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아버지를 믿지마세요

내 아이의 아버지를 믿지마세요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31
By:  운디네JIn-update ngayon lang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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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사실을 말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식탁에는 아이의 아버지로 지목된 남자 네 명이 앉아 있었다. 마피아 가문의 딸 세라. 기억이 끊긴 밤의 진실을 찾으려 할수록 증거는 뒤집히고, 진실을 아는 자는 죽어 간다. 그녀가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은 위험한 남자 에단뿐. 그의 손은 세라를 구하지만, 그 손에 묻은 피의 이유까지 알려 주지는 않는다. 입술을 허락할수록 의심은 깊어지고, 도망칠 길을 찾을수록 그를 버릴 수 없어진다. 뱃속 아이는 누구의 것인가. 에단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 그리고 아버지는 왜, 그 밤을 묻으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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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banata 1

제1화 — 아버지가 고른 네 남자

임신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식탁에는 남자가 네 명 앉아 있었다.

나와 도망치기로 했던 안드레아의 입술이 터져 있었다.

그가 입에서 뗀 냅킨에 피가 묻었다. 아버지의 심복 레나토가 새 냅킨을 건넸다. 안드레아는 받지 않았다.

약혼자 마테오는 반지를 낀 손으로 물잔을 돌렸다. 항구 사업가 니콜라는 창밖의 경호원을 세고 있었다. 문에서 가장 가까운 의자에는 우리 집 경호원 루카가 앉아 있었다.

루카는 우리 집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먹는 동안 서 있는 사람이었다.

“앉아라, 세라.”

아버지가 손바닥을 위로 펴 내 자리를 가리켰다.

접시 옆에는 와인 대신 물이 놓여 있었다.

나는 들어온 문을 돌아봤다. 경호원이 손잡이에서 손을 떼었다. 닫히는 소리는 작았지만, 니콜라가 웃음을 멈추기에는 충분했다.

“누가 그랬어?”

나는 안드레아를 보고 물었다.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아버지가 대답했다.

“오라고 했는데 도망가려고 하더구나.”

“누가 때렸느냐고 물었어.”

“앉으면 정리하마.”

레나토가 냅킨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아무도 그를 보지 않았다.

“네가 먼저 설명하고 싶다면 그래도 좋다.”

안드레아의 시선이 내 배로 내려갔다.

그 순간 알았다.

어제 병원에서 들은 말을 이 방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의자 등받이를 잡았다. 손끝이 차가웠다. 진료실을 나오면서 누구에게 전화했는지 되짚었다.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운전도 직접 했고, 병원비는 가문 카드로 결제하지 않았다.

“병원에 전화했어?”

아버지는 내 의자를 당겨 주었다.

“일단 앉아. 오래 서 있지 말고.”

그 말에 마테오의 손이 멎었다. 루카는 고개를 숙였다. 나머지 둘은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나는 앉지 않았다. 레나토가 자세를 고쳤다. 아버지 대신 문을 잠그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의 짐을 치우는 남자였다.

마피아 조직을 거느린 아버지, 비토 벨로네가 문 쪽의 경호원들에게 말했다.

“밖에서 기다려.”

경호원들이 나갔다. 레나토만 아버지 의자 뒤에 남았다. 문이 닫혔다.

이번에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앉아서 이야기하자. 네가 책임질 일이라고 혼자 생각하지 말고.”

네 사람 모두 나와 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일은 기억했다.

그 사이의 한밤만 비어 있었다.

벨로네 별장. 계단에 깔린 붉은 카펫. 입 안에 남아 있던 쓴맛. 다음 날 아침, 내 옷이 아닌 가운의 매듭.

나는 그 밤을 설명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 네 남자 앞에서는 더더욱.

안드레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세라가 원하지 않으면 저희가 먼저 나가겠습니다.”

“자네에게 묻지 않았네.”

안드레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그를 보지 않고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레나토가 안드레아의 어깨를 잡아 눌렀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었다. 나는 다가가 레나토의 팔을 붙잡았다.

“놔.”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안드레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입술에서 다시 피가 났다.

