 일이었다.전이진이 화를 내면 여운초도 분명 여천우에게 실망할 것이고 여운별도 아무런 이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심지어 여운별은 전이진이 던진 그릇들에 의해 등이 맞혀 다쳤다.여운초는 동생에게 실망할 시간도 없이 먼저 전이진을 위로해야 했다.그녀가 집에 돌아왔을 때 전이진은 이미 주방을 떠났고 준비된 아침밥은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바닥의 그릇 파편들은 아직 치워지지 않았다.여운초는 집 안 청소를 담당하는 하인에게 전화를 걸어 먼저 와서 현장을 치우라고 했다.전화하고 난 여운초는 그제야 위층으로 올라갔다.방문이 닫혀 있었지만, 다행히 전이진이 잠그지 않아 여운초가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욕실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전이진이 욕실에서 목욕하고 있었다.여운초는 들어가지 않고 욕실 입구 벽에
키스한 후 여운초는 전이진의 가슴에 기대었고, 잠시 후에야 그의 품을 떠났다.여운초는 손을 들어 전이진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더니 말을 건넸다.“여운별이 앞으로 절대 못 건드리게 할게! 내 남자를 절대로 다른 여자가 건드리게 해서는 안 돼!”“여보, 약속 반드시 지켜야 해.”전이진의 화는 이미 대부분 풀렸다.여운별은 전이진의 등 뒤에서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슴을 몇 번 만지작거리다가 전이진이 자신의 아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여운별을 밀쳐낸 것뿐이었다.“앞으로 절대로 내 앞에 나타나게 하지 마. 아니면 내가 볼 때마다 걷어차 버릴 거야. 난 여자에게 손을 대지 않지만 나에게 감히 손을 대는 변태한테는 무조건 반격할 거야. 정신없이 혼내 줄 거라고!”여운초가 전이진에게 약속했다.“앞으로 운별이가 다시는 이진 씨 앞에 나타나게 하지 않을 거야. 감히 다시 온다면 내가 이진 씨 대신 때려서 쫓아낼 거야. 좋은 것은 배우지 않고 이렇게 뻔뻔스러운 것만 배우다니.”여운초는 전이진의 얼굴을 만지면서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남편도 너무 멋있고 훌륭해서 그래. 마치 자석처럼 어디를 가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많은 여자가 이진 씨를 꼬드기려 한다니까. 많은 사람이 내가 시각장애인이라고, 집에서도 사랑받지 못한 여자라고, 이진 씨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야. 나중에 내가 여씨 그룹을 도맡아 한다 해도 사람들은 또 이진 씨와 동호 오빠 덕이라고 생각할 테고.”여운초는 전이진과 함께 하기로 했을 때부터 이런 헛소문들을 마주할 줄 알고 있었다.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생활환경이 좋지 않았기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았다. 전이진이 여운초를 싫어하지 않으면 되었다.전이진은 매서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누가 감히 그렇게 말하면 내가 가서 혀를 잘라 사냥개에게 먹일 거야! 우리 두 사람이 어울리는지 아닌지 그 사람들이 알 바 아니잖아. 나는 반드시 당신을 아내로 맞이하여 사람들이 부러워하게 하고 질투하게 할 거야. 여보, 나도 당신을
식사 후, 전이진은 미리 준비한 과일을 꺼내 여천우 앞에 놓으며 그에게 말했다.“가지고 나가서 누나와 함께 먹어.”여천우는 알았다고 대답했다.2분 후.여운초가 소파에 앉자 여천우는 여운초의 맞은편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자기 집에서 왜 그러고 있어? 얼른 앉아.”여운초는 한숨을 쉬며 여천우를 꾸지람했다.“난 그냥 서 있으면 돼. 나도 운별 누나가 그런 일을 저지를지 정말 몰랐어. 너무 미안해. 나 좀 욕이라도 해줘.”여운초에게 혼나지 않은 여천우는 마음이 괴롭기만 했다.여천우는 여운초가 그를 한바탕 꾸짖어야만 좀 편하게 지낼 것 같았다.“욕하긴 뭘 욕해? 너도 말했잖아, 몰랐다고. 나도 여운별이 이진 씨에게 그런 짓 할 줄 몰랐어. 