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전화기 너머에서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났다.
“세라.”
나는 통화를 끊지 않았다. 아버지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이번에는 끝까지 들을 생각이었다.
“차를 돌려.”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앞좌석을 보았다. 운전자는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에단도 전화기를 가져가려 하지 않았다.
“싫어.”
내가 대답했다.
“방금 레나토가 나를 끌고 들어가려고 했어.”
“널 데리러 간 거야.”
“팔에 자국이 남았
회의는 끝나지 않았지만 내가 할 일은 끝났다. 아버지는 나가 보라고 했다. 레나토가 문을 열었다. 나는 그 옆을 지나 복도로 나왔다.회의실 바로 옆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세면대에 손을 짚고 입 안을 헹궜다. 속이 울렁거렸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점심 봉투를 책상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비품 선반에 작은 종이컵들이 쌓여 있었다. 나는 하나를 뽑아 물을 마셨다. 컵 가장자리가 입술에 붙었다. 이제부터는 아버지가 모르는 일을 알아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멈춘 거래가 생겼다.에단에게 공동 승인 내용을 회의에서 말했다고 보냈다. 사진은 아직 첨부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가지고 있는 자료와 방금 말한 내용은 구분해 두어야 했다. 그 뒤 내 자리에서 가방을 챙겼다.책상 위 점심 봉투가 없었다.“루카가 가져갔어요?”옆자리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가 준 음식을 못 먹은 일이 서운해질 뻔해서 어이가 없었다. 루카가 내 점심을 챙겼다는 사실과 안드레아의 차를 받았다는 사실이 한 사람 안에 있었다.나는 빈 책상에서 가방을 집었다. 봉투를 찾아 루카를 부르려던 입을 다물었다.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무릎이 떨렸다.아버지에게 반항했다는 흥분은 없었다. 내가 돈을 틀어막았다는 걸 그가 어떻게 갚게 할지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안드레아의 손목에 감긴 붕대가 떠올라 내려가는 버튼을 두 번 눌렀다.휴대전화가 울렸다. 에단이었다.“정비소에서 확인한 게 있습니다. 당신이 그 차를 조회했다던데.
그는 방 밖으로 나갔다. 나는 싱크대 앞에 그대로 섰다. 가족에게 대답해야 하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그가 문을 닫은 뒤에도 한동안 통화는 끝나지 않았다.지배인이 다시 들어왔다. 수건이 더 필요하면 어디로 연락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객실 전화로 외부 통화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번호를 메모했다. 내 휴대전화가 없어졌을 때도 누군가에게 연락할 길이었다.에단이 돌아와 나를 객실 층까지 안내했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객실 열쇠를 돌려 보았다. 그가 가진 다른 열쇠와 색이 달랐다. 그 작은 차이를 계속 확인하는 자신이 지쳤다.객실 문을 닫고 안쪽 걸쇠를 걸었다. 내가 걸 수 있는 잠금쇠였다. 침대 끝에 앉아 신발을 벗었다. 오른쪽 발뒤꿈치가 까져 있었다. 아까 로비에서 뒤로 물러나며 구두가 벗겨질 뻔했을 때 생긴 상처 같았다.두 손을 배에 올렸다. 아무 느낌도 없었다. 무서웠던 하루를 지나왔다고 아이가 말을 걸어 오지는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했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정하지 못한 채.전원을 내릴까 하다가 휴대전화를 그대로 두었다. 연락할 방법을 지워 버리면 편할 것 같았지만, 다비데의 아내도 이 번호를 알고 있었다. 나는 소리만 줄이고 화면을 아래로 놓았다. 침대 머리맡의 전화도 손이 닿는 쪽으로 당겼다.울음은 짧게 시작됐다. 멈추려고 해도 숨이 자꾸 깨졌다. 베개로 입을 가렸다가, 옆방에서 들을까 봐 수도를 틀려는 나를 깨달았다.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베개를 내려놓고 그대로 울었다.얼마 뒤 문을 두드렸다. 나는 얼굴을 닦고 누군지 물었다. 에단이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났다.“세라.”나는 통화를 끊지 않았다. 아버지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이번에는 끝까지 들을 생각이었다.“차를 돌려.”아버지가 말했다.나는 앞좌석을 보았다. 운전자는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에단도 전화기를 가져가려 하지 않았다.“싫어.”내가 대답했다.“방금 레나토가 나를 끌고 들어가려고 했어.”“널 데리러 간 거야.”“팔에 자국이 남았어.”“그건 내가 이야기하마. 일단 돌아와.”그가 사과를 약속하는 목소리가 낯설었다. 실제 사과는 없었다. 내가 돌아오면 이야기하겠다는 말만 있었다.“오늘은 안 가.”아버지가 숨을 내쉬었다.“지금 네 옆에 누구 있는지 알아?”에단은 내 손에 쥔 전화기를 보고 있었다. 들리는 말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알아.”“그 사람이 왜 널 태웠을 것 같니. 죽은 동생 때문에?”나는 손수건 아래의 피를 봤다. 아버지는 아직 그 피를