“아버지, 놓으라고 해!”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인 뒤에야 손이 풀렸다.

나는 안드레아의 등을 봤다. 숨을 쉴 때마다 셔츠가 떨렸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뒤에 선 아버지가 등받이를 밀었다. 식탁이 배 가까이 왔다. 나는 의자를 조금 뒤로 뺐다.

니콜라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검사하면 될 일을 이렇게 모일 필요가 있습니까?”

“그렇게 할 거야.”

아버지가 대답했다.

“그 전에 누가 널 혼자 병원에 가게 했는지는 알아야겠다.”

“혼자 가기로 한 건 나야.”

“그렇구나.”

아버지가 잠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혼자 떠나기로 한 것도 네 결정이니?”

안드레아가 내 쪽으로 내밀려던 손을 멈췄다.

니콜라가 창밖에서 눈을 뗐다.

나는 물잔을 잡았다. 차가운 표면에 손바닥이 붙었다. 아버지는 내 배를 보고 있지 않았다. 안드레아와 니콜라를 차례로 보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아버지가 휴대전화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자네들 방을 준비했네.”

“저희가 머물 이유는 없습니다.”

니콜라가 말했다.

“내일 일정이 있어.”

“취소하지.”

“그건 제가 결정합니다.”

아버지가 그를 잠깐 보다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 네가 부탁하렴. 아이 아버지를 확인할 동안만 함께 있어 달라고.”

네 남자의 시선이 한꺼번에 내게 왔다.

내가 거절하면 이들 대신 나를 가두려 할까. 아니면 내 말은 처음부터 상관없는 걸까.

“돌아가게 해 줘.”

나는 아버지를 보고 말했다.

“필요하면 내가 연락할게.”

“그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문밖에서 차 열쇠들이 쟁반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레나토가 은색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안드레아의 낡은 가죽 키링과 니콜라의 붉은 자동차 열쇠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마테오가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뺐다.

아버지는 내 어깨를 한 번 쓸었다.

“아이 아버지를 확인하기 전에는 아무도 이 집에서 나가지 마.”

니콜라가 쟁반의 열쇠로 손을 뻗었다.

레나토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니콜라는 놓으라고 했고, 레나토는 놓지 않았다.

“내 아버지한테도 이렇게 하나?”

“그만해.”

루카가 둘 사이로 팔을 뻗었다.

레나토가 루카의 얼굴을 때렸다.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루카가 식탁을 짚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레나토는 이번에는 총을 꺼냈다.

니콜라가 밀어낸 의자가 넘어졌다. 내가 일어서자 안드레아가 내 앞을 막았다. 그의 손이 내 팔을 너무 세게 쥐었다.

“세라. 움직이지 마.”

나는 그의 손 아래에서 팔을 뺐다.

