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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선배의 기록은 선배가

Author: YuIm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2 20:14:30

체육지원처 감사실의 1차 긴급 조사 결과는 다음 날 오전 9시, 육상부 전원에게 공식 통보되었다.

최수아가 라커룸에서 커터칼을 쥐고 서성이던 모습이 선명하게 담긴 복도 CCTV 영상, 새벽 6시 14분의 도어록 전자 출입 로그, 그리고 1학년 후배 민지의 자필 목격 진술서까지.

모든 증거는 같은 날 새벽 수아가 라커룸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가리켰다.

체육처는 즉각 최수아에 대해 ‘학생선수 징계위원회 최종 의결 시까지 육상부 공식 훈련장 및 장비실 출입 금지, 피해 선수에 대한 접촉 금지’라는 잠정 격리 조치를 내렸다.

사물함 앞을 서성이며 특혜와 권위를 누리던 4학년의 오만한 완장은 하룻밤 사이에 산산조각이 났다.

"이거 놔! 내가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 아빠한테 전화 한 통만 하면……!"

최수아가 감사팀 조사관들의 제지를 받으며 악을 썼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늘 침묵을 강요당하던 후배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싸늘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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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7시 30분, 제주 서귀포 전지훈련 선수단 식당.전지훈련에 참가한 각 대학 육상부와 실업팀 선수들로 식당 안은 이른 아침부터 왁자지껄했다. 배식대의 갓 구운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계란 프라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고, 그 옆에는 신선한 과일 샐러드가 놓여 있었다.식판을 들고 테이블 구석 자리에 앉은 채아는 젓가락으로 샐러드를 뒤적거리며 연신 헛기침을 삼켰다.맞은편에 앉은 차도현 때문이었다.도현은 언제나처럼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에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주변 테이블의 다른 대학 선수들이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역시 서한체대 차도현 선배 포스는 장난 아니다"라며 수군거릴 만큼 차갑고 서늘한 간판스타의 위압감 그대로였다.하지만 테이블 위의 실제 상황은 정반대였다.도현은 제 식판의 계란을 주겠다고 했다. 채아가 그릇을 가까이 가져오자 손끝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계란 프라이 하나를 조심스럽게 옮겨주었다.탁."선배……?"채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도현이 헛기침을 하며 덤덤하게 속삭였다."단백질 보충해라. 오늘 오전 훈련 인터벌 빡빡하다며.""나 이미 달걀 두 개 받았는데요?""그럼 배고프면 먹어. 더 먹으라고 억지로 주는 건 아니고…… 네가 좋아하는 반숙이길래."도현의 무심한 말투와 달리, 선글라스 너머 그의 귀 끝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심지어 손끝으로 사과의 껍질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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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뒤, 서울 수서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 앞.검은 마스크를 푹 눌러쓴 차진우가 수사관들의 손에 이끌려 호송차로 향하고 있었다. 횡령 및 업무상 배임,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신청된 사전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전격 발부된 것이었다.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진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도망치듯 얼굴을 가렸다.도현의 망막 질환을 약점 잡아 치료비를 가로채고, 조작된 대포폰 가짜 메신저로 채아를 파멸시키려 했던 파렴치한 사기꾼의 말로는 비참했다.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포털 뉴스에는 채아를 향한 비난 대신, 사기꾼 에이전트의 구속 소식과 함께 두 선수를 향한 응원의 글들이 줄을 이었다.동시에 서한체육대학교 총장 직속 감사실에서도 단호한 처분이 내려졌다. 마정호 감독은 감사실 회의실 책상 앞에 불려 가 서늘한 처분 통지서를 받아 들었다."마정호 감독. 최수아 선수의 스파이크 훼손 사건을 무마하려 한 직권남용과, 차진우의 허위 언론 플레이를 알고도 묵인·방조한 사실이 특별 감사를 통해 모두 확인되었습니다. 징계위원회 결정에 따라 감봉 3개월 및 육상부 선수 지도 및 엔트리 전결권을 전면 박탈합니다."감사실장의 냉정한 선고에 마 감독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더 이상 항변할 명분은 없었다.체육관 로비 게시판에는 윤채아 선수의 명예 회복과 차도현 선수의 T11 국가대표 도전을 전폭 지지한다는 학교 본부의 공식 공고문이 내걸렸다.선수 지도와 출전 결재는 서민경 코치에게 일원화되었다. 채아는 게시된 공고를 사진으로 남겼다. 누가 책임지고 답해야 하는지, 이번에는 이름이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도현은 강 변호사의 법률 사무소에서 새로운 표준 선수 매니지먼트 계약서에 자필 서명을 남겼다.과거 사촌 진우에게 백지위임했던 계약의 효력과 대리권은 정리되었다. 원본은 이후 책임을 묻는 데 필요해 법률 사무소에 보관했다.새 계약서는 결정권과 대리 업무의 범위를 나눠 적었다. 도현은 항목을 읽어주는 음성을 멈추고, 본인 확인 없이 바꿀