너도 자책하지 마. 운별이가 대담하다고 해야 할지, 바보라고 해야 할지... 천우 너의 친누나잖아. 너에게 운별이를 대문 밖으로 내쫓으라는 것도 말이 안 되잖아. 이진 씨에게 내가 잘 말해 놓을게. 네가 이번에 휴가를 내고 뭘 하러 왔는지만 잘 기억해 둬.”“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내가 정지시켰어. 운별이가 새벽부터 결판내려고 찾아왔지? 네 형부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감히 들어오지는 못했을 거고. 네가 운별이를 혼자 밖에 있게 하고 혼자 방에 들어간 거야? 돈 주려고?”여운별의 은행 카드는 정지되었기에 여운별은 돈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비록 그녀가 금고에서 현금들을 가져갔지만, 여운별의 씀씀이로 놓고 보면 아마 며칠도 안 되어 다 써버렸을 것이다.그리고 여운별은 여천우가 돌아온 걸 보고 여천우한테서 돈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여천우는 여운초와 친했지만, 여운별은 그래도 그의 친누나였기 때문에 상관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운별 누나가 밖에서 셋집에 살고 있고 직장도 없고 모든 게 돈이 필요하다고 했어. 누나가 카드를 정지시켰다면서 쓸 돈이 없다고 나보고 돈을 좀 달라고 그러더라고.”여천우는 그제야 바지 주머니에서 20만 원 남짓한 돈을 꺼내 보였다. 아마도 여운별에 미처 주지 못했을 것이다.“내가
여천우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약속했다.“앞으로 형부가 있는 한 운별 누나를 들여보내지 않을게. 여기는 운초 누나 집이기 때문에 운별 누나도 적게 와야 하니까. 누나, 나랑 같이 감옥으로 면회 갈 거야?”“응.”여천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여운초가 그에게 화를 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30분 후.여운초 남매는 차 한 대를 타고 대문을 나섰고 그 뒤에는 경호원 차 한 대가 따라다녔다.전이진은 별장 대문에 서서 남매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본 뒤에야 그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전이진은 여운초 남매를 따라 감옥으로 가지 않았다.원래는 함께 갈 계획이었는데 여운별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추미자 부부를 보러 갈 마음이 사라졌다.어차피 그 악독한 부부의 마음속에는 전이진을 사위로 보지도 않을 것이다.전씨 그룹.낯선 여자가 전씨 그룹 대문에서 서성거렸다. 그녀는 몇 번이나 들어가려고 하다가 멈추어 서곤 했다.당직 경비원은 오랫동안 그녀를 주시하며 도둑을 보듯 그 여자를 경계했다.전이진이 회사 앞으로 다가가자 그 여자는 용기를 내어 갑자기 전이진의 차를 가로막았다.당직 경비원은 반나절이나 경계하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전이진 대표의 차를 막으러 가는 것을 보더니 깜짝 놀라 경비실에서 급히 뛰쳐나와 그 여자를 쫓아내려고 했다.그러나 전이진은 차창을 내리눌러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전이진은 그 여자가 낯설었고 왜 자신의 차를 가로막는지 의아했다.다행히도 여운초가 전이진과 함께 하지 않았다. 아니면 여운초가 전이진이 밖에서 여자들과 어울려 다닌다며 오해했을 것이다.“무슨 일이시죠?“전이진이 조용히 물었다.“선생님, 죄송합니다. 실례지만 여기에서 출근하는 사람에 관해 물어보고 싶어서 이렇게 차를 가로막았어요.”“말씀하세요.”그 여자는 경비원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하필 전씨 그룹의 부대표의 차를 막아서 물어보려 했다.혹시 전이진이 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자 전씨 그룹의 부대표님인 것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혹시 전이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