레나토의 총구가 루카의 턱 밑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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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 명함을 준 남자
“아버지.”나는 총구를 보며 불렀다. 아버지가 내려놓으라고 하자 레나토가 총을 거뒀다. 루카는 입가의 피도 닦지 않은 채 물러났다.니콜라가 손목을 빼냈다.“항구 손실은 청구하겠습니다.”“자네 아버지와 이야기 중이니 그쪽에 전하게.”아버지가 전화기를 뒤집었다. 니콜라는 화면의 이름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안드레아를 봤다.“네 운전기사는 어디 있어?”“돌아갔어.”그는 레나토를 보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내가 나가려 하자 따라오던 발도 아버지가 이름을 부르자 멈췄다.나는 혼자 복도로 나왔다. 어머니가 내 팔을 받쳤다.“방에 가자.”“언제 알았어? 나 병원 간 거.”“네가 오기 전에 들었어.”그녀는 저 남자들을 부를 때도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계단 아래에 레나토가 서 있었다.방에는 여행 가방이 없었다. 꺼내 놓았던 옷들이 옷장에 다시 걸려 있었다. 서랍을 열자 속옷 밑의 여권도 사라졌다.“누가 들어왔어?”“짐 정리하라고 하셨어.”“그걸 보고 있었어?”“내가 왔을 때는 끝나 있었어.”어머니는 빈 서랍보다 내 얼굴을 살폈다. 내가 소리를 지르면 달래야 하니까. 나는 서랍을 밀어 넣었다.“엄마처럼 살 생각 없어.”그녀는 가디건을 침대에 놓았다. 나가 달라고 하자 문을 열다 말고 돌아봤다.“내일 진료실에는 혼자 들어가.”왜냐고 묻기 전에 문이 닫혔다.안드레아에게 전화가 왔다.“혼자야? 문은 잠기지 않았고?”나는 손잡이를 내려 봤다. 복도에 가정부가 있었다. 다시 문을 닫았다.“내 돈은 안전해?”“네 이름으로 남아 있어.”우리는 두 달 전 헤어졌다. 그래도 가문 자금을 관리하던 그에게 내 개인 계좌를 맡겼다. 아버지가 손댈 수 없는 곳으로 돈을 옮겨 달라고 했다. 함께 떠날 계획도 세웠다.“기사는 어디 있어?”“나를 막아서다가 맞았어. 데려갔는데 어디인지는 몰라.”나는 침대에 앉았다. 다시 만난 뒤 우리가 나눈 말은 항공편과 돈 이야기뿐이었다. 오늘은 다른 대답이 필요했다.“네 아이일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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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 읽지 않은 서류
다음 날 아침, 루카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루카가 차 문을 열었다. 입가의 상처는 밤새 더 부어 있었다. 어머니가 내 옆에 탔다. 아버지는 다른 차로 오겠다고 했다.차가 정문을 빠져나갈 때 나는 사이드미러를 봤다. 루카의 눈이 한 번 내게 왔다가 도로로 돌아갔다.“그날 내가 네 차를 탔어?”어머니가 내 무릎에 손을 얹었다.나는 그 손을 밀어냈다.루카는 앞을 보고 말했다.“별장까지 제가 운전했습니다.”발음이 조금 샜다. 나는 어젯밤 레나토의 주먹이 닿았던 입가를 봤다. 루카는 거울을 피했다.나는 안전띠를 쥐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내가 가자고 했어?”“차에 오르셨을 때는요.”“누구랑?”루카의 시선이 룸미러로 올라왔다.“세라.”어머니가 불렀다.“지금 대답할 수 있잖아.”“차 세워서 이야기할까?”그 말에 나는 어머니를 봤다. 그녀는 기사석을 보고 있었다. 루카가 잠깐 속도를 줄였다.나는 창밖을 봤다.도로를 벗어나 차를 세우는 것이 왜 더 불안한지 설명할 수 없었다.“아니. 병원부터 가.”어머니가 손을 무릎 위로 거뒀다.병원에는 처음 왔을 때와 다른 직원이 나왔다. 그녀는 나를 이름으로 부르고 작은 대기실로 안내했다. 문 앞에서 어머니가 걸음을 멈췄다.“혼자 들어가겠대요.”직원이 어머니를 봤다가 나를 봤다.“보호자분과 함께 설명을 들으시면—”“혼자요.”내가 말했다.직원은 손에 든 서류를 고쳐 잡았다.진료실에는 처음 진료를 봤던 의사가 없었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모레티 선생님은?”“오후 외래부터 오실 겁니다. 저는 로시예요. 오늘 어떤 설명을 듣기로 하셨나요?”나는 의자에 앉았다.문이 완전히 닫힌 뒤에야 말했다.“아버지가 제 임신을 알아요.”그녀는 서류를 내려놓았다.“말씀하신 적 없는데 알게 되셨다는 뜻인가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의사가 전산 화면을 내 쪽으로 조금 돌렸다. 보호자 정보와 연락처가 보였다. 아버지 번호였다.내가 적은 것은 내 번호였다.“이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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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 들키면 안 되는 통화
