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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이젠 나도 당신 쪽 사람이니까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4 07:07:34

그 시각, 서인국의 사무실.

“정민철을 보호하고 있다.”

“서이우가 직접 진술을 검찰에 냈다.”

이야기들은 빠르게 회장 귀에 들어왔다.

“이우를 막아야 합니다.”

“가문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인국은 아무 말 없이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들춰보았다.

그 안에는 '조유진 사망 당시 병원 진료 기록'

'조유리 상담센터 운영 정보'

그리고 '서이우 사적 동선 분석 자료'가 함께 있었다.

“제일 무서운 건…”

그가 낮게 말했다.

“사랑 같은 착각이다.”

그는 조용히 펜을 내려놓았다.

“서이우를 치는 게 빠를지도 모르지.”

그날 밤, 이우는 유리의 방 창문 앞에 서 있었다.

유리는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다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

“당신이 나를 지켜주는 게 무서울 때가 있어요.”

“왜요.”

“내가 그만큼의 사람이 아닐까봐.”

이우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조용히 말했다.

“난 당신이 누굴 지키고 있는지도 알아요.”

“조유진. 그 이름 하나를 안고, 당신은 지금까지 견디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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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위험한 여자   125. 우린 그냥 계속 살아있으면 돼요

    정오 무렵. 익숙한 얼굴들이 찻집 안에 들어섰다.평소와 다르지 않은 이웃들. 그러나 그들의 대화 속에는평소보다 더 많은 침묵이 끼어 있었고, 그 침묵이 둘을 향해 번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이우는 말 없이 찻잔을 닦으며 그 분위기를 읽고 있었다.그는 말로 방어하지 않았다.침묵으로 그 공기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그들이 선택한 방식은 누군가의 의심과 불편함 속에서도억지로 해명하거나 억지로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고그저 있는 그대로 거기서 숨 쉬고 있는 것이었으니까.오후가 길어지고 가게엔 손님들이 조금씩 줄어들었지만그 남아 있는 몇몇은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안에서 예전과는 다른 경계와 조심스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유리는 그들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그녀는 이제 숨지 않았다.그녀는 과거의 이름을 꺼내지 않고도 자신의 존재를 그들에게 그저 존재 자체로 보여주기로 이미 결정한 사람이었다.이우는 그녀 옆에 앉아 있었다.말 없이 그저 옆에.그것만으로도 둘 사이의 거리감은 흔들림 없이 오히려 더 단단하게 조여들고 있었다.해가 지기 직전, 그날 가장 늦게 남은 손님이마지막으로 던진 짧은 말이 가게 안 공기를 다시 흔들었다.“조유진 씨랑… 아무 관계 없으시죠?”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이우도 고개를 저었다.그들은 그 질문에 굳이 말로 해명하지 않았다.대신 그들의 표정과 눈빛,그리고 그 공간의 공기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그것은 말보다 더 무거운 선언이었다.밤이 완전히 내려앉고 책방 안에는 둘만 남았다.오늘 하루 말보다 더 많은 시선과 침묵이 그들을 향해 가벼운 상처처럼 스쳐갔지만그들은 그 스침조차 부드럽게 받아들이며 조용히 하루를 닫았다.“사람들… 우릴 잊지 않으려고 하네요.”유리가 말했다. 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우린 그냥 계속 살아있으면 되죠.”그 말은 복수도, 해명도, 방어도 없이 그저 살아있겠다는 가장 단단하고 조용한 선언이었다.그날 밤. 유리는 일지에 길게 적었다.‘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 속에서 우린 더더욱

