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하늘아. 나 가게 문 닫으려고.”윤하늘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뭐?”전화기 너머에서 은빛새가 한숨을 쉬었다.“아무래도 안 되겠어.”“언니, 갑자기 왜? 무슨 일 있어?”“계속 이렇게는 못 하겠어. 나도 사람인데.”하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언니 지금 어디야?”“가게.”“내가 갈게.”“아니, 그렇게 급하게 올 필요는…….”“금방 갈게!”전화를 끊은 하늘은 소파에 놓인 가방을 집어 들었다.거실에서 책을 읽던 강단태가 고개를 들었다.“무슨 일입니까?”“빛새 언니가 가게 문을 닫겠대요.”단태가 책을 덮었다.“가게를요?”“응. 갑자기 그러니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단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같이 가겠습니다.”오전 11시 20분.하늘과 단태가 옷가게에 도착했을 때, 출입문에는 평소와 다른 종이가 붙어 있었다.오늘 오후 2시부터 임시 휴무하늘은 그 문구를 보고 잠시 멈췄다.“……어?”그녀가 문을 열자 딸랑, 익숙한 종소리가 울렸다.가게 안에는 빛새와 아르바이트생 정다은이 있었다.다은은 계산대에서 택배 송장을 정리하고 있었고, 빛새는 의자에 앉아 운동화를 벗고 있었다.“언니!”하늘이 다가가자 빛새가 고개를 들었다.“어? 벌써 왔어?”“가게 문 닫는다며!”빛새는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그러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야, 내가 언제 가게를 아예 접는다고 했어?”“아까 문 닫겠다고 했잖아!”“오늘 오후에!”하늘은 입을 벌렸다.“……오늘만?”빛새가 고개를 끄덕였다.“응.”하늘은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았다.“아, 진짜!”단태는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웃음을 참는 모습이었다.빛새가 물었다.“너 설마 내가 폐업한다는 줄 알았어?”하늘은 억울한 얼굴로 대답했다.“언니가 그렇게 말했잖아!”“내가 말을 좀 덜 하긴 했네.”다은이 계산대 뒤에서 조용히 웃었다.“사장님, 제가 아까도 그렇게 말씀드렸잖아요. 전화로 설명을 제대로 하셔야 한다고.”빛새는 손을 내저었다.“알았어, 알았어.”하늘은 한
오전 8시 40분.윤하늘은 식탁에 앉아 강단태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단태는 토스트를 접시에 옮기다가 그 시선을 알아차렸다.“왜 그러십니까?”하늘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검지로 자신의 입술을 가리켰다.단태가 눈썹을 들었다.“입술이 아프십니까?”하늘은 고개를 저었다.“그럼 목이 아프세요?”다시 고개를 저었다.단태는 토스트를 내려놓고 다가왔다.“어디 불편하신 겁니까?”하늘은 휴대전화 화면을 내밀었다.화면에는 오늘 오후에 예약한 체험 프로그램이 떠 있었다.《말하지 않는 90분》 — 비언어 소통 체험단태는 안내문을 읽었다.“아, 오늘 가기로 한 곳이군요.”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왜 벌써 말을 안 하십니까?”하늘은 메모장에 글자를 입력했다.미리 연습 중이에요.단태는 웃었다.“지금부터요?”하늘은 엄지를 들어 보였다.단태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 물었다.“그럼 아침은 드실 겁니까?”하늘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커피도요?”엄지가 하나 더 올라갔다.단태는 웃음을 터뜨렸다.“말은 안 하셔도 의사 표현은 확실하시네요.”하늘은 만족스럽게 웃었다.그러더니 단태의 접시를 가리켰다.단태가 물었다.“제 토스트요?”하늘은 고개를 저었다.이번에는 토스트 옆에 놓인 딸기잼을 가리켰다.“잼이요?”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단태가 잼 병을 건넸다.하늘은 다시 손가락 2개를 펼쳤다.“두 숟가락이요?”하늘은 고개를 저었다.“두 개요?”다시 고개를 저었다.단태는 잠시 고민했다.“토스트를 2개 드시겠다는 겁니까?”하늘은 결국 참지 못하고 외쳤다.“아니, 잼 두 번 발라달라고요!”단태는 웃음을 터뜨렸다.“연습 끝나셨네요.”하늘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아, 진짜! 5분도 못 버텼어요!”오후 1시 50분.두 사람은 시내에 있는 체험 공간에 도착했다.입구에는 작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하늘은 안내문을 읽고 단태를 돌아봤다.“이거 재미있겠죠?”
