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는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빗소리가 방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방 안은 조용했다. 유진의 방이었고, 이제 그녀가 앉아 있는 자리는 언니가 매일 아침 메이크업을 하던 자리였다.거울 속 얼굴은 어정쩡했다. 아직 울음이 가시지 않은 눈, 푸석한 피부, 잡히지 않는 윤곽. 그녀는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언니보다 못났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 말이 맞았는지도 모른다. 유진은 어디서나 주목받는 사람이었고, 유리는 그늘이었다.하지만 그날 이후, 그녀는 그늘에 머무를 생각이 없었다.복수를 하려면, 사랑받아야 했다. 사랑받으려면, 매혹적이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해야 했다.유리는 결심했다. 이 얼굴로는 안 된다고. 지금의 자신은, 언니를 죽인 그 사람 앞에 설 수 없다고.“전부요.”성형외과 상담실, 유리는 거울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눈, 코, 턱. 의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유리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미 죽은 언니의 무게가 그녀의 선택을 정당화하고 있었다.수술은 아팠다. 상상보다 훨씬. 전신이 얼얼했고, 거울을 보는 게 두려웠다. 그러나 견뎌야 했다. 고통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었다.밤이면 눈을 감고 상상했다. 언니가 죽던 장면, 마지막으로 들려준 목소리, 그리고 그 남자의 얼굴. 얼굴은 아직 본 적도 없지만, 그의 존재는 선명했다.유리는 낮에는 병원, 밤에는 헬스장에 있었다. 운동을 시작한 건 얼굴 때문이 아니었다. 눈빛 때문이었다. 분노가 몸 어딘가에 고여 있으면, 눈빛이 흐려지니까. 땀이 나야 잡념이 빠졌다.조금씩 그녀는 바뀌었다. 체형이 달라졌고, 자세가 달라졌다. 말투도 바꿨다. 목소리는 낮게 깔았고, 눈은 오래 마주치지 않았다. 그 모든 변화는 한 사람을 무너뜨리기 위한 연기였다.화장대 앞에 앉은 유리는 립스틱을 꺼냈다. 선홍색. 유진이 좋아하던 색이었다. 하지만 유리는 그보다 더 짙은, 피와 비슷한 톤을 골랐다. 치명적인 것을 입어야, 사
Last Updated : 2026-06-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