화장실을 나온 뒤 서명과 날짜부터 촬영했다.원본을 들고 진료실로 돌아갔다.로시 의사는 다음 환자를 보고 있었다. 접수 직원에게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복도 끝에서 루카가 다가왔다.“무슨 일입니까?”“기록에 빠진 게 있어.”“제가 받아다 드리겠습니다.”“내가 받을게.”진료실 문이 열렸다. 나는 원본을 들고 들어갔다.의사는 내가 내민 종이를 오래 봤다. 전산 화면을 확인한 뒤 어디에 전화했다. 내 눈앞에서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종이를 책상 위에 놓았다.“오늘 입력한 동의서가 아니에요. 이전에 전달된 서류가 함께 출력됐어요.”“누가 전달했는데요?”“그 부분은 확인해야 합니다.”“제가 서명한 기억이 없어요.”그녀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그렇게 기록해 둘게요. 이 서류에 근거한 공유는 중단하도록 요청하겠습니다.”나는 서류를 다시 가져왔다.“이 출력본은 제가 가져갈게요.”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복도로 나오자 안드레아는 없었다.그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나는 문자를 남겼다. 네가 받은 전화 기록을 보여 달라고. 전송 표시를 보고 화면을 껐다.차에 올라타자 루카가 거울로 나를 봤다.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아버지한테 전화했어?”그는 운전대를 잡았다.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옆에서 어머니가 안전띠를 맸다. 금속 고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네.”루카가 말했다.나는 창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그가 오늘 한 말 중 가장 짧고 분명한 대답이었다.집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불편한 일이 있었다며.”“내가 서명했다는 종이가 있어.”나는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종이 원본은 가방 안쪽에 두었다.아버지는 사진을 확대하지 않았다.“별장에서 의사를 불렀던 날이구나.”“의사가 왔었어?”“네가 계단에서 넘어졌잖아.”그가 내 관자놀이를 보았다. 머리카락 안쪽에 손톱만 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는 다음 날 거울에서 그 상처를 보고 술에 취해 부딪쳤다고 생각했다. 루카도 내가 넘어졌다고 했다.“아무도 말 안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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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 닫지 않은 문
검사를 받은 지 엿새째 되는 날, 결과가 도착했다.식탁에는 네 남자의 봉투가 놓여 있었다. 나는 내 이름으로 온 봉투부터 열었다. 결과를 나에게만 달라고 했던 로시 의사의 얼굴이 떠올랐다.“각자 받은 사본이야.”아버지가 말했다.“안드레아와 니콜라는 제외됐구나.”“이미 읽었어?”“안드레아가 설명해 줬어.”안드레아는 종이 맨 아래를 보고 있었다. 마테오와 루카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두 이름 사이를 손가락으로 짚자 종이가 떨렸다.안드레아가 먼저 일어났다.“사무실에 가 보겠습니다. 계좌 마감이 남았습니다.”“이미 끝났어. 자네 서명도 받았고.”아버지의 말에 레나토가 문을 가렸다. 안드레아는 내게 무언가 말하려다 봉투를 접었다. 모서리가 어긋났다.내가 하지 않은 서명과 보내지 않은 문자가 떠올랐다. 여기서는 본인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일이 끝나 있었다.“한결 간단해졌지?”아버지가 물었다. 나는 남은 두 이름을 보았다.“내가 먼저 의사한테 물어볼게.”그는 직접 설명을 들어 보라며 전화기를 내 쪽으로 밀었다. 나는 내 휴대전화를 꺼냈다.방으로 올라가 로시 의사에게 연락했다. 확인 후 설명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다른 알림은 없었다. 나는 에단의 번호를 열었다 닫았다.동생 일로 하라고 했던 연락이었다. 그런데 이제 내 결과에서는 그 동생이 지워졌다.아래층에서 에단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한참 뒤였다. 중단된 항구 거래에 관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봉투를 서랍에 넣고 내려갔다.