  • 너무 위험한 여자   124. 시간이 흐르게 두는 사람들

    다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의 빛은 평소보다 더 느리고, 더 무겁게,도시의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퍼지고 있었다.그 빛은 마치 밤새 머물던 어둠의 가장자리를 억지로 밀어내는 것처럼 느리게,그러나 확실하게 창가에 닿아왔다.유리는 작은 책방 겸 찻집의 창문 너머 그 빛이 천천히 책장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걸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의자를 움직이지 않았고, 커튼을 걷지도 않았다.오늘 하루, 빛과 어둠이 섞인 그 경계 속에서 그저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겁고, 충분히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이우는 그녀의 옆에서 말없이 주방에서 차를 끓이고 있었다.따뜻한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찻잎이 물 위에서 천천히 풀리는 움직임.그 모든 작은 일상이 그들에겐 이미 말보다 깊은 대화가 되어 있었다.말을 하지 않아도 오늘 하루 그들의 마음이 서로에게 얼마나 가까운지 그저 그런 일상의 조각들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정오가 되기까지 둘 사이에는 단 한 마디의 말도 오가지 않았다.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외면하거나, 거리를 두려는 침묵이 아니었다.그것은 지금까지 너무 많은 말 속에서 스스로를 갉아먹고 살아온 두 사람이비로소 말이 없어도 존재만으로 충분해질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익히고 있는 조용하고 느린 시간이었다.손님이 없는 낮. 조용한 책방 안.바깥의 사람들은 그들 곁을 스쳐가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들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고,그들 역시 이름이 없는 채로 그 공간에 남아 있었다.이우는 한 잔의 차를 조심스럽게 유리 앞에 두었다.그 행동 하나에 그의 오늘 하루의 마음과 숨결,그리고 그녀를 향한 길고 조용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유리는 그 잔을 들고 말없이 향기를 맡았다.그 향기는 복수도 아니고, 상처도 아니고,사랑이라는 이름조차 더 이상 붙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오후가 되자 그들이 익숙해진 그 고요함을 깨는 기척이 조용히 찾아왔다.익숙하지 않은 걸음,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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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위험한 여자   122. 말로 싸우지 않는 사람들

    아침이 밝아오고,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바람엔 젖은 기운이 섞여 있었다.책방 겸 찻집의 문을 여는 손길도,잎사귀 사이를 스치는 기척도 어딘가 망설이듯 느리게 움직였다.이우는 조용히 의자를 닦고 있었고 유리는 차를 우리며 오늘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말이 없는 오전. 그러나 그 고요는 불편하지 않았다.잠잠한 일상. 작은 공간. 그 자체가 그들에겐 가장 단단한 말이었다.정오 무렵. 그가 다시 왔다.기자. 이번엔 노트북과 녹음기를 꺼내지 않았다.대신 한 권의 책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조유진의 말'그 책 위로 그는 물었다.“이 책에 실리지 않은 목소리들, 지금도 여기에 있나요?”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기자는 웃으며 다시 물었다.“혹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살아 있는 방식이 된 건가요?”그 말은 정확히 그들이 선택한 방식의 이름이었다.이우는 천천히 찻잔을 기자 앞에 놓았다.“여기선 말보다 시간이 먼저 흘러요.”그 말은 비난도 반격도 아닌, 그저 설명 없는 선언이었다.기자는 잠시 말을 멈췄다.그 침묵 사이로 찻잎 우러나는 소리만이 조용히 번졌다.오후. 기자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책을 넘기지도 않고, 노트를 꺼내지도 않은 채 그저 그들 사이에 버티듯 앉아 있었다.유리는 찻장을 정리했고, 이우는 책 표지를 닦았다.말은 끝내 오가지 않았다.그러나 그 ‘무응답’은 무관심이 아닌 명확한 태도였다.그들은 말을 무기로 쓰지 않기로 한 사람들이었고,그건 복수를 지나 사랑에 다다른 이들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었다.해가 기울 무렵. 기자는 일어섰다.떠나기 전 짧게 말했다.“당신들이 말하지 않는 걸 나는 말해야만 하겠죠.”유리는 조용히 대답했다.“그럼, 우린 그냥 계속 살아 있을게요.”그 말은 위태로운 말이 아니라 묵직한 고백이었다.밤이 깊어간 시간,. 문을 닫고 난 후 둘은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불 꺼진 가게, 텅 빈 테이블, 찻잔의 잔열.유리는 이우에게 말했다.“사람들은 말로 끝나는

