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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3화

Author: 고능비
“그래, 또 그 영감탱이 생각이 났어. 먼저 나를 두고 가버린 사람.”

전씨 할머니는 눈물을 닦아냈다.

“이제는 그만 그리워해야지. 그래도 내가 더 복이 많아. 손자들이 결혼하는 것도 보고. 운이 좋으면 막내까지 장가가는 것도 볼 수 있을 거야. 나는 살아있을 때 증손녀를 한번 안아보고 싶을 뿐이다. 너희 아버지가 떠나기 전에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 그거였거든. 딸도 없고, 손녀도 없었던 것이 한이라고.”

명해은이 조심스레 웃으며 위로했다.

“어머님은 분명 오래오래 사실 거예요. 100세도 넘기고 120세도 넘기면서 막냇손자 장가가는 모습도 보시고 증손녀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어머니께는 손자가 아홉이나 있잖아요. 손자며느리가 아홉이나 생길 거고 그중 하나는 분명 예쁜 딸아이를 낳을 거예요.”

그러나 그 말은 명해은 본인도 완전히 장담하지는 못했다.

전씨 가문은 벌써 세 대째 딸이 없었다. 윗세대에 딸이 태어났지만 금방 세상을 떠났고 최근 세대에 와서는 아예 태어나지도 않았다.

마치 전씨 가문에 딸아이가 들어오는 것을 하늘이 막은 듯했다.

전씨 할머니가 말했다.

“그래, 손자며느리가 아홉이면 손녀 하나쯤은 나오겠지. 그리고 우리 가문은 유난히 비주얼들이 좋잖니. 딸이 태어나면 얼마나 예쁘고 뽀얗고 귀엽겠냐. 지연이는 참 영특하지. 아이참, 내가 얼마나 오래 못 본 줄 알아? 가끔은 내가 몰래 지연이를 납치해 와서 키우고 싶을 만큼 귀엽다니까. 예씨 가문도 그래. 내가 정말 애를 훔쳐 올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데려오고 싶다고 생각만 했을 뿐인데도 나만 보면 죄다 도둑 들었을 때처럼 경계하는 눈빛을 한다니까.”

명해은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머님이 지연이만 보면 붙잡고 놓지를 않으니 예씨 가문의 가족들이 당연히 경계하죠. 어머님 표정이 딱 내 것이 될 운명이라는 그런 표정인데요.”

전씨 할머니도 그 모습을 떠올리자 피식 웃었다.

“그러게. 그러니까 우리도 손녀를 가져야 해. 그래야 집안 손녀를 탐내지 않지. 오히려 남들이 부러워할걸.”

다만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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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0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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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084화

    “저녁 메뉴는 엄마가 정하시는 대로 따를게요. 나는 아무 의견 없어요.”도아영은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주말이 되면 그녀의 형제자매 중에는 여전히 바쁜 이들도 있었고 쉬는 이들도 있었지만 저녁 식사 시간만큼은 다들 맞출 수 있었다.전화를 끊은 뒤 도아영은 전이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조금 있다가 태경 오빠 만나면 공항 근처에서 간단히 뭐라도 먹어요. 저녁에 다시 모여서 함께 밥 먹어요.”전이혁은 방금 황서진이 전화에서 한 말을 듣고 있었기에 바로 물었다.“그분이 혹시 아영 씨 댁에서 지내시는 건가요?”저녁을 함께 먹는 건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었다. 김태경은 황서진의 아들 같은 사람이라 어렵게 귀국했는데 제대로 대접하고 싶어 하는 것도 매우 정상이었다.하지만 김태경이 도씨 가문의 저택에서 묵는다는 사실만큼은 전이혁의 속을 미묘하게 뒤틀리게 했다.정작 전이혁은 아직도 그 저택의 문턱조차 마음대로 넘지 못하는데 김태경은 돌아오자마자 바로 들어가 묵는다니, 도씨 가문과 너무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수록 전이혁에게는 위협처럼 느껴졌다.도아영은 그가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담담하게 말했다.“태경 오빠는 회사에서 국내 지사로 파견한 거라 앞으로 계속 한국에 머무를 거래요. 오빠 가족분들은 평소 해외에 계시잖아요. 원래 오빠 집을 돌보던 부부가 있었는데, 그 부부 중 부인이 아프셔서 일을 그만두면서 지금은 집을 맡아 줄 사람이 없대요.”“관리할 사람이 없으니까 먼지도 쌓이고 환기도 안 돼서 바로 들어가 살기는 어렵죠. 그래서 원래는 내 호텔을 잡아드렸거든요. 태경 오빠도 호텔에 묵는다고 했는데... 우리 엄마가 친구한테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했나 봐요. 그래서 며칠 정도는 그냥 집에 머무르게 하려는 생각이에요. 저도 가끔 출국할 때면 태경 오빠 집에 가서 머물거든요.”그러고는 시선을 조금 틀어 전이혁을 바라보며 덧붙였다.“그리고 저녁에 이혁 씨도 같이 먹어요. 대신 매운 건 먹지 말고 술도 마시면 안 돼요. 우리 형제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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