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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Author: 고능비
하예진은 동생이 왜 웃는지 바로 알아챘다.

“잘 지내거나 말거나, 이혼하면 난 주형인과 남남이야.”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

“그 집안 아마 바람 잘 날 없을걸.”

“그럼 완전 퍼펙트지. 벌을 받아도 싸!”

하예정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못됐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주형인이 재혼한 후 온 가족이 괴롭게 살길 바랐다.

서현주가 분발해서 주씨 일가를 발칵 뒤집어놓고 주서인을 찍소리도 못하게 다스리길 바랐다.

하예진이 전화를 안 받자 주서인은 문자를 보냈다. 하예진은 그들 온 가족의 카톡을 차단하고 주형인 것만 남겨두었다. 그와는 아직 이혼 상의가 남아있었으니까.

이혼 절차만 마무리하면 주형인의 카톡도 전부 차단할 예정이었다.

하예진은 주서인의 문자를 받더니 읽지도 않은 채 바로 삭제했다.

그리고 주서인의 전화번호까지 차단했다. 그녀는 두 번 다시 형님한테서 전화나 문자를 받고 싶지 않았다.

주서인은 이제 곧 하예진과 남남이 될 테니까.

이때 하예정의 휴대폰도 울렸다. 그녀는 인간쓰레기 같은 주서인이 언니한테 까여 타깃을 본인으로 갈아탄 줄 알았는데 발신자는 정작 태윤 씨였다.

하예정은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여보.”

하예정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아침에 깨어났을 때도 여보라고 부른 것 같았는데 그땐 온 신경이 꽃다발에 꽂혀있어 별다른 반응을 못 했다.

다만 지금은 맑은 정신으로 남편에게 여보 소리를 들으니 재빨리 언니부터 쳐다봤다. 언니가 아무 반응이 없자 그녀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아마 다른 부부들도 여보, 자기라고 부르겠지?’

“예정아?”

사실 전태윤도 여보라는 호칭이 썩 적응되지 않았다. 다만 한번 부르고 나니 두 번째는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그는 아내가 이런 닭살스러운 호칭이 싫어서 아무 반응이 없는 줄 알고 곧장 원래대로 이름을 불렀다.

“듣고 있어?”

“운전 중이에요. 말해요, 듣고 있어요.”

“사람들 열댓 명 불렀어. 광명 아파트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했으니 이따가 바로 가면 돼.”

“알았어요. 효진이도 사촌 오빠한테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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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한성근은 아직 살아 있었다.그는 이은숙의 곁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특별 비서였다.이은화가 친자매를 해치고 가주 자리를 차지한 죄가 다시 드러난 이상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이은화의 자식들이 그 자리를 잇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저는 도저히 억울해서 못 참겠어요! 이건 말도 안 돼요! 설령 가주 자리를 빼앗긴다고 해도 우리가 이씨 그룹에서 맡고 있는 자리까지 하예진이 손대게 할 수는 없어요! 절대 못 빼앗게 할 거예요! 그리고 엄마가 남긴 재산 말이에요. 이윤미가 우리와 똑같이 나누지 않으면 절대로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 제가 죽더라도 윤미가 혼자 독차지하게 두지는 않아요. 같이 죽더라도 저는 포기 못 해요. 제가 죽으면 제 자식들이 우리 엄마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잖아요. 윤미는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없잖아요? 결국 손해 보는 건 걔예요!”말을 끝낸 정일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돌아서 나가버렸다.그는 정군호의 말을 듣기 싫었고 단 한마디도 더 하고 싶지 않았다.정일군과 정일호가 서로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결국 정일범의 뒤를 따라 일어섰다.거실에 남은 건 한 노인의 거친 숨소리뿐이었다.정군호는 치를 떨며 하늘을 향해 외쳤다.“이런 불효자들 같으니라고! 내가 어쩌다 이런 놈들을 낳았는지 모르겠다! 세상에 이렇게 둔한 놈들이 또 있을까.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말이야! 이은화, 너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됐어!”그의 외침은 허공으로 흩어졌고 늙은 몸은 분노로 떨렸다.관성.오후 세 시 반.노동명은 회사를 나와 우빈이가 다니는 유치원으로 향했다.유치원에 도착하니 4시까지는 아직 10분 정도 남아 있었다.우빈처럼 유치원 버스를 타지 않고 부모가 직접 데리러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네 시가 되어야 나올 수 있었다.다리 불편한 노동명은 차 안에 그대로 앉아 우빈을 기다렸다.그때 한 쌍의 늙은 부부가 그의 차 앞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들의 손에는 햄버거 포장 봉투가 들려 있었다.그는 단번에 알아봤다.바로 우빈의 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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