  • 너무 위험한 여자   121. 이젠 우리 이야기로만

    해가 기울 무렵. 센터는 텅 비었고,남겨진 건 낡은 테이블 하나와 커피잔 두 개.유리와 이우는 서로 마주앉았다.그들은 오랜만에 말이 없이 눈을 마주했다.그 말 없음이 둘 사이의 거리감을 조금씩 채워주고 있었다.“이젠… 우리 이야기로만 살아볼까요.”유리의 말은 마지막 질문처럼 공기 속에 머물렀다.이우는 대답 대신 테이블 너머 그녀의 손등을 자신의 손등 위에 조용히 올려두었다.그게 오늘 둘의 세 번째 대화였다.밤이 깊어지고, 센터는 완전히 문을 닫았다.유리는 마지막으로 일지를 꺼내 한 줄만 남겼다.‘상처를 잊지 않아도 괜찮다. 그걸 안고 살아가기로 했다.’그녀는 일지를 덮고 불을 끄며 이우에게 말했다.“같이 가요. 이제는 같이 걷는 사람이니까요.”그 말은 조유진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둘이 함께 넘어서기로 한 첫 번째 말이었다.해가 도시 너머로 천천히 기울고 있었다.모든 빛은 부드러웠고, 바람은 낮고 얇았다.유리와 이우는 그런 빛과 바람 사이를 걸어 익숙하지 않은 소도시의 골목으로 조용히 들어섰다.그곳엔 조유진의 이름도, 센터의 흔적도, 복수의 그림자도 없었다.그들은 처음으로 이름이 없는 사람처럼 사람들 틈에 섞여아무렇지 않게 길을 걸었다.작고 낡은 상가의 한 구석방.그곳이 두 사람이 처음 정착한 자리였다.이름을 걸지 않은 작은 공간.책도 팔고, 차도 내리고, 상담도 하는 공간.그러나 간판은 없었다.그들은 굳이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그게 둘이 선택한 처음이자 마지막 방식이었다.정오. 햇살은 더 부드럽게 책장 위를 스쳤다.유리는 낡은 책을 닦으며 조용히 말했다.“이름이 없으니까 조금은 편해요.”이우는 책장 너머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름 없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법도 이렇게 배우는 거겠죠.”그 말에 유리는 웃지 않았다.대신 오래도록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그 시선이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을 서로에게 건네고 있었다.오후. 손님 하나가 작은 찻잔을 비우고 나가고 공간엔 다시 둘만 남았다.그들은 말없이 창밖을

  • 너무 위험한 여자   120. 상처를 잊으려는 사람들

    해는 완전히 떠 있었지만 도시는 온전히 깨어나지 못한 채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봄의 문턱에 걸쳐 있는 계절은 햇살조차 아직 온도를 잡지 못한 듯창가 너머로 흘러들며 무심하게 사람들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유리는 커튼 사이로 번지는 빛을 보며 한참 동안 손끝만 움직였다.메모지 위, 이름 없는 질문들. 답이 아니라 그저 묻기 위해 적어두었던 말들.그녀는 그 문장들을 자신조차 무슨 의미인지 모른 채 하나하나 지워내고 있었다.복수를 끝냈다. 죽음에 대한 대가를 돌려주었고, 유진의 말도 세상에 나갔다.그런데도 마음 깊은 곳 어디에선가 ‘그게 끝이 맞을까’라는 질문이 묵직하게 남아 있었다.정오. 이우는 센터 근처 작은 북카페에서 차 한 잔을 시켜놓고 있었다.커피가 아니라 찻잎의 은은한 향으로 머리를 맑게 비우고 싶다는 유리의 요청 때문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오지 않았다.한 시간이 지나도 이우는 그 자리를 지켰고,스마트폰에 울리는 알림들조차 오늘따라 그를 현실로 돌려놓지 못했다.그는 알았다. 유리가 지금 그와 마주할 수 없다는 걸.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복수가 끝난 뒤의 일상이며,그 일상에서 그녀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아직 모르고 있다는 걸.오후. 유리는 센터 상담실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상담 예약도 없는 날이었다. 그녀는 자리를 비워두지 않았다.비어 있는 공간에서조차 자신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는역할을 놓지 못하는 걸 스스로 자각했다.이우와의 만남도 이제 그녀에겐 기다림이라는 이름보다 더 먼 거리처럼 느껴졌다.사랑이 남긴 거리. 복수가 지운 마음의 리듬.그녀는 그것들이 지금 자신의 손에 마치 잊을 수 없는 상처처럼 새겨져 있음을 인정했다.저녁이 물들어가고, 이우는 유리의 집 앞 골목에 차를 세웠다.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오늘만큼은 스스로 걷기를 기다렸다.그녀가 자신에게 오기를 그러나 유리는 오지 않았다.대신 이우는 골목 벽에 오래 붙어 있던조유진 사건 관련 스티커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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