일요일 오전 10시 17분.윤하늘은 식탁에 앉아 휴대전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화면에는 낯선 문장이 떠 있었다.제한 시간 60분. 탈출 성공 시 기념사진 제공.하늘은 입꼬리를 올렸다.“강단태.”주방에서 물을 마시던 강단태가 돌아봤다.“네?”“오늘 저랑 승부해요.”“무슨 승부입니까?”하늘은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방 탈출.”단태는 화면을 읽었다.“방 탈출 카페요?”“네. 우리 아직 안 해봤잖아요.”“그렇네요.”하늘은 자신 있게 말했다.“오늘은 제가 이길 자신 있어요.”단태가 의자를 당겨 앉았다.“어떤 방식으로 승부합니까? 방 탈출은 보통 협동해서 하는 거 아닌가요?”“맞아요. 그러니까 누가 더 많은 문제를 푸는지 세는 거죠.”단태는 잠시 생각했다.“그런데 문제마다 난도가 다를 텐데요.”하늘의 눈이 가늘어졌다.“벌써부터 규칙 따지는 거예요?”“공정하게 하려면요.”하늘은 웃음을 터뜨렸다.“알겠어요. 그럼 문제를 직접 해결한 사람이 1점. 둘이 같이 풀면 공동 점수.”“좋습니다.”“그리고 힌트를 쓰면 감점!”단태는 고개를 저었다.“힌트는 필요한 순간에 쓰는 게 좋겠습니다. 제한 시간이 있으니까요.”하늘은 잠시 고민했다.“그럼 힌트는 감점 없이.”단태가 웃었다.“합의됐네요.”하늘은 예약 화면을 열었다.오늘 오후 2시 30분.2인 입장 가능.테마 이름은 《사라진 마지막 페이지》였다.하늘은 설명을 읽었다.“오래된 서점에서 사라진 원고의 마지막 페이지를 찾는 이야기래요.”단태가 물었다.“무서운 겁니까?”“아니요. 공포 요소 없는 추리형이래요.”“좋네요.”하늘은 예약 버튼을 눌렀다.그리고 손을 내밀었다.“오늘은 제가 이길 거예요.”단태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기대하겠습니다.”오후 2시 10분.두 사람은 방 탈출 카페에 도착했다.직원은 예약을 확인한 뒤 안내 사항을 설명했다.“휴대전화와 개인 소지품은 보관함에 넣어주세요. 내부 장치는 힘으로 열지 않으셔도 됩니다. 막히
“강단태 씨.”“네.”“오늘은 봐주기 없어요.”강단태는 운동 가방에 물병을 넣다가 고개를 들었다.“무슨 말씀이십니까?”윤하늘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지난번에 혼자 배드민턴 연습하고 왔잖아요.”“그랬죠.”“그러니까 오늘은 제가 이겨도 놀라지 마세요.”단태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웃었다.“아직 한 번도 쳐보지 않으셨는데요.”하늘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더 무서운 거예요.”“왜요?”“숨겨진 재능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단태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럴 수도 있겠습니다.”하늘은 운동화를 신으며 말했다.“그리고 오늘은 목표가 2개예요.”“무엇입니까?”“첫째, 셔틀콕 제대로 맞히기.”“네.”“둘째, 강단태 이기기.”단태는 고개를 끄덕였다.“순서가 중요하겠네요.”하늘은 눈을 가늘게 떴다.“지금 첫 번째도 못 할 거라는 뜻이에요?”“아닙니다.”“그럼요?”단태는 가방을 어깨에 멨다.“첫 번째를 성공해야 두 번째를 할 수 있으니까요.”하늘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그러더니 그의 팔을 가볍게 때렸다.“말은 참 잘해요!”토요일 오전 10시.두 사람은 생활체육센터에 도착했다.지난번 탁구를 쳤던 체육관이었다.하늘은 안내 데스크에서 배드민턴 라켓 2개와 셔틀콕을 빌렸다.직원이 말했다.“오늘은 2번 코트 이용하시면 됩니다. 다른 이용자분들도 계시니까 셔틀콕이 옆 코트로 넘어가면 잠깐 기다렸다가 주워주세요.”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체육관 안으로 들어서자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탁!탁!탁!다른 코트에서는 사람들이 빠르게 셔틀콕을 주고받고 있었다.하늘은 걸음을 멈췄다.“……단태.”“네?”“저 사람들 엄청 잘하는데요?”단태도 고개를 돌렸다.“그러네요.”“셔틀콕이 안 보여요.”“속도가 빠르네요.”하늘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 자신의 라켓을 내려다봤다.“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요?”단태는 웃었다.“꾸준히 배우면 지금보다 훨씬 잘할 수 있겠죠.”하늘은 고개를 끄덕였