서재 문이 열리자 레나토가 에단에게 다음 일정을 확인했다. 나는 계단 밑에서 기다렸다. 에단이 나를 보고 걸음을 늦췄다.“할 말이 생겼습니까?”“여기서는 못 해요.”그는 서재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복도 안쪽의 작은 응접실 문을 열었다. 그가 들어온 뒤에도 문은 조금 남겨 뒀다.어릴 때 책을 읽던 방이었다. 어머니가 안에 있던 날에는 밖에서 잠겨 있었다. 나는 손잡이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에단이 그 손을 봤다.“열어 둬요.”“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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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 왜 하필 저 사람이야
에단은 내 손을 떼어 내지 않았다. 마테오가 다가오자 문에서 손을 내리고 한 발 옆으로 움직였다.“알고 있습니다.”“그런데 이 방에서 뭘 하신 겁니까?”“내가 불렀어.”내가 말했다. 마테오는 나를 보면서도 에단 쪽으로 팔을 내밀었다. 나는 그 팔을 피해 복도로 나왔다.“검사 결과 때문에 그래? 놀란 건 알아.”“그 이야기 아니야.”“그럼 나한테 해.”나는 마테오의 반지를 봤다. 늘 내 대답을 기다리던 사람이 오늘은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지까지 정하고 있었다.“아버지한테도 말할 거야?”그가 대답을 늦췄다.“네가 누구를 만났는지까지 보고해야 해?”“그런 말은 안 했잖아.”“그럼 내가 먼저 할게. 방에 부른 건 나야.”마테오가 내 어깨를 잡으려 했다. 내가 물러나자 그의 손이 허공에 남았다. 나는 응접실 문 쪽을 봤다. 에단은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둘 사이에서 나를 고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 더 서러웠다.“왜 하필 저 사람이야?”마테오가 물었다. 나는 대답을 고르지 못했다. 안드레아의 형이어서라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그를 처음 봤을 때는 형인 줄도 몰랐다.나는 그 짧은 틈에 계단 쪽으로 걸었다. 에단은 따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돌아보고 싶은 것을 참기가 더 어려웠다.방에 들어와 손부터 폈다. 소매의 감촉이 손가락 사이에 남은 것 같았다. 안드레아에게서 메시지가 온 것은 그때였다.결과지 버리지 마.나는 전화를 받았다.“오늘 밤에 나갈 수 있어? 부두 옛 정산실에서 보자.”“뭘 알아냈는데?”“그 전에 말할 게 있어. 네가 병원 간 걸 아버지한테 말한 건 나야.”나는 침대 끝에서 몸을 일으켰다.“가문 카드 안 썼어.”“개인 계좌 결제를 봤어. 별장에서 다친 뒤 혼자 병원에 다녀서 걱정했어.”“그랬으면 나한테 물어야지.”“미안해.”나는 욕실로 들어갔다. 문을 닫자 방금 응접실에서 내가 잡았던 소매가 떠올랐다. 내가 안드레아에게 말하지 않은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전화기를 고쳐 쥐었다.“그 말 하려고 나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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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 전화하지 못한 이유
나는 차 문을 더 열었다.안드레아가 운전대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어깨를 잡자 몸이 돌아왔다. 셔츠 가슴께에 작은 구멍이 있었고 그 아래로 피가 번졌다.“왜 전화 안 받아.”뺨은 아직 따뜻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손목의 붕대 끝이 내 손가락에 걸렸다. 며칠 전에는 나를 피해 숨기던 손이었다.“안드레아, 나 왔어.”그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나는 긴급번호를 눌렀다. 손바닥이 젖어 화면이 미끄러졌다. 부두와 주차장 위치를 말하는 동안에도 그의 손을 놓지 못했다.멀리 지게차가 지나갔다. 내가 손을 들자 운전자가 이쪽을 봤다. 안드레아를 보고도 멈추지 않았다.나는 팔을 내리지 못했다. 우리를 못 본 것이 아니었다.다시 안드레아를 봤다. 내가 도와 달라고 손을 흔드는 동안에도 그는 같은 자세였다. 깨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점점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눈을 보지 못하고 그의 셔츠 단추를 세었다. 가슴의 구멍 아래에서 멈췄다.왼손 아래에 누런 봉투가 있었다. 그의 몸이 기울면서 봉투가 미끄러졌다. 