  • 너와 다시 출발선에 섰다   29화. 마이크는 선수의 손에

    화요일 오전 9시 5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대기실.두꺼운 방음문 너머로 수백 명의 취재진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방송사 중계 카메라의 삼각대가 바닥을 긁는 소리와 플래시 충전음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거울 앞에 선 차도현은 단정한 검은색 수트의 옷깃을 조용히 바로잡았다.눈을 가린 짙은 선글라스 너머로 미세하게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주먹을 쥔 손가락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곁에 서 있던 가이드 러너 한태준이 도현의 넓은 어깨를 툭 쳤다."긴장하지 마, 도현아. 네가 트랙에서 흘린 땀은 우리가 알잖아.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준비한 얘기부터 차근차근 해."도현의 법률 대리인인 강 변호사 역시 두꺼운 서류철을 갈무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차진우 씨의 사설 대포폰 가상 계정 생성 IP와 계좌 추적 영장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아펙스 코리아 측에서도 법무팀 명의의 공식 지지 성명서를 회견에 맞춰 전달해 왔습니다. 완벽하게 준비되었습니다."도현이 깊게 숨을 들이켰다."가자."오전 10시 정각, 대기실 문이 열리고 도현이 회견장 단상 위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왔다.수십 대의 방송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번뜩이는 백색광 속에서도 도현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마이크 앞에 섰다.웅성거리던 장내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았다.도현이 마이크를 향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안녕하십니까. 단거리 육상 선수 차도현입니다."낮고 차분한 중저음이 스피커를 타고 회견장 구석구석으로 번져 나갔다."최근 언론에 보도된 저의 건강 상태와 사적인 논란에 대해, 당사자인 제가 직접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몸의 상태와 선수로서의 진로는 그 누구의 왜곡된 대변이 아닌, 오직 저 자신의 목소리로 밝히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입니다."도현은 단상 스크린에 한국대학병원의 의학 진단서를 띄웠다."저는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습니다. 주변 시야뿐 아니라 중심

  • 너와 다시 출발선에 섰다   28화. 누구의 계좌인가

    체육지원처 대회의실의 블라인드 틈새로 정오의 따가운 햇살이 비쳐 들었다.본관 정문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몰려든 취재진과 방송 카메라 플래시가 번뜩이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을 뒤덮은 악의적인 찌라시 기사 때문이었다.[단독] 차도현의 눈먼 사랑? 후배 Y선수, 수천만 원 훈련비 요구 의혹…… 지인 메신저 대화 폭로캠퍼스 안은 수군거림과 호기심 어린 시선들로 들끓었다.전생이었다면 채아는 머릿속이 새하얘진 채 방 안에 틀어박혀 울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선배 곁에 있어서 선배를 망치는 걸까'라는 자책감에 질식하며, 세상의 비난을 홀로 뒤집어썼을 터였다.하지만 지금의 채아는 달랐다.서민경 코치의 안내를 받으며 회의실로 향하는 채아의 걸음걸이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훈련 일지와 통장 사본, 경찰청 접수증을 단단히 챙겨 든 손끝이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지금 여기서 답할 필요는 없어. 질문은 모아서 받고, 확인한 내용만 얘기하자. 힘들면 내가 옆에서 끊어줄 테니까.""네, 코치님. 준비 다 끝냈어요."채아는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 출발선을 지키기 위해선 어떤 진흙탕 싸움도 피하지 않을 각오였다.회의실 원목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차도현의 메인 후원사인 대기업 스포츠 브랜드 '아펙스 코리아' 마케팅 총괄팀장과 사내 법무팀 변호사 두 명이 굳은 표정으로 마주 앉아 있었다.테이블 위에는 사촌 에이전트 차진우가 후원사에 긴급 제출했다는 40페이지짜리 정산 감사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선수의 심신미약 상태를 악용한 후배 선수의 부당한 금전 편취 및 계약 위반 정황 보고.'보고서 표지에 박힌 자극적인 문구를 전해 들은 도현의 턱선이 서늘하게 굳어졌다.아펙스 마케팅팀장이 헛기침을 하며 서류철을 톡톡 두드렸다."차도현 선수. 우리 브랜드는 지난 3년간 차 선수의 성실함과 투지를 믿고 매년 수억 원대의 훈련비와 전용 장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습니다. 그런데 시각 질환을 숨긴 것도 모자라, 후배 선수에게 거액의 훈련 지원금을 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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