토요일 오전 9시 20분.윤하늘은 현관 앞에서 운동화 끈을 묶고 있는 강단태를 발견했다.“어디 가요?”단태가 고개를 들었다.“잠깐 다녀오겠습니다.”“어디를요?”“생활체육센터요.”하늘은 눈을 깜빡였다.“배드민턴?”“네.”“우리 아직 같이 신청 못 했잖아요.”단태는 신발 끈을 마저 묶고 일어났다.“강습을 받으러 가는 건 아닙니다.”“그럼요?”“자유 이용 시간이 있다고 해서요.”하늘은 벽시계를 확인했다.“이렇게 아침부터요?”“오전에는 사람이 적을 것 같아서요.”하늘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혼자요?”“네.”“왜요?”단태는 조금 망설였다.“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하늘의 눈이 가늘어졌다.“뭘 확인하는데요?”“다녀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그 말에 하늘은 팔짱을 꼈다.“강단태 씨.”“네.”“또 혼자 뭐 신청한 거 아니죠?”단태가 웃었다.“아닙니다.”“진짜요?”“네. 이번에는 신청한 게 없습니다.”하늘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믿어줄게요.”단태가 문손잡이를 잡았다.그런데 하늘이 다시 불렀다.“단태!”“네?”“돌아올 때 빵 사 와요.”단태는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빵이요?”“단태가 먹고 싶은 거요.”“알겠습니다.”문이 닫혔다.하늘은 잠시 현관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뭘 확인하러 간다는 거지?”하지만 곧 어깨를 으쓱했다.누구에게나 혼자 보내고 싶은 시간은 있는 법이었다.하늘은 주방으로 향했다.“일단 커피부터 마시자.”오전 10시 10분.생활체육센터에 도착한 단태는 안내 데스크에서 자유 이용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배드민턴 코트 이용할 수 있을까요?”직원이 시간표를 살폈다.“지금은 1번 코트가 비어 있어요. 11시까지 이용 가능합니다.”“감사합니다.”단태는 라켓을 대여하고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코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넓은 코트.가운데 설치된 네트.그리고 손에 쥔 라켓.단태는 셔틀콕 하나를 꺼냈다.“…….”잠시 후 그는 셔틀콕을 공중으
“강단태 씨를 신고하겠습니다.”윤하늘의 선언에 강단태가 들고 있던 물잔을 내려놓았다.“무슨 일입니까?”“혐의가 아주 무거워요.”“어떤 혐의입니까?”하늘은 식탁 위에 놓인 작은 종이를 펼쳤다.“여자친구를 속인 죄.”단태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제가요?”“네.”“언제 속였습니까?”하늘은 종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어제요.”단태는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동네 체육관에서 열린 생활체육 행사.고리 던지기 심판 체험.협동 공 굴리기.풍선 배구.그리고 집에 돌아와 나눴던 이야기까지.아무리 생각해도 속였다는 말을 들을 만한 일이 없었다.“무엇을 속였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하늘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강단태 씨.”“네.”“어제 배드민턴 해보자고 했죠?”“그랬습니다.”“탁구도 좋다고 했죠?”“네.”“그런데!”하늘이 휴대전화 화면을 내밀었다.단태가 고개를 숙였다.화면에는 동네 생활체육센터의 강습 안내가 떠 있었다.주말 배드민턴 초급반 — 강단태 신청 완료단태는 눈을 깜빡였다.“아.”하늘은 팔짱을 꼈다.“아?”“신청했군요.”“신청했군요가 아니라!”하늘은 웃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저랑 같이 하자고 해놓고 혼자 먼저 신청했잖아요!”단태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하늘 씨.”“네.”“그건 제 신청이 아니라…….”단태가 휴대전화를 꺼냈다.그리고 접수 내역을 보여줬다.강단태 — 대기 3번하늘은 화면을 바라봤다.“……대기요?”“네. 정원이 마감돼서 대기 신청만 했습니다.”“그럼 수업 못 들어요?”“자리가 나야 가능합니다.”하늘은 잠시 침묵했다.그러더니 천천히 종이를 접었다.단태가 웃었다.“고발은 취소입니까?”하늘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왜요?”“저한테 먼저 말 안 했잖아요.”단태는 웃음을 터뜨렸다.“그건 인정하겠습니다.”하늘은 종이를 다시 펼쳤다.“좋아요. 그럼 정식으로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오전 10시.거실 식탁은 갑자기 작은 법정이 됐다.하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