내가 잡자 종이가 쏟아졌고 한 장이 바람에 밀렸다.구두로 가장자리를 눌렀다. 내 이름 아래 네 남자의 이름이 보였다. 아침 결과와 같은 순서였다.안드레아. 니콜라. 마테오. 루카.그 아래에 같은 결론이 적혀 있었다.친부 배제.나는 마지막 두 줄을 다시 읽었다. 아침에는 마테오와 루카가 남아 있었다. 이 종이대로라면 네 명 모두 아니었다.상담원이 나를 불렀다. 나는 종이를 쥐고 아직 여기 있다고 대답했다. 그가 이걸 주려고 왔다. 아침에 아버지가 간단해졌다고 한 결과가 틀렸다는 말을 하려고.전화기에 다른 통화가 들어왔다.아버지.창고 모퉁이에서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차 한 대가 출구를 막았다. 나는 눈이 부셔 종이로 얼굴을 가렸다.통화를 전환하자 평소와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안드레아랑 같이 있니?”“누가 안드레아를 쐈어.”아버지가 잠시 말을 멈췄다. 차에서 내린 레나토가 다가왔다.“구급차 불렀어. 아직 안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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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 돈 때문이라고 했다
“나중에 이야기하시죠.”아버지가 에단 뒤에 섰다. 에단은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이불 아래의 전화기를 놓았다.“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요.”“낮에는 할 말이 있다면서 붙잡더니.”그의 목소리가 한 번 갈라졌다. 나는 안드레아와 닮은 입가를 보지 않으려 눈을 내렸다.“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당신이라더군요. 왜 만났습니까?”“돈 때문에요.”에단의 눈이 굳었다. 거짓말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돈도 내 것이었고, 안드레아가 맡고 있었다. 다만 그 말로는 그가 원본을 가지고 나온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아버지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제 딸이 충격을 받았습니다.”에단이 그 손을 봤다. 내가 가방에 뻗었던 손을 거둔 것도 봤다.“세라 씨한테 묻고 있습니다.”간호사와 보안 직원이 왔다. 에단은 이를 악물었다가 목소리를 낮췄다.“제 동생입니다. 연락받고 왔어요.”“가족분 안내는 따로 해 드리겠습니다.”그가 물러났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로 몸을 옮겼다. 간호사가 천천히 움직이라고 하자 다시 앉았다. 에단은 그 소리에 돌아봤다.“잠깐만요.”그가 멈췄다. 나는 이불을 밀어 내고 가방을 당겼다. 아버지가 내 이름을 불렀다.에단은 내 손과 아버지를 번갈아 봤다. 그가 주먹을 쥐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알았다. 낮에 붙잡았던 소매에는 이제 빗물이 묻어 있었다.“여기서는 말 못 해요.”내 목소리가 작아졌다.“알겠습니다.”그는 그 말만 하고 물러났다. 믿는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 옆을 막고 있던 사람에게 대신 대답하라고 하지는 않았다.나는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방에 사진이 있다고, 아버지가 듣지 않는 곳에서 말하고 싶다고.그런데 낮에 놓지 않았던 그의 소매를 이번에는 잡을 수 없었다. 문서 이야기부터 하면 내가 그를 부른 이유가 처음부터 그것뿐이었던 것처럼 들릴까 봐 입을 다물었다.에단이 나를 돌아봤다. 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못 했다. 그가 먼저 시선을 거뒀다.의사가 내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간 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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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 없던 일이 되지 않는 밤