나는 의자를 뒤로 밀었다. 책상 아래 바퀴가 걸려 덜컥거렸다. 옆 직원이 나를 보았다.“차량 정비 누가 맡아요?”그가 총무팀 이름을 말했다. 나는 확인했다며 다시 앉았다. 인수 날짜는 안드레아가 죽은 날 오전이었다. 나는 차 번호와 정비소 이름만 에단에게 보냈다. 회계 자료 전체는 첨부하지 않았다. 그날 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안드레아였다.루카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다시 조회했다. 모델과 번호를 대조하고 지급 건을 열었다. 차량 사용 목적에는 외부 회의라고 적혀 있었다. 안드레아 이름은 없었다.뒤에서 누군가 내 의자를 건드렸다.나는 화면을 닫으려다 멈췄다. 늦었다.루카가 점심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식사 안 하셨다고 해서요.”그의 눈이 화면에 닿았다. 잠깐, 손에 든 종이봉투가 구겨졌다.“이 차 네가 받았어?”나는 사람들 있는 자리에서 물었다.루카는 봉투를 책상에 놓았다.“밖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여기서 해.”옆자리 키보드 소리가 멎었다. 루카는 그쪽을 보고 다시 나를 봤다. 내가 누구 앞에서 물으려 하는지 아는 얼굴이었다.“네. 제가 정비소에서 받았습니다.”&nbs
나는 창밖을 보았다. 응접실에서 에단을 붙잡던 손에도 반지는 없었다.“그렇다고 사진을 보내서 따지지는 마요.”“사진으로 따진 건 내가 심했어요.”그가 내 반응을 기다렸다. 나는 반지를 빼지 않았다. 아직 이 반지와 치료비가 어떻게 묶였는지 알아야 했다. 다만 그가 내 대답을 궁금해한다는 걸 알게 된 뒤에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나는 창턱에 손을 올렸다. 그가 질투했다는 말보다 내 지적을 받아들였다는 대답이 오래 남았다. 손가락의 반지를 건드리다가 그만뒀다. 지금 그에게 대답하려고 뺄 물건은 아니었다.“내가 뭘 넘겼는지는 알아야겠어요.”“약혼 발표 전 계약을 보세요. 결혼하고도 당신 재산을 따로 둘 수 있는지.”나는 그에게 산테 자료가 금고에 있는지, 누가 승인권을 갖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에단은 아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을 구별해 대답했다. 안드레아의 계좌 경로는 알지만 내 결혼 계약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그런 뒤에야 나는 다비데가 회색 차에 관해 한 말을 전했다.“늘 타던 차 대신 회사 차를 받은 거라면 배차가 남아요.”“번호는 경찰에 있겠죠.”“페리에게 확인해 볼게요. 그 차가 회사 차량인지 알고 싶다고.”나는 현장 사진을 열었다. 종이는 제대로 찍혀 있었지만 차량 번호는 없었다. 사진을 더 넘겨 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무엇
나는 마테오를 불렀다.그가 종이를 읽더니 접수 직원에게 이것도 빼라고 말했다. 직원은 레나토를 찾았다. 레나토가 안쪽 문에서 나왔다.“수정본입니다.”“또 수정해.”마테오가 말했다.레나토의 눈이 내게 왔다. 나는 서류를 접수대로 돌려놓았다. 직원은 마테오가 시켰는데도 레나토의 눈치를 보았다. 나는 마테오 곁으로 가려던 발을 멈췄다. 여기서 종이 한 줄을 바꾸는 데도 아버지의 허락이 필요했다. 반지를 받는다고 그 사정까지 바뀌지는 않을 터였다.파올로가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가 손부터 내밀었다. 그녀는 종이를 내려놓고 남편 손을 잡았다. 나는 그들의 손이 포개지는 것을 보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서류가 그대로 남았다.다비데가 뒤이어 나왔다. 이송 직원이 부축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울지 않았다. 남편 얼굴을 살핀 뒤 재킷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 목적지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접수 직원이 짜증을 감추지 못하고 주소를 읽었다. 마테오가 미리 말한 곳과 같았다.그때 다비데가 내 손목을 잡았다.“안드레아 씨가 마지막에 차를 바꿨다고 들었습니다.”나는 그를 보았다.레나토가 한 걸음 다가왔다. 다비데의 아내가 남편 앞에 섰다. 대놓고 막은 동작은 아니었다. 가방을 남편 무릎에 놓으면서 잠깐 그 사이에 들어왔다.“회색 차였어요.”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