나는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세면대 가장자리를 붙잡았다.“그럼 제가 받은 건 뭔데요?”“직접 봐야 합니다. 지금 확인된 것은 발송 경로가 다르다는 점이에요. 결과 내용도 원본과 대조할 겁니다.”“제가 받은 봉투도 그대로 가져갈게요.”전화를 끊고 욕실 문을 열었다. 침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랍 맨 아래에 넣어 둔 봉투를 꺼냈다. 내 이름과 병원 로고, 접힌 모서리까지 아침 그대로였다.휴대전화로 앞뒤를 찍었다. 종이를 꺼내 펼치는데 손이 멈췄다.추가 확인 필요.루카와 마테오의 이름 아래에 같은 문구가 있었다. 나는 그 여섯 글자 때문에 두 사람을 다르게 보고 있었다. 루카의 침묵도, 마테오가 미는 물잔도.누군가는 이 문장을 골라 넣었다.다음 날 아침 나는 병원에 가겠다고 했다.아버지는 식탁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안드레아가 앉았던 자리에 신문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 신문을 치우지 않고 서 있었다.“경찰에서 연락이 오면?”“전화 받을 거야.”“오늘은 나가지 마. 범인이 잡힌 것도 아니잖니.”나는 봉투를 가방 안에서 쥐었다.“그래서 더 가야 해. 어제 놀라서 못 물어본 게 있어.”아버지가 잔을 내려놓았다.“의사를 부르자.”“진료실에서 이야기할게.”루카가 문 앞에 섰다. 아물지 않은 입가의 상처가 보였다.마테오가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제가 같이 가겠습니다.”그는 아버지의 허락부터 기다렸다.“곧장 돌아와.”나는 봉투를 서류 가방에 넣어 내려갔다. 차에서는 마테오가 운전했다. 정문에서 레나토가 차 안을 확인하고 길을 열었다. 마테오는 인사하지 않았다.“검사 결과 봤어?”내가 물었다.“봤지.”“추가 확인이라는 말, 어떻게 생각해?”“다시 하면 되겠지.”“기다리는 동안에는?”그가 나를 봤다가 도로로 돌아갔다.“달라지는 건 없어.”“네 아이가 아니어도?”마테오는 대답하기 전에 깜빡이를 켰다. 차가 차선을 바꿨다. 나는 그가 시간을 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결혼 이야기는 계속할 수 있어.”“그게 왜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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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 에단이요
사흘 뒤, 나는 어머니와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루카가 차 옆에 남았다. 예배당 앞에는 아버지의 차가 먼저 와 있었다.안드레아의 이름이 입구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그 밑에는 벨로네 해운의 이름이 있었다. 나는 두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을 오래 보았다. 그의 방을 지키던 사람들과 그를 애도하는 사람들이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에단은 장례지도사와 이야기를 마치고 내게 왔다. 나는 그를 보자 가방 끈부터 고쳐 쥐었다. 그가 그 손을 보고 옆 대기실을 가리켰다. 어머니는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루카는 복도까지 따라왔다. 에단은 문을 닫지 않았다.“전화로 말한 메시지요.”그가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안드레아의 숨소리에 가방 끈을 놓쳤다.형. 나 부탁 하나만.뒤에서 복사기 소리가 났다. 나는 그가 어느 방에 있었는지 알아챘다.세라한테 돌려줘야 할 게 있어. 내가 못 가면.파일이 끝나자 나는 더 기다렸다. 에단이 화면을 끈 뒤에야 물었다.“그게 전부예요?”“내 번호가 수신 차단돼 있던 기간이 있어요. 이건 다른 계정으로 남겼더군요.”에단의 손이 굳어 있었다.“왜 차단했는지까지 말해야 합니까?”나는 고개를 저었다.그는 나를 보았다.“당신이 나한테 먼저 전화했던 날도 이걸 알고 있었습니까?”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돌아서려 하자 말했다.“아니요. 그때는 이 종이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그가 멈췄다.“내가 돈 때문에 만났다고 한 건 아버지가 옆에 있어서예요.”“그럼 오늘은요?”나는 열린 문을 봤다. 루카가 복도에 있었다.“지금도 옆에 있네요.”에단이 말했다. 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당신까지 나를 몰아붙이지 마요.”“위로해 달라는 게 아니에요. 내 말을 내가 할 시간을 줘요.”그가 대답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이번에는 기다렸다. 나는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손이 떨렸지만 화면은 제대로 켰다.“이걸 주려고 했어요.”네 사람이 모두 제외됐다고 적힌 종이를 보여 주었다. 에단은 바로 받아 들지 않았다.나는 두 사진을 나란히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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